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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nsight

드론이 커피 배달하는 시대, 향후 넘어야 할 과제는?

무인항공기 ‘드론’은 향후 10년간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최근, 이 질문이 정보통신기술 업계뿐 아니라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그 계기 중 하나로 4월 23일 발표된 미국 연방항공국(FAA)의 보도자료를 들 수 있습니다.


FAA는 보도자료를 통해, 구글의 드론 전문 자회사인 ‘윙(Wing) 에비에이션’이 드론을 이용해 택배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사상 최초로 무인항공기를 통해 상업적으로 물건을 배달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입니다.



상업용 드론에 대한 관심이 촉발된 계기는 지난 2013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CBS 뉴스 프로그램 ‘60 Minutes’에 출연해 “향후 5년간 드론 택배가 일상화될 것”이라고 선언했을 때입니다. 5년 후 제프의 예언은 결국 빗나갔습니다. 너무 앞서 나간 것이죠.


이번 FAA의 허가가 ‘드론 택배’ 시대의 서막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수백만 개의 드론이 식료품과 의약품은 물론이고, 심지어 따뜻한 커피와 피자까지 다양한 물품을 배달하기 위해 하늘을 날아다니는 시대가 ‘마침내’ 도래한 것입니다.


 드론 택배 시대의 도래


실제 미국 교통 장관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조치는 윙이 운용하는 드론이 성공적인 시험비행을 거쳐 본격적으로 미국 경제 시스템에 흡수된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라고 밝혔습니다. 버지니아공대 등과 협력한 윙은 그동안 수많은 시험 비행을 했고, 호주에서는 최근 수년간 수천 번의 드론 택배 배달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호주에서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윙이 대부분의 시험 비행을 한 캔버라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배달 상품은 다름 아닌 커피였습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약, 음식, 화장품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윙의 대변인인 조나단 바스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드론의 이용 가치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나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요리를 하다 막판에 중요한 재료가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곤 합니다. 이들 재료가 드론을 통해 집 뒷마당이나 현관문 앞으로 배달된다는 것은 분명 멋진 일입니다.” 그는 이어 “드론을 통해 배달시키는 것은 뭔가를 구하기 위해 차를 운전해 가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고, 환경에도 이롭다.”라며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반겼습니다.


하지만 이번 허가가 진정 ‘드론 택배 시대’의 획기적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요? 큰 변화를 끌어내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허가로 인해 드론 택배가 가능한 곳은 미국 버지니아주의 남서부 지역에 있는 일부 도시들입니다. 드론 배달은 날씨가 좋을 때만 가능하며, 이 또한 주간에만 한정됩니다. 드론은 지상으로부터 4백 피트(1백 22m) 이내에서 운항할 수 있고, 한 명의 파일럿이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드론의 수도 5개로 제한됩니다.


소비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물건을 주문해 드론 배달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드론은 배달할 때 20피트 상공에서 물건을 떨어뜨리는데, 아직 하늘에 동시에 떠 있을 수 있는 드론의 최대 수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실제 배달이 언제 시작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연내에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윙은 이 지역의 정부 당국 및 관련 사업가들과 정교한 시행 계획을 마련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드론 택배, 본격화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


전문가들은 드론 택배가 본격화되려면 세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첫째, 여론이 드론 택배에 대해 보다 호의적으로 변해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사생활 침해와 안전 우려를 들어 드론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2017년 미국인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Pew Research Center)에서 응답자의 54%는 드론이 집 주변에서 운항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고, 34%는 특별한 상황에서만 허가돼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응답자의 절반 이상(53%) 이 개인이 사고 및 범죄 현장 가까이에서 드론을 원격 조종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어른 세대가 드론에 대해 더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18세부터 29세까지의 응답자 중 25%는 자신들의 집 근처에 드론이 떠 있을 경우 별로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답한 반면 65세 이상의 인구에선 이 수치가 5%로 떨어졌습니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 중 17%는 그런 상황에서 화가 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반면 젊은 층에서는 오직 5%만 화가 날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세대 간 인식의 차가 큰 것이죠. 이런 조사 결과는 사고 위험과 사생활 침해가 드론 택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견인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줍니다.


업체들은 사생활 문제와 관련해선 지상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를 드론에 장착하지 않음으로써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켜 나가겠다고 합니다. 일반인들은 또한 드론에 의한 소음에도 부정적입니다. 업체와 정부는 소음의 수준이 식기세척기나 지나가는 차량에서 발생하는 정도라고 강조하고 있고, 단거리를 운행하는 드론의 경우 화석 연료가 아닌 배터리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환경 오염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둘째, 규제의 장벽을 어떻게 뚫을 수 있느냐입니다. 물론 정부 규제는 여론과 맞물려 있는 사안입니다.  예컨대 야간 비행을 허용할지, 사람들 위로 드론을 운항하게 할지 등  정부 당국이 어떻게, 어느 범위에서 드론을 허용할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게 시급합니다. 특히 드론은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각국의 정부 담당자들이 현재 이와 관련해 꽤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호주 정부는 한 조종사가 ‘가상의 시계도(Virtual Oversight)’ 범위에서 동시에 20개의 드론을 조종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가이드라인이 다른 나라에서 그대로  시행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리적 상황 등 변수들이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도 한 조종사가 많은 드론을 원격 조종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동 항법 장치를 사용하게 허가할지, 조종사의 시야 밖에서 드론을 운항할 수 있도록 허용할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업체든, 정부든 사생활을 보호받고자 하는 지역민들을 상대로 효과적인 설득을 꾀해야 합니다. 또한 정부가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조정해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합니다.


셋째, 기술 혁신이 필수적입니다. 앞서 언급한 제프 베조스의 예언이 빗나간 것도 결국은 기술혁신이 제대로 뒤따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윙이 운영 중인 드론은 수직 비행을 위한 날개, 소형화된 프로펠러를 갖추고 있어 목표 지점에서 안전하게 낙하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구글은 현재 무인 교통관리 시스템을 개발 중인데, 시스템이 완료되면 많은 무인 항공기가 동시에 하늘에서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습니다.


사실 드론 택배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드론을 이용한 사업은 이미 무시하지 못할 수준으로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의약품 배달 업체 Zipline은 르완다에서 드론으로 혈액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호주 업체 Swoop Aero는 드론으로 남태평양 국가에 백신과 의약품을 공급 중입니다. 얼마 전 중국 당국도 전자상거래 업체 JD.Com과 배달 서비스 업체 SF 홀딩이 드론 배달을 할 수 있도록 허가했습니다.


 향후, 드론 시장의 전망


향후 드론 시장은 소비자들을 상대로 치열한 경쟁에 놓일 공산이 큽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소규모 업체들은 대형 소매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드론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고, 대형 업체들은 자신들의 경쟁력을 유지하고자 드론에서 답을 찾을 가능성 또한 크다.”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업체 중, 구글, 우버, 아마존이 이런 경쟁의 선두권에 있습니다. 중소형 드론 업체들도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이스라엘 등에서 시장을 선점하고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드론 택배가 과연 경제성을 갖게 될까요? 예컨대 단순히 커피 한 잔을 배달하기 위해 드론을 사용한다면 타산이 맞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결국은 저비용으로 짧은 시간에 물건을 배달해 이익을 남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업체들 입장에선 소비자들이 어떤 물건을 드론으로 배달 받고  싶어 하는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윙의 경우 당분간 음식 등 소비재 상품의 배달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드론을 통한 물건 배달이 우리들 앞에 성큼 다가섰다는 점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어찌 보면 드론 택배는 ‘차량 배달’ 시대에서 ‘무인 항공 배달’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특히 ‘배달의 민족’임을 자처하는 한국의 관련 업체와 소비자들에게 이러한 시대적 변화는 특히 더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이스라엘 벤처 업체 플라이트렉스의 최고경영자 야리브 배시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껏 우리는 0.5 파운드 무게의 햄버거를 배달하기 위해 1톤짜리 차를 가동해야 했다. 미친 짓이었다.”라고 탄식했습니다. 드론 택배가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체질을 바꾸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향후 그 향배가 흥미롭고 또 궁금합니다.


글 l 하재식 일리노이주립대 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angelha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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