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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에 담겨 있는 로봇 산업의 미래

2019.10.15 09:30

동대문과 청계천은 우리나라 섬유•패션 산업의 메카로, 한때 경제성장의 주역이었습니다. 하지만 급변하는 패션 트렌드와 신흥국의 발 빠른 추격, 생산비 상승과 설비 노후화 등으로 국내 생산기반이 약화되면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실제로 창신동 등 동대문 인근의 봉제기업들은 숙련 인력의 고령화와 열악한 작업 환경으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 지역 소규모 봉제업체들은 중•장년층 여성 인력을 고용해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50~60대 인력이 노동 시장에서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공장 운영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로봇 산업진흥원은 섬유•패션 소기업들이 밀집한 동대문 지역 한 호텔에서 로봇 업계와 섬유•봉제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조 로봇 설명회’를 가졌습니다.


이날 설명회에선 NT로봇 등 로봇 기업들이  섬유•패션 분야 로봇 적용 사례를 발표해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했고 로봇 스타트업인 ‘로봇 앤 비욘드’는 새로 개발한 봉제 로봇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섬유기계융합연구원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현재 추진 중인 봉제 자동화 기술 개발 현황에 관해 발표했습니다.


l 로봇 앤 비욘드의 봉제 로봇 (출처: 필자 촬영)


산업부가 동대문 지역에서 섬유•패션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제조 로봇 설명회를 개최한 것은 전통적인 산업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섬유업종의 로봇 자동화와 스마트화를 도모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섬유 업종은 다른 산업 분야보다 로봇 자동화의 도입 비중이 매우 낮은데, 이를 개선해 노동력 부족 등에 대처하겠다는 것이죠.


수제화 거리로 유명한 성수동 일대의 수제화 공방을 대상으로 협동 로봇을  도입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디지털재단은 공임 인상, 임대료 상승 등으로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성수동 수제화 거리를 살리기 위해 수제화 공방과 협력해 공방에 협동 로봇을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과 맞물려 전통 산업의 로봇 자동화와 스마트화를 가속화할 전망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8월 29일 발표한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은 그동안 로봇의 도입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로봇의 도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은 지난 2008년 제정된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에 따라 마련된 것으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정부가 추진해야 할 로봇 산업 지원 정책의 기본적인 방향을 담고 있습니다.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 로봇 시장은 지난 2017년 기준으로 3조 원 규모로, 세계 5위권에 들어가 있으나 자동차와 전기•전자 산업 시장이 전체의 83%를 차지할 정도로 특정 산업 편중 현상이 심합니다. 특히 고위험, 고강도 등 작업 환경이 열악한 제조 현장인 뿌리 산업, 섬유 산업, 식음료 산업의 로봇 보급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l 국내 제조 로봇 보급 현황 

(출처: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 IFR 2018, WR Industrial Robot), ‘17년말 누적 기준, 재구성


우리나라 전체 산업계에 도입된 제조 로봇 가운데 뿌리 산업(1.5%), 식음료 산업(0.4%), 기계 산업(1.3%), 플라스틱•화학 산업(3.7%)의 비중은 매우 낮습니다.


종업원 1만 명당 로봇 도입 대수를 의미하는 ‘로봇 밀도’를 봐도 산업간 불균형은 극심합니다. 자동차산업의 로봇 밀도가 2,235대인데 비해 뿌리 산업의 로봇 밀도는 84대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로봇 밀도에서 싱가포르에 1위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우리나라는 로봇 밀도에서 수년간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산업별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업종 간 로봇 밀도는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전체 산업의 로봇 밀도만 보면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로봇이 골고루 도입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업종별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합니다.


 

l (출처: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 재구성)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은 지난 10년간(2010년~2018년) 로봇 R&D에 6천 288억 원이라는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화가 부진해 글로벌 로봇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대표 기업과 제품이 없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한국기계연구원의 산업용 양팔 로봇 개발, 미래컴퍼니의 복강경 수술 로봇 개발 등 성과에도 불구하고 사업적으로 내놓을만한 성공 사례를 자신 있게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 로봇 산업의 현실인 것이죠.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은 ABB, 화낙, 야스카와전기 등 글로벌 기업이 전체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제조 로봇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에는 외형이 너무 작습니다.


전체 781개 제조 로봇 업체 가운데 매출 2,000억 원 이상 기업은 현대중공업과 로보스타, 2곳에 불과하고 매출액 500억 원 이상으로 범위를 넓혀도 고영테크놀로지, 삼익THK, 신성이엔지, 티로보틱스 등 7곳에 지나지 않습니다.


l (출처: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 재구성)


이 같은 현실은 로봇 산업을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산업 등과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 방침과는 상당한 괴리감을 보입니다.


 국내 로봇 산업 육성을 위한 세가지 차원의 접근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은 국내 로봇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세 가지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첫째 뿌리 산업, 섬유 산업, 식음료 산업 등 근로 환경이 열악하고 인력 부족이 심각한 3대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제조 로봇 보급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4대 전략 분야(돌봄, 의료, 물류, 웨어러블 로봇)를 선정해 서비스 로봇의 개발 및 보급을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셋째로 3대 핵심 부품(지능형 제어기, 자율주행 센서, 스마트 그리퍼)과 4대 S/W 기술(로봇 S/W 플랫폼, 잡는 기술 S/W, 영상 정보처리 S/W, HRI 기술)의 자립화를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우선 정부는 뿌리 산업, 섬유 산업, 식음료 산업 등 3대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제조 로봇을 중점 보급해 전체 산업의 제조 로봇 보급 대수(누적)를 2018년 32만대에서 2023년 70만대를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뿌리 산업, 섬유 산업, 식음료 산업뿐 아니라 제지 산업, 조립 산업 등 25개 업종, 6개 공통 공정을 중심으로 로봇 활용이 가능한 108개 공정을 선별해 로봇 활용 표준 모델을 개발하고 총 1,080개 기업을 대상으로 7,560대의 실증 보급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실증보급 사업은 크게 ‘취약 공정 지원형 모델’, ’작업 환경 개선형 모델’, ’청결 제조 공정형 모델’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취약 공정 지원형 모델은 열악한 작업 환경, 인력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뿌리 산업(창원, 시화 반월 등 스마트 시범 산단)을 대상으로 주로 진행되며, 섬유 업종에 적용되는 작업 환경 개선형 모델은 동대문 프로젝트 등과 연계해 협동 로봇을 활용해 봉제, 의류, 재단, 염색 등 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청결 제조 공정형 모델은 식음료 산업에 적용하는 것으로 식품 자동화 관련 협단체 등과 함께 HACCP 인증 등 식품 위생 규정을 고려해 로봇의 보급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또한 제조 로봇 보급 확산을 위해 협동 로봇 인증 제도 개선, 로봇 SI 업체 육성, 금융권을 통한 민간 중심의 융자 상품 개발 등을 중점 추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서비스 로봇의 집중 육성 계획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은 서비스 로봇의 집중 육성 계획도 담고 있습니다. 서비스 로봇 가운데 글로벌 시장 규모, 비즈니스 잠재 역량, 도전 가치 등을 고려해 돌봄 로봇(식사 보조 로봇, 양팔형 이승 보조 로봇, 배변 케어 로봇), 웨어러블 로봇(근로 지원 로봇, 노약자 및 장애인 보조 로봇), 의료 로봇(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수술 로봇, 수술 로봇팔), 물류 로봇(스마트 물류 핸들링 로봇, 실내•외 배송용 다중 로봇) 등을 4대 전략 분야로 선정했습니다.


4대 전략 분야의 서비스 로봇 활성화를 위해선 2023년까지 15개 지자체, 810개 수요처에 1만 대의 서비스 로봇을 보급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밖에도 드론봇, 농업용 로봇, 수중 로봇 등 10대 니치 마켓용 로봇 개발 프로젝트를 중점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l 4대 전략 분야와 선정 이유 (자료: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 재구성


로봇 산업 생태계 기초 체력 강화를 위해선 3대 로봇 핵심 부품(지능형 제어기, 자율주행 센서, 스마트 그리퍼)과 4대 S/W 기술(로봇 S/W 플랫폼, 잡는 기술 S/W, 영상 정보처리 S/W, HRI 기술)의 자립화를 추진합니다.


로봇 핵심 부품 가운데 하나인 감속기를 예로 들면 국내 로봇 감속기 수입 금액은 지난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2017년 기준 약 1,009억 원으로 대부분의 감속기를 일본과 독일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세계 로봇용 감속기 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는 일본이 로봇 감속기의 한국 수출을 제한한다면 국내 로봇 산업계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l 로봇 감속기 수입 현황 (출처: 한국로봇 산업협회), 재구성


3대 로봇 핵심 부품과 4대 S/W 기술의 자립은 국내 로봇 산업의 체질이 튼튼해지기 위해선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로봇 핵심 부품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국내 업체들이 채택하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로봇 부품 업체들이 많은 시간과 예산, 그리고 인력을 투입해 정밀 감속기를 개발했지만, 실증 실험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는데, 국내 로봇 산업계가 지혜를 모아 빨리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23년까지 국내 로봇 산업 시장 규모를 2018년 5조 7천억 원에서 2023년 15조 원으로 확대하고, 매출 1천억 원 이상 로봇 전문 기업 수를 6개에서 20개로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또 제조 로봇 보급 대수도 32만 대에서 70만 대로 늘릴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2023년까지 로봇 산업 글로벌 4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로봇 산업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선 아직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우려도 상당 부분 존재합니다. 하지만 초고령화 사회의 진입, 인력 부족과 3D 직종의 기피 등으로 로봇과의 인간의 공존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합니다.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 계획이 이제 본격 실행 단계에 들어선 만큼 로봇 4대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로봇 산업계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글 l 장길수 l 로봇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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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T로 만드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갑니다 LG 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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