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가까이 금융 서비스는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은행이 아닌 기술 기업이 금융 산업 저변을 확대해 왔는데요. 은행이 제공한 담보 대출, 소비자 대출, 투자, 카드, 예금, 송금 등 서비스를 분리하여 작은 기업이 가져간 후 간소화, 효율화가 이뤄지면서 ‘핀테크’ 서비스가 탄생한 것이죠. 현재는 기업들이 데이터, 블록체인 등 기술을 더하여 분리한 것들을 고도화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l P2P 대출 '조파’ (출처: https://www.zopa.com/loans/car-loans)
초기 핀테크는 금융 서비스를 간편하게 재설계하는 것이 주요 목표였기에 예금이나 송금과 같은 분야가 선도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은행만이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것까지 핀테크로의 전환을 기대하게 되었는데요. '대출'도 그 중 하나입니다.
대출은 전통적인 금융 생태계의 전유물로 인식되었습니다. 돈을 빌려주는 곳과 빌리려는 사람의 신뢰가 중요하고, 특히 신용 대출의 경우 개인의 신용 평가, 거래 명세, 직장 등 조건을 고려하므로 체계적인 금융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핀테크 대출의 초기 형태인 P2P(Peer-to-Peer) 대출은 플랫폼을 통해 금융 공급자와 수요자가 직접 거래함으로써 간소화로 금리를 낮추고,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금융 제도 내의 기관이 아닌 플랫폼이 기반이기 때문에 안전성이 부족하다는 결점이 함께 있습니다. 하지만 낮은 신용등급으로 금융기관에 접근하기 어려운 계층에게 까다로운 심사 과정에서 자유로운 수단으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l 중국 P2P 폰지 사기 업체 ‘이주바오’ (출처: https://bit.ly/2RMUkfh)
문제는 과정이 너무 간략했다는 것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서는 플랫폼 회사가 중간에서 투자금을 빼돌리는 P2P 대출 사기가 극성이었습니다. 공급과 수요의 직접 연결이 역할의 전부인 플랫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심사나 검증 없이도 수요 규모만 부풀리면 투자금은 증가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수요의 실체가 어떻든 규모만 만족스럽다면, 수익이 보장된다는 플랫폼의 설명만으로 P2P 거래에 뛰어들었습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중국에서 사업 중인 P2P 대출 업체에 대한 감시를 엄격히 강화하고, 기준에 미치지 못한 회사는 폐쇄하는 등 조치를 했습니다. 그러자 중국의 P2P 거래 사업자 수는 급격히 줄었습니다. 중국 잉찬그룹(Yingcan Group)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P2P 대출 업체는 50% 감소한 1,021개에 머물렀고, 8월 이후로는 새로 시장에 진출한 회사가 없었습니다.
2,000개 이상이었던 중국 P2P 대출 업체 규모가 강력한 규제만으로 무너졌습니다. 이는 사기 업체들을 단속한 영향만은 아닙니다. 규제 리스크로 투자자들의 P2P 거래가 소극적으로 바뀌었고, 원활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업체가 증가하면서 시장이 축소한 것입니다.
그래서 P2P 대출은 긴 시간 성장했지만, 리스크가 커서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과는 별개인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P2P 대출이 핀테크의 초석을 다졌기에 다른 핀테크 대출 분야에 대한 평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선에도 수년 동안 핀테크 대출은 성장했습니다. 트랜스유니온(TransUnion)의 보고서를 보면, 2013년 전체 미국인의 3%만 핀테크 대출을 이용했지만, 현재는 약 40%가 핀테크 기업에 상환합니다. 폭은 더 넓어졌습니다. 학자금, 부동산, 자동차, 신용 그리고 전통적인 시스템에 필요했던 통제를 기술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핀테크 대출의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l 소파이 (출처: https://www.sofi.com/)
'소파이(Sofi)'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핀테크 대출 업체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인 사업이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학자금 대출 금융이죠. 2011년 스탠퍼드 경영 대학원에서 만난 공동 창립자 마이크 캐그니(Mike Cagney), 댄 맥클린(Dan Macklin), 제임스 피니건(James Finnigan), 이안 브래디(Ian Brady)는 교육 자금을 더 저렴한 옵션에 제공할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소파이의 최초 대출은 스탠퍼드에서 진행한 파일럿 프로그램이었습니다. 40명의 스탠퍼드 동문으로부터 대출을 위한 자금을 모은 후 100명의 스탠퍼드 학생에게 평균 2만 달러의 학자금을 제공했습니다.
기본 틀은 P2P 대출입니다. 다만, 법률 및 의과 대학 등 졸업생의 고소득에 대한 기대가 높을수록 많은 금액을 제공하고, 정부 학생 대출 프로그램보다도 낮은 금리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P2P 투자는 수요에 따른 투자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진행할 수 없습니다. 소파이는 이런 문제를 네트워크로 해결했습니다.
졸업생이 고소득 직업을 가지면, 수요자에서 공급자가 되게 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자금을 모읍니다. 학생에게는 낮은 금리의 대출 상품이자 졸업생에게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는 것이죠. 이를 통해 견고한 네트워크를 형성하자 소파이는 창립 2년 만에 모건 스탠리로부터 6,000만 달러의 신용 한도를 확보합니다.
의과대학 등 비싼 학비로 발생한 학자금 대출의 가장 큰 문제는 졸업 후 고소득이 보장되더라도 장기적으로 갚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높은 금리까지 더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소파이가 다른 건 낮은 금리가 아닙니다. 핵심은 소파이가 제공한 것이 대출이 아닌 투자 상품이라고 고객이 인지하게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대출로 경험한 바가 있으므로 상환하는 시점에 소파이에 쉽게 투자할 수 있습니다. 소파이로 낸 수익은 학자금 대출을 갚는 데 도움이 되고, 장기적으로는 이익으로 돌아옵니다.
l 소파이 인베스트 (출처: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sofi.mobile)
소파이는 '소파이 인베스트(Sofi Invest)'라는 단일 앱을 통해서 투자자가 주식, ETF에 투자할 수 있게 돕습니다. 투자는 자동화한 로보 어드바이저(Robo-Advisor) 시스템으로 이뤄집니다. 최근에는 암호화폐에 대한 자동화 투자 솔루션도 내놓으면서 P2P 대출에 국한하지 않고 투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타겟팅한 밀레니얼 세대가 소피아의 대출로부터 투자를 시작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2019년 9월 기준, 80만 명의 회원이 소피아를 이용해서 투자했는데요. 이들 대부분이 소파이로 대출한 경험이 있습니다.
'피겨(Figure)'는 '피겨 홈 에퀴티 라인(Figure Home Equity Line)'이라는 주택담보 한도 대출을 제공합니다. 몇 단계만 거치면 최저 4.99% 이자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5분 만에 대출이 승인되고, 5일 안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고정 금리이며, 최대 150,000달러를 빌릴 수 있습니다. 수수료도 없습니다. 모든 과정은 온라인에서 진행됩니다.
마치 금융 사기 광고처럼 보이는 사업 모델은 피겨가 혁신적인 개척자라는 방증입니다. 피겨는 대출 신청한 고객의 개인 정보를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확보하고, 분석합니다. 여기에는 광범위한 미국의 인구 통계 데이터를 사용합니다.
l 피겨 (출처: https://www.figure.com/)
최소 15,000달러에서 150,000달러는 미국인의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 범위이며, 최소 5년에서 최대 30년은 평균 상환 기간입니다. 여기에 통계 데이터를 더해 신용보고서와는 다른 대출 자격을 평가합니다. 물론 누구나 대출이 승인되는 건 아닙니다. 대신 대출 금액과 기간, 금리를 통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해 일반 금융 기관보다 더 나은 대출이 이뤄질 수 있게 합니다.
조건은 있습니다. 돈을 빌리려는 사람은 부동산 기록이 확인되는 주택 소유주여야 합니다. 단독 주택이나 연립 주택일 때 좋은 자격을 얻을 수 있고, 콘도나 이동 주택은 보장되지 않습니다. 위험 보험이 있다는 것과 지역에 따라서 홍수 보험이 있다는 증명도 해야 합니다. 따질 게 많은 것 같지만, 이 모든 것은 피겨의 소프트웨어가 해결합니다.
홍수 보험 여부를 모르더라도 모든 조건을 AI로 검토하므로 간편하고 빠릅니다. 핵심은 주택담보 대출에서 나타나는 심사 리스크를 모두 디지털 기반 플랫폼에 옮겨서 기존 은행과는 다른 간편하고, 장점이 있는 대출 상품을 만들고도 리스크를 줄였다는 것입니다.
피겨 플랫폼의 고객 평가 정확도는 신용점수로 얘기할 수 있습니다. 피겨 대출이 승인된 대부분 고객은 FICO 신용 점수 기준 600점 이상이었습니다. 신용 보고서와는 다른 기준이지만, 의도한 계층을 높은 정확도로 겨냥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용 평가에 활용할 자원을 최소화하여 빠른 승인, 좋은 금리, 낮은 수수료의 대출을 제공합니다.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보다 리스크는 줄이면서 경쟁력은 높인 것입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금융 시장에서 더 많은 대출 소비가 이뤄지게 했습니다. 에퀴팩스(Equifax)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2019년 개인 대출은 2018년보다 10% 이상 증가했습니다. 1인당 평균 개인 대출 잔액은 16,259달러이며, 신용카드 부채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또한, 지난 5년 동안 개인 대출 잔액이 30,000달러를 넘긴 개인은 15% 증가했습니다.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지적된 것이 바로 핀테크 대출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핀테크 대출을 통한 무분별한 대출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거라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개인 대출 연체율은 4.5% 수준이며, 무분별한 대출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후인 2008년 1월 8.4%보다 훨씬 낮습니다. 개인 대출이 급격히 늘었음에도 부채 상환에 적신호가 켜지진 않은 거죠. 이는 핀테크로 다각화 된 대출 상품 덕분이며, 바로 핀테크 대출이 성장하는 이유입니다.
글 l 맥갤러리 l IT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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