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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nsight

소셜 로봇의 미래

블록체인, 바이오 인공장기, 3차원 프린팅, 가상•증강현실. 이 기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미래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만한 잠재력이 있는 첨단 과학 또는 IT 기술인 것은 알겠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별로 공통점이 없어 보입니다. 이들 기술은 ‘과학기술기본법’에 의거해 ‘기술영향평가(TA: Technology Asseement)’를 받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 기술 외에도 유전자 가위, 무인 이동체, 뇌•기계 인터페이스, 빅데이터 분석, 줄기세포 치료 등이 지난 2003년 이후 정부의 기술영향평가를 받았습니다.


‘환경영향평가’라는 말은 귀에 아주 익숙하지만 ‘기술영향평가’는 좀 생소한 게 사실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이미 1970~80년대부터 사회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과학기술을 선정해 기술영향평가를 해오고 있습니다. 첨단 과학기술이 우리 사회와 인간의 삶에 미칠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예측해 대응책을 마련하자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해 기술영향평가를 의무화했습니다. 이 법에 따라 기술적•경제적•사회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큰 신기술을 매년 선정해 경제•사회•문화•윤리•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부작용을 방지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술영향평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주도하에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참여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종 보고서가 만들어지면 과학기술자문회의에 보고하고, 관계 부처에 통보해 국가연구개발 사업에 반영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한때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블록체인 기술은 2018년 기술영향평가 대상에 선정돼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논의를 거쳐 기술영향평가가 이뤄졌습니다.


그렇다면 올해 기술영향평가 대상으로 선정된 기술은 무엇일까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대상기술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올해 10개 후보기술을 대상으로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종합해 소셜 로봇을 2019년 기술영향평가 대상으로 최종 선정했습니다. 이어 기술영향평가위원회, 시민 포럼 등의 공동 회의를 통해 소셜 로봇에 관한 기술영향평가 결과(안)를 마련했습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지난 11월 22일 “’소셜 로봇’의 미래, 시민에게 묻다”라는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개최하고 기술영향평가 결과(안)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말 최종 결과물을 도출해 내년 1월 중 정부 부처와 일반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l 지난 11월 22일 열린 소셜로봇 기술영향평가에 대한 공개 토론회 (사진: 필자)


그렇다면 소셜 로봇 기술영향평가 결과(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먼저 소셜 로봇이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소셜 로봇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로봇 업계에서 그동안 관습적으로 사용해온 용어일 뿐이죠. 국제로봇연맹(IFR)도 로봇을 크게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으로 분류하고 있을 뿐 소셜 로봇을 따로 분류해 정의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소셜 로봇은 무엇이 문제일까?


로봇 과학자들은 통상적으로 소셜 로봇을 “인간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로봇’으로 정의하고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로봇이 인지능력과 사회적 교감 능력을 갖춰야 한다.”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l 소셜 로봇의 원조 지보(출처: 지보)


원래 소셜 로봇이란 개념은 지난 2002년 MIT의 신시아 브리질(Cynthia Breazeal) 교수가 사용하면서 대중성을 획득했지만 1997년에 스위스 EPFL의 로봇 연구자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신시아 브리질 교수가 소셜 로봇인 ‘지보(Jibo)’를 개발하고 상품화에 나서면서 로봇 산업계에 소셜 로봇이란 개념이 널리 펴졌습니다.


ETRI 인간로봇상호작용연구실 김재홍 실장은 지난 11월 22일 소셜 로봇 공개토론회에서 소셜 로봇의 주요 활용 분야를 크게 ▲생활지원(지보, 젠보, 클로이홈, 버디 등) ▲정서지원(파로, 아이보, 러봇, 효돌이 등) ▲엔터테인먼트(코즈모, 로보데스피언, 에버 등) ▲교육(알버트, 키봇2, 나오, 뮤지오 등) ▲돌봄(나오, 페퍼, 필로, 삼성봇케어 등) ▲안내(나오, 페퍼, 퓨로 등)으로 구분했습니다.


l LG전자의 생활 지원용 로봇 ‘클로이홈’ (출처: LG전자)


이처럼 소셜 로봇의 적용 범위는 매우 넓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다양한 로봇에 소셜 기능이 접목되면서 소셜 로봇의 외연은 더욱 확장될 것이 분명합니다. 심지어 산업용 로봇에도 소셜 기능이 추가되겠지요. 따라서 소셜 로봇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로봇에 소셜 기능이 어떻게 구현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한 관심사로 부각되리라 봅니다.


이번에 발표된 소셜 로봇에 대한 기술영향평가 결과(안)은 경제, 사회, 문화, 윤리, 환경 등 5가지 측면에서 소셜 로봇이 향후 우리 사회에 가져올 영향력과 파급력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소셜 로봇의 영향력과 파급력


우선 경제적인 측면에서 소셜 로봇은 기존 산업의 변화를 초래하고, 신산업의 창출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 소셜 로봇이 도입되면서 센서•인공지능 등 관련 산업의 활성화가 예상되고, 소셜 로봇 관련 앱 시장, 소셜 로봇 액세서리 시장, 안전사고에 대비한 보험 시장 등이 부각될 것이란 예측입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소셜 로봇이 기존 시장의 수요를 대체하면서 일부 산업을 위축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소셜 로봇이 수집하는 방대한 개인 데이터도 논란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소셜 로봇의 도입으로 데이터의 가치가 증대되지만, 사생활 침해와 범죄에의 노출 등의 부작용도 우려됩니다. 스마트폰이 조장하는 부작용보다 더 큰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습니다.


일자리 문제 역시 로봇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뜨거운 이슈입니다. 로봇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이라는 우려에서 소셜 로봇도 결코 예외일 수 없습니다. 로봇 점검 및 수리, 소셜 로봇 콘텐츠 제작, 소셜 로봇 교육 훈련, 로봇 공연 및 전시 등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지만, 저숙련 노동을 중심으로 로봇 대체 현상이 발생하면서 논란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셜 로봇이 산업용 로봇보다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덜 줄 것이라는 의견도 이번 결과(안)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소셜 로봇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보다는 인간과 로봇 간에 협력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죠. 소셜 로봇이 저숙련 분야 인력을 대체하지만, 고숙련 업무는 여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 있을 것이란 예측입니다.


소셜 로봇이 사회적인 측면에서 불평등 완화와 불평등 심화라는 2가지 현상을 동시에 초래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소셜 로봇이 돌봄, 교육, 의료 등 서비스 분야에서 사회적 약자의 정보 격차 해소 및 사회 진출을 촉진하는 측면이 있지만, 저소득 일자리와 케어 로봇, 안내 로봇 등이 경쟁하면서 저소득 직군의 임금 하락 등 불평등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노약자 지원을 위한 케어 로봇 등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복지 비용 증대 등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소셜 로봇은 개인의 삶에도 정서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입니다. 반려 로봇 등 소셜 로봇의 효용성이 증대되면서 정서적인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는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전통적으로 각 사회적 집단이 담당했던 정서적 유대 기능을 소셜 로봇이 일부 대체하면서 사회적 연대감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l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 컬리지(TCD)’ 연구팀이 개발한 소셜 로봇 ‘스티비(Stevie)’는 노인과 소통하면서 노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출처: TCD)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소셜 로봇을 매개로 신규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소셜 로봇은 단순한 디스플레이 장치가 아니라 인간과 양 방향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혁신적인 콘텐츠의 등장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셜 로봇을 활용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빅데이터의 활용이 필수적인데, 개인 정보의 보호와 활용을 놓고 논란이 격화될 수 있습니다. 결국 정보 보호와 활용 간에 조화와 사회적인 공감대가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셜 로봇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문제도 부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환경적인 측면에선 보면 소셜 로봇의 폐기에 따른 개인 정보와 폐로봇의 처리 문제가 민감한 현안으로 다가올 것이란 예측입니다. 특히 소셜 로봇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방대한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쌓이는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도 매우 민감한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기술영향평가 결과(안)은 소셜 로봇에 대한 정부의 선제적인 대응책 마련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관련 연구 개발 지원(소셜 로봇 효용성 연구, 법제적 연구, 소셜 로봇 수집 개인정보 보안 솔루션 연구 등),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한국어 대응 인공지능 수준 강화, 기업 간 역할 분담, 플랫폼 선점을 위한 정책적 지원), 법제도 정비(데이터 활용 규제 점검, 데이터 주권 확보, 윤리 가이드라인, 소셜 로봇 폐기권고안 등), 사회적 혼란 최소화(사용자 보호 대책, 일자리 전환대비 정책, 보험제도 정비 등)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무엇보다도 소셜 로봇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기술영향평가 결과(안)은 향후 10년 정도의 시간을 상정해 마련된 것이라고 합니다. 10년 후인 2030년이 되면 수많은 소셜 로봇들이 우리의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우리와 동반자 관계를 형성할 것입니다. 소셜 로봇이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와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인간과 로봇 간 상호관계(HRI)’에 대한 보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l 사업화에 실패한 메이필드 로보틱스의 소셜 로봇 ‘쿠리’ (출처: 메이필드 로보틱스)


소셜 로봇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아직 소셜 로봇은 우리의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신시아 브리질 교수가 개발한 소셜 로봇 ‘지보’는 많은 기대 속에 출시됐지만,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에 사라졌습니다.


CES 2018에서 소셜 로봇 ‘쿠리(Kuri)’가 선보이면서 로봇 산업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던 ‘메이필드 로보틱스(Mayfield Robotics)’도 폐업하고 말았습니다. 여기저기서 소셜 로봇이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l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알데바란 로보틱스의 ‘나오’ 로봇 (출처: 알데바란 로보틱스)


소프트뱅크의 ‘페퍼’나 프랑스 알데바란 로보틱스의 ‘나오(Nao)’를 그나마 성공 사례로 거론할 수 있지만, 과연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는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 같은 사례들은 소셜 로봇 시장이 개화하기 위해선 아직도 상당한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과 로봇의 공존, 특히 소셜 로봇과의 공존은 결국 피할 수 없는 대세입니다. 정부가 연내 소셜 로봇에 대한 기술영향평가 결과를 확정하고 내년 1월부터 국민적 홍보에 나서는 것도 어찌 보면 미래를 위한 작은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본격적인 소셜 로봇 시대의 도래에 대비해 차근차근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글 l 장길수 l 로봇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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