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nsight

보험계약을 단 90초만에? AI · IoT 적용 ‘인슈어테크’

2021. 6. 14. 09:30

‘인슈어테크(InsurTech)’는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보험업무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IT기술을 융합한 혁신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최근 재래화된 보험산업에도 디지털 기술이 입혀지면서 인슈어테크를 접목하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인슈어테크는 소비자 편익을 증대시키고 보험산업 전반의 사업 방식 변화를 촉진합니다. 새로운 가치창출이 기대되는 산업 영역이기도 합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운전습관을 교정한 연계 보험이나 AI를 활용한 챗봇 등을 통해 상담과 업무 지원을 자동화하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다만 국내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 등 관련 규제 위반 가능성이 많아 인슈어테크 활용이 상대적으로 더딘 상황입니다. 반면 해외의 경우 종합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슈어테크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슈어테크의 현황을 알기 위해 해외 혁신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의 인슈어테크 유니콘 기업인 레모네이드는 보험 프로세스에 AI와 행동경제학, 챗봇을 도입했습니다. 심사와 견적 과정에 AI를 활용해 불과 90초 만에 계약을 실현합니다. 이는 모바일만으로 하는 페이퍼리스 계약의 시초입니다. 계약서류 관련 서명과 본인 확인 서류 발송도 필요 없습니다. 보험금 청구도 간단합니다. 신청 프로세스에 따라 3분 만에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레모네이드는 부정 수급 등의 문제를 해결해 소위 가장 인슈어테크에 가까운 보험 프로세스를 만든 기업으로 불립니다. 행동경제학을 부정보험금 청구 탐지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정보험금 청구자 신청과 청구내용 등에 특정한 습관이 있어서 이를 체계화해 부정 청구 판단의 재료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특히 버추얼 비서라는 AI기반 챗봇을 활용합니다. 보험 별도의 판매원은 없습니다. 보험 신청 시 가상비서인 마야라는 여성을 AI모델로 세우고 보험금 청구는 남자 가상 비서 짐을 활용한 것도 독특합니다.

레모네이드 가상비서인 마야는 전통 보험사에게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기존 계약을 간단히 해지하고 레모네이드로 갈아탈 수 있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계약 해지까지 대행하는 역할을 합니다. 실제 마야가 등장한 이후 타보험사에서 레모네이드로 갈아탄 유입률만 31%에 달합니다. 레모네이드는 세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보험회사로 등극했습니다. 덕분에 ‘이용자에게는 달게, 경쟁사에게는 매우 시게 느껴지는 레모네이드’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생명보험 인슈어테크로 유명한 패브릭(Fabric)은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회사입니다. 생아를 가진 엄마와 육아중인 여성기업가로 영업 타깃을 한정하고 있는데요. 25세~34세 동안 우발적 사고로 인한 사망이 암보다 4.5배 높다는 데 근거한 판단 때문입니다. 보험을 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니치 시장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상품도 딱 두 가지입니다. 패브릭 생명보험(일반)과 패브릭 프리미엄입니다. 일반 보험은 불과 2분만에 계약이 완료됩니다. 이름과 생년월일, 사회보장번호 등 기본 정보만 온라인에서 입력하면 끝납니다. 보험료도 월 6달러(한화로 약 8,000천원)로 부담되지 않는 가격입니다. 반면 보장은 10만달러(한화로 약 1억 680만원)에 달합니다. 

이 가격 체계와 보장 내용이면 ‘가입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종전까지 생명보험 계약은 대면이 원칙이었습니다. 판매원(에이전트)의 인맥을 활용하거나 상대적으로 비싼 상품을 강매하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패브릭은 이 같은 대면 채널의 맹점을 과감히 깼습니다.

패브릭은 일반 생명보험에 가입한 고객을 프리미엄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프리미엄은 20년 계약, 사고에 의한 사망뿐만 아니라 질병 사망도 보장해줍니다. 최고 보장액은 500만 달러(한화로 약 50억 6,800만 원)나 됩니다. 패브릭이 인슈어테크 대표 주자로 꼽히는 이유는 전통 생명보험 채널의 파괴적 혁신, 철저한 타깃 마케팅을 비대면으로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현재 패브릭은 미국 38개주에 라이선스를 취득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보험사는 크게 보험회사와 판매원(에이전트), 재보험회사로 구성됩니다. 인슈어테크가 메인 타깃으로 하는 영역은 판매원입니다. 인슈어테크를 표방하는 많은 기업이 이 영역을 노립니다. 보험 판매원 대부분은 소비자 변화에 적시 대응하지 못하거나 상품 내용도 잘 모른 채 판매에 나서는 사례가 많습니다. 보험 상품에 불완전 판매가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 보험 판매원이 인슈어테크에 의해 가장 심각한 파괴 리스크를 안고 있는 형국입니다. 

반면 AI기반 챗봇은 강매를 하지 않고 사적인 데이터에 기반해 최적의 보험을 제안합니다. 판매원의 영역을 AI가 대체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실제 이 같은 변화의 기류는 전방위적으로 확산일로입니다. 카스코(Kasko)는 각종 보험상품을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핏센스(FitSence), 루스트(Roost), 코쿤(Cocoon) 등은 웨어러블과 스마트홈 기기를 보험사에 제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인슈어테크는 전통 보험사 전체를 대체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전통 보험산업을 데이터나 IT기술로 고도화해 특정 영역을 노리는 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인슈어테크를 핀테크 산업영역의 허브 내지는 플랫폼으로 활용하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많은 인슈어테크 기업은 보험 시장만을 노리지 않습니다. 다양한 데이터와 플랫폼, 유입된 고객 대상으로 송금이나 간편결제, 법인 뱅킹 서비스 등 새로운 핀테크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려 합니다.

국내 인슈어테크 활용 현황(자료-금융감독원)


국내에도 인슈어테크 도입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건강증진형 보험, 운전습관 연계보험, 실손보험금 자동청구 시스템 등에 일부 인슈어테크를 활용하거나 도입한 사례는 있습니다. 하지만 극히 일부분입니다. 국내 법 체제 상 보험영역은 빅데이터 생산과 활용이 극히 제한적입니다. 오는 8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작되지만 보험사의 데이터 활용 근거는 여전히 미온적입니다.

때문에 국내의 경우 건강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걷기, 달리기 등 도보수를 체크하는 보조 수단에 머물러 있습니다. 반면 미국, 일본 등은 의료데이터를 전송·저장·변환하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으로 변환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크게 완화했습니다. 이로 인해 다양한 디지털 의료기기가 제품화되는 등 후방산업에도 인슈어테크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해외 보험사 헬스케어 도입 사례(자료-다이이치생명, 클로버 헬스 등 해외 보험사 서비스 취합)


중국도 최근 의료부문 자원부족에 대한 대안으로 헬스케어 서비스 활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습니다. 보험산업에서 인슈어테크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를 신 수익모델로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입니다.

글 ㅣ  길재식 ㅣ 전자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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