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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nsight

전 세계가 뛰어든 ‘디지털 화폐(CBDC)’ 전쟁의 승자는?

요즘 한국은행에서 CBDC 컨설팅 사업이 발주되면서 블록체인 산업계에서도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ies)는 실물 명목 화폐를 대체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입니다. 영어 약자를 사용해 ‘CBDC’라고 부릅니다.


CBDC는 발행 대상에 따라 일반적인 소액결제용과 금융 기관 간 거액결제용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전자적 방식으로 구현됨에 따라 현금과 달리 익명성을 제한할 수 있고, 이자 지급이 가능하며, 보유 한도 설정, 이용 시간 조절도 가능합니다.



2019년 7월에 중국은 CBDC를 발행한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왕씬(王信) 중국 인민은행 연구원 원장은 중앙은행 차원에서 암호화폐를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외에 터키 중앙은행이 CBDC 발행 계획을 2019~2023 경제 로드맵에 포함을 시켰으며 노르웨이 중앙은행, 태국 중앙은행, 러시아 중앙은행도 2018년에 CBDC 발행에 대해 긍정적 의사와 낙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전자적 형태로 발행되는 중앙은행 화폐를 말합니다. 기존 기준 예치금도 그 형태상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와 유사하나, 중앙은행이 새로이 발행하는 전자화폐를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로 정의합니다.


이용 목적에 따라 모든 경제주체의 일반적인 거래에 사용되는 소액결제용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와 은행 등 금융 기관 간 거래에 사용되는 거액결제용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로 구분 가능합니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전자적 방식으로 구현됨에 따라 현금과 달리 관련 거래의 익명성을 제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책 목적에 따라 이자 지급, 보유 한도 설정, 이용 시간의 조절도 가능합니다.


이와 같은 등장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와 관련된 논의는 과거에도 있었으나, 최근 분산 원장 기술의 발전과 암호 자산의 확산 등을 계기로 이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었습니다. 특히, 인구가 적고 현금 이용 감소에 따른 부작용 발생 우려가 있거나, 또는 금융 포용 수준이 낮은 일부 특수 환경에 처한 국가들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발행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현금 이용이 많이 감소한 가운데, 현금과 같은 공공재 성격의 지급 수단에 대한 수요에 대응하고 일부 민간 전자 지급 수단에 대한 의존도 심화로 나타나는 지급 서비스 시장 독점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발행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우루과이, 튀니지 등은 지급 결제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지 못해 국민들의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제약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발행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강국 간 패권 다툼은 어느 영역에서나 존재합니다. 최근 양상을 보면 무역, 환율, 기술 경쟁 등으로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습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업계도 예외가 아닌데요. 최근에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경쟁으로 발현되고 있습니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유럽 등까지 CBDC 연구 개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각국의 이런 움직임은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선전에서 훙바오(세뱃돈이나 보너스) 형식으로 디지털 위안(DCEP)을 뿌리는 이벤트를 추진했습니다.


일본은 중국을 뒤쫓는 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은 내년 CBDC 파일럿 테스트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발행 여부는 미정이나 중국을 비롯한 대외 행보에 대응하기 위해 CBDC의 기본 기능과 유통 등을 실험한다는 입장입니다. 일부 일본 국회의원은 중국을 의식한 듯 CBDC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내년 실험도 너무 늦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이 빨라지면서 유럽도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 중앙은행(ECB)은 디지털 유로 발행에 대한 사전 대외 의견 수렴과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테스트 기간은 약 6개월이 소요될 예정입니다.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한 통화 정책 회의에서 ‘디지털 결제 혁신에 유럽이 뒤처져선 안 된다.’라며 디지털 유로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CBDC에 긍정적이었던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ECB를 설득한 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입니다.



미국도 CBDC 연구에 가세한 상황입니다. 미 클리브랜드 연준의 로레타 메스터 총재는 ‘미 연준(Fed)과 다수 연방 은행이 공동으로 CBDC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 연준과 영국, 유럽, 스위스, 일본 등 7개국 중앙은행, 국제 결제 은행(BIS)은 CBDC 관련 성명을 내놓았습니다.


성명에는 ‘CBDC는 운용 비용이 적게 들고 탄력적인 성격을 띤다.’라며 ‘발행을 위해서는 당국의 명확한 기준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연구 개발에만 힘쓸 뿐 발행을 할 것인지 대해선 공식적으로 확정 짓지 않은 상태입니다. 당분간 다른 국가와 공조하며 중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중국이 DCEP를 발표하면 미국은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태도로 전환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이처럼 CBDC는 글로벌 사회에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돼 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사회 진입과 코로나가 불러온 비대면 사회의 도래, 강국 간 첨예한 이권 다툼 등이 한데 뭉쳐져 CBDC 발행을 부추깁니다. 특히, CBDC는 자국의 화폐 기능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 간 경쟁과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CBDC가 패권 경쟁을 부추기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초 국경 거래를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2020년 2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요국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대응 현황'에 따르면 CBDC는 용도에 따라 거액결제용과 소액결제용을 나뉘는데, 거액결제용은 분산 원장 기술을 활용해 금융 기관 간 결제를 보다 효율화하는 게 특징이 있습니다.


소액결제용은 주로 금융 포용을 확대하거나 현금 수요 감소에 대응할 필요성이 큰 국가들이 추진하며, 자국 내 활용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 중에서 거액결제용 CBDC를 좀 더 자세히 보면, 목표는 금융 기관 간 결제 효율성과 복원력을 높이고 운영 리스크를 줄이는 등 결제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캐나다, 싱가포르, EU와 일본 등은 2016년부터 거액결제용 CBDC 시범 사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이 가운데 일본 은행과 유럽 중앙은행은 2016년부터 공동 파일럿 프로젝트(스텔라)를 통해 국내 은행 간 결제(1단계), 증권 대금 동시 결제(2단계), 외환 동시 결제(3단계)에 대해 테스트를 해 왔습니다. 3단계에서 보듯이 국가 간 화폐 교류에도 CBDC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결국 CBDC는 자국 화폐 시스템을 넘어서 화폐의 국제화, 국제 교류를 효율적으로 하는 데에도 쓰일 거란 얘기입니다. CBDC를 긍정하는 쪽에선 이 부분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아직 기술적으로 준비가 덜 되다 보니, 중앙은행들도 업계에 도움을 청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실제 CBDC를 사용할 기관들에 필요한 IT 시스템 개발 분야에 대한 제안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미국 명문 공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준)과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발행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가운데, 블록체인을 핵심 기술로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MIT는 CBDC 설계에 분산 원장이나 암호화 등을 참고할 것이긴 하나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려는 시도를 한다는 입장입니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MIT 미디어랩의 디지털 통화 연구팀 DCI(Digital Currency Initiative)와 보스턴 연준은 CBDC 발행에 관한 초기 연구에 돌입했습니다. 또한, 페이스북이 추진 중인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Libra) 관련 기술도 검토했으나 민간에서 구축한 기술은 중앙은행이 완벽히 통제할 수 없어서 활용 가능성이 적다고 부연했습니다.


정부가 직접 관여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MIT의 연구 결과가 미국 CBDC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현재 미국에선 상품 선물 거래 위원회(CFTC) 전(前) 위원장이 주축이 돼 설립한 비영리 단체 디지털 달러 재단이 민간 차원에서 CBDC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한국은행이 CBDC 컨설팅 사업 발주가 나왔는데 해외 사례 및 국내 환경에서 잘 활용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CBDC의 핵심 코어 기술 구현에서도 Global 스탠다드도 준수하고 이를 넘어설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많은 블록체인 업체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글 l 윤석빈 교수 l 서강대 지능형 블록체인 연구센터 산학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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