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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통하는 말, 말, 말] 바람 불어올 때, 조심 또 조심

2012. 10. 11. 10:15


1994년 이후 최고의 더위였다는 2012년의 여름이 지나갔습니다.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니 언제 더웠냐는 듯 서늘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 일 년의 결실을 수확해야 할 때가 다가옵니다. 곧 올 한해 이룬 업적에 대해 회사로부터 객관적인 평가를 받게 될 텐데, 여러분은 좋은 평가를 받을 준비가 되었는지요?

 

 

 

이런 생각 해보셨나요? 연말의 평가는 갑자기 누가 나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는 것 말이죠. 그 평가는 한 해 동안 열심히 축적해 놓은 마일리지의 합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그 마일리지입니다. 연말 평가가 마일리지처럼 축적만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마일리지는 쌓을 수도 잃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열심히 마일리지를 쌓아두다, 한 두 번의 실수로 마일리지를 날리게 된다면 허탈할 겁니다. 그 이유가 말 한 마디 잘못해서라면 더욱 화가 나겠죠. 마일리지를 날려버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조심어’를 잘 사용해야 합니다.

‘홍상수’ 감독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 등을 만든 영화 감독입니다. 홍감독의 작품 가운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구경남(김태우)’이 자신의 학교 선배를 우연히 만났는데, 그 선배의 아내가 대학 때 자신이 연모했던 첫사랑 ‘고순(고현정)’이었던 겁니다. 아직도 미모를 갖춘 그녀와 상대적으로 추레한 선배의 모습이 비교되자, 이를 지켜보던 구경남은 옛사랑 ‘고순’의 처지를 자기 마음대로 판단합니다. ‘고순은 불행하다. 그러니 내가 구원해줘야 하겠다’고 말이죠. 그는 용기를 내서 은밀히 그녀에게 남편을 버리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살지 말아요. 나중에 외로워요.” 이를 듣던 고순, 어이없어 하며 되받아 치죠. “제가 불행해 보여요?”라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던지는 한 마디, “딱 아는 만큼만 말하세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회사라는 조직에서 누군가의 ‘사생활’에 대해 말하는 것은  ‘범죄’입니다. ‘딱 아는 만큼만’ 말해야 합니다. ‘딱 아는 만큼’이란 말도 어쩌면 지나치게 관대한 표현이 아닐까요? 아는 것에 더해서, 상대방에 대한 섬세한 관찰이 이루어진 이후라야 말할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에 대해 말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추측의 언어’가 아닙니다. 배려가 포함된 ‘사실의 언어’입니다. 저는 이렇게 배려의 언어로 말하는 것을 ‘조심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조심’이란 ‘잘못이나 실수가 없도록 마음을 써서 말함’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조심어’란 ‘회사에서 구성원의 사생활 등에 대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모든 사항을 섣불리 말하지 않도록 조심하여 말함’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조심어가 무엇인지 살펴볼까요?

우선 제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회사생활 초창기 때의 일이네요. 좋아하는 선배가 있었습니다. 사람 좋고 성실하고 팀도 재미있게 잘 이끄는 분이셨습니다. 실적도 좋았음은 물론이죠. ‘임원 승진 1순위’였던 그 분은 결혼도 일찍 했는데 아이가 없었던 게 의문이었습니다. 어느 날, 저는 가벼운 술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팀장님, 아기 만드셔야죠. 너무 형수님하고의 생활을 즐기는 거 아니세요?”

저는 그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얼굴이 굳어진 그 팀장님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술자리에서 정색해서 미안한데, 어차피 앞으로도 이런 말은 조심해야 하는 거라서 충고할게. 아기를 갖지 못해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예상 외로 많아. 물론 너는 지나가는 말로 하는 말이겠지만 듣는 사람은 그렇지 않거든. 불편하고 힘들어. 너무 쉽게 다른 사람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그 자리 저의 당황스러움과 죄송스러움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 가능하신가요?

다른 사례를 들어볼게요. 같은 부서의 박 대리가 집을 장만했습니다. 집들이를 하더군요. 대여섯 명이 몰려갔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이런 저런 얘기꽃을 피우던 그때 박 대리의 선배인 김 과장이 이렇게 큰 소리로 말합니다. “제수씨, 그나저나 박 대리 회사에서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 거 알아요?” 박 대리가 “김 과장님, 왜 그러셔. 취하셨어요?”라고 대충 얼버무립니다. 하지만 술이 조금 들어간 김 과장은 계속 말합니다. “왜 그래. 며칠 전에 총무팀 선영 씨와 단둘이 맥주 마시는 거 본 사람 있다고 들었는데? 엄청 다정해 보였다고 하던데?” 순간, 분위기가 어색해집니다. 주방에서 음식을 내오던 박 대리의 아내는 사람 좋은 웃음으로 “그래요? 우리 남편 인기 좋네요”라고 말을 했지만 우리는 왠지 불편합니다. 나중에 우리가 집을 나서고 나서 잠 자리에 들려던 박 대리, 와이프의 발길질에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고 합니다. 어떤가요? 그저 우습기만 한가요? 누군가의 사생활을 함부로 말해서는 곤란합니다. ‘조심어’는 누군가의 사생활에 상처를 내며 말하는 ‘짓’을 용서받지 못할 커뮤니케이션으로 기억합니다.

 

마지막으로 누군가의 사생활에 대해서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늦게 말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권하고자 합니다. 혁신과 스피드가 현대 기업의 화두이며 특히 스피드 경영은 ‘패스트 무버(Fast Mover)’의 시대에 기업의 중요한 가치가 되었죠. 업무에서 스피드는 당연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누군가의 사생활에 대해 말할 때만큼은 그렇지 않음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스피드를 내세우다 오해를 살지도 모르니까요.

‘조심어’는 ‘슬로우(Slow)’를 전제로 함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발표도 나지 않은 승진에 대해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는 것, 조심스럽게 진행 중인 누군가의 결혼문제에 대해 동네방네 다니며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를 떠드는 것, 예를 들면 결혼 문제, 아이 문제, 건강 문제 등 누군가의 아픔인 것들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가장 늦게 말하십시오. 그래야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조심어’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리더라면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리더는 구성원의 사생활에 대해 아무래도 조금 더 알기 때문이지요. 학력과 경력은 물론 상벌까지. 문제는 그런 것들을 마치 자신이 누군가에 말할 수 있는 권리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부하 직원에게 말하는 것은 조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같은 리더끼리는 말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력, 가족관계 등에 있어 취약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어쩌면 리더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 지 누군가에게 알려야 할 사항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 친구, 알고 보니 징계를 받았던데”, “매번 선만 보러 다니는 것 같아”, “건강에 문제가 많더군”, “별거 중이래. 집안일이나 단속하고 회사에 다닐 것이지”, “대학을 나오지 않았나봐”, “이혼한 걸로 알고 있어”, “노처녀야. 시집 안 가려고 작정을 했나봐” 등등. 어떠신가요? 이런 말 별 생각 없이 하지 않으셨는지요.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혀 밑에 도끼 들었다”,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 말에 대한 속담은 거의 대부분이 부정적인 내용입니다. 말을 하라고 권장하는 격언보다는 조심하라고 주의하고 있죠. 그만큼 말의 영향력이 큰 것임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더군다나 공식적인 조직인 회사에서의 말이라면 누군가의 사생활에 대해서만큼은 정말 ‘조심어’로 말해야 합니다. 그렇게 입이 무거운 리더에게 부하직원은 그 이상의 믿음을 보내주기 마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 해를 정리하는 시기, 효율적인 업무성과도 중요하지만 남을 배려하는 한 해를 기억할 수 있는 것 또한 유익한 성과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글 ㅣ김범준 ㅣLG 커뮤니케이션연구회 운영자
현재 LG 유플러스에서 법인영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LG그룹의 커뮤니티인 LG커뮤니케이션연구회를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기업고객들을 상대하면서 기업들의 조직언어에 주목하게 됐고, 이를 연구하고 조사해 ‘회사어’로 정리했다. 네이버 블로그 ‘회사원 김선빵씨의 한국형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회사어로 말하라』가 있다.



 

Posted by IT로 만드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갑니다 LG 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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