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발전이 눈부신 곳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중국과 인도가 있고, 낙후한 금융 시스템으로 대륙 전체가 빠른 발전을 보이는 아프리카, 유럽의 금융 중심인 영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성장한 호주 등 나름의 이유로 핀테크 산업을 이끌고 있습니다.
l 멕시코 핀테크 스타트업 (출처: https://www.finnovista.com)
멕시코도 그런 지역 중 하나입니다. 운영되는 핀테크 스타트업만 500개 이상으로 중남미에서 가장 규모가 큽니다. 전체 금융 시장에 도입한 핀테크 산업 가치를 비교하면 브라질이 더 크지만, 멕시코는 다른 곳에 비해 부족한 금융 산업이 핀테크 스타트업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한 사례입니다. 2018년에만 대략 100개의 스타트업이 설립되었습니다. 52%의 성장률을 보입니다.
현재 멕시코의 소비 거래는 현금이 약 90%를 차지합니다. 18세에서 70세 사이 성인 중 47%만이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죠. 금융 시스템이 낙후한 만큼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려는 회사가 대거 설립된 것입니다. 짧은 기간 불어난 탓에 대부분 회사가 3~4명이 운영하는 소규모이며, 100명 이상 직원을 고용하는 기업은 전체 4%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서 3~4개월 정도 된 곳도 아이디어만 우수하다면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질 만큼 치열합니다.
l 콘피오 (출처: https://konfio.mx/)
지난 10월, 골드만삭스는 금융 서비스 플랫폼 회사인 콘피오(Konfío)에 10억 달러 규모 신용공여, 소프트뱅크는 투자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소프트뱅크는 멕시코의 대표적인 모바일 결제 기업 페이클립(PayClip)에 1억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KPMG의 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 핀테크 스타트업 중 214개 이상 기업에 외국 자본이 섞여 있고, 미국, 이스라엘, 영국, 브라질이 소유하는 거로 조사되었습니다.
성장 속도나 규모, 투자 실태 등 핀테크 산업에서 중요한 시장으로 봐야겠죠. 하지만 최근 그 어느 지역보다 멕시코를 주목하게 된 이유는 불어난 몸집에 있지 않습니다.
높은 현금 사용률, 낮은 은행 서비스 보급, 낙후한 금융 시스템으로 멕시코는 디지털에 대응할 세심한 금융 제도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다양한 아이디어의 핀테크 스타트업이 늘어난 것도 마땅히 규제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크라우드 펀딩, 예금 및 결제, 환전과 같은 서비스는 증권시장법이나 신용기관 법의 범위 밖이어서 소비자를 보호할 수단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멕시코 금융 위원회(CNBV), 금융 소비자 보호원(CONDUSEF), 연방 소비자 보호 위원회(PROFECO)의 부족한 금융 감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는 문제 될 것이 없었습니다. 대부분 거래가 현금으로 이뤄지고, 디지털 금융을 감시할 필요성이 적었으니까요. 그러나 핀테크 기업이 증가하면서 금융 제도의 정비가 요구되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멕시코는 1차 핀테크 법률과 2차 핀테크 법률을 발표했습니다. 1차 법률은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등 국가의 기본 금융 규정을 시장에 적용하는 거였습니다. 크라우드 펀딩, 암호화폐, 로보어드바이저 등 기술을 활용하려는 기업에 대한 기본 지침만 포함하여 전 세계에서 가장 유연한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l 페이클립 (출처: https://clip.mx/)
마침내 2차 법률에서 CNBV, 중앙은행, 시중 은행, 핀테크 기업이 협력하여 혁신 기업을 금융 기술 기관(Financial Technology Institution; ITF)로 규정할 방법을 마련했습니다. 멕시코에 운영 중인 핀테크 기업은 절차만 수용하면 IFT 지정을 신청할 수 있으며, 핀테크 법률에 따라서 금융 기관으로 분류되므로 자금 조달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핀테크 법으로 디지털 금융 제도를 밑바닥부터 닦고 있는 터라 규제 리스크가 적죠. 사업이 규제에 좌초될 공산이 크지 않으니 외부 투자를 좀 더 쉽게 이끌 수 있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골드만삭스나 소프트뱅크의 투자도 다른 지역보다 멕시코가 규제 리스크로부터 안전했기에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IFT로 지정되지 않는 곳이 문을 닫아야 하는 건 아닙니다. 아직 약 500개의 스타트업 중 절반 정도만 IFT로 지정되었습니다. 나머지는 자금 조달에 약점이 있으나 여전히 기존 사업을 유지할 수 있고, 탄력을 받아야 하는 지점에 조건만 충족하면 IFT 면허를 취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IFT로 지정된 기업들의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기관들이 감독할 조항을 만들어서 금융 제도를 보강하는 거죠.
중요한 건 핀테크를 시작으로 금융 시스템에 기둥을 세우고 있는 멕시코의 사례는 주변 국가가 핀테크를 규제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멕시코와 페루에서 운영하는 아르헨티나의 P2P 은행인 아프루엔타(Afluenta)의 설립자 알레한드로 코센티노(Alejandro Cosentino)는 '멕시코는 은행 수준의 규제를 하지 않고도 금융 기술 기업을 규제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페루 등 국가는 멕시코보다 핀테크 대응이 빨랐지만, 핀테크를 기반에 둔 틀은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모두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을 개선하고, 크라우드 펀딩이나 P2P 대출과 같은 일부 분야에 대한 예외 조항만으로 해결합니다. 그러므로 기존 금융 규제에 막히는 사업 모델은 제도가 개선되거나 예외 조항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반면, 멕시코는 디지털에 대한 대응도 늦었고, 핀테크를 규제할 정도로 금융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전체 금융 제도의 디지털 대응과 신흥 핀테크 기업에 관한 규제를 한 번에 진행하여 어느 지역보다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과 핀테크가 밀접하게 연결된 규제 방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금융 플랫폼 피노비스타(Finnovista)의 공동 설립자 안드레스 폰타오(Andrés Fontao)는 '멕시코 핀테크 법은 완벽하지 않아도 시작점이다.'라면서 '어떤 사람은 사전 요건을 준수하여 면허를 취득할 테고, 그렇지 못한 소규모는 늘 샌드박스에 의지하여 핀테크 발전을 지속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멕시코에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정착된 건 아닙니다. 단지 면제하거나 유예할 필요 없이 항상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시장이었기 신흥 기업은 자유롭게 사업을 시작하고, 자금 조달 등 성숙하는 단계에서는 규제에 포함, 포함한 기업으로부터 제도 마련 순으로 이루어지므로 광범위하면서도 매우 간략한 규제만으로도 핀테크 기업들을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멕시코의 핀테크는 기존 금융과 핀테크 규제를 통합하려는 지역의 핵심 연구 사례로 떠오른 것입니다.
멕시코와 같은 절차로 핀테크를 규제하는 게 정답은 아닙니다. 다만, 분야별 규제를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과 관계없이 원초적이면서 간략한 수준으로 제어하고 있기에 기존 금융과 충돌하여 규제 방향을 잡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멕시코의 사례는 귀중하게 활용될 겁니다.
규제가 없던 때와 비교하면 성장 속도는 느려졌습니다. 2020년 1월부터는 IFT도 CONDUSEF에 계약 등록하고, 수정 및 종료와 관련한 최소 표준을 준수하게 됨으로써 규제 리스크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던 올해와는 분위기도 달라질 거로 예상합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핀테크 산업을 키우려면 멕시코의 변화할 분위기조차 꼼꼼하게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멕시코의 핀테크가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글 l 맥갤러리 l IT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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