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Life

고달팠던 시스템 SM, 세상을 구원할 ‘네오’가 되다!

2014. 2. 20. 10:51

 


IT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익숙한 프로그램 화면이 또 다른 누군가에는 놀랍도록 새로운 신세계로 보인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시도 때도 없이 걸려 오는 ‘야간 콜’에 시달리던 어느 밤, 저는 순식간에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한동안 시스템 SM(System Management)을 하면서 ‘야간 콜’을 받았습니다. 밤에 프로그램이 작동되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담당 SM에게 연락하여 조치를 취하는데요. 바로 그 목적으로 걸려온 통화였습니다. 아마 왕년에 전산직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쳐 간 단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야간 콜이 오는 시간은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인데요. 보통 한 주에 2~3번, 빈번할 경우에는 하룻밤 사이에도 2~3번 정도의 연락이 오기 때문에 잠을 자는 도중에 연락 받기 일쑤라 힘든 점이 있었습니다. 


총각 시절에는 이 생활이 몸에 익어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받아들였었죠. 하지만 결혼하고 난 후 밤마다 걸려 오는 전화에 부스스 일어나 컴퓨터 앞에서 뭔가를 하는 저를 아내는 이해할 수 없었나 봅니다. 제 아내는 한번 자면 잘 안 깨는 성격이라 ‘야간 콜’을 받고 제가 밤에 일하는 모습을 볼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요. 그 날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제가 작업을 하는 도중에 스-윽 들어와서 제 모습을 한참 바라보더군요. 그러더니 이렇게 말합니다. “우와 완전 매트릭스네. 오빠 진짜 멋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작업이라는 게 터미널을 몇 개 열어 놓고 한편에서는 서버에서 실시간으로 떨어지는 로그를 보면서, 동시에 다른 프로그램을 열어 수정하는 작업이었거든요. 공교롭게도 제가 사용하는 터미널의 설정이 영화 매트릭스의 그것과 색깔이며 모양이 비슷했던 거죠. 


어쨌거나 그 순간 저는 시도 때도 없는 호출에 문제를 조치해야 하는 고달픈 처지에서 ‘빨간약이냐 파란약이냐’하는 영화 속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로 격이 수직으로 상승해버렸죠. 그때 저의 반응은 보통의 남편이 아내에게 인정받은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 별거 아냐, 누구나 이런 거 다 해”라며 쓸데없는 거드름을 피우고, “커피 한 잔 부탁해”라고 말하는 거죠. 이럴 때 아니면 꿈도 못 꿀 심부름까지 시키며 높아진 위상을 만끽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말 나온 김에 <매트릭스>를 다시 한 번 살펴볼까요? 1편을 본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요. <매트릭스>는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이 들어간 종합 엔터테인먼트 패키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화 1편과 2편 그리고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거친 후 3편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는데요. 사실 그냥 영화만 쭉 연결해서 보더라도 내용을 파악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죠. 


1, 2, 3편이 각각 재미를 주는 포인트를 달리해서 다양한 사람들의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않았나 싶은데요. 1편에서는 호접몽과 같은 동양 철학의 심오함과 죽은 뒤에 부활하여 세상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서양 종교철학의 심오함을 짬뽕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네오가 죽었다가 살아나서 뜬금없었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예수의 부활과 연인으로 나오는 트리니티(삼위일체)를 보면 네오는 반드시 죽었다가 살아났어야 했던 것이죠. 2편에서는 오토바이 역주행 장면을 통해 호쾌한 액션을 보여 주면서, 본격적으로 오라클과 아키텍터의 등장을 통해 매트릭스의 세계관을 보여줍니다. 오라클과 아키텍터라는 용어가 등장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시스템 엔지니어들은 왠지 이 영화에 대해 아는 체를 하거나 분석을 해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이 사로잡히기도 했죠. 3편에서는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나오는 센티널과 그 센티널들에 대항하는 인류 최후의 전쟁을 통해서 정말로 웅장하고 비장미 넘치는 장면을 선사했습니다. 그러면서 주위 사람들의 소소한 드라마와 마지막에 등장하는 소녀 오라클을 통해서 신세계에 대한 희망을 그렸습니다.  

 

 

이렇게 잘 만든 <매트릭스>에서도 왠지 이상하거나 안 어울리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특히 키아누 리브스의 격투 장면이 그러하죠. 워쇼스키 형제가 심취한 동양 철학 때문인지 몰라도 격투 연습 장면의 배경을 일본 다다미방 같은 곳으로 설정했기 때문입니다. 이소룡, 성룡, 이연걸, 견자단 같은 정통 중국 쿵후영화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의 시각에서는 덩치 큰 서양인들이 하는 쿵후는 마치 스파게티에 짜장 소스를 버무린 것 같은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죠.

 

그래픽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SF에서 찾는 것은 더 이상 화려한 액션과 거창한 미래의 모습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사람 중심의 드라마인 것이죠. 어떻게 보면 참 아이러니하지요. <블레이드 러너>나 <터미네이터2>에서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안드로이드가 등장하는데요. 이것은 현실이 SF 영화 같은 세상에서 인간성을 그리워하기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LG CNS가 하는 일도 0과 1로 이루어진 듯하지만 결국 사람 중심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와 목표는 이런 것 아닐까요? “테크놀로지는 방법일 뿐, 결국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 말이죠.


ㅣ글 신상민 과장 LG CNS E&C 사업부



Posted by IT로 만드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갑니다 LG 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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