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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nsight

4족 보행 로봇 기술의 진화

4족 보행 로봇의 원조는 지난 1965년 GE가 미군의 위탁을 받아 개발한 '워킹 트럭(Walking Truck)'입니다.


사람이 로봇 안에 들어가 조작하는 거대한 탑승형 로봇인데, 아래 이미지를 보면 60년대 기술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탁월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로봇 몸체에 각종 배선이 치렁치렁 매달려 있지만 육중한 다리를 들어 나무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곳에 사뿐히 올라선 후 나무를 하나씩 발로 차면서 균형을 잡고 내려오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워킹 트럭은 진흙에 빠진 지프 트럭을 발로 밀어붙여 빼내는 장면도 연출합니다. 조작도 비교적 쉬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워킹 트럭은 유압 시스템 구동에 엄청난 기름을 소비하고 미군의 자금 지원이 계속 이뤄지지 않아 개발이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l 워킹 트럭 (출처: GE)


미군은 워킹 트럭 개발 중단에도 불구하고 4족 보행 로봇에 대한 관심의 끈은 놓지 않았습니다. 워킹 트럭이 개발된 지 40년가량 지난 후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 연구 계획국(DARPA)’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의뢰해 4족 보행 로봇인 ‘빅독(Big Dog)’의 개량 모델인 'LS3(Legged Squad Support System)', 일명 ‘알파독‘을 개발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알파독은 유압 시스템 구동 시 발생하는 큰 소음을 극복하지 못해 납품에 실패했습니다.


그럼에도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기술은 향후 4족 보행 로봇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로봇 과학자들이 4족 보행 로봇에 큰 관심을 쏟는 이유는 바퀴로 움직이는 로봇에 비해 험난한 지형을 돌파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치타, 개 등 4개의 다리를 갖고 있는 포유동물을 모사한 4족 보행 로봇이 기술적으로 완성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4족 보행 로봇이 재난 구조 현장이나 산업체의 인프라 시설에 투입돼 사람이 하기 힘든 임무를 대신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실패했지만 언젠가 군사용 로봇으로도 활용돼 전장에서 병사들의 개인 장비나 보급 물자를 운반하는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진화하는 4족 보행 로봇


최근 다이내믹한 동작 구현이 가능하고 지능을 갖춘 슬림한 4족 보행 로봇이 속속 등장하면서 4족 보행 로봇의 상용화 전망은 점점 밝아지고 있습니다.


‘고스트 로보틱스(Ghost Robotics)’는 미국 펜실바니아 대학 박사과정 학생인 애빅 드(Avik De)와 개빈 케닐리(Gavin Kenneally)가 어떠한 지형도 돌파할 수 있는 전천후 보행 로봇을 구현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지난 2015년 10월 공동으로 설립했습니다.


l 철망을 넘어가는 로봇 ‘미니토르 (출처: 고스트 로보틱스)


이 회사는 지난 2016년 계단을 오르고 철망으로 이뤄진 펜스를 타고 넘어가는 4족 보행 로봇 ‘미니토르(Minitaur)’를 선보였습니다. ‘미니토르’는 지면의 상태에 따라 보행 동작을 융통성 있게 바꿀 수 있으며 보행하기 어려운 곳은 점핑 방식으로 돌파합니다.


고스트 로보틱스는 펜스를 타고 넘는 4족 로봇 기술을 선보이면서 4족 보행 로봇 앞에 놓인 기술적인 장애물을 하나 치웠습니다. 고스트 로보틱스의 미니토르의 기술은 ‘고스트 스피릿(Ghost Spirit)’ 시리즈라는 휴대형 4족 보행 로봇 기술에 접목돼 올해 4분기부터 일반에 판매될 예정입니다.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 로봇 과학자들이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다이렛(DyRET, Dynamic Robot for Embodied Testing)’은 눈길을 걷는 법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습니다. 진화 알고리즘과 머신러닝 기술을 채택, 스스로 걷는 법을 학습할 수 있는 것이죠.


로봇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지형, 이를테면 눈길을 만나면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보행 방법을 배워야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눈길에선 기존의 보행 방법으로는 몸의 균형을 유지할 수 없는데 ‘다이렛’은 눈길도 큰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습니다.


l 눈길을 걷는 다이렛 (출처: 오슬로 대학)


다이렛은 로봇이 지형에 맞게 다리의 길이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오슬로대학 연구진은 “로봇이  점점 더 복잡하고 변화하는 환경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로봇은 거기에 맞게 걷기 또는 행동 방식을 익히는 적응 능력을 갖춰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다이렛은 진화 알고리즘을 채택, 가능한 한 안정적이고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습니다.


MIT '생체 모방 로봇 연구소(Biomimetic Robotics Laboratory)' 김상배 교수가 새로 발표한 ‘치타 3(Cheetah 3)’ 로봇은 비전 카메라나 환경 센서 없이도 계단을 오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시각 정보 없이 촉각 정보에만 의존해 계단을 오르거나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피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입니다. 이는 마치 빛이 별로 없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사람이 촉감에 의존해 움직이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진도 4족 보행 로봇을 위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했습니다. 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경사가 급한 곳, 울퉁불퉁하게 지면이 고르지 않은 곳, 장애물이 곳곳에 위치한 곳 등 다양한 지형에서 빠르게 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가능한 착지 지점, 로봇의 충돌 위험 지점, 로봇 다리의 동작 공간 등을 고려해 착지 가능한 안내 경로를 제공하는데, 50 걸음 정도의 보행 계획을 7초의 시간 안에 제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인공 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평평한 지면, 경사가 심한 계단, 경사가 심한 지면, 울퉁불퉁한 지면 등에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안정적인 보행 안내 계획을 제시하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육중한 무게의 비행기를 끌거나 공중제비를 돌 수 있는 4족 보행 로봇도 4족 로봇의 기술적인 진화에 흥미로움을 더해줍니다. 이탈리아 공과대학(Italian Institute of Technology)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미니와 유사한 모양의 4족 보행 로봇인 '하이Q리얼(HyQReal)’을 이용해 비행기를 끌어당기는 모습을 시연해 도전 정신을 대외에 과시했습니다.

 

l IIT의 하이큐리얼 (출처: IIT)


지난 2017년 11월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뒤로 공중 제비를 도는 모습을 선보여 주목을 받은 바 있는데 이제는 4족 보행 로봇이 이런 아크로뱃 동작이 가능합니다. 김상배 MIT 교수는 올해 초 뒤로 공중제비를 돌 수 있는 ‘미니 치타’를 선보였습니다. 4족 보행 로봇 가운데선 처음으로 이 같은 동작을 구현했다고 합니다.


l MIT 미니 치타 (출처: MIT)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로봇 스타트업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 杭州宇树科技有限公司)도 최근 뒤로 공중 제비를 돌 수 있는 4족 보행 로봇 ’에일리언고(AlienGo)’를 발표했습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4족 보행 로봇


MIT 김상배 교수가 지난 2017년 처음으로 선보인 ’치타 3’는 시속 30마일의 속도로 달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치타 3가 기존의 치타와 크게 다른 점은 아마존의 음성인식 인공지능인 ‘에코 닷(Echo Dot)’을 탑재했다는 사실입니다. 에코 닷을 탑재하면서 치타는 아마존의  인공지능 알렉사를 활용해 음성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4족 보행 로봇은 클라우드에 있는 자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면 로봇의 지능화는 더욱 진전될 것입니다.


김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과 같은 실제 재난 현장에서 사람 대신 로봇이 들어가 수색과 구조 활동을 펼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구조견도 오랫동안 훈련을 받으면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데 4족 보행 로봇도 앞으로는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정도로 지능이 높아질 것입니다.


실제로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 4족 보행 로봇이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로봇 기술을 연구하려는 로봇과학자들의 시도는 계속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 8월 미국 ‘플로리다 아틀란틱 대학(FAU: Florida Atlantic University)’ 산하 ‘기계 인식•인지 로보틱스연구소(MPCR:Machine Perception and Cognitive Robotics Laboratory)의 로봇 과학자들은 사람의 음성 명령을 인식하고 학습 능력을 갖춘 4족 보행 로봇 ’아스트로(Astro)’를 개발했습니다.

 

l 아스트로 (출처: FAU)


아스트로는 독일 견종인 ‘도베르만 핀셔(Doberman pinscher)’의 얼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3D 프린터로 얼굴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스트로는 GPU 전문 업체인 엔비디아의 ‘젯슨 TX2’ 모듈을 탑재, 4테라플롭스의 연산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로봇은 사람이 음성으로 “앉아”, “앞으로 가”, “제자리에 서” 등 명령을 내리면 그때로 따라 합니다. FAU의 로봇과학자들은 심층 신경망 기술을 접목해 아스트로 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했습니다. 학습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의 음성 명령어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앞으로 아스트로를 여러 나라의 말을 이해하고 사람의 손동작에도 반응할 수 있는 로봇으로 훈련시키겠다는 생각입니다. 이 로봇은 미래에 위험 물질 탐지, 장애인을 위한 안내견, 인명 구조 업무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산업화는 언제쯤 가능할까?


1965년 GE가 워킹 트럭 개발에 도전한 이후 4족 보행 로봇 기술은 60여 년간 꾸준한 기술적인 진보를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상용화를 위한 발걸음은 더디기만 합니다. 그만큼 로봇 기술이 실제 현장에 적용되는 데는 지난한 기술 축적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l 애니멀 C (출처: 애니보틱스)


그렇다고 해서 4족 보행 로봇의 상업화가 결코 요원한 일은 아닙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일본 소프트뱅크는 자회사인 소프트뱅크 로보틱스를 중심으로 건설 업체 등에 ‘스팟미니(Spot Mini)’를 공급한다는 계획하에 건설 업체와 이미 실증 실험을 진행했으며,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 Zurich)에서 스핀오프한 로봇 스타트업인 ‘애니보틱스(Anybotics)’는 산업 현장에 본격 공급하기 위해 기존의 애니멀 로봇을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4족 보행 로봇 플랫폼인 ‘애니멀 C(ANYmal C)’를 최근 발표했습니다.


상용화를 겨냥해 기존 모델에 비해 한층 세련된 디자인과 색상을 채택하고 있으며 슬림해진 게 특징입니다. 이미 애니보틱스는 지난해 하반기 네덜란드 전력회사인 테넷(TenneT)과 제휴해 북해 해양 플랫폼에서 애니멀 로봇을 활용한 인프라 점검 활동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l 4족 보행 로봇 ‘라이카고’ (출처: 유니트리 로보틱스)


4족 보행 로봇 분야에서 최근 중국 업체인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杭州宇树科技有限公司)’가 주목할만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창업자인 싱 왕(Xing Wang)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CEO인  ‘마크 레이버트(Marc Raibert)’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져 있는데 상하이 대학 대학원 재학 시절 처음으로 4족 보행 로봇인 ‘엑스독(XDog)’을 개발한 이후 4족 보행 로봇 기술 개발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기술을 흉내내는 수준에 그쳤지만 최근에 공중 제비를 돌 수 있는 ‘에일리언고(AlienGo)’를 내놓는 등 기술적으로 한층 성숙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 1월 일본에서 열린 국제로봇전시회인 ‘제3회 로보덱스’에도 ’라이카고(Laikago)‘를 출품하고 현지법인과 제휴관계를 맺는 등 일본 등 해외 시장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 같은 로봇산업계의 노력이 이어지면서 머지않은 미래에 4족 보행 로봇이 실제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올 것입니다.


글 l 장길수 l 로봇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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