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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nsight

패스트푸드 기업이 IT 기술을 찾는 이유

패스트푸드(Fast food)는 소비자에게 빨리 제공하기 위해 고안된 식품류를 의미합니다. 간편함과 일관적인 맛을 제공하는 데에 목적을 두기 때문에 체인 사업으로 빠르게 확장했고, 대중적인 식품류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친숙한 것과 달리 정크푸드(Junk food)의 대표적인 범주로도 꼽힙니다. 어느 부위인지 알 수 없게 갈린 가공육, 맛을 가리기 위한 달고 짠 첨가물, 그로 인한 높은 열량과 당분은 성인병과 비만의 주원인으로 지적됩니다.


그래서 '패스트푸드는 건강하지 않다.'라는 인식을 바꾸고자 많은 패스트푸드 체인이 건강 캠페인을 수년 동안 펼쳤습니다. 트랜스지방을 줄이고, 영양 성분을 공개했으며, 샐러드와 같은 채소 메뉴를 늘렸죠. 하지만 빠른 제조와 대량 생산으로 비용을 절감해야 이익을 내는 패스트푸드 사업의 특성상 마케팅만으로 건강한 면을 강조할 수는 없었습니다. 최근 패스트푸드 체인들은 자사 메뉴가 건강하다는 걸 알리는 새로운 전략으로 식물성 메뉴를 추가하고 있습니다.


l 비긴 맥너겟 (출처: MCDONALD’S)


올해 초, 맥도날드는 감자, 병아리콩, 양파, 당근, 옥수수 등 재료로 치킨 너겟의 모방한 맥너겟을 노르웨이에서 선보였습니다. 영국에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해피밀도 추가했습니다. 채식주의 협회의 인증을 거친 것으로 토마토, 양상추, 양파를 주로 사용합니다.


버거킹은 지난 4월에 '임파서블 푸즈(Impossible Foods)에서 공급한 패티로 만든 '임파서블 와퍼(Impossible Whopper)'를 출시했습니다. 임파서블 푸즈는 2015년 구글이 인수를 시도했고, 빌 게이츠가 투자한 곳으로 식물성 고기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회사입니다.


l 임파서블 와퍼 (출처: BURGER KING)


밀, 아몬드, 코코넛 오일 등에서 추출한 것들을 배합해 실제 고기와 비슷한 맛을 내고, 근육 조직에서 생기는 수분인 육즙까지 재현한 식물성 고기를 개발합니다. 임파서블 와퍼는 미국 세인트루이스 지역 59개 매장에 시험 판매되고 있으며, 버거킹은 자사의 주요 메뉴로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세계적인 식품 업체 네슬레(Nestlé)도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에 식물성 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출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패티는 콩과 밀에 비트, 당근, 피망 등에서 얻은 추출물을 사용해 만듭니다. 또한, 스위트 어스(Sweet Earth) 브랜드로 미국에도 비건 햄버거를 출시하겠다고 네슬레는 말했습니다.


KFC도 맥도날드의 비건 옵션처럼 고기를 사용하지 않는 닭 요리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KFC는 '양계 산업은 닭 생산성을 높이고자 많은 항생제를 사용한다.'라면서 '비건 옵션으로 좀 더 건강한 고기를 먹을 수 있으며, 닭 생산으로 발생하는 메탄가스도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도 블레이즈 피자(Blaze Pizza), 델 타코(Del Taco), TGI 프라이데이(TGI Friday), 칙플레(Chick-fil-A), 레드 로빈(Red Robin) 등 식당이 채소 옵션 또는 인공육을 사용한 메뉴를 제공합니다. 마치 유행처럼 퍼지는 이런 현상이 패스트푸드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을까요? 패스트푸드 체인들은 왜 식물성 메뉴를 개발할까요?


 패스트푸드 체인들은 왜 식물성 메뉴를 개발할까?


우선 용어의 정리가 필요합니다. 과거 채식주의는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행위를 의미했습니다. 채소만 먹겠다는 게 아니라 육식을 하지 않겠다는 신념이었죠. 동물의 윤리를 지키는 것이 주요 동기로서 동물을 죽여 고기를 얻는 것만 아니라 닭을 착취해 얻은 계란, 꿀벌에게서 뺏은 꿀의 섭취조차 거부합니다.


채식주의의 다양한 분류가 있으나 상기한 것처럼 동물성 식품 또는 동물과 연관된 식품 자체를 거부하는 부류를 의미하는 용어가 '비건(Veganism)'이고, 지금까지 많은 식음료 제조사나 식당들이 채식주의를 위한 식품을 비건 옵션 또는 비건 메뉴로 분류했었습니다.


그런데 채식주의의 초점이 동물이 아닌 인간과 생태계로 옮겨가게 됩니다. 더 건강하고, 환경에 덜 영향을 끼치는 방법으로 생산한 식품을 섭취하겠다는 방향이 고기 섭취 거부로 이어진 것입니다. 윤리나 종교적 이유로 먹지 않는 것과는 다른 쪽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신념을 지닌 사람들은 비건으로 불리길 꺼렸습니다. 문제는 이들을 위한 식품들이 모두 비건 식품으로 정의되고 있었다는 거죠.


이러한 동향을 발견한 식품 회사들은 제품에 비건 대신 '식물성 식품(Plant-based Food)'으로 표기를 변경했으며, 임파서블 푸즈와 같은 식물성 식품 회사들이 생기면서 비건 식품과 식물성 식품을 궤를 달리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식물성 식품의 의미 자체가 바뀌었다는 겁니다.


l 네슬레 식물성 버거 (출처: Nestlé)


본래 식물성 식품은 '건강함'을 의미하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팜유와 유화제로 만든 모조 치즈는 대표적인 식물성 식품이지만, 정크푸드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군다나 모조 치즈 생산에 쓰이는 팜유는 대량 생산을 위해 산림을 파괴하는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그런데 식물성 식품이 비건 식품과 다른 의미로 쓰이는 가닥이 잡힘에 따라서 '통계적으로 동물성 식품보다 환경을 덜 파괴하는가', '동물성 식품보다 건강한가', '동물성 식품을 대체할 만큼 맛이 유사한가' 등 기준을 충족한 것을 식물성 식품으로 분류하게 됩니다. 그래서 모조 치즈도 기존 방식보다 건강하게 만든 것을 식물성 식품, 기존처럼 치즈를 모방하는 데에만 중점을 둔 것을 정크푸드로 분류하게 되었죠.


결과적으로 '건강함'과 '환경 보호주의'라는 의미를 식물성 식품이라는 용어가 모두 담아버린 겁니다. 그런 탓에 패스트푸드 체인이 식물성 메뉴를 내는 것만으로 친숙하다는 기존 인식에 건강함을 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식물성 식품을 사용했다는 게 얼마나 건강한 것인지 증명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상기했듯이 과거의 모조 치즈처럼 식물성 식품임에도 건강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 존재하고, 식물성 식품 산업의 확대로 시류에 편승한 식물성 정크푸드가 식탁을 채울지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생 회사들이 돋보이게 되었습니다.


 식품과 IT 기술의 결합


구글은 왜 임파서블 푸즈를 인수하려고 했을까요? 6월 알파벳 이사회에서 사임한다고 발표한 전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는 식물성 식품을 두고 '데이터, 인공지능(AI), 생화학, 그리고 기업가 정신으로 사회 및 환경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하이퍼 지능형 산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비건 산업의 수요는 신념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식물성 식품 산업의 핵심은 '맛'입니다. 먼저 맛이 있어야 합니다. 맛있는 식품이 건강하기도 하며, 환경을 보호하는 역할까지 해낸다는 거로 기존에 육식을 즐긴 사람들을 잠재적인 수요로 전환하는 게 목적입니다. 음식을 먹는 모든 사람이 수요라는 겁니다.


그리고 핵심인 맛을 내기 위한 방법이 바로 데이터, 인공지능, 생화학과 같은 기술의 결합입니다. 구글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죠. 구글은 임파서블 푸즈를 인수해 자사 기술을 결합하면 기존 식품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으나 슈미트의 전망은 옳은 게 되었습니다.


칠레의 스타트업 낫코(NotCo)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유제품이나 육류를 대체하고자 분자 구조가 가장 유사한 채소를 찾습니다. 3만 개 이상의 채소를 조합해 동물성 식품을 대체할 수 있을 만한 맛을 추적하는 것입니다. 이 회사가 개발한 마요네즈는 카놀라유, 겨자씨, 포도 식초로 만들었지만, 유제품 기반 마요네즈와 비슷한 맛과 질감을 가졌습니다. 마요네즈는 너무도 성공적이어서 출시 2년 만에 칠레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고,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로부터 3,000만 달러의 투자를 끌어냈습니다.


l 낫코 마요네즈 (출처: http://www.notco.com/)


낫코는 경제학자인 마티아스 머치닉(Matías Muchnick), 컴퓨터 공학자인 카림 피차라(Karim Pichara), 생물공학 전문가 파블로 자모라(Pablo Zamora)가 함께 설립했습니다. 사업은 심각한 데이터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유엔에 따르면, 약 10억 명의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축산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축산업에 대한 수요는 2050년까지 70% 이상 증가할 거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동물 사육은 인간 전체 물 사용량의 10%를 사용하고, 전 세계 경작지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비료와 호르몬, 살충제로 오염을 일으킵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은 운송으로 발생하는 모든 배출량을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축산업이 커질수록 더 악화하겠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식품 산업도 의약품처럼 생산 라인에서 분자 수준의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이들은 생각했습니다.


'기존 제품과 비슷한 맛을 만들 수 있는가', '기존 제품보다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적은가'와 같은 물음의 해결을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도왔습니다. 그들의 마요네즈는 완전한 식물성 식품이면서도 일반 마요네즈와 맛이 같고, 탄소를 37%, 물을 83% 적게 사용합니다. 이는 기존 식품 업체들이 시도하지 않은 방법이기에 더욱 두드러지며, 실제 칠레의 몇 개 식당은 '낫코 마요네즈를 사용하는 식당'과 같은 문구를 사용해 식물성 식품 섭취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고 있습니다.


즉, 채소가 기반일 뿐인 식품이 아니라 섭취할 이유를 증명하는 식물성 식품 회사가 주목받고, 이들 브랜드가 식물성 식품이라는 용어에 담긴 건강함, 환경친화적, 차세대 식품의 의미를 대표적으로 나타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들 제품을 공급받아 만든 메뉴를 기존 정크푸드 인식을 지울 계기로 삼고자 패스트푸드 체인들이 식물성 메뉴를 개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낫코 CEO인 머치닉은 '우리는 새로운 식품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식품 생산 방식을 혁신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낫코는 올해 마요네즈를 미국에 판매할 예정이며, 우유, 버터, 치즈, 아이스크림 등 제품을 채소 기반으로 출시할 계획입니다.


식물성 식품은 수년 만에 전체 식품 산업을 바꿔 놓을 게임 체인저이자 첨단 기술 산업으로 진화했습니다. 그러므로 패스트푸드 체인들의 행보에서 끝나지 않을 겁니다. 데이터, 인공지능 등 기술을 보유한 식품 회사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 주역이 될 가능성이 크고, 축산업, 유통업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을 끼칠 거로 전망합니다.


글 l 맥갤러리 l IT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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