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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nsight

로봇과 촉감을 공유하는 ‘로봇 아바타’의 시대가 온다!

 

가까운 미래에 자신과 똑 닮은 로봇 아바타가 현실과 가상 공간을 넘나들고, 다른 로봇 아바타와 감정을 교류하며 상호작용하는 시대가 실현될 수 있을까요? 꿈같은 얘기처럼 들리지만, 요즘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메타버스 열기를 보면 이런 시대가 눈앞에 펼쳐질 날이 그리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가상현실(VR)과 혼합현실(MR), 증강현실(AR)부터 융합현실 기술, 인공지능, 5G, 클라우드, 아바타 등 다양한 기술들이 결합하면서 로봇의 경계가 물리적 공간에서 사이버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2017년, 일본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가 휴머노이드 ‘T-HR3’를 공개했습니다. T-HR3는 사용자가 가상현실(VR)을 지원하는 헤드셋을 착용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사용자가 일종의 조종석인 ‘마스터 조작 시스템(Master Maneuvering System)’에 앉아 무언가 동작을 취하면 원격지에 있는 로봇이 사람의 동작을 따라 하는데요. 2018년, 도요타는 이동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와 협력해 5G 망을 활용해 1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T-HR3를 원격 제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도요타의 휴머노이드 로봇 T-HR3와 VR 기반의 조종 시스템 (출처: 도요타)

 

 

로봇 과학자들은 T-HR3와 같은 로봇 아바타가 현실화되면 재난구조 현장이나 원자력발전소 등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장소에 로봇이 들어가 위험한 작업을 대신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선 로봇 아바타가 사람을 대신해 관광지를 여행하거나 전시회를 관람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최근 들어 사람이 로봇과 동일한 공간에 존재하는 것처럼 체감할 수 있는 ‘원격존재(Telexistence)’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로봇의 비전 시스템을 활용해 로봇이 위치한 공간이나 물체를 사용자가 실감하고, 물체의 촉감까지 전달받을 있는 바로 원격존재 기술인데요. 미래에는 냄새나 향기도 로봇과 사람이 공유하는 시대가 것으로 보입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장을 둘어보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컵3(출처: IIT)

 

최근 이탈리아 기술원(Istituto Italiano di Tecnologia, IIT) 연구진이 휴머노이드 기반의 원격 제어 아바타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들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이름은 ‘아이컵3(iCub3)’인데요. 사용자가 VR 장비와 햅틱 장갑을 착용하면 원격지에 위치한 아이컵3를 직접 제어하고 체험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가상의 공간에서 아이컵3를 통해 주변에 있는 물체 또는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아이컵3(iCub3)가 세계적인 미술 및 건축 전시회인 베니스 비엔날레(La Biennale di Venezia)를 둘러보는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VR헤드셋과 햅틱 장갑을 착용하고 아이필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 (출처: IIT)

 

IIT는 로봇 아바타 시스템에 ‘아이필(iFeel)’이라는 햅틱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아이필은 VR 헤드셋과 햅틱 장갑을 통해 구현되는데 사용자의 팔과 손가락의 움직임, 촉각을 로봇에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반대로 로봇이 느낀 촉각은 햅틱 장갑을 통해 사람의 손으로 전달되는데요. 아이필은 촉각을 전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2017년 도요타가 선보인 T-HR3보다 한 단계 진보한 기술로 평가받습니다.

 

원격존재 기술 구현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기업 중에는 일본 도쿄에 위치한 로봇스타트업인 텔레익지스턴스(Telexistence inc.)도 있습니다. 2021년 11월부터 텔레익지스턴스는 편의점 훼미리마트와 제휴해 원격 제어로봇 ‘TX 스카라(SCARA·Selective Compliance Assembly Robot Arm)’를 시범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데요. 직원을 대신해 제품 진열 및 보충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TX 스카라에는 인공지능 시스템 ‘고든(Gorden)’이 탑재돼 있습니다. 고든은 상품 진열대를 스캐닝해 부족한 제품을 파악하고 보충하는데요. 제품 보충에 실패할 경우에는 원격지 제어 모드로 전환해 사람이 직접 로봇을 원격으로 관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일례로 2020년에는 텔레익지스턴스가 VR 헤드셋을 착용한 사용자가 원격지에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조작해 진열대에 상품을 보충하는 작업을 시연한 바 있습니다.

 

VR장비를 착용하고 원격지에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조작하는 모습 (출처: 텔레익지스턴스 유튜브)

 

한발 더 나아가 텔레익지스턴스는 일본 물류기업인 니치레이(Nichirei) 그룹과 협력해 인공지능, VR, 원격 제어 기술과 로봇 기술을 결합하여 하이브리드 로봇 제어 기술에 관한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물류관리자가 원격 제어 기술을 이용하여 물류 로봇을 통해 상품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것입니다.

 

*개념 증명: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이 실제로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를 기술적으로 검증하는 과정.

 

물류 로봇을 원격 제어해 상품 박스를 옮기는 모습(출처: 텔레익지스턴스 유튜브)

 

원격 로봇 제어 기술과 가상현실 간의 기술적인 접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비영리 기관인 엑스프라이즈 재단이 기획한 ANA 아바타 엑스프라이즈(ANA Avatar Xprize) 대회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1,000만 달러의 상금을 걸린 ANA 아바타 엑스프라이즈는 로봇 아바타을 통해 보다 연결된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대회인데요. 이 대회에서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현장에 있는 것처럼 감각을 느끼고 행동할 수 있는 로봇 아바타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으로 경쟁을 벌입니다.

 

독일 본대학의 님브로팀이 ANA 아바타 엑스프라이즈 대회에서 경연하고 있는 모습 (출처: 유튜브)

 

지난해 10월, 이 대회의 결선에 진출할 8개국 15개 팀이 확정됐습니다. 독일 본대학의 님브로(NimbRo)팀이 1위로 결선에 올랐으며, 우리나라에선 서울대와 UNIST가 결선 진출권을 획득했습니다. 엑스프라이즈재단 아누셰흐 안사리(Anousheh Ansari) 대표는 앞으로 로봇 아바타가 실제 세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올해 이 대회의 최종 결선이 예정돼 있는데요. 이번 대회에서 참가팀 간의 기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VR 기반의 로봇 제어시스템은 앞으로 의료 현장에서도 활발하게 이용될 것입니다. 홍콩성시대학연구진은 VR 환경에서 로봇을 원격 조작할 수 있는 '인간-기계 인터페이스(Human-Machine Interface, HMI)' 기술인 '로보틱 VR(Robotic VR)'을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사람과의 직접적인 대면 접촉을 피하고, 로봇을 원격 조작해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거나 감염병 환자를 대상으로 간병 업무를 수행하는 게 가능합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유연한 다층 전자 피부에 있는데요. 이 전자 피부를 사람의 팔 부분에 부착하고 로봇팔에 압력센서를 부착하면, 블루투스 모듈을 통해 로봇의 감각을 무선으로 전달받는 게 가능해집니다. 연구팀은 이 시스템을 활용해 VR 환경에서 면봉으로 코로나 검체를 추출하는 로봇을 시연했습니다. 로봇팔로도 실제 감각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 검체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은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

 

VR 환경에서 원격지 로봇을 활용해 코로나 검체를 추출하는 모습 (출처: 홍콩성시대학 유튜브)

 

스마트 공장에서도 VR 기반의 로봇 원격 제어 기술이 적극 활용될 전망입니다. ETRI는 지난 3월 1만 km 떨어진 핀란드 오울루대학과 협력해 VR 장비를 활용하여 공장 설비를 원격 관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처럼 비대면 방식으로 스마트 공장을 원격 제어할 수 있다면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유행 상황이나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인력난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로봇과 가상현실 기술과의 결합은 로봇 프로그래밍 과정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로봇을 현장에 도입하기 위해선 전문 엔지니어들의 프로그래밍 과정이 필수적이었는데요. 하지만 앞으로는 비전문가들도 로봇 프로그래밍을 손쉽게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 넥스트스케이프(Nextscape)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2’를 착용하고 로봇에게 동작을 학습시킬 수 있는 티칭 시스템 ‘로보렌즈(Robolens)’를 개발했습니다. 이 로보렌즈는 별도의 프로그래밍 과정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 특징입니다.

최근 생산라인이나 서비스 기업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협동 로봇을 설치하고 운영하기 위해선 로봇에게 동작을 가르쳐주는 ‘교시(teaching)’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엔지니어가 티칭 펜던트를 이용해 로봇의 이동 궤적을 지시하는데요. 최근에는 사람이 직접 로봇팔을 움직여 로봇의 궤적을 알려주는 ‘직접 교시’ 방식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넥스트스케이프가 개발한 로보렌즈는 혼합현실(MR) 기술을 적용해 로봇을 만지지 않고도 가상의 공간에서 로봇을 제어하고 직접 교시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홀로렌즈2를 착용하고 협동 로봇을 교시하는 모습 (출처: 넥스트스케이프)

 

로봇 과학자들의 오랜 꿈 중 하나는 모든 일을 두루 잘하는 만능 집사 로봇(범용 로봇)을 개발하는 것인데요. 올해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선 미국 로봇 스타트업인 비욘드 이매지네이션(Beyond Imagination)이 원격 제어가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 ‘비옴니(Beomni) 1.0’을 선보였습니다.

 

비옴니 로봇이 병뚜껑을 따고 있는 모습 (출처: 비욘드 이매지네이션)

 

사용자가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동작을 수행하면 원격지에 있는 비옴니 로봇은 사람의 동작을 따라 합니다. 이러한 학습 과정을 통해 비옴니 로봇의 지능은 계속 진화한다고 합니다. 한 가지 일만 잘 하는 로봇이 아니라 집에서 요리도 하고 병원에서 환자도 돌보는 등 여러 가지 일을 두루 잘하는 완전한 의미의 범용 로봇을 개발하겠다는 게 비욘드 이매지네이션의 목표이자 비전입니다. 이 같은 진화된 원격 로봇이 만들어지고 일상 속에 뿌리를 내린다면,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로봇 아바타 세상이 우리 앞에 활짝 펼쳐질 것입니다. 

 

 

글ㅣ장길수ㅣ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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