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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 속 '마법의 펜'

2014. 4. 24. 10:16

 


영화로도 큰 인기를 끈 소설 ‘해리포터’는 제가 참 좋아하는 책 중 하나입니다. 한창 소설이 출간되던 시기에는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길 손꼽아 기다리는 팬들도 참 많았고, 저도 그 중 한 명이었죠. 이제는 책을 읽은 지도 오래되어 희미해진 부분도 있지만, 기억 속에 여전히 남아있는 것은 영화 속에 등장한 몇 가지 주요한 아이템들입니다. 그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은 호그와트의 신문기자가 해리포터를 인터뷰할 때 등장한 ‘마법의 펜’입니다. 이 펜은 스스로 사건을 바라보고 기사를 작성하죠. 유독 이 아이템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현재 등장하는 지능형 소프트웨어들이 상상 속 마법의 펜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 때문입니다.


오늘은 디지털 세상 속 ‘마법의 펜’이 가진 한계점과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해리포터 속 마법의 펜을 보면서 '말하는 대로 잘 받아쓰기라도 하는 그런 도구가 하나쯤 있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물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글을 쓰고 싶은 생각보다는, 자기 생각이나 사실을 좀 더 정확하고 빠르게 미리 입력해 놓고 글쓰기에 참고했으면 하는 바람일 것입니다. 최근 빠르게 발달하는 디지털 기술은 어찌 보면 소박하다고도 할 수 있는 제 기대 그 이상을 열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인 벤처스퀘어(www.venturesquare.net) 에서 ‘기사를 대신 작성하는 소프트웨어 로봇의 등장’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 제품은 내러티브 사이언스라는 회사가 개발한 퀼(Quill)이라는 소프트웨어 로봇인데요. 놀라운 것은 경제잡지인 포브스(www.forbes.com/) 온라인판에서 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작성한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퀼로 작성된 기사는 기존 매체 종사자들이 판단했을 때도 기사의 완성도가 뛰어나 하나의 기사로 인정할 만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관련 기사: 소프트웨어 로봇이 기자를 대체한다 http://www.venturesquare.net/531637)


<퀼을 통해 포브스에 작성된 기사>

 

 내러티브 사이언스틑 퀼을 인공지능 플랫폼(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즉 인간의 지능적인 행동을 모방해서 글을 작성하는 플랫폼이라는 의미이죠. 이처럼 퀼은 수집한 데이터의 구조를 분석하고, 이를 추출하여 조직화하는 등 단순히 기사를 작성하기 위한 자료 수집 이상의 기능을 수행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기사 혹은 보고서 형태의 글을 작성하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칩니다.

<퀼의 글 작성 프로세스 (출처 : http://narrativescience.com>


이러한 프로세스의 차이는 기존의 데이터 분석과 확연히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단순히 이야기를 꾸며내거나 데이터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가진 의미를 파악해 전달하는 것입니다. 넘쳐나는 데이터를 추려서 도표나 그래프를 정리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는 지능형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죠. 특히 포브스에 제공하는 기사들은 퀼이 시스템과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체계화된 언어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은 지속적으로 인간의 역할을 대체해 왔고, 그 일면에는 우리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 속에서 내 역할이 위협받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로봇 기자의 등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퀼이 등장하면서 더 이상 기자라는 직업이 불필요하게 되는 것은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고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로봇이 완전히 인간을 대체한다는 것은 과장된 불안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능적으로 기사를 작성한다는 결과만을 보면 아주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 않을까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 뉴스를 생산할 때 관련된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들에게는 새로운 경쟁자 또는 놀라운 보완재로 볼 여지가 충분하니 말이죠. 


또 다른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동 글쓰기가 일상으로 들어오는 것이죠. 퀼은 기자라는 직업의 위기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정리하는 방식을 바꾸는 새로운 도전일 수 있습니다. 우리 일상을 기사를 쓰듯 자동으로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냥 데이터로 보면 이해가 되는 않는 것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형식으로 정리해서 보여준다면 어떨까요? 이미 개인들의 일상 많은 부분이 데이터로 변환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마법의 펜과도 같은 지능형 로봇의 도입은 불가피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소니가 CES에서 공개한 라이프로그>


웨어러블 시대가 도래하면서 수많은 장치와 센서들이 이미 우리 일상을 낱낱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LG에서 출시한 스마트폰에는 사진이나 통화 기록을 모아 두는 기능이 이미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해 초 소니는 CES에서 ”사용자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초소형 장치인 코어(Core)”와 스마트폰으로 개인의 모든 행동을 실시간으로 정리하는 “라이프로그”를 공개했습니다. 저는 지난 MWC에서 소니의 코어와 라이프로그를 직접 봤는데요. 코어는 개인의 수면시간까지 포함한 모든 일상의 순간을 기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올해 상용화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일상을 데이터화하는 기술이 이미 우리의 현실임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코어(Core)가 탑재된 스마트밴드>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러한 장치들이 데이터를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데이터 기록 장치들은 정보를 보기 좋게 꾸며 놓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물론 라이프로그라는 측면에서는 이것이 틀린 방식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정리된 데이터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찾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퀼과 같은 지능형 소프트웨어를 만나게 된다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겠지요. 단순히 데이터를 정리해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하여 새로운 정보를 생산해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오늘 하루 내가 움직인 거리와 인터넷 이용량, 수면 시간 등을 계산하여 보여주는 정도가 아니라 내가 통화한 사람이 누구이고, 어떤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이 내 일상에 미친 영향이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내가 보내는 일상을 통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한다는 지 운동도 하지 않는 게으름뱅이라고 놀릴지도 모르죠. 


이러한 상상은 지능형 소프트웨어의 미래를 판단하는 적절한 기준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데이터를 바라보는 방식은 새로운 기술을 만나면서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할 것입니다. 그리고 디지털 세상 속 마법의 펜은 그 변화와 연결된 단초가 될 것입니다.


l 글 최필식 (www.chitsol.com, 필명 '칫솔')



Posted by IT로 만드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갑니다 LG 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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