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nsight

‘금융도 이제 넷플릭스처럼’ 금융권 구독 시대

2019.06.24 09:30

“더 이상 ‘소유’는 필요하지 않다. 접속의 시대가 오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 ‘소유의 종말’에선 소유 대신 접속의 시대를 예고했습니다. 접속은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권리입니다. 이 책이 나온 지 벌써 20년이 되어갑니다. 리프킨이 주장한 소유의 종말은 2019년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로 정착된 듯합니다.



구독 경제는 소비자가 신문이나 우유처럼 매달 구독료를 내고 정기적으로 물건을 배송받거나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구독 서비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입니다. 화장품, 면도날 같은 생활 소모품을 소포장으로 낮은 가격에 정기 배송해 주는 서비스가 생기면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당시 경제 위기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한 번에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소유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구독 경제가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구독 경제는 IT 기술과 결합하면서 넷플릭스와 같은 디지털 스트리밍 형태의 구독으로 확대됐습니다.


외국계 IB(투자 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구독 경제 시장 규모가 2016년 4,200억 달러(약 469조 원)에서 2020년 약 59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구독 경제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를 가리키는 말)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소유'보다는 '경험'에서 만족을 찾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산업들은 직접적인 소유보다는 가치를 공유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엔 신문, 우유에 한정됐던 구독 경제는 이제 커피부터 자동차까지 전 산업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금융권도 예외는 아닙니다.


 찰스 슈와브, 로보어드바이저 수수료 기반에서 월 정액 구독 서비스로 전환


금융권에도 밀레니얼 세대를 선점하기 위해 구독 비즈니스 모델이 나왔습니다.


미국 온라인 증권사인 찰스 슈와브(Charles Schwab)는 자사 로보어드바이저 투자 자문 서비스를 월 정액 방식의 구독 서비스로 전환했습니다. 투자 자문업 최초로 구독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 것입니다. 찰스 슈와브가 채택한 구독 비즈니스 모델은 월 정액을 받고 서비스를 일정 기간 제공하는 구조의 이커머스(e-commerce) 모델입니다.



월 정액을 내면 어드바이저 서비스가 온라인상에서 알고리즘 기술을 이용해 고객들의 위험 성향과 목표에 따라 자산 관리를 해주고, 자산 설계 전문가의 의견을 제공합니다.


찰스 슈와브는 지금까지 수수료 방식의 자문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월 정액 방식의 자문 모델을 도입한 이유는 밀레니얼 세대 영향이 큽니다. 젊은 세대는 수수료 방식의 자산 관리보다 단일 가격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또 기존 자산관리 시장에서 소외됐던 평균 연 소득 5~10만 달러인 젊은 세대를 포섭하기 위한 작전이기도 합니다.


찰스 슈와브의 월 정액 서비스를 가입한 고객들은 최소 2만 5000달러를 투자해야 합니다. 운용 수수료 대신 재무 설계 초기 비용 300달러와 월 정액 30달러를 지불하면 됩니다. 기존 고객이라면 재무 설계 초기 비용 없이 월 정액만 부담하면 됩니다.


이러한 구독형 서비스는 넷플릭스, 아마존과 유사합니다. 넷플릭스는 월 구독료 12.99달러(1만 5,000원, 스탠다드 기준)를 내면 무제한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구독료와 번들링(일괄 묶음 판매) 결합을 통해 모든 콘텐츠를 단순화된 가격으로 제공하는 차별화 전략에 성공했습니다.


 프랑스 프리랜서 뱅킹 앱 ‘샤인’, 월 4.90~7.90유로 내면 무제한 서비스


프랑스의 샤인(Shine)도 구독 경제 모델을 도입한 핀테크 기업입니다. 샤인은 ‘1인 기업’, ‘마이크로 사업가(Micro-Entrepreneurs)’ 등 프리랜서에게 뱅킹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샤인은 프랑스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들이 자사의 앱 하나만으로 모든 은행 서비스를 한 번에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샤인은 프랑스에서 프리랜서들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또 이민자들이 프랑스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좀 더 편하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프랑스의 프리랜서들은 ‘마이크로 사업가’로 등록하고 법인세 수입 신고, 판매세 징수 신고 등을 해야 합니다. 샤인은 이 과정을 패키지화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가입하듯이 ID 사진을 찍고 몇 가지 인증 절차를 거치면 샤인 계정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샤인은 가입자에게 국제 은행 계좌번호(IBAN)를 제공합니다.


유럽 국가의 경우 은행명과 계좌번호 없이 국제 은행 계좌번호(IBAN) 만으로 수취인 계좌에 바로 입금할 수 있습니다. 국제 은행 계좌번호 속 국가 코드, 은행 코드, 계좌번호가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샤인은 직불 카드를 발급하고, 고객은 앱에서 현금 인출 및 온라인 지불 같은 일부 기능을 중지하는 등 제어도 가능합니다.


음식 배달 플랫폼 딜리버루(Deliveroo), 우버이츠(Uber Eats)의 프리랜서이거나, 몰트(Malt), 사이드(Side), 업워크(Upwork)와 같은 프리랜서 연결 플랫폼에서 일하는 사람은 샤인을 사용하면 Shine IBAN을 입력하면 됩니다. 고객과 직접 거래하는 경우 샤인에 통합 송장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샤인은 고객에게 보낼 수 있는 웹 페이지와 PDF를 생성해줍니다. 클라이언트가 페이지를 열면 알림이 표시되고, 카드로 지불하는 방식입니다.



샤인은 고객이 세금을 내야 할 때 알림을 주고, 고객이 해야 할 일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고객 지원팀도 운영합니다. 한 마디로, 샤인은 프리랜서의 모든 금융 서비스를 책임지는 애플리케이션입니다.


2만 5,000여 명의 프리랜서가 프랑스에서 샤인을 이용 중입니다. 새로운 프리랜서의 10%는 샤인을 통해 회사를 등록할 정도로 서비스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샤인은 이러한 서비스들을 최근 유료 구독 서비스로 전환했습니다.


지금까지 계정과 기본 거래 생성하는 것이 무료였지만, 이제 프리랜서는 월 4.90~7.90유로를 지불해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7만 유로 미만의 소규모 기업은 월 4.90 유로를 지불하고 나머지는 더 많이 지불하는 구조입니다. 월 정액을 내면 이 모든 서비스를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 금융권 구독 서비스는 이제 시작 단계, 소비자 거부감은 과제


국내 금융권에서도 월 정액을 내고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하는 구독 서비스가 시작됐습니다.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는 ‘토스 프라임’이란 유료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월 2900원을 내면 멤버십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누릴 수 있습니다. 예컨대 내 계좌 간 송금 무료, 전국 ATM 무료 출금, 신용 등급 상승 솔루션 제공, 환전 우대 등입니다.


세계적으로 구독 경제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콘텐츠 및 소비재 산업뿐만 아니라 금융권에서도 구독 비즈니스 기반 수익 모델 도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내는 구독 경제 시장 규모가 자동차, 음식, 영상 등 비금융권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금융권에서 구독 경제 도입은 시작 단계입니다.


앞으로 로보어드바이저, 머신러닝 기법 등을 활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자산 관리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월 정액 중심의 구독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구독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할 경우 고객이 일정 기간 이후 탈퇴할 가능성으로 인한 수익 불안정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적정한 가격 책정하기, 다른 수수료 구조 고객의 카니발라이즈 등 위험 등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해당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월 정액을 낸다는 거부감이 강할 수 있는 것은 과제입니다. 구독 서비스 도입을 고민 중인 금융사는 시장 진입 단계에서 소비자를 끌어들일 유인책뿐 아니라 차별화된 양질의 서비스 제공이 필수입니다.


글 l 김지혜 l 전자신문 금융 IT 전문기자 (저서: 로보 파이낸스가 만드는 미래 금융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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