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는 2011년부터 'Share a Coke'라는 다국적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카콜라 병의 라벨 한쪽에 사람의 이름을 새기는 거였죠. 초기에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약 250개 정도 이름만 라벨로 선택되었습니다.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정착하자 2014년 영국에서는 좀 더 많은 이름을 라벨에 새기기 위해서 신용평가사인 엑스페리안(Experian)으로부터 신용 데이터를 조달했습니다. 그리고 19~29세 사이 영국 거주자들의 이름을 성별 및 민족적 구성을 고려해 분류하고, 그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름 1,200개의 순위를 매겼죠. 선정된 이름은 코카콜라 병의 라벨로 제작되었습니다.
l Share a Coke (출처: https://www.cokestore.com/)
통계에 근거한 이름을 사용했으니 자신의 이름을 찾을 수 있는 소비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캠페인으로 코카콜라의 매출은 매년 증가했습니다. 수요가 높은 이름은 남기고, 데이터를 활용해서 새로운 이름을 발굴하는 방법으로 현재는 유럽에서만 1만 2,000개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코카콜라의 성공적인 마케팅에는 신용 데이터의 도움이 있었던 겁니다.
사실 코카콜라의 캠페인은 나열된 이름 중 많은 것을 추린 정도로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신용 데이터를 활용했다고 하기에는 결과물이 라벨에 이름을 새기는 게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코카콜라의 사례는 신용 데이터를 통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도 개인화한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걸 시장에 보여줬습니다.
달리 말하면, 소비자가 진열된 많은 상품 중 자신의 이름을 찾게 할 만큼 정제된 데이터를 활용했다는 방증이며, 이를 위한 구매 동향, 인구통계학적 데이터, 지리적 데이터와 같은 것들을 신용 데이터에서 찾아냈다는 의미입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도 데이터 활용은 쟁점이었고, 도널드 트럼프 캠프는 후보자의 특성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토지 등록부, 쇼핑 데이터, 보너스 카드, 클럽 회원권, 구독하는 잡지나 다니는 교회 등 데이터로 이뤄진 개인을 만들어 분류함으로써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었습니다. 엑스페리안도 여러 정보 제공자의 하나였습니다. 신용 데이터를 파헤친 것만으로 어떤 사람인지 성격까지 세분화한 프로필을 만들어냈죠.
신용 데이터 거래는 엑스페리안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엑스페리안 어센드 애널리틱스 온 디맨드(Experian Ascend Analytics on Demand)'라는 통합형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출시해 엑스페리안의 신용 데이터를 기업이 쉽게 활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한, 은행 계좌를 연결하는 것만으로 신용점수를 올릴 수 있는 '엑스페리안 부스트(Experian Boost)'라는 플랫폼도 최근 출시했습니다.
6개월 정도 사용했을 때 미국 신용점수의 하나인 FICO 점수가 10점 이상 올랐으며, 평균적으로 13%의 사용자가 신용등급이 오른 거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신용 데이터를 수집하는 진화한 방법입니다.
l 엑스페리안 부스트 (출처: https://bit.ly/36bI5Oh)
신용점수는 거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서비스로 존재했습니다.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전통적으로는 부채 수준, 연체 정보, 신용 형태, 거래 기간과 같은 금융사와의 거래 정보를 활용합니다. 그런 탓에 금융사와 거래하기 어렵거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는 낮은 신용점수를 유지하고, 관리할 엄두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에는 신경 쓸 부분이 아니었습니다. 목적인 리스크는 줄일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신용 데이터가 새로운 상품이자 플랫폼의 기반이 되면서 많은 사람의 데이터를 수집할 필요성이 증가했습니다. 고소득층, 높은 신용점수의 계층이 아니라도 말이죠. 엑스페리안은 엑스페리안 부스트로 신용 평가 방법에 변화를 주되 저소득층이나 신용점수가 낮은 계층의 신용 데이터를 확보해 더 정밀한 데이터 분석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마찬가지로 일본의 기술 기업 후지쯔(Fujitsu)도 지난 10월부터 AI 기술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신용점수를 부여해 미래에 대출자를 가려내는 플랫폼을 금융사에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금융 시장은 신용 분석을 수행할 데이터 분석가가 부족합니다. 그러나 데이터의 크기는 커지고 있으며, 대출자의 대출 목적과 규모까지 예측하기에는 큰 비용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하여 은행 및 소비 거래와 같은 정보를 기반으로 AI가 신용점수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입니다. 수집한 데이터를 사용하려면 대출자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엑스페리안 부스트처럼 신용점수에 영향을 끼칠 혜택을 부여한다면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거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신용 데이터일까요? 오늘날 데이터는 종류를 따지지 않고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물론 활용하는 과정과 프로필을 만들고, 소비를 예측하는 방법도 데이터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단지 코카콜라가 캠페인을 위해 신용 데이터를 활용하고, 트럼프 캠프가 대선을 유리하기 이끌기 위해, 엑스페리안과 후지쯔가 신용점수를 평가하는 방법을 기술 도입으로 더욱 꼼꼼하게 바꾸려는 이유는 같은 맥락입니다.
l 엑스페리안 어센드 애널리틱스 온 디맨드 (출처: https://bit.ly/2WowczO)
신용 데이터는 경계였습니다. 신용 데이터로 소득 수준과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낮은 신용점수로 은행과 담을 쌓아서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사람도 있죠. 두 계층에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도 차이가 있습니다. 핀테크의 발전은 이러한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것이었습니다.
신용점수가 없거나 낮더라도 대출을 내주고, 은행 계좌가 없어도 저축과 자산 관리를 지원하는 등 기존 금융 시스템으로는 해낼 수 없는 것들을 기술로 리스크를 줄여서 해냈습니다.
여기에도 수많은 온라인 데이터가 활용되었습니다. 주로 검색이나 소셜 미디어로 알아낸 지역, 성별, 연령, 학력, 직업, 소득, 소비 등 정보가 핀테크 제품 판매에 영향을 끼쳤죠. 문제는 실제 일어난 금융 거래 데이터가 아니므로 금융 제품을 판매하는 데에 그다지 신뢰할만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것은 마케팅 비용의 낭비로도 이어졌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핀테크 회사들이 전통적인 은행에서 고객들을 멀어지게 하려고 수억 달러를 소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을 활용할 수 없는 고객들을 찾고, 은행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제품을 소개함으로써 구식과 신식으로 나누려는 행보였습니다.
그러나 기존 은행들이 들추지 않은 온라인 정보는 겨냥한 사람이 미래에 금융 생태계에 참여할 것인지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전통적인 은행을 선호할 수도 있고, 그렇다면 핀테크 회사들은 비용을 헛되이 쓴 게 되죠.
그래서 신용 데이터를 다시 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과거 신용 데이터는 금융을 분리하는 경계 역할을 해왔으나 현재는 신용점수에 따른 금융 서비스가 전통적인 방식과 핀테크를 필두로 둔 새로운 방식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통합된 지표로 여겨집니다. 예를 들면, P2P 대출은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과 분리된 탓에 신용점수에 영향을 끼치거나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P2P 대출로도 연체하지 않고, 제때 상환이 이뤄진 것은 개인의 금융 이력으로 볼 때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핀테크에 대한 주목도가 낮을 때는 개인에 대한 신용 평가는 각 업체 내부에서만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엑스페리안의 사례처럼 신용 데이터의 활용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서 은행이나 신용평가사로서는 핀테크를 통한 금융 이력도 무시하기 어려워졌습니다.
l 엑스페리안 신용 데이터 분석 (출처: https://bit.ly/2oyyYGo)
이는 엑스페리안이나 후지쯔가 광범위한 신용 데이터를 수집하려는 이유입니다. 금융 이력이 부족했던 계층을 늘어난 핀테크 활용으로 평가하기 수월해졌고, 이들로부터 수집한 신용 데이터는 코카콜라의 캠페인처럼 기업이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검색과 소셜 미디어의 추상적인 데이터보다 실제로 이뤄진 금융 이력 기반의 데이터가 더 정확할 수밖에 없죠. 그리고 정확한 데이터를 마케팅에 적용했을 때는 높은 정확도를 가졌으므로 전통적인 방법으로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포브스는 '많은 회사가 광고 지출 및 마케팅 예산을 평가할 때 가상 현실, 디지털 광고, 소셜 게시물과 같은 방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광고 전략은 전통적인 전략에 비해 나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습니다. 포브스가 말한 전통적인 전략은 이메일을 의미합니다.
디지털 시대에도 이메일 광고는 440억 달러 규모를 유지하고 있으며, 의외로 새로 생긴 디지털 광고보다 효과적입니다. 특히 보험이나 대출 등 금융 상품의 경우 필요한 사람을 정확히 개인화해 겨냥하면 여타 디지털 광고보다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거로 조사되었습니다.
고로 신생 핀테크 회사들이 자신들의 상품으로 발생한 금융 이력을 금융 회사에 제공하고, 금융 회사는 분석해 다시 핀테크 회사에 판매함으로써 이메일이라는 전통적인 방법을 더 효과적으로 광고 및 마케팅에 활용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입니다. 즉, 비용은 줄이고, 고객 유치는 효과적이면서 은행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닌 융합한 금융 생태계를 갖추기 위한 밑거름이 신용 데이터인 거죠.
민감한 데이터인 만큼 보안 우려는 있습니다. 엑스페리안의 경쟁사인 에퀴팩스(Equifax)는 해킹 공격으로 미국 인구 절반의 신용 데이터를 빼앗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신용 데이터에 대한 주목은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마침내 전통적인 금융과 핀테크가 데이터 기술로 연결되기 시작했으니까요. 이 연결은 금융 산업에 그치지 않고, 다른 기술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
글 l 맥갤러리 l IT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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