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티드 홈 또는 스마트 홈으로 불리는 기술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장치와 사물을 연결하고, 디지털 경험을 끊임없이 연결하는 분야입니다. 생활 공간의 일부인 주방에서도 식료품 재고를 추적하는 냉장고나 조리법에 따라서 온도를 조절하는 오븐과 같은 가전제품은 커넥티드 홈 기술로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업용 주방에서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최근 식음료 산업은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서빙하는 로봇이나 자동화한 주문, 결제 등 많은 게 변하고 있죠. 그러나 주방은 다릅니다. 디지털 기술을 수용하는 것에 큰 저항이 있습니다. 조리를 돕는 로봇 팔이나 모니터링 시스템은 꾸준히 개발되었지만, 효율성 및 체계화가 중요한 프랜차이즈 체인이거나 단일 메뉴로 자동화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우에만 도입이 한정되었죠.
많은 요리사가 자신의 조리 기술과 감각을 최대한 발휘하길 원합니다. 로봇 팔 등이 도움은 될 수도 있으나 도리어 거추장스럽거나 감각을 해칠 수도 있으니 거부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쉽게 수용하고, 가파르게 성장한 대부분 기술은 식당의 프런트 엔드 문제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l 젠풋 (출처: https://www.zenput.com/)
그렇다고 주방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식당 및 소매점 운영 플랫폼 개발사 '젠풋(Zenput)'이 295명의 식당 운영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식당 운영을 개선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48%가 답한 인건비 상승이었으며, 44%의 높은 직원 이직률과 39% 불충분한 교육이 복수 답변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최우선 과제는 직원 생산성 향상(48%)과 규정 준수(43%)로 나타났습니다.
주문이나 서빙과 같은 프런트 엔드 문제는 활발한 디지털 기술 채용으로 해결되어 가는 추세입니다. 반면, 주방은 음식을 제공할 규모에 맞춰서 상주할 직원이 필요하고, 조리만 아니라 주방 관리와 운영에 대한 교육까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교육한 직원이 갑자기 이직하거나 이직한 직원을 대신한 신입 직원이 실수로 해산물을 상온에 두고, 폐기 날짜를 표시하지 않아서 식자재를 버리게 되는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조리를 돕는 것만 아니라 실질적인 주방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필요하다는 걸 이해하기 시작했고, 그러한 기술 동향이 '커넥티드 키친(Connected Kitchen)'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커넥티드 키친에서 가장 성장한 분야는 '식품 안전(Food Safety)'입니다. 식품 안전사고로 업체들은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처리하고 있죠.
l 커넥티드 키친 (출처: http://radeontech.com/connect-smart-kitchen.html)
젠풋은 통합한 단일 식품 안전 솔루션을 식당에 제공합니다. 식당은 식품 안전 가이드와 감사 및 점검 목록을 젠풋과 공유할 수 있습니다. 온도 센서, 블루투스 온도계, 라벨 프린터와 같은 사물인터넷(IoT) 장치를 활용해 자동화하고, 필요한 부분을 즉각 알림으로써 운영에 탄력을 더합니다.
라벨 프린터는 음식 준비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단계의 날짜를 인쇄하는 장치입니다. 만들어 둔 소스의 폐기 날짜 등을 표기할 수 있는데, 표기한 날짜는 통합 애플리케이션 대시보드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기간이 다가옴에 따른 알림을 전달합니다. 자동화한 솔루션은 특별히 교육하지 않은 직원도 쉽게 활용할 수 있어서 단기적인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l 젠풋 온도 센서 (출처: https://www.zenput.com/solutions/food-safety/)
또한, 온도 센서는 온도 프로세스를 자동화해 직원들이 다른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합니다. 24시간 온도를 모니터링하고, 온도 범위를 벗어나면 조치를 위해 근무 중이거나 담당인 직원의 스마트폰에 자동으로 경보가 전송되고, 매시간 온도는 기록되어서 장비의 고장 여부를 확인하는 등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라벨 프린터와 연결해서 라벨을 부착한 식자재가 적절한 온도에서 보관될 수 있게 지시하고, 온도 범위를 벗어난 곳에 보관되고 있다는 게 확인되면 경고합니다. 라벨이 붙은 식자재의 보관 위치를 온도 센서에 맞춰 지정해주므로 따르기만 하면 식자재가 상해서 손실이 나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애틀랜타 기반 스타트업 '베리솔루션즈(VeriSolutions)'도 식품 안전 기술을 제공합니다. 베리솔루션즈의 기술 플랫폼은 디지털 점검 목록과 자동 센서를 결합한 것이 특징입니다.
먼저 주방 직원은 베리체크(VeriCheck)로 불리는 디지털 체크리스트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온도 모니터링 센서인 베리템프(VeriTemp)를 사용해서 냉장고 및 냉동고의 차가운 온도, 오븐이나 화구 등 뜨거운 온도를 항목에 따라서 원하는 범위로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 겁니다. 온도 범위를 벗어나면 경고와 취해야 할 조치를 알려줍니다.
l 베리솔루션즈플랫폼 (출처: https://www.verisolutions.co/insights)
베리솔루션즈의 기술은 주방에서 일하는 요리사만 아니라 여러 개의 식당이나 체인 매장을 운영하는 사업자에게도 유용합니다. 식품 안전 가이드에 따른 체크리스크는 인사이트(Insights)라는 분석 플랫폼에 업장 별로 정리됩니다. 언제 어디서든 식당의 식품 관리를 확인하고, 데이터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인사이트는 라벨 프린터나 주방용 컴퓨터와 같은 타사 장치와 연동해 분석 범위를 확장할 수 있으며, IoT 기술을 도입한 식자재 운송 업체와 연결하면 식자재의 운반부터 조리되어 테이블에 나가기까지 자동화 관리로 식당 운영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주방에서 생기는 문제를 IoT, 데이터, 클라우드 등 기술로 사물과 플랫폼을 연결 및 자동화하고, 해결하는 것이 바로 커넥티드 키친입니다. 요리사의 조리 기술과 감각을 방해하지 않는 영역에도 적용할 수 있어서 기술 도입에 대한 저항이 낮습니다. 오히려 요리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 방법이므로 고객 만족을 높이고, 식문화 개선에 도움 된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해, 블루밍 브랜즈가 소유한 식당 체인 브랜드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혁신적인 식당 현대화 기업 프레스토(Presto)를 통해 컴퓨터 비전과 머신러닝 기술을 시범 도입했습니다. 매장 로비에 설치된 카메라는 호스트, 웨이터, 고객을 포착해 분석하고, 오랜 대기 시간, 로비의 청결함, 고객들의 반응을 추적합니다.
프레스토 설립자이자 CEO인 라자트 수리(Rajat Suri)는 '이 기술은 식당의 맹점을 교정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라면서 '관리자들은 항상 어디에나 있을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컴퓨터 비전과 머신러닝을 결합한 기술이 관리자를 대신할 수 있다는 겁니다.
l 프레스토 컴퓨터 비전 (출처: https://presto.com/computer-vision/)
카메라로 포착한 데이터는 30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되고, 개인을 추적하거나 기록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수리는 '전체 생태계가 이 기술을 매우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하다.'라면서 시범 단계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안전하다는 게 검증되면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기술을 로비만 아니라 주변 도로, 식당 내부, 그리고 주방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컴퓨터 비전, 머신러닝이 주방과 결합하면 청결도 점검, 주문한 메뉴가 올바르게 내어졌는지 등을 확인하고, 직원들에게 알려서 주방을 청소하거나 서빙 여부를 POS와 동기화, 분석한 고객 반응을 전달해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 카메라와 직원, 주방과 식당의 다른 공간을 실시간으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식당이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에 방해 없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돕는 것입니다. 블루밍 브랜즈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를 비롯한 다른 자사 체인 브랜드에도 컴퓨터 비전과 머신러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애틀 기반 스타트업 수젠(Souszen)의 목표는 상업용 주방의 자동화입니다. 다만, 조리의 자동화가 아닙니다. ‘조리법, 재료, 인구 통계학적 동향 등 상업용 주방의 요리에 필요한 모든 것을 공유하는 관리 및 시장 네트워크를 통합한 플랫폼을 제공해 음식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하겠다.’라고 설명합니다.
식당이 준비한 메뉴는 항상 똑같은 식자재로 조리되어 서빙될 수 없습니다. 계절, 생산, 질병, 품종 등 많은 요소가 영향을 끼치고, 주방은 이 문제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맛을 유지하면서 식자재 가격이 손실로 이어져서는 안 되고, 또는 더 나은 맛의 음식을 제공할 방법이 있다면 찾아내는 게 사업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수젠은 식자재 공급 단계부터 데이터 네트워크를 활용합니다. 식자재의 가격 변화나 생산량에 따라서 다음 주문을 자동으로 작성하고, 식당이 검토할 수 있게 준비합니다. 주문한 식자재는 숙련된 요리사가 개발한 조리법에 맞춰 재고와 메뉴를 연결하고, 조리법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l 수젠 플랫폼 (출처: https://www.souszen.com/copy-of-kitchen-manager)
플랫폼과 연결된 조리 기구가 조리 단계대로 온도 조절 및 확인, 시간 제어 등 최적의 상태를 자동으로 조정해 지침만 따르면 요리를 완성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즉, 식자재를 중심으로 준비한 조리법과 조리법에 따른 조리 기구의 자동화로 일관적인 식사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전체 솔루션에는 식품 안전 기술, 낭비를 줄일 재고 관리, 건강을 위한 식자재 성분 조합 등을 포함합니다. 단일 솔루션으로 상업용 주방이 누구나 안정적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게 수젠의 목표죠.
수젠은 지난해부터 펩시코(PepsiCo)와 제휴해 멕시코의 펩시코 식당 체인에 솔루션을 시범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젠의 실험이 성공적이라면, 주방의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자동화하고, 지침을 수행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한 진정한 커넥티드 키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극단적인 자동화는 인간의 일자리와 역할을 빼앗고, 밀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식음료 산업 전반에 걸쳐서 주방 인력 문제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팽창하는 식음료 산업에 공급할 전문 기술을 가진 요리사의 부족한 탓에 요리를 배우지 않은 저임금 노동자를 주방에 채용하는 지역이 상당히 많고, 높은 임금의 전문 요리사를 채용해 상승한 비용을 다른 운영 비용에서 낮추는 식당 사례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결국, 커넥티드 키친이 활성화되어 상업용 주방이 자동화를 맞이하면 요리를 배우지 않은 저임금 노동자가 주방에 있는 식당에서도 안전하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식당이 이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수젠의 주장입니다.
그러므로 커넥티드 키친은 식음료 산업의 미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동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결을 통해 어느 수준까지 주방을 자동화하고, 식당을 유기적인 플랫폼으로 만드느냐가 사업의 규모나 방향, 이익 등 여러 부분을 결정지을 것입니다. 커넥티드 키친은 막 시범 단계의 태동기이지만, 그 어떤 분야의 자동화 기술보다 빠르게 시장에 적응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글 l 맥갤러리 l IT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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