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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형 은행들의 핀테크 진출이 의미하는 것

2019.10.16 09:30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결합을 의미하는 용어입니다. 기존 금융 생태계에 기술을 더해서 향상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핀테크의 순서를 바꾼 용어인 '테크핀(Techfin)'은 기술에 금융을 더한 것을 말합니다.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에 기반을 두지 않고, 기술을 먼저 앞세운 방법으로 금융 생태계를 혁신하는 게 목표죠.


l 골드만삭스 HQ (출처: https://bit.ly/2OMOau5)


최근 몇 년은 핀테크와 테크핀의 경계를 구분하고, 금융과 기술의 결합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발전할 것인지에 대한 얘기가 주요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입니다. 용어의 정의로 따지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테크핀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금융과는 별개 생태계를 형성했고, 금융 기관이 아닌 기술 회사가 주도합니다.


금융 기관의 참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금융 기관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에 대한 도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탓에 핀테크와 테크핀은 분리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고, 금융 기관들이 이 시장에 대처한 방법은 기존의 것은 놔둔 상태로 기술 중심의 별개 부서나 회사, 브랜드를 구성하는 거였습니다.


이런 상황은 핀테크를 통한 금융 혁신의 속도를 늦췄습니다. 실상 금융과 기술의 결합이 아니라 핀테크와 테크핀으로 분리된 시장에 대해 분석만 할 뿐이었죠. 예컨대, 대출 시장의 일부는 기술 기업이 가져갔습니다.



기술 기업의 대출 서비스는 신용점수와 관계없는 대출, 낮은 금리, 심사의 간소화, 자유로운 상환 등 기존 금융 시스템의 기준을 벗어났으며, 데이터 분석, 블록체인, 모바일 경험과 같은 기술을 포함해 리스크를 줄입니다. 하지만 건전한 금융 제도 안에서 대출받길 원하는 계층은 여전히 은행을 선호합니다. 금융과 기술의 기반 논의를 제쳐두고, '기존의 대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신용점수가 낮거나 없는 저소득층 및 금융 제도권에서 벗어난 계층'의 서비스로 양분했습니다.


결국, 핀테크는 핀테크대로, 테크핀은 테크핀대로 나아가는 상황이 되자 테크핀이라는 용어의 사용 자체가 줄어듭니다. 계층에 상관없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금융과 기술 결합의 기본 골자인데, 용어의 구분이 마치 계층을 갈라놓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핀테크만 얘기하게 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미국 대형 은행들의 핀테크 진출입니다.


 미국 대형 은행들의 핀테크 진출


위에서 말한 것처럼 대형 은행들은 핀테크 시장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별개 부서나 회사, 브랜드를 구성했습니다. 2016년, 골드만삭스는 온라인 은행인 '마커스(Marcus)'를 출시합니다.


l 마커스 (출처: https://www.marcus.com/us/en)


마커스의 주 서비스는 대출입니다. 수수료가 없고, 목적이 분명하지 않아도 자격만 갖췄다면 대출할 수 있습니다. 전문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며, 고객센터에서도 최대한 간략하게 상품을 설명합니다. 대출자는 대출 기간 최대 3번까지 대출 마감일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신용점수를 추적하는 도구를 통해 상환으로 신용점수가 얼마나 회복되었는지 알 방법도 제공합니다.


마커스는 지금까지 골드만삭스가 겨냥하지 못한 계층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신용점수가 낮은 경우에도 금융 서비스가 보장되지만, 많은 사람은 접근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와튼 경영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72%가 집을 구매할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들 중 29%는 낮은 신용 점수로 주택담보대출이 거부될 걸 염려해 신청하지 못하는 거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는 대출이 가능한데도 말이죠.


그런데 마커스는 달랐습니다. 더 파이낸셜 브랜드(The Financial Brand)의 보고서를 보면 18세에서 34세의 젊은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금융 브랜드 1위는 마커스로 조사되었습니다. 2위는 페이팔의 송금 서비스인 벤모(Venmo), 3위는 JP모건 체이스의 모바일 뱅킹 서비스인 핀(Finn), 4위까지 내려가서야 대형 은행인 JP모건 체이스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 밖에 모바일 주식 거래 서비스인 로빈후드(RobinHood), 디지털 지불 네트워크 젤(Zelle) 등 브랜드도 선호하는 거로 조사되었습니다. 즉, 과거와 달리 은행만 아니라 다양한 금융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증가했고, 기존 은행보다 접근하기 쉽고, 부담이 없는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한다는 겁니다.


중요한 건 은행의 이름을 브랜드에서 빼 버렸기 때문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마커스의 사례가 의미 있는 이유는 비슷한 시기에 JP모건 체이스가 보편적인 고객을 위해 내놓은 모바일 앱 서비스를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대형 은행이 낮은 신용점수 계층의 개인 금융에서 성공하기 힘든 이유로 꼽혔습니다.


JP모건 체이스의 앱보다는 벤모로 더 많은 송금이 발생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마커스는 골드만삭스의 이름을 노출하고도 밀레니얼 세대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여기서 골드만삭스가 느낀 건 별개 부서나 회사, 브랜드를 만드는 것에 문제 될 것 없이 기술과의 밀접한 결합으로 리스크를 줄이고, 그만큼 금융 서비스를 보편화하면 훨씬 넓은 범위의 계층까지 다가갈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골드만삭스와 애플 ‘애플 카드’를 만들다


지난 8월, 골드만삭스는 애플과 손을 잡고, 새로운 신용카드인 애플 카드(Apple Card)를 출시했습니다. 애플 카드는 아이폰의 월렛 앱에서 간단하게 신청할 수 있습니다. 연회비와 수수료가 없고, 사용할 때마다 일정한 데일리 캐시(Daily Cash)를 얻습니다. 신용카드지만, 간편한 가입과 복잡하지 않은 사용 조건과 나쁘지 않은 혜택이 특징입니다. 신용점수가 없더라도 발급할 수 있으며, 지출 내역에 대한 데이터를 월렛 앱을 통해 제공함으로써 지출 관리로 낮은 신용점수에 대한 리스크를 줄입니다.


l 애플 카드 (출처: https://www.apple.com/apple-card/)


애플 카드는 명칭처럼 애플이 주가 되는 신용카드지만, 골드만삭스는 디지털 카드와 실물 카드 모두 자사 브랜드를 노출합니다. 지금까지 골드만삭스의 금융 서비스는 고소득층을 위한 거로 인식되었습니다. 하지만 애플 카드는 신용점수가 없더라도 조건만 충족하면 발급되는 신용카드입니다. 오히려 애플 카드부터 금융 생활을 시작하라고 종용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이것은 아주 큰 전환점입니다. 여태 일정 수준의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용하기 어려웠던 대형 은행의 금융 서비스를 신용점수가 없는 상태에도 이용할 수 있다는 거니까요. 이런 탓에 신용점수가 낮은 계층의 애플 카드 발급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에 거부감을 느끼기보단 대형 은행이라는 점에 신뢰하면서 연결된 애플 카드의 기술적 지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애플 카드가 저소득층을 위한 신용카드로 인식되는 건 아닙니다. 단지 일반적인 신용카드와 다르지 않으면서도 기술 결합으로 더 넓은 범위의 고객을 확보할 수단이 되었다는 거죠.



결국, 지금까지 대형 은행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건 핀테크와 테크핀의 구분에서 나타난 거처럼 딱히 계층을 구분할 필요가 없었고, 기술과의 결합으로 리스크를 줄이고, 접근성을 향상하는 것만으로 기존과 똑같은 금융 서비스를 더 많은 고객이 이용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JP모건 체이스는 앞서 모바일 앱 서비스가 실패한 후 핀을 출시했습니다. 핀의 목적은 밀레니얼 세대가 복잡한 재정 문제를 신경 쓰지 않고, 쉽게 거래를 처리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8월부터 핀 고객들은 계정이 체이스 은행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핀이라는 새로운 브랜드에 집착하지 않고, 기존 은행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입니다.


JP모건 체이스는 '밀레니얼 세대가 별도의 모바일 뱅킹 경험이나 브랜드가 필요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라면서 '그들은 단순히 필요할 때 서비스에 접근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은행을 원할 뿐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핀에 앞서 시도한 모바일 앱은 은행을 노출했고, 핀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JP모건 체이스도 골드만삭스가 마커스를 통해 그랬던 것처럼 고객들이 대형 은행 자체에 거부감을 느껴서 접근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러나 브랜드의 문제가 아니라 핀은 앞선 앱보다 간편 송금, 자동 저축, 자금 관리 등 기능이 더 편리하게 구축되었습니다. JP모건 체이스는 핀을 출시한 지 1년쯤 지나서야 문제점이 기술과의 결합에 있었다는 걸 알아챈 것입니다. 그래서 핀의 계정을 체이스 은행으로 옮기고, 최근 핀을 폐쇄해버렸습니다.


고로 대형 은행들은 금융과 기술의 결합은 테크핀으로 시작했으나 기반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이해한 후 다시 기존 금융 시스템을 기술로 혁신하는 핀테크로 전환한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더는 은행이 테크핀을 논할 이유가 사라졌고, 오직 자신들의 금융 시스템에 초점을 두게 되면서 핀테크와 테크핀의 구분이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핀테크인 체이스 은행 모바일 앱과 테크핀인 벤모의 구별된 경쟁이 아니라 송금이라는 단일 카테고리에서의 경쟁이라고 말이죠.


 기존의 금융 시스템, 핀테크로 전환하다


이는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분명 기존 금융 생태계에 기술을 더해서 혁신하는 게 핀테크라는 얘기를 금융권에서 수년 동안 해왔으면서 최근에서야 금융권의 중심인 대형 은행들이 이해하고, 직접 움직이게 되었으니까요. 다만, 이해했기에 속도는 아주 빨라졌습니다.


l 핀 (출처: Finn 공식 사이트)


지난해 10월, JP모건 체이스는 실리콘밸리의 우수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유치하기 위한 인재 프로그램을 개선했습니다. JP모건 체이스의 CIO 로리 비어(Lori Beer)는 '기술 지원에 초점을 둔 2년의 교육 과정을 조정했으며, 도전적인 프로젝트에 대한 실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다른 금융 서비스 회사가 인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만 아니라 첨단 기술 회사에 대해서 새롭게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기술 기업을 닮아가겠다는 것입니다.


JP모건 체이스는 전 세계적으로 5만 명의 엔지니어를 고용했습니다. 이 중 3분의 2가 2016년에 채용된 인원입니다. 핀의 개발이 시작된 시점이었죠. 당시 JP모건 체이스의 기술 예산은 90억 달러였습니다. 현재는 1,080억 달러 수준입니다. 디지털 고객은 2016년과 비교해서 4,800만 명이나 증가했는데, 이런 성과가 기술 개발에서 나왔고, 엔지니어의 근무 수준을 향상해야 한다고 인정한 결과입니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가진 거로 알려졌으나 이제 JP모건 체이스는 복장 규정을 실리콘밸리의 여느 기업처럼 완화하고, 사무실에 공개된 테이블과 전기 스쿠터, 비디오 게임을 허용하는 등 많은 부분을 엔지니어들이 좋아할 요소들로 바꾸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골드만삭스도 2017년에 복장 규정을 완화하더니 올해 초부터는 모든 직원이 정장 차림 대신 편한 옷을 입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현재 골드만삭스 직원의 75%가 1981년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입니다. 이런 방침의 변경은 금융과 기술의 경계를 회사 내에서 구분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며, 회사 전체적으로 젊은 느낌을 줌으로써 기술 엔지니어 고용에 긍정적일 수 있게 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됩니다.



모건스탠리는 핀테크 스타트업으로부터 새로운 기술을 쉽게 가져올 제휴 프로세스를 강화했습니다. 모건스탠리 기술 비즈니스 개발 및 혁신 부문 책임자 숀 멜라메드(Shawn Melamed)에 따르면, 2018년 초에 20페이지의 계약 문서를 1페이지로 줄였으며, 이로 인해 스타트업과 제휴하는 시간이 3개월에서 1주일로 짧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모건스탠리의 직원들이 새롭게 도입한 기술을 시험할 포털을 출시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더라도 기술에 능하지 않은 직원들도 시험하고, 평가할 수 있게 했습니다.


멜라메드는 핀테크 스타트업에 근무하면서 스타트업이 어떤 고통을 겪는지 알았습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빨랐지만,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와 연결하려면 많은 절차와 요구 사항을 해결해야 하는 거였습니다. 은행은 규제가 엄격하고, 기술을 신뢰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스타트업은 수개월 동안 기술의 시험을 도와야 했고, 많은 회의와 서류 작업을 거쳐야 했습니다. 그러고도 기술을 거부하는 사례가 생김으로써 기민함이 핵심인 스타트업이 사업을 지속할 수 없게 만드는 일이 잦았습니다.


모건스탠리의 행보는 기술 적용 시간을 단축해 경쟁 은행보다 더 빠르게 핀테크 기술을 도입하려는 것입니다. 금융과 기술이 떨어질 수 없을 만큼 결합한다면, 기존의 복잡한 프로세스를 개선해서 빠르게 도입하고, 확인할 수 있어야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거죠.


이러한 대형 은행의 동향은 시장을 테크핀으로 구분했어야만 했던 때와 큰 속도 차이를 보일 거로 예상합니다. 우선 투자가 늘었습니다. 그리고 과거 MBA 출신의 무대였던 월가는 공학도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보수적인 속성으로 기술 하나를 도입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린 절차가 간소화했고, 규제에 대한 핀테크 시장의 대응에도 대형 은행들이 민첩하게 참여함으로써 수월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로 핀테크 스타트업의 주요 고객이었던 낮은 신용점수 계층은 이제 대형 은행의 고객 범위에 포함되었습니다. 그러므로 테크핀으로서 앞서 나간 곳과 핀테크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대형 은행과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시장이 급속히 팽창할 것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2020년의 핀테크 시장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일 거로 전망합니다. 지금까지 핀테크라고 불러왔던 것들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고 말입니다. 대형 은행들의 핀테크 진출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볼 차례입니다.


글 l 맥갤러리 l IT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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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T로 만드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갑니다 LG 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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