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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의 이상적 얼굴은 무엇일까?

2019. 12. 10. 09:30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 즉 ‘안드로이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간을 닮은 로봇들이 우리 삶 속으로 속속 침투하고 있는데, 우선 그 사례들을 볼까요?


올해 초, 본격적으로 문을 연 터키의 이스탄불 공항은 세계 2위의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인천공항의 3.5배 규모로 연간 2억 명의 탑승객을 수용할 만큼 장대함을 뽐내지만, 큰 규모 때문에 승객들은 자칫 길을 잃어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가 나타나 도움을 줍니다. 바퀴가 장착됐고, 작은 어린이 크기로 사람을 흉내 낸 이른바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입니다.



만화책에서나 봤을 것 같은 동그랗고 커다란 눈에 미소를 띤 채 도우미 역할을 거뜬히 수행합니다. 달걀 껍데기 모양의 파란색 로봇들이 말을 할 땐 입에서 번쩍번쩍 빛이 나고, 눈으로 윙크도 해주며 끊임없이 팔을 올렸다, 내렸다 합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의 피터 홀리 기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스탄불 공항에서 길을 안내해 주고, 스케줄을 확인해 주는 등 볼거리로 등장했다”며 그 모습을 기사에서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태국의 몽꿋와따나 종합병원에서도 휴머노이드 간호사 로봇이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어깨 가까이 내려오는 가발을 쓰고 눈에서는 빨간색 빛이 뿜어져 나오는 이 로봇은 간호사 복장을 하고  병원 내 8개 동을 부지런히 오가며 서류를 전해주고 약을 배달합니다. 현재 로봇 간호사 셋이 병원에서 활동 중이며, 태국어와 영어를 구사하고, 병원 바닥에 설치된 자석 장치를 이용해 이동합니다.


중국 업체가 설계한 이 로봇의 얼굴이 흉측스럽다는 일부 반응도 있지만, 병원 측은 로봇은 인간이 하는 실수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향후 장비 이동이나 투약 준비까지 업무를 점차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흥미로운 발표가 있었습니다. 영국 업체 지오믹(Geomiq)이 “당신의 나이가 지긋하고, 친절해 보이고 편한 얼굴을 가졌다면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될 로봇을 제작하는 데 쓰이도록 당신의 얼굴을 기부해 달라”며 전 세계 네티즌들을 상대로 사진 기증을 요청한 것입니다. 이 업체는 나이를 특정하지도, 성별에 대한 선호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당신의 얼굴이 로봇의 얼굴로 최종 낙점된다면 13만 달러 (약 1억5천만 원)를 주겠다고 약속하며 아래와 같은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우리 회사는 민간 투자를 받아 로봇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개발되는 로봇은 노인들의 ‘가상 친구(Virtual Friend)’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로봇은 내년쯤 생산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로봇 디자이너는 5년간 준비해 왔으며, 중국 상하이에 기반을 둔 펀드사뿐 아니라 여러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고 있습니다.”


지오믹 측은 최종적으로 특정인의 사진이 로봇의 얼굴로 선발되면, 자세한 내용을 당사자에게 알려주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번 공개 모집이 과연 진정성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프로젝트인지, 단지 투자와 관심을 끌기 위한 장난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어떤 사회적 실험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분명하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확산과 우려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이 확산되면서 그에 따른 윤리적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정 인간의 얼굴이 휴머노이드 로봇에 사용되는 게 현실화될 경우 그 파급효과가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당신의 얼굴이 범죄 등에 악용되는 로봇의 얼굴로 사용되는 상황을 상상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섬뜩하지 않나요? 만약 당신의 얼굴이 공상과학 영화에서 봤던 로봇 군인의 얼굴로 악용된다면 소름이 돋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사용될 사진을 굳이 공개 모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의문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으로 가상의 얼굴을 만들어 내는 게 이미 그리 어렵지 않은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얼굴에 대한 권리를 로봇 제작사에 파는 것은 판매자의 일생뿐만 아니라 향후의 인류 역사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대 결정일 수 있습니다.



특정인의 얼굴을 가진 로봇이 비도덕적 행위를 했을 경우 피해자는 자칫 그 로봇이 아닌 그 로봇의 얼굴을 가진 실제 인간을 가해자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간 얼굴이 휴머노이드 로봇에 사용되는 문제는 로봇과 인간 사이의 윤리적, 철학적, 도덕적 관계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사진 공모는 과연 어떤 얼굴이 로봇의 얼굴에 이상적인 모습일지에 대한 또 다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등장한 휴머노이드 로봇 중 가장 예쁘고 인간적인 모습을 한 얼굴로는 2015년 일본 오사카 대학의 이시구로 히로시 지능로봇 연구소장이 딸의 얼굴을 흉내 내 만든 ‘에리카’가 대표적입니다.


실제 사람이라고 오해할 만큼 진짜 같은 갈색 머리와 피부를 가졌고,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에리카는 고객 응대원으로 일하도록 훈련받았습니다. AI 스피커처럼 다양한 질문에 대답할 수 있고, 당황스러운 상황에선 멀리 시선을 돌리는 등 고도로 발전된 안드로이드 로봇입니다.


블룸버그 뉴스는 에리카를 “지금까지 만들어진 안드로이드 가운데 가장 오싹한 로봇”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히로시 박사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엄청난 발전”이라며 “에리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로봇의 얼굴”이라고 환호했다고 합니다.



로봇의 얼굴이 진짜 사람의 모습과 일치하거나 비슷해질 경우, 우리 인간이 그 휴머노이드에 대해 호감을 느낄지 아니면 공포의 대상으로 받아들일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휴머노이드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나 정서는 문화, 지역, 나라, 인종 등 다양한 요인들의 영향을 받아 극명하게 갈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리카에 대한 평가가 극명히 갈리는 것처럼 말이죠.


이런 점에서, 일본 교토에서 4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에서 설법을 전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민다르(Mindar)’ 에 대해 대중이 느끼는 반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민다르는 키 183cm, 몸무게는 32kg 정도 되고 제작비로 1백만 달러 (약 12억 원)가 들었습니다.


민다르는 몸통, 팔, 다리를 스스로 움직일 수 있으며 사람 피부처럼 보이도록 실리콘을 이용해 제작됐습니다. 머리 위쪽이 열려있고 그 부분에서 불빛이 새어 나옵니다. 설교는 일본어로 진행되지만, 옆방에서 영어와 중국어 서비스도 동시에 진행됩니다. 민다르는 여성 내지는 어린이 목소리로 불교 교리를 전달하고, 불자들의 마음을 붙잡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사찰 측은 향후 직접 신도들과 대화하고, 자율적으로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민다르가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민다르를 만드는 데 참여한 과학자는 “민다르는 아직은 인공지능 로봇이라기보다는, 종교적 정보를 전달하는 ‘뉴미디어 (New Media)’ 같은 존재”라며 향후 계속 진화 시켜 진정한 휴머노이드 AI 로봇을 내놓겠다는 의욕을 보였습니다.


이와 별도로 ‘페퍼’라는 이름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일본의 장례식장에서 불교 전통에 따라 경을 읽기도 합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장례식장이 있으면 달려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비교적 큰 저항 없이 휴머노이드 로봇이 일본 사회에 침투하고 있습니다. 민다르의 경우 기대하지 않았던 따뜻함을 느꼈고, 설법을 따라가는 게 쉬웠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지만 무섭고, 인위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히 일본인들보다 서양인들이 해당 로봇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등 심리적 저항이 컸습니다. 일본인들은 로봇을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서양인들은 로봇을 보면서 불안감을 느낀 것이죠. 사찰의 한 관계자는 “서양인들은 로봇을 소설 프랑켄스타인에 등장하는 괴물과 연결시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일본과 태국의 사례에서 보이듯,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시아에서 병원과 종교기관들에서 역할을 확대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같은 서구권 국가에서는 이들 로봇이 친밀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병원 등의 기관들에서 제대로 정착되기엔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문화적, 사회적 인식의 차이가 가장 큰 요인일 것입니다.


헬스케어 로봇을 제작하는 ‘카탈리아 헬스’의 최고경영자 코리 키드는 “미국 등의 병원에서 태국과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하면 환자들이 혼비백산할 것이며 그 로봇은 하루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로봇의 미학성(Robot aesthetics)은 문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로봇에 대한 인식 차이


2014년 발표된  ‘로봇에 대한 인식과 태도의 문화적 차이’에 관한 논문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다른 나라의 시민들에 비해 로봇이란 말에서 자율성과 정서적 충만감을 느끼는 정도가 컸습니다. 예컨대, 유럽인들보다  일본인들은 마사지를 받는 상황의 경우, 로봇이 자신들의 몸에 손을 대는 것에 거부감이 적었습니다.


이런 경향은 브루킹스 연구소가 2018년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 성인 인터넷 이용자의 61%가 로봇에 ‘어느 정도(Somewhat)’ 또는 ‘매우(Very)’ 불편한 (uncomfortable) 감정을 느낀다고 밝힌 반면 오직 20%만이 로봇이 집안일을 도와주는 데 관심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기술 및 혁신 센터장 다렐 웨스트는 “로봇이 사람을 돌보는 일을 할 경우 사람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대(University of Washington)가 현존하는 157개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조사한 결과, 로봇 얼굴 중 34.4%는 검은색이었고, 65.6%가 입을 가졌습니다. 절반이 안되는 로봇이 눈썹을 가졌고, 그보다 훨씬 적은 로봇이 코를 가졌습니다. 10%도 안 되는 로봇이 머리카락을 가졌습니다. 대부분의 로봇 눈이 흰색이었고 동그랐습니다.


이들 로봇의 얼굴 모습은 로봇에 대한 인간의 태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워싱턴대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얼굴은 소셜 로봇의 주체성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입니다. 하지만 표정을 가지는 로봇을 만드는 것은 비싸고 어려운 일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향후 관건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어떻게 하면 사람으로 하여금 무섭고 소름이 끼친다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제작되느냐에 달렸습니다. 코리 키드 최고경영자는 “로봇이 단순히 병원에서 수건을 전달해 주는 기능을 수행한다면 그는 단순히 기계에 불과하지만, 눈 맞춤을 해주고 고개를 끄덕여 주는 등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사람들이 갖는 거부감이 점차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문화적 특수성 때문에 인간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받아들이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그 역할과 정서적 교류에 따라 점차 휴머노이드 로봇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많은 사회가 움직일 것이라는 겁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피할 수 없는 대세입니다. 앞서 언급한 브루킹스 연구소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2%는 향후 30년 이내에 로봇이 지금 인간이 수행하는 활동의 대부분을 수행하는 지점까지 로봇 기술이 발전할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로봇 발전과 사용을 규제하기 위해 연방 정부 차원에서 ‘연방 로봇 위원회’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찬성(32%)”과 “반대(29%)”의 의견이 비슷하게 엇갈렸습니다.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에게 정서적 공포의 대상일 수도 있지만, 수행 기능과 역할에서 긍정적 효과도 클 것입니다. 로봇이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세상이 멀지 않았습니다. 휴머노이드 AI 로봇이 향후 우리의 미래를 보다 발전적이고, 윤리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글 l 하재식 일리노이주립대 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 (angelha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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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T로 만드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갑니다 LG 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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