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역사는 유구합니다. 세계 최초의 전기차는 1832년 로버트 앤더슨이 만들었는데요. 1900년대에 접어들기까지 전기차의 비중은 전체 차량 중 3분의 1에 달했습니다.
1890년대 영국과 미국에선 전기차 택시업체들이 성행하기도 했습니다. 100년 전 인류가 전기차에 열광을 한 이유는 간편한 조작 때문이었는데요. 당시에는 휘발유차의 엔진 점화장치인 이그니션(ignition)이 개발되기 전이었습니다. 휘발유 차는 시동을 거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전기차는 작동이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었죠.
하지만 유정의 개발과 휘발유 차의 고도화에 힘입어 1930년대 이후 전기차는 멸종됐는데요.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현대적 의미의 전기차는 1997년 도요타가 선보인 풀 하이브리드 승용차 프리우스(PRIUS) 이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8월 미국의 대표적인 클래식 럭셔리 카 오토쇼로 꼽히는 페블비치 콩쿠르 드 엘레강스(Pebble Beach Concours d'Elegance)가 열렸습니다. 콩쿠르 드 엘레강스는 17세기 프랑스에서 유래한 행사인데요. 귀족들이 말과 마차를 앞세워 행진하는 이벤트로, 어떤 말이 더 우아한지 어떤 마차가 더 성능이 좋은지 뽐내는 행진이었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랜 콩쿠르 드 엘레강스는 이탈리아 코모호수에서 열리고 있죠. 미국에서는 1950년 처음 열린 페블비치 콩쿠르 드 엘레강스가 가장 유명합니다. 이렇게 클래식한 장소에서 펼쳐진 오토쇼는 단순히 클래식 카만을 뽐내는 경연장이 아닙니다.
슈퍼카 메이커부터 럭셔리카 브랜드들이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뒤에 선보일 전기차들을 앞다퉈 전시합니다. 오늘날 미국에서 선보이고 있는 자동차 100대 중 단 4대만이 전기차인데요. 하지만 10년 뒤에는 10대 중 3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페블비치 콩쿠르 드 엘레강스에서 미국의 프리미엄 자동차 제조사 링컨은 달리는 '리빙룸'이라고 불리는 L100을 처음 선보였습니다. L100은 포드가 링컨을 인수한 직후 1922년 첫 선을 보인 모델L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인데요.
L100은 바닥이 디스플레이로 구성돼 있어, 분위기에 따라 배경이 바뀝니다. 1열 시트를 움직여 2열 시트를 마주 보게도 할 수 있죠. L100은 완전 자율주행을 가정해 디자인한 것이 특징으로 핸들이 따로 없습니다. 문은 마치 무당벌레가 날개를 펴듯이 열리는 것으로 열리죠.
물론 L100이 당장 출시되는 것은 아닙니다. 링컨은 2026년까지 4종의 완전 전기차인 BEV(Battery Electric Vehicle)를 내놓을 예정인데요. L100과 같은 제품은 향후 10년 뒤나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GENESIS)는 엑스 스피디움 쿠페라는 콘셉트카를 선보였습니다. 해당 제품은 올해 4월 외관이 처음 공개됐는데요. 이후 약 4개월 만에 실내 인테리어를 공개한 것입니다.
엑스 스피디움 쿠페는 한국 전통 가옥처럼 여백이 많은 미니멀리즘을 추구했습니다. 운전석과 동승석을 디스플레이로 명확하게 구분했죠. 또,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센터페시아(Center fascia)를 운전자 쪽으로 기울였습니다. 센터페시아에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다양한 기능을 작동시킬 수 있도록 했는데요. 특히 스피커는 고음을 담당하는 트위터, 미드레인지 스피커, 우퍼, 서브우퍼 등을 전략적으로 배치했습니다.
링컨의 맞수인 제너럴모터스의 캐딜락은 셀레스틱(CELESTIQ)을 내놓았습니다. 셀레스틱은 초호화 세단으로 완전 전기차를 지향하는데요. 특히 주목되는 점은 수작업으로 생산을 한다는 점입니다. 옛 장인이 마차를 만들듯 캐딜락의 엔지니어들은 셀레스틱을 손수 만든다고 하는데요. 2025년 정도에 장인정신으로 만들어진 제너럴모터스의 차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셀레스틱의 가격이 20만~30만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셀레스틱은 각 탑승자 앞에 디스플레이가 설치되는 것이 특징인데요. 운전자 대시보드에는 55인치 스크린이 설치되고, 동승자 좌석에는 각각 디지털 블라인드 4개가 달릴 전망입니다.
혼다의 럭셔리 브랜드인 아큐라(ACURA)는 마침내 프리시전 EV 콘셉트(Precision EV Concept)라는 이름의 콘셉트카를 선보였습니다. 프리시전 EV 콘셉트는 마치 이탈리아의 고급 파워 보트를 닮았는데요. 유선형의 외관을 멀리서 보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한 척의 보트 같습니다. 더욱이 프리시전의 조종석은 마치 포뮬러 레이서의 조종석을 옮겨 놓은 듯하죠.
아큐라는 오는 2024년 첫 번째 완전 전기차를 생산할 방침인데요. 아마도 프리시전 EV 콘셉트는 아큐라의 첫 번째 완전 전기차에 큰 영감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테슬라의 대항마로 꼽히는 미국의 전기차 브랜드 루시드(Lucid)는 3개의 모터를 갖춘 에어 사파이어(Air Sapphire)를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전기차가 많은 모터를 장착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힘이 강력하다는 뜻인데요.
에어 사파이어의 출력은 무려 1,200마력에 달하는데요. 역시 모터 3개를 갖춘 테슬라 모델 S 플레이드가 1,020마력인 점을 고려하면, 에어 사파이어가 테슬라를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루시드의 에어 사파이어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60km의 속도까지 4초 이내면 도달할 수 있는데요. 일부에서는 에어 사파이어의 금액이 우리 돈으로 3억 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의 독무대였습니다. 하지만 카 메이커들이 전기차 진입을 서두르면서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는 2022년 815만대에서 2030년 3,920만대로 매년 21.7% 성장할 전망입니다. 즉, 신차 10대중 3대가 전기차가 되는 시대가 도래한다는 뜻이죠.
물론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반도체가 언제나 부족하고, 배터리 원료값도 치솟고 있기 때문이죠.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충전 인프라입니다. 미국에서는 이 같은 전기차 수요를 감당하려면 현재 충전기 대수가 2020년 약 21만 6,000개에서 2030년에는 250만 개로 10배 이상 늘어나야 할 것으로 보고 있죠.
한편 LG전자는 전기차 충전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선정한 바 있는데요. LG전자는 마그나인터내셔널(Magna International Inc.)과 합작해 설립한 LG마그나파워트레인으로 파워트레인 개발에 나선 상태입니다. LG이노션은 각종 부품을 제조 공급하고 있죠. 또, LG이노텍은 모터를 개발하고 있으며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 관련 사업을 맡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LG그룹은 '수직계열화'를 사실상 완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죠.
각양각색의 콘셉트카는 물론 전기차를 위한 새로운 인프라까지, 전기차는 자동차 산업에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데요.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앞으로 전기차의 시대가 활짝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글 ㅣ 이상덕 ㅣ 매일경제 실리콘밸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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