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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공연기 - 나의 자줏빛 여름 –

LG CNS 2013. 10. 4. 15:16

 

슬픔과 분노, 미움은 모두 지난 과거로 사라지고,
내게 남은 이 놀랍고 신비한 자줏빛 여름

 

유난히 매섭고 길었던 지난 겨울의 끝자락 3월, 우연히 모교 커뮤니티에서 사회인 뮤지컬팀의 단원 모집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평소 뮤지컬 등, 공연에 관심이 많았던 탓에 게시물을 보자마자 ‘하고 싶다’라는 강한 끌림을 느꼈는데요.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내가 잘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에 처음엔 조금 망설였습니다. 뻣뻣한 몸, 모깃소리만 한 성량, 다른 사람 앞에만 서면 터진 홍시처럼 얼굴이 빨갛게 폭발하는 저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팍팍하고 단조로운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고 싶다는 열망과 작아져 가는 내 청춘에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고 싶다는 소망이 너무도 강렬하게 절 이끌었는데요. ‘그래, 일단 지원하자!’ 그렇게 뮤지컬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답니다.

 

떨어지진 않을까… 두근댔던 첫 모임은 간단한 음역 테스트로 무사히 통과! 두 번째 모임에서 배역 오디션을 보게 되었는데요. 이번에 공연할 작품은 “스프링 어웨이크닝(Spring Awakening)”, 10대 청소년들의 혼란과 방황을 다룬 작품입니다. 사회와 학교, 교회, 부모에게 저항하고 자살을 시도하거나 섹스와 동성애에 빠지는 등 다소 충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인기 있는 이유는 중독성 있는 얼터너티브 록음악에 있습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넘버(곡)들은 이미 음악 자체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하네요.

제가 도전한 배역은 바로 여주인공! 안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일단은 호기롭게 도전해 보았는데요. 예상대로 여주인공 역에는 탈락했으나, 여주인공의 친구 중 하나인 ‘안나’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비록 솔로의 비중은 작지만, 여자 배역 중 가장 정의롭고 실천적인 ‘안나’라는 캐릭터가 저와 약간은 닮은 것 같아 기대감에 들뜨게 되더군요.

 

배역이 결정되고 4월 첫째 주부터 연습이 시작되었습니다. 매주 일요일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약 15주 동안 한 주도 쉬지 않고 연습했는데요. 비전공자인데다가 일부 몸치, 음치, 박치까지 뒤섞여 있는 우리인데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연습이 거듭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뮤지컬의 모양이 잡혀가는 게 정말 신기하더군요. 서정적인 가사는 물론, 때로는 애절하고 때로는 격렬한 음악들에 매료되어 연습기간 동안 지루할 틈이 없었는데요. 직장생활과 주말 연습을 병행하는 것이 피곤할 법도 한데 출퇴근 시간은 어느새 넘버들의 흥얼거림으로 채워졌고 삶에 생기가 도는 듯했습니다. 뮤지컬이라는 단 하나의 순수한 열정으로 뭉친 사람들과의 시간은 늘 반짝반짝 빛이 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림 1. 뮤지컬 연습 중에>

 

7월 21~22일, 드디어 대망의 공연 날이 다가왔습니다. 총 6회 공연 중 저는 1회와 6회 공연에 출연했는데요. 공연 전날에도 바쁜 업무 탓에 리허설을 단 한 번도 하지 못하고 공연을 시작했는데요. 행여 실수하지는 않을까 어찌나 떨었는지 모릅니다. 두근두근을 넘어서 쿵쾅 쿵쾅, 마치 가슴에서 빅뱅이라도 일어날 것 같았는데요. 실제 공연을 하면서도 선서하듯 손을 올리는 자세에서 손가락을 붙여야 되는데 쫙 펴기도 하고, 여자 조연 4명이 편지를 읽는 장면에서는 한 명이 아예 등장하지 않아 당황하는 등 자잘한 실수들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관객들은 눈치채지 못한 채 첫 공연이 무사히 마무리되었는데요.

순조롭게 첫 공연을 시작하고 나니 나머지 공연들도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드디어 마지막 공연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마지막 6회 공연은 저의 마지막 공연일 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지막 공연이기에 모두 비장한 마음으로 공연에 임했는데요. 모두의 마음이 모여 시작부터 연기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사람들하고 같이 노래하고 춤추는 게 삶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는데, 극에 몰입하다 보니 마지막 공연에서야 이 극이 전하는 진짜 메시지가 뭔지 알 것 같았습니다. 혼란과 방황을 거치며 잘못된 선택과 실수도 하지만, 결국 이런 과정을 통해 청소년들이, 아니 그들뿐 아니라 인간 모두가 성숙해 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극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니 후반부터는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터져 버렸습니다. 덕분에 ‘폭풍 눈물 연기’로 칭찬 좀 들었지요. ^^


<그림 2. 뮤지컬 공연 장면>

평소 저는 약간 완벽주의자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이든 대인관계든, 삶의 많은 부분에서 자기 기준이 너무 높아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고 스스로도 괴로울 때가 종종 생기는데요.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공연하면서 느낀 점이 참 많습니다. 바로, 실수나 방황이 자연스럽다는 것입니다. 한 번 실수했다고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며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공연의 엔딩 넘버인 “자줏빛 여름”이라는 곡이 원어로 “Song of purple summer”인데요. 붉은색과 푸른색이 만나 ‘Purple color’를 만들어내듯, 공연을 하면서 열정과 혼란의 붉은색이 시간이 지나고 때가 되면 이성과 깨달음의 푸른색과 합해져 성숙한 ‘Purple’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제 나름대로 해석해봤습니다. 이번 도전을 통해 인생에서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붉은 시기에 ‘푸른색을 만나기까지의 기회와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값진 교훈을 얻은 것이지요.

이 가을, 더욱 성숙해지는 나 자신만의 ‘Purple’을 기대해봅니다.


<그림 3. 공연 후 단원들과 무대에서>


*  스프링 어웨이크닝’ 관람 tip!!!

1. 옷 안쪽 안쪽 주머니에서 핸드마이크를 꺼내 노래하는 것은 속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2. 무대 위 양쪽 사이드에 ‘무대석’이라는 자리가 있어요. 여기서 보시면 가까운 거리에서 배우들과 호흡을 같이하며 볼 수 있어요.
3. 남자어른, 여자어른은 각각 1명이 모든 어른 역할들을 멀티로 소화해요. 초반에 헷갈리지 않게 주의하세요.

 

 

l 글 조한나 선임 컨설턴트 l LG CNS 엔트루컨설팅사업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