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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nsight

지금까지의 학교는 잊어라! ‘원격 수업’의 시작

“세계 역사는 B.C.(Before Corona, 코로나 이전)와 A.C.(After Corona, 코로나 이후)로 나뉠 것”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세계는 평평하다. (The World is flat)’라는 책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토머스 프리드먼이 한 말인데요.


다시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정부 관계자들의 우려는 다소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이제는 모두가 코로나19 이후의 시대,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야 할 듯합니다.


회사나 공공기관에선 재택근무가 ‘새로운 표준(New normal)’이 되었다면, 학교에선 ‘온라인 개학’, ‘원격 수업’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난 4월 9일 85만 8,000여 명에 달하는 중•고등학교 3학년생을 시작으로 16일 중•고 1∼2학년과 초등 4∼6학년 312만 6,000여 명이 원격 수업을 진행했고, 20일 마지막으로 초등 1∼3학년 137만여 명이 합류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3월 초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났어야 할 학생들은 집 혹은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수업을 받게 되면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학습이 시작된 셈입니다.


초등 1~2학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학생이 PC나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실시간 쌍 방향형 또는 콘텐츠, 과제 제공형 원격 수업을 듣고 있지만, 자기주도 학습이 어려운 초등 저학년은 EBS 방송 보기와 학교에서 배포한 학습 꾸러미를 통해 수업을 진행합니다.


온라인 수업이 ‘엄마 수업’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학부모의 부담 못지않게 540만여 학생의 원격 수업을 책임질 IT 업계의 고민도 상당합니다. 실제 첫 온라인 개학 당일인 9일 EBS 온라인 클래스 등에 접속 지연이 발생하면서 일부 학생과 학부모의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처음 시도였던 만큼, 예상되는 상황이기도 했지요.


사상 첫 전 학년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국내 통신•방송 업계와 단말기 제조사, 원격 수업 관련 솔루션 기업, 클라우드 서비스 업계 등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통신 3사는 EBS 등 주요 교육 사이트 콘텐츠 이용에 대한 데이터 요금을 감면해 주고, 추가 비용 없이 학교의 인터넷 속도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또,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 수업 등을 위한 소프트웨어(SW) 제공 기업 역시 자사의 제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관련 솔루션 확대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3월 27일 배포한 ‘원격 수업 운영 기준안’의 화상 수업 도구의 예시로 네이버 ‘라인웍스’, 구루미의 ‘온라인오피스 서비스’, 구글 ‘행아웃’, 마이크로소프트(MS) ‘팀즈’,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 ‘줌’, 시스코 ‘웹엑스’ 등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이런 솔루션이 모두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라는 것입니다.


원격 수업의 바탕이 되는 원격 교육 플랫폼(학습 관리 시스템•LMS)의 안정적인 운영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현재 교육 당국이 제공하는 플랫폼은 EBS ‘온라인 클래스’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e학습터’인데요. 이 역시 민간기업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BS 온라인 클래스는 MS의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 e학습터는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의 클라우드 플랫폼 기반에서 운영 중입니다.


회사에 따르면 현재 MS는 EBS를 중심으로 국내 전문 파트너들과 전담팀을 구성해 동시 접속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고 하는데요. EBS의 온라인 클래스는 EBS 교육 플랫폼인 ‘이솦(ESOF; EBS Software Learning Platform)’에서 제공되고 있습니다. 이솦은 처음부터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축된 교육 플랫폼입니다.


클라우드의 확장 가능성의 이점을 활용해 구성된 전담팀과 2주 만에 서버를 1,500배로 긴급 증설, 전국 중•고교생 300만 명이 동시 접속 가능한 수용 규모로 시스템을 확장했다고 합니다.


물론 클라우드가 만능은 아닙니다. 자동확장 등이 가능한 클라우드 이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지만, 단순히 시스템만 클라우드에 올린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죠. 클라우드에 최적화된 아키텍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관건입니다.


최근 유행하는 데브옵스나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MSA), 컨테이너와 쿠버네티스 등 다양한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술을 실제 시스템에 적용해 확장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러한 기술 역시 계속 발전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서버만 늘린다고, 클라우드를 쓰는 것이 만능은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 첫날 발생한 EBS 온라인 클래스의 접속 지연의 주요 원인은 서버와 네트워크 인프라 자체보다는 ‘싱글 사인 온(Single Sign On)’ 기능의 문제로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SSO는 사이트에 접속할 때 한 번의 로그인을 통해 여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인증 시스템입니다.



온라인 개학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시도되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도전입니다. 단순히 장애가 발생했다고 막연하게 비난하는 것보다는 전후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관계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용기가 필요할 때로 보입니다.


새로운 공부 방식으로 고생하는 선생님이나 학부모, 학생, 그리고 뒤에서 고생하고 있을 엔지니어나 개발자들의 고충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지 않을까 합니다.


지난 2월 말부터 코로나19 교육지원 비상 대책단 단장 겸 현장 기술 상황실장을 맡은 김유열 EBS 부사장이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쓴 ‘국가의 일, 학생의 일’이라는 글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김 부사장은 페이스북에서 “EBS 본사에 종합상황실이 꾸려진 이후, 마치 전쟁터에서 삶을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예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에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완벽한 서비스는 불가능한가 싶었다.”라며 그동안의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당초 이솦은 불과 2,000명가량을 수용하고 있던 소규모 사이트였는데, 2달도 안 돼 300만 명을 동시에 수용 가능한 초대형 사이트로 탈바꿈했습니다.


하지만 초대형 사이트를 오류 없이 운영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겪었던 시행착오의 원인을 찾기 위해 인프라,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교육•통신 정책 전문가들이 모여 실시간으로 논의하고, 실시간으로 해법을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베이스(DB) 게이트웨이 장비를 8대에서 80대로 늘리는 것도 현장에서 바로 결정해 2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됐고, DB 스토리지를 4배로 늘리거나 웹, WAS(웹 애플리케이션 서버) 증설도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김 부사장은 “밤샘 작업을 마다하지 않는 개발자들의 수고가 뒤따랐다.”라며 “종합상황실이 만들어진 뒤 전문가들의 전문성과 헌신 덕분에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특히 LG CNS 최적화 팀에게 감사하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그는 “그들은 EBS 온라인 클래스 사업과 무관하지만, 문제 진단과 솔루션 제시를 위해 기꺼이 참여하고 문제를 해결해 줬다.”라며 “이 모든 게 ‘국가의 일, 학생의 일’이라며 어떠한 대가도 없이 기꺼이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마운 마음을 넘어 감동이 밀려왔고, 이것이 ‘한국인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글을 마쳤습니다.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던 대규모 플랫폼 운영 역량과 원격 수업의 경험은 결국 우리의 자산으로 남아 코로나19와 같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오프라인 학교를 대신할 것입니다. 또, 대한민국의 IT 역량을 자랑하는 대표 상품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정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지원하기 위해 비대면(언택트) 사업 육성에 나서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ICT 업계 전략 변화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원격 교육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교육 현장에 도입되고 있습니다. 비대면 서비스가 보편화하면서, 원격 수업을 포함한 에듀테크 기반 교육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련 시장도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시장 조사 업체 홀론IQ에 따르면 에듀테크 산업은 2018년 1,520억 달러(한화로 약 185조 4,400억 원)에서 2025년 3,420억 달러(417조 2,400억 원)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순한 원격 수업을 넘어 가상•증강현실(VR•AR),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이 접목됐을 때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학습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글 l 백지영 l 디지털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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