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nsight

협동 로봇의 진화

2019. 11. 12. 09:30

테크놀로지 분야 시장 조사 업체인 ABI 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산업계 협동 로봇 시장 추이’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전 세계 협동 로봇 시장은  118억 달러(약 14조 2,84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협동 로봇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와 그리퍼 등 'EOAT(End-of-arm Tooling)' 제품을 포함하면 협동 로봇 시장은 무려 240억 달러(약 29조 520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협동 로봇 매출 비중이 전체 산업용 로봇 시장의 5%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2030년에는 29%까지 확대되면서 로봇 산업의 주류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게 ABI 리서치의 분석입니다.



ABI 리서치는 이번 자료에서 우리에게 협동 로봇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우선 협동 로봇의 핵심적인 가치를 로봇과 인간 간 ‘협동’보다는 오히려 사용의 편리성, 재프로그래밍, 낮은 총비용, 로봇의 재설치 등에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손쉬운 프로그래밍 과정을 통해 생산 공정 변경 시 작업을 간편하게 재설정할 수 있고, 간단한 교육만으로 고객이 직접 프로그래밍을 용이하게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은 협동 로봇의 큰 장점입니다.


협동 로봇이 산업용 로봇보다 속도, 성능, 가반 하중(페이로드) 등이 뒤처지지만 이 같은 핵심 가치들이 고객들이 로봇에 대한 진입 장벽이나 심리적인 거리감을 줄여줍니다.


 협동 로봇과 산업용 로봇의 수렴 현상


ABI는 협동 로봇과 산업용 로봇이 기술적으로 수렴되는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융합 센서, 머신 비전, 동작 제어 등 새로운 기술이 협동 로봇뿐 아니라 산업용 로봇에도 적극적으로 채택되면서 협동 로봇과 산업용 로봇 간 기술적인 수렴 현상이 진행될 것이란 예측입니다.


소품종 대량 생산 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산업화 시대에는 표준화된 상품을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고가의 산업용 로봇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입하는 게 필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중심의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 하에선 제조라인의 융통성이 강조되면서 협동 로봇의 필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협동 로봇은 산업용 로봇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중소기업들도 충분히 도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협동 로봇이 최근 부각되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기술과 융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해 울타리(안전 펜스) 없이도 사람과 로봇이 한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는 이점뿐 아니라 비전 시스템과 인공지능 알고리즘, 모빌리티, 엔드 이펙터 등 신기술이 협동 로봇과 융합되면서 협동 로봇의 잠재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특히 협동 로봇과 모빌리티의 결합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협동 로봇은 한 장소에 설치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모빌리티를 확보하면서 ‘픽 앤 플레이스(Pick and Place)’ 기능이 핵심적인 기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협동 로봇은 물류창고 내에선 상품을 집어 발송 작업을 담당하는 작업자에게 상품을 가져다주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으며 생산라인에선 작업자들이 필요로 하는 부품을 가져다줄 수도 있습니다.


최근 협동 로봇과 AGV(Automated guided vehicle)를 결합한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므론은  모바일 로봇과 협동 로봇을 결합한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를 개발, 공급에 나섰습니다. 이 제품은 오므론의 LD 모바일 로봇과 협동 로봇인 ‘TM-시리즈‘를 결합한 제품으로, 바퀴를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롭게 작업공간을 이동하면서 작업자와 협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독일 산업용 로봇 업체인 쿠카도 웨이퍼 공정에 투입할 수 있는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를 개발했습니다. 웨이퍼를 보관하는 카세트를 자동으로 운반하고 핸들링할 수 있는 로봇으로, 경량급 협동 로봇인 ’LBR 이바(iiwa)’와 AGV인 ‘KMR 200 CR’을 결합했습니다. 이 로봇은 매커넘 바퀴를 장착하고 있어 전 방향 이동이 가능하며 다수의 센서를 장착해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하면서 장애물을 피할 수 있습니다.


l 오므론의 모바일 매니퓰리에터 (출처: 오므론)


LG전자는 올해 독일에서 열린 ‘하노버메세’에 수직 다관절 로봇과 AGV(Automated Guided Vehicle)’를 결합한 ‘모바일 매니퓰레이터(Mobile Manipulator)’를 출품했습니다. 이 로봇은 공장 내부의 매핑된 구역을 이동하면서 부품 운반•제품조립•검사 등 다양한 공정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물류 로봇 ‘고카트’를 공급하고 있는 유진로봇도 자사의 모바일 로봇 관련 기술과 한화정밀기계의 협동 로봇 기술을 결합해 모바일 매니퓰레이터 개발을 공동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l LG전자는 올해 ‘하노버 메세’에 모바일 매니풀레이터를 출품했다 (출처: LG전자)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를 꼭 제조 및 물류 업체에만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스위스 로봇 자동화 전문 업체인 ABB는 연구소나 실험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바일 유미(Yumi)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양팔 협동 로봇 ‘유미’에 이동을 위한 모바일 베이스를 결합한 제품으로, 병원이나 연구소 내부를 자율적으로 이동하면서 약품이나 시료를 옮기고 반복적인 실험실 업무를 도와주기도 합니다.


l 모바일 유미 로봇 (출처: ABB)


그리퍼 등 엔드 이펙터(End effector) 기술의 발전도 협동 로봇의 기능 확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덴마크 업체인 온로봇(Onrobot), 독일 짐머(Zimmer), 로보틱(Robotiq)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리퍼 분야 선두 업체인 온로봇의 경우 진공 그리퍼, 게코(Gecko) 그리퍼 등과 함께 그리퍼를 신속하게 교체할 수 있는 고속 툴 체인저(Tool changer) 등을 내놓고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온로봇 '엔리코 크로그 이베르센(Enrico Krog Iversen)’ CEO는 이제 로봇 자체에 대한 관심에서 벗어나 로봇 암(robot arm)이 제조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인식을 해야 할 때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엔드 에펙터가 앞으로 협동 로봇의 확장과 유연 생산을 위해 꼭 필요한 제품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그리퍼 분야의 도전


그리퍼 분야에서 뒤처져 있던 우리나라도 최근 이 분야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이나믹셀이라는 액추에이터 공급업체로 널리 알려진 로보티즈는 글로벌 협동 로봇 기업인 유니버설 로봇의 협동 로봇용 로봇핸드를 출시하면서 엔드 이펙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 회사의 로봇핸드 ‘RH-P12’는 유니버설 로봇의 협동 로봇인 ‘URe-시리즈’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적응형 파지 구조를 취하고 있어 다양한 물체, 특히 비정형의 물체를 집는데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l 로보티즈가 유니버설 로봇의 협동 로봇에 장착할 수 있는 전동 그리퍼를 발표했다 (출처: 로보티즈)


정부 출연 연구기관도 스마트 그리퍼 등 각종 그리퍼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데, 지난해 로보월드에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협동 로봇과 스마트 그리퍼를 이용한 물체 조립 기술, 스스로 작업 요령을 배우는 판단지능 로봇 기술을 시연했습니다. 전자부품연구원도 그리퍼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비정형 물체로 채워진 박스에서 물건을 정확하게 잡을 수 있는 빈 피킹(Bin picking)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l 전자부품연구원의 빈 피킹(bin picking) 기술 (사진: 필자 촬영)


올해 ‘로보월드2019’에선 한국기계연구원이 매직 그리퍼와 범용 안전 그리퍼인 ‘유니 소프트 그리퍼’를 선보였습니다. 매직 그리퍼는 충돌 감지를 위한 센서기술, 충격력 흡수용 범퍼 설계 기술, 효과적 조립을 위한 조립 알고리즘 및 비전 솔루션을 채택했습니다. 또 범용 안전 그리퍼는 파지(Grasping) 전에는 스펀지처럼 물렁물렁해 사람과 부딪히더라도 부상 위험이 없지만, 대상 물체 형상대로 변형된 후 딱딱하게 변해 물체를 단단하게 파지할 수 있습니다.


협동 로봇의 기능이 확장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기술이 바로 인공지능입니다. 협동 로봇이 다양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선 시각 지능, 촉각 지능 등이 중요한데, 이런 지능을 갖추기 위해선 로봇에게 지속적으로 학습을 시키는 인공지능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많은 로봇 응용 분야에 인공지능 로봇 기술이 활용되고 있지만 최근 농업용 로봇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영국 캠브리지대학이 개발한 농업용 로봇인 ‘베지봇(Vegebot)’은 ‘얼음 상추(Iceberg lettuce, 양상추의 일종)’를 수확하는 로봇입니다. 이 로봇은 컴퓨터 비전 시스템과 그리퍼 커팅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로봇은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해 수확기에 도달한 상추를 구분할 방법을 학습합니다.


컴퓨터 비전 시스템을 이용해 농장에서 자라고 있는 얼음 상추의 이미지를 비전 시스템을 이용해 촬영하고 학습 과정을 통해 얼음 상추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수확 단계에 있는 상추, 아직 덜 자란 상추, 병충해를 앓고 있는 상추를 구분해 수확 단계에 있는 상추만을 골라낼 수 있습니다.


l 캠브리지대학이 개발한 얼음 상추 수확 로봇 (출처: 캠브리지대)


l 트랩틱의 딸기 수확 로봇 (출처: 트랩틱)


딸기도 다른 농작물에 비해 로봇 자동화가 매우 어려운 작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로봇 그리퍼의 강도가 너무 약하면 딸기를 딸 수 없고, 너무 강하면 수확 과정에서 딸기가 상해버립니다. 미국 로봇 스타트업인 ‘트랩틱(Traptic)’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속에 고무를 결합한 맞춤형 그리퍼를 제작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로봇 팔에 부착했습니다.


딸기 수확 로봇이 채택된 비전 시스템은 3D 카메라와 인공지능 신경망 기술을 활용해 딸기의 성숙도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비전 시스템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익은 딸기만을 선별해 수확하는 게 가능합니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로봇 스타트업 ‘RT코퍼레이션’은 도시락 공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형 협동 로봇 ‘푸드리(Foodly)’를 선보였습니다.


이 로봇은 머리 부분에 3D 카메라를 탑재해 다양한 형태의 반찬 또는 식재료를 인공지능으로 식별할 수 있으며 로봇 팔 부분에 장착된 집게 그리퍼를 이용해 반찬이나 재료를 잡아 도시락에 옮겨 담을 수 있습니다. 하단에 바퀴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이동시킬 수 있는 장점도 갖고 있습니다.


l 도시락을 싸는 작업을 하는 협동 로봇 ‘푸드리’ (출처: RT코퍼레이션)


이처럼 협동 로봇은 그리퍼, 머신 비전 시스템, 인공지능, 모빌리티 등 기술과 결합하면서 자신의 작업 영역과 적용 분야를 계속 확장하고 있습니다. 로봇 산업계가 협동 로봇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실 협동 로봇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실제 로봇 산업계는 협동 로봇 시장의 확산을 아직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전문가는 몇 년 내 협동 로봇이 로봇 산업계의 주류로 자리 잡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협동 로봇의 기능이 확대되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글 l 장길수 l 로봇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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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T로 만드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갑니다 LG 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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