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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nsight

금융기술 스타트업 경쟁에서 기회를 찾다

 

퍼 스테니우스 박사 (레달 대표) per.stenius@reddal.com, www.reddal.com


다양한 기술 관련 스타트업은 모바일게임을 중심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하지만 모바일게임과 같이 소비자서비스를 위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에서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다양한 분야에서 진지하게 연구를 진행하는 스타트업 회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복잡한 업무를 간편하게 처리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여러 회사들이 등장하면서,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던 금융계 역시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광범위한 규제, 높은 진입장벽 그리고 규모의 경제와 같은 요건들이 산업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기업가들은 거침없이 산업에 뛰어들어 다양한 서비스와 비즈니스모델을 선보이면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무서운 경쟁을 겪는 것은 비단 산업 내 기존 회사나 신생 스타트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주변 산업이나 완전히 새로운 사업에서도 이러한 경쟁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무서운 경쟁 속에서도 승리를 점치며 두각을 나타내는 몇몇 회사들이 눈에 띕니다. 물론 비즈니스라는 정글 속에서 이 회사들이 승전보를 울린다는 말은, 반대로 다른 수많은 회사들이 패자로 사라지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죠. 

 

2008년 신용위기는 새로운 스타트업의 진입을 위한 기회의 창이 되었습니다. 이후로 이들 벤처회사들이 신용과 선불신용카드 시장에서 아주 일반적인 존재로 자리잡게 되었는데요. 어떤 이들에게 있어 금융위기를 둘러싼 혼란은 사실상 최후의 결정타 같았습니다. 금융위기로 이들이 소속되어있는 대규모 금융기관들이 신뢰를 잃으면서 운명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고, 대신 새로운 회사들이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신용이나 지불 관련 솔루션이 빠르게 전파되는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이 트렌드는 결국 소매업이나 소비자 지불 영역으로도 빠르게 이어집니다. 가장 좋은 예로는 구글 월렛(Google Wallet)와 애플 페이(Apple Pay)가 있고, 또한 채팅앱 회사 중에서는 소매업의 강자인 스퀘어(Square)와 손을 잡아 스냅캐시(Snapcash)를 출시한 스냅챗(Snapchat)이 있죠. 이베이(EBay)나 페이팔(Paypal) 역시 벤모(Venmo)를 통해 모바일 지불시장에 진입하면서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더 최근에는 여러 지역들에서 주요 통신수단으로 이용되기 시작한 채팅앱이 신종 금융서비스를 신장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한데요. 채팅앱이 친구, 가족, 동료, 기업들까지 연결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사용자베이스를 형성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대규모 사용자베이스는 다양한 신 서비스, 특히 금융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는 최적의 기반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의 예로 한국을 들 수 있는데요. 최근 한국에서는 모바일 지불수단과 모바일 송금 영역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음카카오와 네이버와 같은 주요 회사들이 이 싸움에 뛰어든 것은 물론 (삼성과만 협력하고 있는) 엘로페이나 소규모 스타트업들도 벤처 자본가들에게서 자원을 조달 받아 경쟁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인터넷뱅킹이 얼마나 복잡한지 한번이라도 경험을 해 보셨다면 이와 같은 관심이 놀랍지 않게 느껴지실 겁니다. 변화에 목마르던이 시장이 채팅앱의 높은 접근성과 새로운 수익에 대한 기업의 갈증을 만나면서 결국과당경쟁, 과밀집 단계로 들어서게 된 것이죠. 


엑센추어(Accenture)와 같은 기업들 역시 아시아에서 금융기술 스타트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엑센추어는 대규모 금융기관과 협력하면서 핀테크 이노베이션 랩 아시아(FinTech Innovation Lab Asia)를 열어 이 분야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최근 주요 기업들에서도 신용분석, 데이터보호, 신원인증, 퀀텀컴퓨팅(핀테크 밖에서도 관심이 많은 부분)과 같은 혁신 분야를 다루기 시작했는데요. 이러한 기업들의 활동을 살피다 보면, 금융기술 부문의 다양성이 얼마나 확대되고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금융기술의 다양화는 아프리카, 인도 및 동아시아에서는 전통적 금융업의 발전단계를 건너뛰는 발전 양상(leapfrogging development)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예는 전통적인 은행서비스를 넘어서는 모바일 솔루션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모바일의 특성에 기반해 지불솔루션, 무점포 은행서비스 등을 제공함으로써, 그전까지 은행을 이용할 수 없었던 이들을 금융서비스로 모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정부와 통신사들도 이러한 변화에 깊게 참여하고 있는데요.

금융기술은 분명히 하나의 세계적인 현상이고, 이를 위한 주요 동력은 모바일기술 입니다. 하지만 핀테크(FinTech, 금융/IT 융합형 산업)의 깊이와 다양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국 수도인 런던에 집중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랜 시간 유럽의 금융 중심으로 활약해온 런던은 지금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요. 런던의 중요성은 그 투자 금액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금융기술에 대한투자 관련 정보에 따르면 국제 금융 투자금액이 3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유럽에서의 투자 중 50% 이상이 영국과 아일랜드로 향한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선진 금융기술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런던의 기술 회사들은 신용과 지불부문뿐만 아니라 고객들을 직접 대면하지 않는 사무실의 운영과 기능에까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런던에서 이와 같은 개발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아 보수적이기만 했던 금융부문 역시 수년 내에 새로운 솔루션과 전례 없는 효율성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이 부문에 대해 말하면서 비트코인(bitcoin, 온라인 가상화폐)을 빠뜨려서는 안되는데요. 금융세계에서는 프로세스와 서비스뿐만 아니라 화폐라는 개념 역시 점차 변화하게 된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금융기술의 더 큰 그림을 보기 위해서는 금융생태계 내 다양한 부분들을 구별하고 정의해야 합니다. 각 부문은 아래와 같이 크게 네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지불, 뱅킹, 빌링(billing)– 온라인, 모바일, 전통적 지불방식과 코어뱅킹

2.신용 – 스코어링, 결정분석, 대안융자, 채권추심, 부채상환요구

3.자본시장 – 환전, 중개수수료, 거래, 접속매매 관리, 위기관리, 매수부문 솔루션 및 데이터서비스

4.금융 및 비즈니스 서비스 – 컨슈머포털(consumer portals), 제품유통, 시장조사, 중개서비스, 사업프로세스 아웃소싱 및 기업 금융 소프트웨어


기술은 위의 모든 영역에서 효율성을 증가시키고자 할 때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는데요. 문제는 주요 회사들이 과거의 틀에 갇혀 혁신적인 프로세스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런던의 토치파트너스(Torch Partners)는 핀테크 분야에 대한 개요를 보여주면서, 시장이 생태계의 다양한 분류들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 설명한 바 있습니다.  EBITDA(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이라는 의미를 가진 용어로 수익을 통해 회사의 가치를 설명하는 수익성지표)를 기업가치지표로 사용할 때, 그 배수는4배에서 26배 정도입니다. 한편 수익 CAGR (연평균 성장률)은 주요 기업들 사이에서 4%에서 28% 정도를 보입니다. 물론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게 되는 이 부문의 특징을 생각해볼 때, 뱅킹과 빌링 관련 회사들이 가장 높은 배수와 연평균 성장률을 보여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지불 네트워크를 제외하면 이들의 이윤 폭이 (적어도 2014년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다른 카테고리의 회사들에 비해 크게 높지 않다는 것은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왜 그럴까요? 자본시장의 회사들이 이윤 폭에서 가장 높은 쪽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이들 회사의 배수가 중간 정도에 그치는 이유는 느린 성장에 의한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패턴을 보여주는 신용관련 회사도 비슷한 이유를 들 수 있을거 같습니다. 물론 여기에서도 금융과 비즈니스 서비스 부문의 회사들이 가치맵(value map) 전체에 걸쳐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는 점은 기억해 둘만 합니다. 이 부문 회사들의 다양성이야말로 다양한 가치를 발견하게 하는 힘이 될 테니까요.

위에서 설명한 이야기의 요점을 간단히 말하면 이렇습니다. 어떤 계열에서 성공한 회사는 소수일 뿐인데도 그들에 대한 소식이 과하게 부풀려진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극심한 경쟁 속에서 대부분은 패자로 남게 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따라서 이 말은 금융기술 부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술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영역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기업가들이 무작정 경쟁에 뛰어들기 전에 먼저 생태계의 다양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서 그 다양성이 제공하는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는 것이죠. 

 

핀테크에 대한 논의는 현재 모바일 지불과 뱅킹 영역에 집중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는 사람들이 이들 회사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이들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것이 제일 쉽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보았듯이, 핀테크는 상당히 넓은 분야를 포괄하면서 다양한 활동 영역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금융계는 기술의 영향을 받게 되겠죠.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금융계에서 대부분 영역들은 이러한 발전에 대해 준비를 마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현재 금융계에서 주요 위치를 점하고 있는 회사들 쪽에서는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기 어렵다는 점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금융계의 혁신이 주요회사가 아닌 산업의 뒤편에서, 즉 다른 이들이 발견하지 못한 가치를 찾아낸 스타트업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거물들에만 관심을 갖는 미디어가 사실상 “올스타”의 경쟁만을 보도함으로써 금융계의 진짜 그림을 왜곡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죠. 금융계의 이러한 경쟁은 과밀집과 과투자의 양상을 보이면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낸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를 낳게 될 것입니다. 


한국의 금융은 훌륭한 모바일, IT, 브로드밴드 기술뿐만 아니라 강력한 소프트웨어 기술도 겸비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한국에서 다양한 핀테크 회사들이 탄생하기를 바라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금융의 글로벌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전세계 금융에서 이름을 떨칠 회사 말이죠. 이러한 회사들이 등장한다면 한국의 금융부문이 진일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이 목표로 하는 ‘창조경제’ 역시 달성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회사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금융부문, 프로세스, 기술 전반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한국 회사들은 성공을 가능케 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갖고 있지만,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는 한국의 지엽적인 문제를 넘어서 광범위한 아시아지역, 그리고 더 넓게는 글로벌 금융이 갖고 있는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이 정글에서 누가 승리하고 생존하는지를 떠나서, 앞으로 몇 년간 금융부문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글 l 퍼 스테니우스 박사LG CNS 블로그 파트너

퍼 스티니우스(Per Stenius) 박사는 레달(Reddal)사의 CEO이자 클라이언트 디렉터이다. 스티니우스 박사는 과학, 최고경영관리 컨설팅, 벤처자본, 스타트업, 운용관리 등 다채로운 영역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산타바바라 캠퍼스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와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헬싱키 기술대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전기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스티니우스 박사는 현재 서울종합과학기술대학교 조교수이자 연세대학교 강의교수로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그는 비즈니스와 과학 분야의 20여개 논문을 주요 학술지에 출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