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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다가온 사이보그 기술

2020. 3. 25. 09:30

로봇 과학자들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동물에서 영감을 얻어 로봇에 응용하려는 시도를 다각도로 모색해왔습니다. 동물의 생물학적인 특성을 로봇 공학에 접목하는 ‘생체 모방’ 기술에 대한 연구는 꽤 활발하게 이뤄져 왔습니다. 동물의 신체 구조와 설계를 로봇에 응용하면 동물처럼 융통성 있고 효율적인 로봇을 만드는 게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온 것이죠.



생체 모방 기술의 맞은편에는 사이보그(Cyborg) 기술이 존재합니다. 우리에게는 터미네이터나 6백만 불의 사나이 같은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익숙한데, 인간과 기계를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존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사이보그란?


사이보그라는 용어 자체는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생물(Organism)’의 합성어로, 1960년 맨프레드 클라인즈(Manfred Clynes)와 네이선 클라인(Nathan Kline)이 공동 저술한 ‘사이보그와 우주’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고 합니다.


애초에 사이보그라는 말은 인간과 기계의 결합이란 의미보다는 생명체(유기체)와 기계의 결합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이렇게 사이보그를 정의하면 인간 사이보그를 넘어 사이보그 바퀴벌레, 사이보그 딱정벌레 등 다양한 생명체까지 개념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로봇 공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사이보그 기술은 생체 모방 로봇 기술보다는 연구성과가 덜 축적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관심이 적은 것은 아니죠. 사이보그 기술은 오랫동안 로봇 과학자들이 천착해온 주제 중 하나였습니다.


사이보그는 흔히 ‘하이브리드 로봇’이라는 용어로도 불리는데, 살아 있는 동물에 전자 장치를 부착해 인간의 통제 아래 놓자는 의도가 짙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일각에선 동물에 대한 학대 행위라는 비판적 의견도 제기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로봇 과학자의 호기심과 탐구심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이보그는 동물의 뉴런이나 근육 등에 전자적인 장치를 부가해 인간의 의도대로 제어하는 것으로 목표로 합니다. 살아 있는 동물의 외골격, 관절, 근육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적은 에너지로 높은 수준의 효율성과 제어 능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로봇 과학자들은 자연계에 있는 여러 종의 생물들을 사이보그로 만들려는 노력을 부단히 해왔습니다. 사이보그 사례를 언급할 때 자주 거론되는 연구가 있습니다. 싱가포르 난양이공대(南洋理工大學) 히로타카 사토(Hirotaka Sato,佐藤裕崇) 교수팀은 지난 2017년 살아 있는 딱정벌레를 이용해 사이보그 딱정벌레를 만들었습니다. 일종의 ‘곤충-기계(Insect-machine)’입니다.


 사이보그를 만들려는 다양한 시도


난양이공대 연구진은 딱정벌레의 근육을 소프트 액추에이터로, 그리고 유연한 관절과 신경 시스템을 제어 장치의 일부분으로 활용했습니다. 사이보그 딱정벌레의 크기는 2~2.5cm이며 무게는 0.5g에 불과합니다. 이 딱정벌레는 소형의 전자 장치를 배낭(Backpack)처럼 등에 지고 있는데, 이 전자 장치가 더듬이와 인터페이스 역할을 담당합니다.


전자적인 펄스로 더듬이를 자극하면 딱정벌레의 뇌가 신호를 받아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평균 이동속도가 초당 4cm 정도라고 합니다. 이 사이보그 딱정벌레는 2개의 내장 배터리를 이용해 최대 8시간 움직일 수 있으며 3개월 정도 생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l 싱가포르 난양이공대가 만든 사이보그 딱정벌레 (출처: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미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위치한 R&D 전문 기업인 드레이퍼(Draper)가 만든 ‘드래곤플라이(DragonflEye)’도 주목받고 있는 연구 사례입니다. 드레이퍼는 지난 2017년 ‘하워드 휴즈 메디컬 연구소(HHMI)’와 협력해 사이보그 잠자리 개발 프로젝트인 ‘드래곤플라이’ 개발을 추진했습니다. 살아 있는 잠자리의 신경 시스템에 직접 광전극을 연결해 잠자리의 비행을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드래곤플라이’는 소형 내비게이션, 합성 생물학, 신경망 기술, 광유전 자극(Optogenetic stimulation) 등 기술을 융합해 만들었습니다. 태양광을 탑재했기 때문에 동력을 외부가 아닌 자체적으로 생성할 수 있으며 내비게이션 기능 덕분에 자율 비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보통 외부에서 비행을 제어하는 기존의 사이보그 곤충들과 달리 드래곤플라이는 스스로 비행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향후 드래곤플라이 개발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아주 작은 물건을 싣고 비상하거나 감시 및 정찰 활동에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일종의 정찰 감시용 사이보그 드론으로 활용할 수 있죠.


l 드레이퍼의 사이보그 잠자리 ‘드래곤플라이’ (출처: 드레이퍼)


로봇 과학자들은 메뚜기도 사이보그로 만들어졌습니다. 사이보그 메뚜기 개발에 매진해온 인물은 미국 워싱턴대학 '바라니 라만(Barani Raman)' 교수입니다. 그의 연구팀은 얼마 전 미국산 메뚜기의 뇌에 전극을 심는 방식으로 폭발물을 감지할 수 있는 사이보그 메뚜기를 만들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메뚜기는 더듬이 부분에 5만 개에 달하는 후각 인지 뉴런이 있어 남다른 후각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더듬이로 인식한 후각 정보는 메뚜기의 대뇌 신경망인 ‘더듬이엽(Antennal lobe)’에 전달돼 처리되는데, 연구팀은 더듬이엽에 전극을 설치하고 더듬이로부터 오는 전기적인 신호를 무선으로 외부 컴퓨터에 전송하도록 했습니다.


이어 연구팀은 사이보그 메뚜기의 후각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폭발물인 TNT, DNT(디니트로 톨루엔), 그리고 비폭발 물질인 벤즈알데히드 등을 사이보그 메뚜기에 노출해 폭발물을 찾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 결과 연구진은 사이보그 메뚜기가 폭발물에 노출될 때 더듬이엽에 설치된 전극을 통해 전기적인 신호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또 여러 개체의 사이보그 메뚜기를 투입하면 폭발물 발견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도 파악했습니다. 사이보그 메뚜기를 군집 로봇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찾은 것입니다.


지금까지 사이보그로 변신한 동물은 잠자리, 딱정벌레, 메뚜기 등 곤충이 많았는데, 파충류와 포유류도 사이보그가 될 수 있습니다.


l 워싱턴대 '바라니 라만(Barani Raman)' 교수팀이 만든 사이보그 메뚜기 (출처: 워싱턴대)


카이스트 이필승 교수팀은 지난 2017년 자연계에 존재하는 숙주와 기생충의 상관관계에 주목해 ‘기생 로봇(Parasitic robot)’이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살아있는 거북이의 등에 로봇 장치, 배터리, 먹이 공급 장치, 헤드-업 LED 디스플레이 등을 얹어 거북이를 수조 안에 넣고 이동을 제어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머리 부분에 있는 LED 디스플레이로 이동 방향을 제시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면 튜브에 담겨 있는 먹이를 주는 일종의 보상 시스템을 구상해 거북이를 제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강화 훈련을 통해 연구팀은 거북이가 수조 안에 있는 목표 지점을 통과하도록 하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완수했습니다.


l 카이스트 연구팀이 만든 사이보그 거북이 (출처: 카이스트)


카이스트 연구팀은 쥐의 뇌 부위에 헤드기어를 장착한 후 특정 물체나 먹이를 찾는 행동을 원격에서 조작할 수 있는 사이보그 쥐에 대한 연구 성과도 전문 저널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와 스탠포드대 연구진은 바닷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해파리에 주목하고, 사이보그 해파리를 만들어 일반적인 해파리보다 빨리 유영할 수 있는지를 실험했습니다. 연구팀은 해파리의 일종인 ‘무럼 해파리(Aurelia aurita)’를 사이보그로 만들어 일반 해파리보다 빠르게 유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l 칼텍과 스탠포드 연구진이 만든 사이보그 해파리 (출처: 칼텍)


연구진은 무럼 해파리를 사이보그로 만들기 위해 배터리, 마이크로 전자회로 등으로 구성된 임플란트를 제작하고, 코르크와 나무 핀을 이용해 무럼 해파리에 이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해파리는 갓 모양의 안쪽에 있는 근육을 수축해 추진력을 얻는데, 연구팀은 사이보그 해파리의 근육 부위에 전극을 설치하고 외부에서 전기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더 빨리 움직이도록 만들었습니다. 실험 결과 사이보그 해파리가 일반 해파리보다 2.8배 빨리 움직인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동물뿐 아니라 식물도 사이보그가 될 수 있습니다. MIT 미디어랩은 ‘사이보그 식물(Cyborg Botany)’ 개발에 도전했습니다. MIT 미디어랩이 만든 사이보그 식물 ‘일로완(Elowan)’은 식물 하단에 이동을 위한 로봇 바퀴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 식물은 식물의 생체전기 화학적 신호를 감지하는 은전극(Silver electrodes)에 연결되어 있어 빛, 중력, 기온 등 외부 자극에 반응합니다.


전기적인 신호가 식물 하단의 로봇으로 전해지면 바퀴가 식물의 생존에 가장 적합한 장소로 이동합니다. 사이보그 식물 기술이 발전하면 식물은 자신의 생존에 가장 유리한 환경을 찾아 스스로 이동할 수 있게 됩니다. 예컨대 광합성을 더욱 활발히 하기 위해 햇볕이 강하게 쬐는 창가로 사이보그 식물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것입니다.


l 사이보그 식물 ‘일로완’ (출처: MIT미디어랩)


사이보그에 관한 연구는 살아 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하므로 윤리적인 문제가 돌출할 개연성이 있습니다. 동물 학대에 대한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논란을 피해 가면서 인간에 유익한 기술을 연구하고 탐구하는 게 로봇 과학자들에게 주어진 과제이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사이보그는 공상 과학의 단골 소재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과학의 힘으로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재활 의료, 재난 구조, 군사 등 분야에서 사이보그 기술의 잠재력은 점점 향상되고 있습니다. 아직 인간의 상상력에 턱없이 모자라지만 미래에는 사이보그 기술이 우리 생활에 깊숙하게 들어올 것입니다.


글 l 장길수 l 로봇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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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ddangcoobird.tistory.com BlogIcon 땅꾸새 2020.03.25 10: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과학기술이 정말 많이 발전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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