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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완생을 향해 새 길을 떠나다. - 윤태호 작가 인터뷰 -

2014.04.01 10:52

 



2012년 1월. 한 포털사이트에 윤태호 작가의 <미생>의 프롤로그가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은 우선 ‘믿고 본다’고 했습니다. 전작인 <이끼>나 <YAHOO>의 내러티브와 연출에 열광했던 사람들은 기대를 숨길 수 없었던 것이죠. 첫 화가 선보인 후에는 갑론을박의 난상토론이 펼쳐졌습니다. ‘바둑’이라는 불편한 소재, 거기에 ‘회사’라는 이렇다 할 것 없는 공간의 조합은 독자들을 난감하게 만들었던 것이죠. <미생>의 시작은 그러했습니다. 

 

연재 후 1년 반이 지난 2013년 7월. <미생>은 누적 조회 10억 뷰, 단행본 50만 부 판매라는 진기록을 세우며 ‘직장인들의 바이블’, ‘국민 웹툰’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전작들과 다르게 독자들과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졌던 작품이죠. <이끼>의 경우 독자들의 반응을 살피는 건 제가 깔아 둔 복선 등이 잘 흡수되었는지 체크해보는 한 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이었는데, <미생>의 댓글에서는 ‘2차 취재’가 이루어졌어요. 지인 중 남자친구가 상사(商社)에 다니는 분이 계셔서 이분을 통해 1차 취재를 했는데, 제가 상황을 설정하고 ‘이런 상황에서 팀장은 어떤 판단을 합니까? 임원이 이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요? 조직은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거죠?’ 등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1차 취재였어요."



그리고 신입사원, 대리, 과장, 부장의 직급을 가진 독자들이 제 각각의 자리에서 ‘그 순간 느꼈던 희로애락’을 펼쳐놓는 댓글의 현장. 그곳에서 2차 취재가 이루어졌습니다.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는 과장이 높은지 부장이 높은지도 몰랐어요. 어떤 이들에게는 당연한 일상이지만 회사라는 공간은 제게 놓인 미지의 세계였죠. 그래서 지인의 데이트를 방해해 가며 상당 시간 취재에 공을 쏟았지요.”


사장님 프리젠테이션에 앞서 임원들 앞에 놓인 필기구들을 정렬하는 마음가짐부터 사장님과 계약직 사원이 하나의 공동체로서 감정을 공유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미생은 그래서 직장인들을 뜨겁게 만들었고, 오늘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는지 반성하게 했죠. 그래서 마지막화에서 옥상을 내려다 보며 자조적으로 뇌까리는 ‘김대리’의 내레이션은 뼈아팠습니다. 


"일 하나 하면서 무슨 일 씩이나 하는 사람이 되려고 했을까... 그런데 왜 외롭냐..."


<미생>은 수많은 직장인들이 끝내 짠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습니다. 교훈을 주겠다는 것도 아니었고, 열정을 강요하지도 않았지만 <미생>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일은 당신을 충만하게 만듭니까?"


 

 

세계 바둑 역사를 바꿨다고 일컬어지는 제1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 조훈현 9단과 중국 녜웨이핑 9단이 맞붙은 그 최종국의 145수를 따라가며 독자들은 <미생>이 우선 145수에서 마무리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예정된 이별이었지만 작가가 남기고 간 질문을 앞두고 독자들은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계약직 사원이 정규직 사원이 되는 것만이 행복이 아니라고, 누군가는 회사에 ‘남는 것’이 의미 있고, 누군가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 보람차며, 누군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열정과 근면을 발견해 가는 과정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라고 <미생>이 남긴 이야기를 독자들이 ‘정주행’하며 곱씹기를 1년 반. 이제 <미생>은 올 여름 두 번째 시즌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간 꽤 바빴어요. 영화 <설국열차>의 프리퀄(Prequel) 작업을 하고 또 다른 웹툰 <인천상륙작전>을 연재하고 있어요. 12월부터 1월까지는 남극 세종기지에 머물며 작품을 구 상했고요. 연구 말고는 할 것이 없어 보이는 극단의 환경과 폐쇄된 사회 안에서의 일상,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 등에 대해 탐구하고, 작품에 담아보고자 해요.


 


이번 남극행은 정지우 감독, 천운영 작가도 함께했습니다. 사실 그들과의 동행은 이번이 첫 번째가 아니었는데요. 그가 정제된 어휘와 단정한 문장을 사용하게 된 근원에는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정지우 감독, 천운영 작가와 알래스카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어요. 소위 말하는 ‘업계 사람들’이 아닌, 영상과 문장으로 말하는 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어휘가 바뀌었어요. 내가 어떤 단어를 썼을 때 상대에게 얼마나 다르게 다가갈 수 있는지를 알았죠. 공정하고 정확한 어휘를 사용하고 구조화된 문장을 쓰기 위해 긴장하게 되더군요. 그냥 내뱉는 말이 아닌, 의미를 담은 말을 하게 된 계기였지요.”


그래서 윤태호 작가는 ‘만화가’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가벼움’과 ‘유쾌함’이라는 편견을 단번에 뛰어넘는 것일까요? 그가 쓰는 단어들은 무겁고, 진중합니다. 말이 느리지는 않지만 문장이 완벽하고, 공손하지만 억지스러운 웃음을 끌어내려고도 하지 않죠.


가볍게 표현하자면 ‘대박’을 터트렸고, 다르게 말하자면 그에게 주어진 짐은 더 무거워졌습니다. 시즌 1의 주인공들이 그들의 인생 제2막을 열며 스토리도 새롭게 펼칠 것인데요.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야 없지만 큰 부담으로 작품을 맞이할 생각도 없으며, 또래의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고 좋아하며 만들어 나간다면 또 그들이 찾아와 봐줄 것이라는 확신이 그에게는 이미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호기심이 닿는 곳에 있는 이야기들을 집요하고 또 집요하게 그려내려고 합니다. 막장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출생의 비밀이나 악랄한 의붓 남매가 주인공을 괴롭히는 게 ‘갈등’이 아니라는 것을 이 작가는 알고 있는 것이죠. 

  

“언제나 그게 그거인 것 같았던 직장생활을 그린 만화가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안에 있는 갈등의 본질을 긁어냈기 때문일 거예요. 이루고 싶은 게 있는데 안 되고, 좋아하는 일보다는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데서 갈등과 긴장이 발생해요. 그 속에 우리만의 스토리가 탄생하는 거죠.”


그의 작업은 스스로도 ‘즐길 수는 없다’고 하리만치 혹독합니다. 인터뷰용 말이나마 ‘독자들의 반응을 볼 때 기쁘고 보상받는다’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바닥까지 몰아붙이고 거기에서 탄생하는 결과물에 대해서는 후회도, 두려움도 가지지 않습니다. LG CNS 블로그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그렇습니다.


"큰 과정에서 본다면 실패라는 것은 없어요. 과정이 있을 뿐이죠.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가세가 크게 기울었고 대학에도 진학하지 못했어요. 어릴 때부터 피부가 안 좋아 어깨를 웅크리고 다녀 어깨가 굽을 지경이었고, 프로 작가로 데뷔한 후에도 연재를 따내지 못하는 등의 시련은 있었어요. ‘제 팔자가 궁금해서’ 손금이나 사주를 공부해보기까지 할 정도였죠. 그 좌절과 영락의 기억들이 제게 남긴 게 있다면 ‘때로 실패는 후련하다’는 거예요. 실패했다면 결론은 매우 경쾌하죠. “아, 이건 하면 안 되는 거구나!” 그런데 실패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그 실패를 피하기 위해 수많은 경우의 수를 두게 되고, 생각과 행동의 폭이 좁아지죠.”



그래서 윤태호 작가는 오늘도 잠을 아껴가며 작품에 열정을 쏟아 넣고 있습니다.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가 남지 않도록. 미처 전하지 못한 메시지를 남겨두고 <미생>이 ‘미완’이 되지 않도록 말이죠.  


글ㅣLG CNS 홍보부문


Posted by IT로 만드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갑니다 LG 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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