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비상입니다. 정부뿐 아니라 온 국민이 참여해야 이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와 같은 큰 위기의 시대에 많은 통찰력을 제시하는 4차 산업혁명, '마켓 4.0'이고 이는 블록체인의 철학과 일맥상통합니다.
4차 산업혁명 융합의 시대에 중요한 기술 요소는 AI, 빅데이터,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할 것입니다. 필자는 AI를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빅데이터는 음식으로 비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음식을 먹어야 활동할 수 있는 이치와 같은데요.
그렇다면 블록체인은 무엇으로 비유할 수 있을까요? 위에 맥락으로 보았을 때는 음식이 상하지 않게 하고, 음식을 믿고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냉장고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AI가 잘 동작할 수 있도록 데이터의 신뢰성, 투명성을 제공하는 것이 블록체인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필자는 여행을 갔을 때, 포털 사이트에서 맛집 정보를 검색했을 때의 사례를 들고자 합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여행 갔을 때 지역 맛집을 검색하면 많은 정보가 나옵니다. 그래서 그 정보를 믿고 갔다가 가족으로부터 많은 원망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많은 정보가 있지만, 온라인과 소셜 미디어 마케팅 업체로부터 나온 정보들입니다.
만일 블록체인 융합 기술을 이용해서 맛집 리뷰 정보 글의 위치 정보, Time stamp, 정보를 올리는 사람의 평판 정보 등에 검증 및 투명성을 제공한다면, 필자는 신뢰성을 가지고 맛집 정보를 검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활 속에서 느끼는 데이터, 플랫폼의 신뢰성에 대한 하나의 예인 것입니다.
이에 4차 산업혁명의 정의를 작고하신 필자가 존경하는 이민화 교수님의 정의를 빌려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간을 위한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융합이다.” ‘인간을 위한’이라는 것과 ‘융합’에 필자는 강조하고 싶습니다. 결국, 많은 사람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주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의 블록체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보면 90년대 초반에 일어난 IBM OS/2와 MS Windows 운영체제 전쟁이 떠오릅니다. 기술적으로는 OS/2가 좋다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독자들도 알다시피 최종 승자는 Windows였습니다. 이유는 많은 사람이 사용한 애플리케이션 즉, MS 엑셀, 파워포인트, 워드였던 것입니다. 기술의 혁신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운영체제 단독 기술은 OS/2가 좋았지만, 그 위에서 서비스되는 운용 애플리케이션에서 승부가 결정된 것입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느껴집니다.
이것은 블록체인 단독으로는 할 수 없으며, 블록체인 단독으로는 주인공이 아닙니다. 블록체인 현재에 많은 메인 넷 기술과 많은 서비스가 시도되고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90년대 초반의 운영체제 전쟁이 연상됩니다.
이에 AI, 빅데이터, IoT, 클라우드 컴퓨팅과 융합해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기술이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음식이 상하지 않게 하고, 신선한 음식을 보관하는 데 냉장고를 사용하듯이, 블록체인 융합 기술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이러한 시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올 수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습니다.
이제 필자는 마켓 4.0에 대한 핵심 내용을 공유하고 블록체인과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고자 합니다.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 박사가 제시한 '마켓 4.0'은 하이터치와 하이테크 간 융합을 강조합니다.
제품 중심(마켓 1.0)에서 고객 중심(마켓 2.0)으로, 또 인간 중심(마켓 3.0)으로 인간의 가치를 수용하고 반영하는 제품과 서비스, 기업 문화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한발 나아가 '마켓 4.0'은 인간과 인간(H2H), 기계와 기계(M2M)에서 하이터치와 하이테크 간 융합을 역설합니다.
디지털 혁신도 중요하지만 인간적 감성을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산업을 불문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수직적, 배타적, 개별적' 환경에서 '수평적, 포용적, 사회적'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흔히 얘기하는 혁신 또한 수평적입니다. 시장은 아이디어를 공급하고, 기업은 그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만듭니다. 과거 혁신은 천재가 주도하는 톱 다운 혁신이었지만, 이제 진정한 혁신은 현장에서 만들어집니다.
고객 참여를 기획, 개발과 서비스 등 경영 전반에 반영합니다. 이제 주요 의사결정은 특별한 개인이 아닌, 다양한 사회 집단들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대화 능력이 기업의 필수 능력이 되었습니다.
l 디지털 경제에서의 마켓 4.0 (출처: 필립 코틀럿의 마켓 4.0), 재구성
마케터가 고객보다 똑똑할지 모르지만, 어차피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는 건 그들의 광고가 아니라 친구, 인플루언서(Influencer) 평가와 추천입니다. 그리고 점점 더 평평해지고 투명해지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진정성'입니다.
기업은 메시지 노출 빈도와 양을 늘릴 게 아니라, 몇 군데 중요한 접점에서 고객과 '의미 있게' 연결되는 방법, 즉 진정한 친구가 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처럼 '수평적, 포용적, 사회적' 환경이 강조되면서 전통적 마케팅의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도 4C로 변하고 있습니다. 즉, 제품(Product)은 공동 창조(Co-creation)로, 가격(Price)은 통화(Currency)로, 유통(Place)은 공동체 활성화(Communal activation)로, 판촉(Promotion)은 대화(Conversation)로 각각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필자는 블록체인이 AI, 빅데이터와 융합해 4C 중 하나인 공동 창조(Co-creation) 인프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단독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투명하게 공유함으로써 공동으로 사업 기회와 이윤을 창조할 수 있습니다.
또 블록체인은 시장에서 동적인 가격 메커니즘(Currency)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디지털 자산 플랫폼으로, 또 암호 자산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최근에 특금법이 통과되었습니다. 본격적인 제도권 하에서 움직임들을 지켜볼 수 있을 것입니다.
커뮤니티는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기술보다 사업 생태계(Communal activation)를 활성화하는 것이 블록체인의 더 큰 우선순위라는 것이 블록체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사항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업 생태계에서 일방적 판촉 활동보다 양방향 대화로 변화하는 것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이를 블록체인으로 표현하면, P2P 네트워크에 있는 모든 참여자인 노드들이 투명하게 소통(Conversation) 하는 것입니다. 일관되고 투명한 대화를 통해 고객을 설득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처럼 '수평적, 포용적, 사회적'이라는 '마켓 4.0'의 키워드는 블록체인 철학과 잘 부합합니다. 블록체인 사업을 자문하면서 체감하는 것은 결국 비즈니스 생태계와 이해관계자들을 어떻게 만들어 가고, 연결하고,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마켓 4.0'이 강조하는 것입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 우리는 건강한 커뮤니티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체감하고 있습니다. 마스크 대란처럼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가 발생했을 때,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기반 수요 및 공급 시스템 혹은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이 있었으면 어땠을까요?
마스크 가격과 물량을 지역별로, 수요자 건강 상태별로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온 국민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수평적, 포용적, 사회적' 대응으로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됐으면 좋겠습니다.
글 l 윤석빈 교수 l 서강대 지능형 블록체인 연구센터 산학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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