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Life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 인터넷상의 나를 지워줘!

2014. 9. 11. 10:20

 


안녕하세요? LG CNS 대학생 기자단 탁윤영입니다. 

누군가 말하길, 신이 인간에게 내려 준 가장 큰 축복 중 하나는 '망각'이라고 했죠. 하지만 이러한 망각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 곳이 있는데요. 바로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인터넷'입니다. 인터넷이 상용화되면서 망각이라는 인류의 권리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영원한 기록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죠. 


1998년, 라시카(J.D. Lasica)는 '인터넷은 절대 망각하지 않는다(The net never forgets)'라는 제목의 글로 현대 사회를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정보가 오랜 기간 불특정다수에 노출되는 것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일 수 있는데요. 최근 인터넷 상에 노출된 개인정보의 권리 보호를 위해 인터넷 개인정보에 망각의 개념을 도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른바 ‘잊혀질 권리(Right to forgotten)’이라 불리는데요. 오늘은 미디어 시장과 개인정보 영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잊혀질 권리’에 대해 조명해 보겠습니다.

 

지난 5월 13일, 유럽연합(EU)의 최고 재판소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스페인 남성이 구글을 대상으로 한 소송을 받아들였습니다. 자신의 과거 경매 정보를 삭제해 달라는 것이었죠. 유럽사법재판소는 ‘개인은 구글(검색 엔진 기업)에 검색 결과의 삭제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라며, 판결을 마무리 지었는데요. 이는 공식적으로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인정한 첫 번째 사건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 판결을 계기로, 구글은 검색 엔진에 등록된 개인 정보를 수정 및 삭제할 수 있는 민원 창구를 마련했습니다.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이용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구글이 EU 데이터 보호 위원회에 보낸 서한에 따르면 지난 7월 18일 현재 잊혀질 권리로 삭제 요청된 링크 수는 32만 8,000건에 달한다고 합니다)


'잊혀질 권리'는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진행되고 있는 개념인데요. 아직 공식적으로 정해진 정의는 없지만 위의 사례를 바탕으로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

인터넷이 상용화되고 개인 정보가 쉽게 노출됨에 따라, 개인이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가 있는 자신과 관련된 특정 기록의 삭제나 정정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함.


이와 같은 논의가 시작된 배경에는 역시 인터넷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00년 이후, 급격히 늘어난 인터넷 사용자와 그로 인한 개인 정보의 활용과 확산은 수많은 문제를 일으켜 왔습니다.  

<인터넷 이용자 수의 급격한 증가 실태(출처: 한국인터넷진흥원)>


위의 그래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실제로 2003년 2,922만 명에 불과하던 인터넷 이용자 수는 약 10년 사이에 4,008만 명으로 2배 가량 증가하였습니다. 


  <개인 정보 민원 증가 추이와 유형별 현황(출처: 한국인터넷진흥원)>


이러한 인터넷 사용의 증가 추세와 함께 2004년부터 2013년 사이에 개인 정보 침해에 따른 민원은 약 10배 정도 증가했습니다. 유형별 현황을 살펴보면 '타인 정보 도용 및 훼손'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인터넷 사용 인구의 증가에 따른 개인 정 유출 및 2차 피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잊혀질 권리’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올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카드 3사의 개인 정보 유출 사건 등을 비롯하여, 공기업, 사기업의 대형 개인 정보 유출 사례 또한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금전적 혹은 명예 훼손 등의 실질적 피해까지 나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잊혀질 권리를 지지하는 하나의 축이 됩니다.

 

최근, '디지털 세탁업'이라는 사업 분야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데요. 개인 정보 악용의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잊혀질 권리까지 이슈화된 사회 현상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디지털 세탁이란,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자신이 알게 모르게 남겨 놓은 인터넷상의 개인 정보를 포함한 디지털 정보를 삭제해 주는 일'을 말하는 것으로, 듣는 사람에 따라 어감이 다를 것 같습니다. 사실, 디지털 세탁업은 잊혀질 권리가 이슈화되기 전에도 존재하던 산업 분야인데요. 개인 정보 도용 및 악용 사례가 급증함에 따라 디지털 세탁업에 대한 수요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디지털 세탁업의 대상 또한 취직, 사이버 폭력 피해, 디지털 장례식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디지털 장례식과 관련된 ‘디지털 유산’은 꽤 신선한 개념인데요. 이는 생의 마지막을 목전에 둔 사람들이 인터넷 상에 떠돌아다니는 디지털 정보를 없애고 싶어함에 따라 이용되는 서비스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디지털 유산을 지우고 싶어하는 이유는 어찌 보면 자명합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통해 대포폰을 개통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인터넷 상의 정보가 악용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개인정보가 공유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용납하기 힘든 일입니다. 따라서, 디지털 유산을 세탁하는 것은 자신의 정보가 도용되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잊혀질 권리의 입법화 대한 여론(출처: 한국인터넷진흥원)>


'잊혀질 권리'는 근래 새롭게 등장한 개념인 만큼 시민들의 관심 또한 매우 높은데요. 입법화에 대한 논쟁과 토의 또한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12년의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다수의 시민들이 잊혀질 권리에 대한 입법화와 논의의 필요성에 대해 '필요하다(찬성)'라고 응답했습니다. 유럽연합(EU)이 올해 가을, 개인의 ‘잊혀질 권리’에 대한 지침 마련에 나선다고 하는데요. 그러면 지금부터 '잊혀질 권리'와 '기억할 권리'로 나누어, 입법화에 대한 찬반양론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잊혀질 권리의 입법화 지지

잊혀질 권리를 공식적으로 처음 인정한 곳이 유럽사법재판소인 것에서 알 수 있듯 이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국가들은 유럽 지역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잊혀질 권리는 정보에 대한 ‘자기 통제권 확대’를 통해 개인의 권리를 강화하자는 데 그 핵심이 있습니다. 일명 '신상 털기'가 무분별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잊혀질 권리는 자기 정보 통제권을 보장해 줄 수 있다는 것이죠. 또한 사생활 침해 예방, 처벌 등 개인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최후의 카드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잊혀질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빅데이터 시대의 도래, 클라우딩 컴퓨팅, SNS 등의 기술입니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개인 정보 수집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과 함께 잊혀질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어쩌면 필수불가결한 흐름입니다.


2) 잊혀질 권리의 입법화 반대 ('기억할 권리' 주장)

잊혀질 권리의 입법화 찬성만큼 반대 입장 또한 강경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요약하면 '기억할 권리'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요. ‘기억할 권리’에 대한 주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기억할 권리’를 주장하는 근거는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에 명시하고 있는 개인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에 있습니다. 즉, 인터넷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정보는 개인의 표현과 알 권리를 보호하는 현대의 긍정적 산물이라는 입장인 것입니다. 


‘기억할 권리’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데이터의 사적 검열에 대한 반감을 표하기도 하는데요. 잊혀질 권리가 입법화될 경우 신종 정보 검열을 법적으로 보장하여 데이터의 빅브라더, 파놉티콘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는데요. 인터넷 상에서 개인정보가 잊혀진다는 범위가 모호하고, 기술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비용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기도 합니다.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은 웹 크롤러(Web Crawler)라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수집 방법으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웹 크롤러는 거의 모든 월드와이드웹 페이지 형태의 정보를 무한대로 공유하고 복제합니다. 기억할 권리를 주장하는 이들이 기술적으로 정보를 세탁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빅데이터 등 개인정보를 이용한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개인의 권리와 기업 부담의 균형을 고려한 각국의 가이드라인 제정은 시급해 보이는데요. 이처럼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쟁은 아직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 속에서 개인정보 침해를 막을 수 있는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먼저, 기술적으로 개인 정보의 무분별한 확산을 방지하여, 이를 보장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는데요. 정보를 게시하는 사람이 정보 유통 허락 기간을 정하는 ‘정보 만료일’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이외에 시멘틱 웹(semantic web)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러한 논쟁과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7월 1일부터 관련 법안을 시행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저작권법 개정안과 정보통신망법을 통해 인터넷에 노출된 개인 정보 및 저작물을 자신이 삭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얼마 전인 8월 4일에는 '잊혀질 권리'의 실질적인 법제화를 검토하기 위한 위원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개인 정보 활용 및 침해’ 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출발점이 되어, 개인의 권리를 침해 받지 않는 웹 환경을 기대해 봅니다. 






Posted by IT로 만드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갑니다 LG 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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