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Life

재난재해 대응과 에너지 대책, 생체모방(biomimicry)에게 길을 묻다!

2014. 7. 7. 10:26

 


인간은 언제부터 비바람, 추위 그리고 다른 동물로부터 몸을 피할 수 있는 동굴 같은 자연 지형에서 벗어나 주거할 수 있는 인공적인 시설을 만들었을까요? 또한 언제부터 개별적인 주거 시설들이 모여 있는 촌락이나 도시를 형성하였을까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정착촌은 1만 2천년 전 지은 건물의 흔적까지 발견된 예루살렘 근처의 ‘예리코(Jerico)’라고 합니다.    

<최초의 정착촌으로 알려진 예리코

(출처: http://arqueolugares.blogspot.kr/2011/01/jerico-tell-es-sultan-palestina.html)>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방문해 보고 싶어 하는 이집트, 시리아, 로마의 흥망성쇠와 함께 여러 도시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졌습니다.

 

전 세계 수없이 많은 도시 중, 최근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도시는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아부다비(Abu Dhabi) 사막에 세워진 마스다르(Masdar) 시가 아닐까 합니다. 

<아부다비(Abu Dhabi)의 마스다르 시(Masdar City)(출처: Vyonyx and Foster + Partners)>


마스다르 시는 외부의 교통수단은 도시 외곽의 주차장에 세워 두고, 소형 전기 자동차를 타고 도시 내부로 이동합니다. 또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전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쓸모가 없다고 여겨진 사막을 기회의 땅으로 만든 셈이죠. 특히 이곳은 자연환경에 순응한 전통 방식을 계승해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려고 한 건축적 시도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란 지방을 여행하다가 보면 다른 도시에는 없는 윈드타워(Wind Tower)를 볼 수 있는데요. 이는 마치 분무기 같이 흘러가는 바람이 집안의 더워진 공기를 바깥으로 내보내고, 외부 공기를 내부의 여러 개의 방으로까지 유입되게 하는 일종의 ‘천연 환기 및 냉방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닥에 수조를 설치한다면 물이 증발하면서 열까지 빼앗아 그 효과는 더 좋아질 것입니다.


     <페르시아 지방의 전통적 윈드타워>                 <마스다르 헤드쿼터(Masdar Headquarter)의 윈드타워

(출처: Adrian Smith + Gordon Gill)>

 

이 윈드타워의 개념이 마스다르 시의 헤드쿼터 건물에도 도입되었습니다. 또한 중동 지역의 기후 특성 중 하나인 큰 일교차를 이용해 건물의 공기를 신선하게 하거나 차갑게 하는 방식도 도입했는데요. 이 사례들을 살펴보면 인간이 직면한 많은 문제의 해답을 자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스다르 헤드쿼터(Masdar Headquarter) 윈드타워의 개념 (출처: Adrian Smith + Gordon Gill)>

 

앞서 자연환경에 순응한 건축적 시도로 주목 받은 마스다르 시를 살펴보았는데요. 그렇다면 현재 다른 도시들은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현대의 도시는 과거에 비해 수직적으로나 수평적으로 밀도가 높아졌습니다. 따라서 재난재해가 발생할 경우, 인간의 안전에 가해지는 위협은 훨씬 커졌다고 볼 수 있죠. 점점 더 복잡해져 가는 건물 안에서 인간은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야생 동물처럼 청각이나 후각이 발달했다면 괜찮겠지만,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자연과 너무나 동떨어지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CCTV나 여러 가지 센서를 달아서 위급 상황이나 피난 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 ‘중앙집중식 재난대응 시스템’을 구축했는데요. 과연 이러한 시스템이 위급한 상황에서 효율적인 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그 성능의 한계점은 분명 존재할 테니까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Enemy Of The State, 1998)를 비롯한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매우 복잡한 거리에서도 사람을 쉽게 찾는 상황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하지만, 2014년 3월 실종된 말레이시아 항공기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국내 주상복합 건물의 일반적인 중앙 방재실> <화재발생 40초 만에 연기로 가득찬 실내 (출처: 부산일보)>


또 하나는 중앙집중식 재난재해 대응 시스템에서도 여전히 주요 판단과 의사결정은 사람의 몫이라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국내 주상복합 건물 중앙 방재실 내의 CCTV 모니터링 화면은 위 사진과 같이 매우 복잡하죠. 많지 않은 수의 방재실 인력들은 위급 상황 시, 화면을 검토하면서 각종 장치를 조작해야 합니다. 또한 외부에 사실을 보고하고, 재실자들의 안내까지 해야 합니다. 아무리 시스템이 좋다고 하더라도 중앙 방재실 안에서 현장의 상황까지 속속들이 알기는 힘들죠. 분명 모니터링이 되지 않는 사각지대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화재가 발생할 경우, 현장 상황 모니터링은 더욱 힘들어질 텐데요. 국내 노래 연습장에서 종업원이 화재 시작을 확인한 지 불과 40초 만에 내부 전체가 완전히 암흑처럼 변한 CCTV 화면이 공개된 적이 있습니다. 재실자가 화재 상황을 급히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몇 십 초만 지나도 외부 도움 없이는 출구를 찾기 어렵고, 결국 질식 피해를 당하게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연 상태의 동물들은 산불이나 들판의 화재에 어떻게 대응할까요? 각각의 개체들은 예민한 감각 혹은 주변 개체와의 네트워크로 상황을 빨리 알아차리고, 피하는 방향을 일정 부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복잡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재난재해의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자연으로 눈을 돌려야 할 것 같습니다.

 


생체모방 분야와 건축도시 적용분야

(출처: 한양대학교 건축공학부 BK21 글로벌 사업단 지원 발표자료)


만약 불에 잘 견디고 연기를 흡수하는 생물체가 있다면 이것의 원리나 기능을 모방하여 건축 재료를 만들어 건물에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요? 화재 피해를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동일한 경로로 다수의 개체가 이동하는 개미의 네트워크를 연구한다면, 지하철이나 다중 이용 시설의 재실자들이 안전한 피난 경로를 공유하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의 안전을 중앙집중식 재난대응 시스템이나 제어 장치에만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상황이 발생하는 현장에서 골든 타임 이내에 최초 대응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자연계는 특정 개체군 내에서 필요한 것을 생산하고, 삶을 공유하면서 폐기물까지도 그 안에서 처리하는 ‘클로즈드 시스템(closed system)’에 의해 유지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이런 자연에게, 우리가 처한 문제 해결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자연의 원리, 형태, 기능, 연계 등을 모방해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생체모방(biomimicry)’입니다. 


상어의 피부를 모방해 자외선과 화학 약품에 떼지능 원리를 모방한 에너지 절약 방안/강하게 만든 인공 외피(출처: taboodata.com)>                               (출처: REGEN Energy)>           


건축도시 분야에서는 소재, 설계 및 평가, 생산 방식, 네트워크 등의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데요. 이미 자외선과 화학 약품에 아주 강한 상어의 피부 구조를 모방해 인공 외피를 만들고 있습니다. 같은 원리라면 지금보다 훨씬 불에 강한 페인트도 곧 만들어질 날이 오겠죠. 


글의 앞부분에서 잠시 언급했던 에너지 절약 방안으로 다시 눈을 돌려보겠습니다. 군집 생활을 하는 벌이나 개미 같은 생물체의 떼지능(swarm intelligence)을 모방하여, 기존의 중앙집중식 제어방식이 아닌 전등이나 에어컨 그리고 각종 공기 순환 장치들을 연결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안이 이미 실용화되어 있습니다. 


2014년은 우리가 그리고 인간이 얼마나 무기력한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해인 것 같습니다. 또한 자연과 동떨어져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모든 것을 발전해 온, 인간의 자만한 태도를 성찰해 볼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지속 가능하고 안전한 생활이 가능한 방법을 자연에게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자연은 46억년의 지구 역사 중, 36만년 동안 생명체가 최적화된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l 글 김주형 교수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에서 학사를 마쳤으며,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영국 레딩대학교(Univ. of Reading)에서 클라이언트 전략브리핑(Client Strategic Briefing)으로 건설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한양대학교 건축공학부에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분야는 ICT를 접목한 건축 및 도시, 클라이언트 관점의 건설사업관리 및 지원도구 개발, 학문분야간의 융복합 등이다. 가상건설시스템 개발 도심재생을 지원하는 메가프로젝트건설관리 시스템 개발 등 다수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Posted by IT로 만드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갑니다 LG CNS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14.10.07 0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