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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nsight

두통 치통엔 '영통'? 코앞으로 다가온 원격 의료 시대

원격 의료(Telehealth)는 언젠가 보편화해야 할 주요 기술 동향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약 20년 가까이 개념으로만 머물러 있습니다. 그동안 시범 사례도 많이 생겼으나 보편화를 얘기하기에는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비단 국내 문제만이 아닙니다. 여전히 대면 진료가 주류이며, 기술적, 제도적 한계로 쉽게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원격 의료는 환자가 의료 기관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는 명확한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 종사자와 환자가 새로운 의료 시스템을 배워야 한다는 것, 보험 처리, 진료 결과에 대한 책임, 사생활 침해 등 해결할 문제가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규제 완화 및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격 의료 도입이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시장 조사 기관 포레스터 리서치는 지난 3월 미국 원격 의료 이용이 50% 급증했으며, 원격 의료 사업자들은 하루 1만 5,000건 이상의 영상 진료 요청을 감당해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추세가 지속할 경우 연말까지 10억 건의 원격 의료 사례가 발생할 거로 예상했습니다. 이 중 9억 건은 코로나19에 대한 것이지만, 미국 정부의 비상사태 선포 이후 의료 보험사나 의료 기관이 진료실이나 응급실의 부담을 덜고자 가벼운 증상의 환자들이 원격 의료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면서 전반적인 증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일시적으로 페이스타임이나 스카이프, 줌 같은 영상 통화 서비스를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위의 서비스는 의료 서비스를 위해 고안한 도구가 아니며, 원격 의료 플랫폼과 연결해 진료 기록이나 보험을 확인할 수 없고, 클라우드나 사물인터넷(IoT)과도 연결되지 않죠.


그렇지만 가벼운 증상의 일부 환자에 한해서는 일반적인 서비스만으로도 원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전문가들은 보안 문제로 전문적인 원격 의료 플랫폼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제도적 한계만 없다면 원격 의료 지원이 보편화할 방법이 많다는 걸 일시적 규제 완화와 급증한 수요가 입증한 것입니다.


 코로나 여파로 바뀐 원격 의료 동향


그렇다고 원격 의료 도입이 마냥 쉽지는 않습니다. 많은 환자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고자 의료 기관을 방문하길 희망합니다. 많은 의사도 원격 진료를 통한 진료 결과에 따른 책임 및 환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대면 진료에 중점을 둡니다. 만약 대면 진료를 원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마련된 제도 안에서 의사 판단에 원격 진료를 진행했다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의사, 제도, 기술, 어느 쪽에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이런 장벽은 가볍게 허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의료 기관이 수용할 체계,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제도, 대면 진료보다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기술이 갖춰질 때야 가능합니다. 그런 탓에 수년 동안 기술이 마련되어도 제도에 대한 반발, 제도를 마련해도 체계 정립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 체계 정립을 위한 기술 발전은 다시 제도에 막히는 등 원격 의료는 전체적인 발전에도 꿈같은 이야기로 여겨졌습니다.


코로나19 여파는 나아가지 못했던 원격 의료 동향을 바꿔 놓았습니다. 지금까지 기술이 부족했던 게 아닙니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은 충분할 만큼 마련되어 있습니다.


l 에코 (출처: https://www.ekohealth.com/beatcovid)


에코(Eko)는 AI 기반 하이엔드 디지털 청진기를 개발합니다. 에코가 개발한 청진기는 올해 심방세동과 심장 소리를 AI로 자동 감지하는 것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처(FDA)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심장질환에 대한 광범위한 훈련이 부족한 의사도 심장 전문의와 유사한 정확도로 심장 질환을 식별할 수 있습니다. 청진기 데이터를 연결한 스마트폰으로 전송한다는 것만 제외하면 일반적인 청진기 사용법과 다르지 않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청진기는 다양한 심혈관 및 폐 질환의 초기 진단에 중요한 도구입니다. 단지 발명된 지 200년이나 지난 아날로그 도구로서 현대에도 모든 진단을 의료인 역량에 맡겨야 한다는 부조화에 놓여있습니다.


기술 맹신과 의료 전문인에 대한 의심을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빠르고 정확한 진단은 나은 후속 조치로 이어질 수 있지만, 디지털화가 당연하게 이뤄진 다른 의료 도구와 달리 청진기는 멀리 떨어진 지점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진단 방법의 디지털 개선은 원격 의료 접근성을 향상하고, 대면 진료 질을 높일 방법인데도 부족한 체계와 제도가 가로막았습니다.


대유행은 원격 의료에서 체계와 제도보다 기술이 앞설 수 있게 했습니다. 어떻게든 대면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준비된 기술만큼 곧바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에코도 코로나19에 대응해 자사 플랫폼의 원격 진료 지원을 강화했습니다. 고위험 환자는 집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의사와 마주하고, 지시에 따라서 청진기를 사용해 심장 소리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의사는 먼 거리에서도 직접 심장 소리를 듣고, AI의 보조로 진단하며, 에코 대시보드에 기록한 데이터를 에코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것으로 환자를 관리합니다. 환자는 에코 플랫폼과 연결된 줌, 인터치와 같은 영상 통화 서비스로 진단 결과를 듣거나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청진기의 가격은 349달러이므로 누구나 갖출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간이 진료소나 요양원 등 중간 거점에 청진기를 배치해 지연 없이 심장 소리를 분석하고, 스트림 하도록 지원합니다.


l 에코 원격 의료 (출처: https://www.ekohealth.com/telemedicine)


에코는 오는 6월 1일까지 실시간 스트리밍과 AI 분석을 포함한 플랫폼 라이선스를 무료로 무제한 제공할 계획입니다. 이렇듯 전례 없는 위기는 원격 의료에 대한 의문 대신 직접적이고 풍부한 사례를 늘리고 있습니다.


 의료 관련 체계와 제도의 변화


그러자 체계와 제도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전통적으로 보험 회사들은 원격 의료에 대한 보험 옵션 제공에 둔했습니다. 대면 진료가 더 활성화했고, 원격 의료는 실험적이었으니 굳이 책임에 대한 리스크를 짊어질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원격 의료의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보험사들은 원격 의료 보험 정책을 조정했습니다. 애트나(Aetna)와 블루크로스 블루실드(Blue Cross Blue Shield)는 6월까지 원격 의료에 대한 본인 부담금을 면제하기로 했습니다. 일시적 조치여도 보험사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환자들이 원격 의료를 이행하게 할 구실이 됩니다.


문제가 있다면, 보험사들이 원격 의료 보험의 조정 계획을 제시했음에도 갑자기 맞이한 상황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본인 부담금을 없애고, '사람들이 원격 의료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라고 했지만, 일부 보험사는 환자에게 본인 부담금을 받는 대신에 의사에게 청구하거나 환자로부터 수익을 낼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이는 여전히 원격 의료를 제공하는 데에 있어서 체계 및 제도적 걸림돌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도 원격 의료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건, 기술이 앞서더라도 도입의 벽이 된 체계와 제도 개선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먼저 기술을 도입하고, 사후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짧은 기간 얻게 되었다는 겁니다.


의료의 경우 금융, 제도, 유통 등 다른 산업 분야보다 규제 문턱이 높고, 산업계와 의료계의 마찰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개선이 더딜 수밖에 없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는 문턱을 강제로 낮췄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능동적인 개입으로 단숨에 여러 이해관계가 움직이고, 기술 도입에 속도를 더했습니다. 마침내 실질적인 본보기와 변화를 걸림돌 없이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거죠.


l 닥터 온 디멘드 원격 만성 관리 (출처: https://www.doctorondemand.com/what-we-treat/chronic-care)


원격 의료 플랫폼 회사인 닥터 온 디멘드(Doctor on Demand)의 CEO 힐 퍼거슨(Hill Ferguson)은 리코드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우리는 엄청난 수준의 소비자 인지도를 확보했다.'라면서 '그들은 생전 처음 원격 의료를 시도하면서 내가 생각한 것보다 영상으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훨씬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원격 의료를 도입하고자 정부나 의료계를 설득하고, 종용한 과거보다 코로나19 유행 한 번이 더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입니다.


리코드는 '본인 부담금 제거, 특정 규제 완화 등 원격 의료를 위한 많은 조정은 일시적이지만, 만일에 한 번이라도 디지털 의료 서비스에 익숙해진 환자가 증가한다면 보험사나 정부가 손을 떼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결국, 대 유행병이 사라지더라도 어디서든 의사에게 도달하는 편리함을 원하지 않을까? 더 건강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즉, 원격 의료의 편함을 거스를 수 없다면 준비해야 하는 건 이 시기에 증가한 사례를 기반으로 높아진 원격 의료 인식에 대응할 방안일 것입니다. 물론 페이스타임이나 스카이프와 같은 비 원격 의료 서비스의 활용은 끝내 소멸하겠지만 더 앞선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하버드 T.H. 챈 보건대학원의 마이클 바넷(Michael Barnett) 교수는 '플랫폼 제공자가 규제를 완벽하게 극복할 수 있으리라 낙관하지 않지만, 환자나 의사들은 원격 의료가 있건 없건 방법을 찾을 것'이라면서 '비록 구식 전화를 더 많이 활용할지라도 우리는 전염병에서 원격 진료보다 긴급한 걸 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장 페이스타임이나 스카이프 등 서비스의 이용은 원격 진료의 미래 가치나 발전 가능성 같은 걸 고려한 게 아니라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결과적으로 환자나 의사가 필요성을 느끼고, 요구하게 될 때 비로소 원격 의료가 주류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는 필요성에 의해 억지로 도달하게 해 원시적 상황에서 원격 의료 도입을 고민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렇다면 기술은 아니더라도 체계와 제도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지금처럼 미지근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충분히 준비되어 기다리는 중인 많은 원격 의료 도구들의 폭발적인 도입도 기대할 수 있으리라 전망합니다.


코로나19 여파 이후 더 뚜렷해지겠지만, 가속화가 원격 의료를 실현하려는 각국 정부나 기술 기업 등 이해 당사자에게 뜻밖의 기회임은 틀림없습니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환자들의 이해가 이토록 반영된 적도, 앞으로 반영될 일이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끝내 주류가 되든, 되지 않든 원격 의료 지형을 바꿀 지점입니다.


글 l 맥갤러리 l IT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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