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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발상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 ! -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직무 노트 만들기 (1편) -

2015. 3. 26. 09:43

여러분은 혹시 나만의 '직무 노트'를 가지고 계신가요? 지금 이 순간, '직무 노트가 뭐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저는 10여 년 동안 서비스/신규 사업 기획 업무를 맡아 왔지만, 제 나름의 노하우나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직무 노트라는 이름으로 ‘기획 방법론’이나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틈틈이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여러분께 저의 직무 노트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함께 만나보시죠! 


 

 

저에게는 '1,000가지 아이디어'라는 노트가 있습니다. 『서비스 기획』이라는 직무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생시키는 것이 필수적인 역량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노트는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정리해서 1,000개까지 채워 보자'라는 생각으로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2013년부터 쓰기 시작해서 벌써 4권 째 노트를 작성하고 있는데요. 현재 이 노트에는 '말도 안될 듯한 엉뚱한 아이디어'부터 '구현해 본다면 돈이 될 듯한 아이디어'까지 360개가 넘는 아이디어가 채워져 있습니다.    


2년 동안 꾸준히 아이디어 노트를 쓰다 보니, 습관적으로 출근을 하면 다른 일을 제쳐 두고 스마트폰의 메모앱을 열어 메모해 두었던 아이디어를 노트에 정리합니다. 혹은 예전에 정리해 두었던 아이디어를 훑어 보는 것으로 하루 업무를 시작할 때도 있죠. 


노트 표지에는 '아이디어 발상은 훈련의 결과물이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기획 업무를 하면서 체득한 경험이자, 제 스스로의 신념이기도 한데요. 그런데 재미난 점은 저는 아이디어가 부족해서 이 노트를 작성하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끄럽지만 아이디어가 넘쳐 난다는 착각에서 시작되었죠.   


요즘 '창의성'이란 단어는 자기 소개서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어휘입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 중에도 스스로를 '창의적이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저 또한 한때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1만 시간 이상 기획 업무를 맡아 왔고, 각종 두뇌 테스트에서 나타난 '우뇌가 뛰어나다'라는 결과만 믿고서 스스로 창의력을 갖추었다고 자부하고 있었죠. 그래서 불현듯 떠오르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놓치지 말자라는 생각에 노트를 작성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는 사실 노트에 1,000가지 아이디어를 채우는 것은 1년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노트 작성을 해 보니, 현실은 너무나 달랐죠. 분수처럼 아이디어가 샘솟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저의 자만이었습니다. 아이디어를 30개 정도 정리한 이후부터는 한계에 부딪히더군요. 


도저히 생각나는 아이디어가 없어서 몇 번이고 노트 작성을 그만 두려고 했습니다. 게다가 그나마 생각해 낸 아이디어들 조차도 이미 제품화되어 있거나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예로 몇 가지를 여러분께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1) 에어백 기능이 추가된 안전띠

큰 아들 녀석이 어렸을 때, 카시트에 잘 앉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에게 안전띠를 메어 주다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죠.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지? 아이가 앞 좌석에 부딪쳐 다칠 텐데, 만약 안전띠가 에어백처럼 부풀어 오르면 어떨까?'라는 것이었습니다. 몸이 앞으로 쳐지면 공기가 부풀어 올라 몸을 보호해 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 다음에 꼭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아이디어 노트에 재빨리 적어 두었습니다.


<에어백 안전띠 아이디어 메모 내용(좌)과 메르세데스 벤츠사의 벨트백 제품 모습(우) (출처: daimler 제공)>


그런데 그 해에 한 뉴스 기사를 보고, 저는 정말 허탈했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Benz)에서 '벨트백(beltbag)' 개발을 완료했고, 이 제품을 2014년 벤츠 전 차종에 달겠다는 기사였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제 아이디어가 정말 기발하다고 생각했는데, 세계 일류 자동차 회사가 그것을 구현하는 것을 보고 적지 않은 실망을 했죠. 그러나 제가 실현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아니었음을 곧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2) 차세대 배터리 

LG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세대 배터리 모습을 그려주세요'라는 공모전이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아이디어는 그 당시 공모전의 주제를 보고 떠올렸던 것인데요. 스마트 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배터리의 용량입니다. 지금처럼 시계 뒷부분에 배터리가 붙어 있는 구조에서는 배터리 용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시곗줄 배터리 아이디어 메모 내용(좌)과 노키아(Nokia)의 휘는 배터리 특허 이미지(우) 

(출처: 유럽연합 특허청 Espacenet)>


그래서 시계의 줄에 배터리를 조각 내서 붙이면, 시곗줄 전체가 배터리가 되고, 한 번 충전을 하면 시계를 오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 역시 노키아(Nokia)에서 이미 특허 출원을 완료한 상태였습니다. 언젠가는 완제품으로 만들어 노키아(Nokia)에서 출시하겠죠. 그리고 물론 벨트백처럼 제가 이 제품을 직접 만들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3) 대기 전력 차단용 콘센트

요즘 사물인터넷(IoT)의 활용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는데요. 집 안에서 이 기술이 가장 필요한 것은 '가스 밸브 잠금 기능'이 아닐까 합니다. 


TV에서도 현실에서도 가스 밸브 잠그는 것을 깜박하고 당황하며 집 안으로 황급히 뛰어 들어가시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어느 날 시골에 계신 어머니 댁에 가 보니, 지방 자치 단체에서 노인들을 위해 수동식 가스 자동 잠금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 두었더군요. 마치 선풍기의 타이머 기능처럼 돌려 놓으면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자동으로 가스 밸브가 잠기는 것입니다.      


<타이머 활용 전력 차단 아이디어 메모 내용(좌)과 e-saver 대기전력차단 콘센트(우) (출처: 세광전자 홈페이지)>


그리고 저는 그 기능을 가전 내 대기 전력 손실을 막는데 써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타이머를 돌려 놓고 소켓에 플러그를 꽂아 두면, 일정 시간 후에는 자동으로 전원이 차단되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대기 전력 손실이 최소화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도 '대기 전력 차단용 콘센트'라는 이름으로 이미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 중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사 제품의 종류도 다양했고, 이 제품보다 더 자동화된 제품들이 지금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상용화되었는데 제가 몰랐던 것이죠. 


4) 알람 기능이 있는 스마트 포인터

저의 직무 특성상 강의나 발표를 자주 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시간을 초과해서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하나 있는데요. 바로 레이저 포인터에 타이머 알람 기능을 넣는 것이었습니다. 발표 시간을 중간중간 진동으로 확인시켜 주는 것이죠. 


<알람 포인터 아이디어 메모 내용(좌)과 3M사의 스마트 포인터(WP-7700)(우) (출처: 한국쓰리엠 홈페이지)>


그런데 레이저 포인터의 강자인 쓰리엠(3M)에서 이미 2009년에 스마트 포인터(WP-7700)라는 제품으로 판매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성이 없었는지 현재 이 제품은 단종되었습니다.  


5) 스마트폰과 폴라로이드의 결합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일상화되었습니다. 따라서 스마트폰 카메라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DSLR과 폴라로이드 기능을 결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LG G3'와 '포켓포토'를 활용한 휴대용 프린터기 아이디어 메모 내용(좌)과 '프린트케이스(pryntcases)' 제품 모습(우)

(출처: http://www.pryntcases.com)>



그러나 이 아이디어도 최근 해외 스타트업에서 스마트폰을 폴라로이드로 만들어 주는 제품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프린트케이스(pryntcases)'라는 이 제품은 2015년 초에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를 통해 출시와 펀딩이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5가지의 아이디어 사례는 저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 주었습니다. 이미 세상에는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많은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나와 있는데 저는 그것을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디어 발상에만 집착하며, '뭔가 획기적인 발상을 했구나'라는 자기 만족감에 빠져 있었던 것이죠. 


제가 이렇게 생각만 하는 동안에 누군가는 제품으로 실현을 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아이디어 발상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세상에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아이디어 노트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탁월한 아이디어 발상에만 의존하지 않는 것이죠. 대신 세상의 수많은 아이디어 제품들을 눈 여겨 보고, 그것을 응용해 봅니다. 또한 평소 접하는 많은 물건들이 왜 존재하는지, 무엇이 불편한지, 이것을 어떻게 바꾸면 좀 더 편리할지 깊이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어디에 돈을 쓰는지, 어떤 제품에 만족하는지, 어떤 생활 습관을 갖고 있는지 관찰하는데요. 이러한 관찰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디어 노트 작성이 더욱 즐거워졌습니다.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노트 작성을 하는 것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한다면,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이 되겠죠. 제 아이디어 노트에 1,000가지의 아이디어가 채워질 때쯤이면, 이것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다음 시간에는 아이디어 노트 작성 방법에 대해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글 l 강석태 차장ㅣLG CNS 스마트 블로거


Posted by IT로 만드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갑니다 LG 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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