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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 로봇 기술의 발전과 미래

2019. 3. 12. 09:30

지상에서 동작하는 로봇이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선 바퀴나 다리가 필요합니다. 바퀴를 갖고 있는 로봇은 평평한 지형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계단이나 울퉁불퉁한 지형을 만나면 이동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반면 다리를 갖고 있는 로봇은 빠르게 이동하기는 힘들지만 계단이나 울퉁불퉁한 지형에선 바퀴 보다 훨씬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바퀴를 주요 수단으로 이동하는 로봇들은 현재 물류 로봇, 서비스 로봇 등 분야에서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데 반해 다리로 이동하는 보행 로봇은 꾸준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용화가 더딘 편입니다. 보행 로봇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상용화 실패 사례는 보행 로봇이 실제 현장에 도입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미 방위고등 연구 계획국(DARPA)과 협력해 4족 이동 로봇 'LS3(Legged Squad Support System)', 일명 ‘알파독‘을 개발했으나 실전 배치에 실패했습니다. 알파독의 로봇의 실전 배치를 검토했던 미 해병대는 로봇 엔진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너무 커 군사 작전을 펼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l 현장 테스트중인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알파독’ (출처: 보스턴 다이나믹스)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최근 동영상으로 공개한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뒤로 공중제비를 하는 등 놀라운 동작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전히 상용화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지난해 일본 혼다는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의 개발을 중단했습니다.  2000년 ‘아시모’ 1호 발표 이후 20년 가까이 보행 로봇을 연구하면서 혼다는 미국의 보스턴 다이나믹스와 함께 보행 로봇 분야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 잡았으나 사업화의 높은 벽을 뛰어넘지는 못했습니다.


l 혼다의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 (출처: 혼다)


그런데 최근 보행 로봇 분야에도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실험실이나 연구 현장을 벗어나지 못했던 보행 로봇을 사업화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보행 로봇의 사업화


포춘 보도에 따르면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4족 보행 로봇인 ‘스팟 미니(Spot Mini)를 올해 7월부터 양산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양산 규모도 연간 1천 대에 달합니다. 실제로 ‘마크 레이버트(Marc Raibert)’ 보스턴 다이나믹스 대표는 스팟 미니가 건설, 배송, 보안 및 가정용 시장에서 쓰임새가 있을 것으로 보고 상용화에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인수한 일본 소프트뱅크는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건설 업체인 다케나카(竹中), 다이와하우스 그룹 계열사인 '후지타(Fujita)' 등과 ‘스팟 미니(Spot Mini)’를 건설 현장에 활용하기 위한 실증 실험을 진행했으며 실제 적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스팟 미니는 건설 현장의 안전 점검 및 진행 관리 등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l 사무실에서 문을 열고 이동하고 있는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스팟 미니 (출처: 소프트뱅크)


최근 보행 로봇 분야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스타는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 Zurich)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인 ‘애니멀(ANYmal)’입니다. 그동안 연구실을 주요 활동 공간으로 삼았던 애니멀은 요즘 부쩍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취리히 연방공대에서 분사한 로봇 스타트업인 ‘애니보틱스(ANYbotics)’는 에너지 및 전력업체인 테넷(TenneT)와 공동으로 북해 해상에 설치된 에너지 생산 기반 시설에서 애니멀(ANYmal)을 활용해 설비 점검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애니멀은 고해상도 카메라, 열 감지 카메라, 가스 감지 센서 등을 갖추고 있는데 해상의 에너지 생산 설비 곳곳을 이동하면서 실시간으로 동영상과 점검 데이터를 관제 센터에 전송하는 일을 수행했습니다.


l 해상 설비를 점검하고 있는 4족 보행 로봇 ‘애니멀’ (출처: 애니보틱스)


애니멀은 올해 초 하수도 탐사에도 나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애니보틱스는 어두침침한 도시 하수관 기반 시설에 애니멀을 투입해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는 지하 인프라 시설 점검 활동을 벌였습니다. 이런 위험한 작업을 앞으로는 애니멀 로봇으로 대체하겠다는 게 애니보틱스의 사업 전략입니다.


l 애질리티 로보틱스의 2족 보행 로봇 ‘디지트’가 상품을 고객에게 배달하는 모습. 계단도  오를 수 있다.

(출처: IEEE 스펙트럼)


미국 오레곤주립대학(OSU) 로봇 과학자들이 설립한 로봇 스타트업인 ‘애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는 2족 보행 로봇인 ‘캐시(Cassie)’에 이어 최근 ‘디지트(Digit)’를 개발했습니다. 디지트는 엉덩이와 2개의 다리만 있던 캐시와 달리 상반신과 양팔을 갖고 있습니다. 얼굴 부분이 없는 휴머노이드형 2족 보행 로봇입니다. 디지트를 배송 로봇으로 활용하면 상품 포장 박스를 들고 계단을 올라가 고객들의 현관까지 물건을 직접 배달하는 일이 가능합니다.


애질리티 로보틱스는 디지트와 같은 보행 로봇이 앞으로 자동차처럼 사람들의 라이프 사이클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애질리티 로보틱스는 2족 보행 로봇이 기존의 모바일 로봇에 비해 기동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정용 텔레프레전스 로봇, 상품 배송 로봇, 인프라 점검용 실시간 데이터 수집 로봇 등 여러 용도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상업화에 자신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6년 중국 청년 사업가 ‘왕싱싱(王兴兴:Xing Wang)’이 항저우에서 설립한 로봇 스타트업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杭州宇树科技有限公司)’도 4족 보행 로봇의 사업화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l 유니트리 로보틱스의 4족 보행 로봇 ‘라이카고’ (출처: 유니트리 로보틱스 홈페이지)


왕싱싱은 상하이 대학 대학원 재직 당시 개발한 전기 구동 4족 보행 로봇인 ‘엑스독(XDog)’ 기술을 기반으로 지난 2017년 4족 보행 로봇 ’라이카고(Laikago)‘를 발표했습니다. 왕싱싱은 스마트폰이나 드론처럼 대중적인 보행 로봇을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우선 라이카고를 우편 배달이나 상품 배송에 활용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유니트리 로보틱스는 올 초 일본 도쿄에서 열린 로봇 전시회인 ‘로보덱스 2019’에도 출품하는 등 해외 시장 진출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보행 로봇은 연구실 밖을 나오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보스턴 다이나믹스,애니보틱스, 애질리티 로보틱스, 유리트리 로보틱스 등 업체들이 보행 로봇의 상용화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어 산업 현장에서 활약하는 보행 로봇을 볼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다가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행 로봇 전문 업체들이 보행 로봇의 상업화 가능성을 적극 타진하고 있다면 대학이나 연구기관들은 새로운 보행 로봇 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새로운 보행 로봇의 연구


신경망 인공지능이나 시뮬레이션 기술을 보행 로봇의 보행 연구에 활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 로봇 시스템 연구소(Robotic Systems Lab) 연구팀은 시뮬레이션과 신경망 기술을 이용해 4족 보행 로봇 애니멀을 훈련시키고 연구 성과를 전문 저널인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게재했습니다.


연구팀은 애니멀 로봇을 전복시킨 후 일어서는 다양한 동작을 컴퓨터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신경망 기술을 활용해 훈련시키고 실제 로봇에 이전함으로써 보행 로봇의 역동적인 동작 구현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 같은 시뮬레이션 및 인공지능 기술은 웨이모(Waymo)가 자율주행 자동차의 주행 학습에 이미 채택하고 있는 기술입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상에선 수천 대의 애니멀 로봇을 대상으로 다양한 훈련이 가능합니다.


보행 로봇이 이동하기 위해선 자신의 위치를 확정하고 이동 방향과 거리 등을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실외에선 흔히 GPS 기술을 활용하고 실내에선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기술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GPS나 SLAM 없이도 원하는 방향을 찾아가는 보행 로봇 기술이 개발되었습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과 엑스마르세이유대(Aix-Marseille University:AMU) 연구팀은 GPS나 지도, SLAM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자신의 위치와 이동 방향을 결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6족 보행 로봇 ‘앤트봇(Antbot)’을 개발하고, 연구 성과를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게재했습니다.


l 편광을 이용해 이동하는 6족 보행 로봇 (출처: IEEE 스펙트럼)


앤트봇은 지도나 GPS, SLAM 없이 어떻게 방향을 정하고 이동할까요. 연구팀은 중동 사하라 사막에 사는 사막 개미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사막 개미는 주변에 모래만 있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먹이가 있는 곳을 찾아가고 포획 후 집으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보통 개미들은 이동하면서 페로몬이라는 화학물질을 뿌리는데, 강렬한 햇빛이 작열하는 사막에선 페로몬이 금세 허공으로 날아가 버립니다. 이 같은 극한 상황에서 사막 개미는 자외선과 편광(Polarized light)을 이용해 이동 방향을 잡고 이동 거리를 계산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프랑스 연구진이 개발한 6족 보행 로봇은 자외선 편광을 인식할 수 있는 UV 광센서와 거리 측정용 광 동작 센서를 갖추고 있습니다. 앤트봇은 이들 센서를 활용해 사막 개미처럼 자신이 원래 있던 곳을 찾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MIT 김상배 교수팀도 비전 카메라나 환경 센서 없이도 계단을 오르고 주변을 걷거나 뛸 수 있는 4족 보행 로봇 ‘치타(Cheeta) 3’를 지난해 발표했습니다. 이 로봇은 시각 정보가 아니라 촉각 정보에 의존해 계단을 오르거나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피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로봇은 빠른 속도로 계단을 오르는 게 가능합니다.


l 비전 센서 없이도 촉각만으로 계단을 오르는 치타 3 로봇 (출처: MIT)


아주 작은 크기의 마이크로 보행 로봇에 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 보행 로봇은 덩치가 큰 로봇 보다 작은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 메릴랜드대 '라이언 세인트 피에르(Ryan St. Pierre)' 박사팀은 개미 머리보다 작은 크기의 4족 보행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무게 1mg에 불과한 이 로봇은 엉덩이 부분에 4각형 형태의 자석을 부착하고 있는데 자석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로봇의 동작을 유도합니다.


l 개미 우측에 있는 마이크로 보행 로봇 (출처: 메릴랜드대)


미국 카네기멜론대(CMU) 로봇 과학자들도 작년 말 기존의 6족 보행 로봇 ‘렉스(RHex)’의 미니 버전인 ‘미니렉스(MiniRHex)’를 발표했습니다. 미니렉스는 무게가 500g 미만이며, 최대 3kg의 페이로드를 지원합니다. 6개의 다리를 갖추고 있지만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바퀴처럼 동작합니다.


l 미 카네기멜론대의 6족 보행로봇 ‘미니렉스’ (출처: 카네기멜론대)


보행 로봇 중에는 3족 보행 로봇이나 다중 보행 로봇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3족 보행 로봇은 공상 과학영화 ‘우주전쟁’에 트라이포드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했는데 이 로봇에 대한 과학자들의 호기심이 적지 않습니다.


l 오사카 대학이 개발한 3족 보행 로봇 ‘마션’ (출처: 오사카 대학)


재미 한인 로봇 과학자인 데니스 홍 UCLA 교수는 조지아텍 재직 시 3족 로봇인 ’스트라이더(STriDER:Self-excited Tripedal Dynamic Experimental Robot)를 개발했으며 일본 오사카대학의 마사토 이시카와(Masato Ishikawa) 교수팀은 지난 2017년 3족 로봇 ‘마션(Martian)’를 개발해 주목받았습니다.


다리가 무려 32개에 달하는 보행 로봇도 있습니다. 일본 게이오 대학과 도쿄대 연구진은 지난해 32개의 다리를 갖고 있는 구형 로봇인 '모치봇(Mochibot)'을 개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IROS 2018’에서 발표했습니다. 이 로봇은 다리의 길이가 변하면서 지면을 아메바처럼 움직일 수 있다고 합니다. 마치 텐세그리티(Tensegrity) 로봇처럼 생겼는데 바퀴 로봇 등 다른 로봇이 이동하기 힘든 지역을 탐사하는 데 적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l 게이오대와 도쿄대 연구진이 개발한 32족 ‘모치봇’ (출처: IROS 2018,IEEE스펙트럼)


보행 로봇과 비행 로봇을 결합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UCLA 데니스 홍 교수는 헬륨 가스를 불어넣은 풍선과 가느다란 다리를 가진 2족 보행 로봇을 결합한 ‘발루(Ballu)’를 제작했으며, 도쿄대 아즈미 마에카와(Azumi Maekawa)는2족 보행 로봇과 쿼드콥터 드론을 결합한 ‘에어리얼 바이 페드(Aerial-Biped)’ 로봇을 개발해 주목받았습니다. 이들 보행 로봇에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발상의 전환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l 도쿄대의 ‘에어리얼 바이페드’ (출처: 도쿄대)


앞에 소개한 보행 로봇 외에도 다양한 보행 로봇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로봇과학자들이 다양한 형태의 보행 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동물들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겠다는 로봇 과학자들의 꿈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 보행 로봇들이 실제 우리 주변 삶의 현장에서 많은 활약을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글 l 장길수 l 로봇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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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T로 만드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갑니다 LG 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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