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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로봇 시장 비상(飛翔)은 가능한가?

2019.02.12 09:30

지난해 협동 로봇 업체인 리씽크 로보틱스(Rethink Robotics)와 소셜 로봇 업체인 지보(Jibo)가 문을 닫았다는 소식이 전해져 로봇 산업계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로보틱스 분야 구루(Guru)로 일컬어지는 MIT 로드니 브룩스(Rodney Brooks) 교수가 창업한 리씽크 로보틱스는 유니버설 로봇과 쌍벽을 이루면서 협동 로봇 시장을 선도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갑작스럽게 폐업을 해 당혹감을 안겨주었습니다.


로봇 산업계 차세대 유망주로 부상했던 지보의 몰락도 로봇 산업계에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지난 2012년 MIT 신시아 브리질(Cynthia Breazeal) 교수에 의해 설립된 지보는 사람과 감정을 교류하는 가정용 소셜 로봇이라는 개념을 앞세워 가정용 로봇 시장의 신성(新星)으로 떠올랐습니다.


지보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인디고고’를 통해 제품을 소개하면서 로봇 산업계와 일반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잔뜩 높였고, 몇 차례 실시한 펀딩 행사에서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많은 자금을 투자 받으면서 실탄도 충분히 확보한 듯 보였습니다. 미국 시사 매거진 타임(Time)은 지보를 ‘2017년 발명품 베스트 25’ 가운데 하나로 선정해 표지 사진으로 올릴 정도였습니다.


l 소셜 로봇 ‘지보’ (출처: 지보)


하지만 지보는 당초 약속했던 제품 출시 기일을 몇 차례 넘기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고,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도 크다는 점을 확인시켜줬습니다. 한때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프라임(Prime) 고객을 대상으로 499달러에 할인 판매하기도 했으나 소비자 가격 899달러는 넘기 힘든 벽처럼 인식됐습니다.


대신 아마존의 스마트 스피커인 ‘에코(Echo)’가 빠른 속도로 시장을 점령해가면서 지보를 무력화시켰습니다. 게다가 아마존은 혁신적인 알렉사 생태계 구축 및 개방적인 API 전략을 통해 알렉사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스킬(skills)’들의 숫자를 빠른 속도로 확장해나간 데 반해 지보는 애플리케이션이 고작 100여 개에 그치는 등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결국 지보는 지적재산권(IP)을 뉴욕에 기반을 둔 ‘SQN 벤처 파트너’라는 투자 관리 회사에 넘겨주고 쓸쓸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가정용 로봇 시장에 진입하려다 실패한 또 다른 사례로 독일의 메이필드 로보틱스(Mayfield Robotics)를 꼽을 수 있습니다. 메이필드 로보틱스는 독일 자동차 부품 업체 보쉬(Bosch)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으로, ‘CES 2017’에 귀여운 외모의 가정용 로봇 ‘쿠리(Kuri)를 출품하면서 로봇 업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l 메이필드 로보틱스의 동반자 로봇 ‘쿠리’ (출처: 메이필드 로보틱스)


쿠리는 가족 구성원뿐 아니라 애완동물까지 구분할 수 있으며 마루, 카펫 등 실내 바닥 공간을 부드럽게 주행할 수 있습니다. HD 급 영상을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는 카메라를 탑재했으며 셀프 충전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메이필드 로보틱스도 지난해 10월 돌연 사업을 중단했습니다. 쿠리 역시 비싼 로봇 가격(700달러)이 시장 진입 실패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메이필드 로보틱스는 사업 중단 전에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했지만 여의치 않았습니다.


소프트뱅크가 내놓은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도 가정용 로봇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서비스 안내 로봇 등 용도로 B2B 시장에서 약간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가정용으로 구입하기에는 부담이 컸고 활용 가능한 애플리케이션도 많지 않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대만 컴퓨터 업체인 에이수스도 지난 2017년 ‘젠보(Zenbo)’라는 로봇을 앞세워 가정용 로봇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만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젠보 로봇은 집안을 자율적으로 이동하며 내장 카메라를 통해 주변을 인식하고 장애물을 피할 수 있습니다. 터치 스크린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마이크와 스피커를 이용해 가족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에이수스는 지난해 대만 컴퓨텍스 전시회에서 B2B용 젠보 솔루션을 발표했는데 가정용 로봇 시장이 좀처럼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자 교육용 로봇, 기업용 안내 서비스 로봇 등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l 에이수스 가정용 로봇 젠보 (출처: 에이수스 홈페이지)


소셜 로봇 지보, 가정용 로봇 쿠리, 소프트뱅크의 페퍼 등의 사례는 가정용 로봇 시장을 공략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아이로봇의 로봇 청소기 ‘룸바(Roomba)’ 이후 가정용 로봇 시장에서 성공한 로봇은 전무하다며 소비자들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실 가정용 로봇 시장의 주류는 로봇 청소기, 잔디 깎이 로봇, 유리창 청소 로봇 등 청소 로봇입니다. 국제 로봇 연맹(IFR)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개인 및 가정용 서비스 로봇은 850만 대(21억 달러)가 판매되어 전년 대비 25% 성장했지만, 이 가운데 청소 로봇과 잔디 깎이 로봇, 유리창 청소 로봇 등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들 청소 로봇의 판매 대수는 610만 대로 전년 대비 31% 성장했습니다. 2018년에는 23% 성장한 750만 대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 브루킹스 연구소는 로봇에 관한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021명의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61%가 아직 로봇에 대해 편안한 느낌이 있지 않다고 응답했습니다. 로봇에 편안한 느낌이 있다는 응답자는 16%에 불과했습니다.


청소 로봇, 방범 로봇, 아동과 노인 케어 로봇에 대해 흥미를 갖고 있다는 응답은 각각 20%, 17%, 9%로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이 조사 결과를 유추해보면 실제 가정용 로봇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매우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브루킹스 연구소 기술혁신 센터 디렉터인 대럴 웨스트(Darrell West)는 "사람들이 로봇을 편안하게 느끼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은 일상적인 일을 대신해주는 로봇에 어느 정도의 지불 의사를 갖고 있을까요. 브루킹스 연구소의 조사 결과 250달러 이하(42%), 251~500달러(10%), 501~750달러(3%), 751~1000달러(3%), 1000달러 이상(3%), 무응답(39%)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부분 미국인이 500달러 미만의 로봇을 원하는 데 반해 현재 로봇 업체들이 내놓는 가정용 로봇들의 가격은 소비자들의 기대치보다는 높습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조사 결과는 가정용 로봇 시장이 뜨기 위해선 소비자와의 간극을 좁히는 게 시급하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과연 가정용 로봇 시장은 희망이 없는 것일까?


WHO는 오는 2050년이 되면 세계 인구의 22%가 60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시장 조사업체인 '리서치앤마켓(ResearchAndMarkets)'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정용 로봇(소셜 로봇 포함)이 의료 헬스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의료보험 혜택을 집중적으로 받는 세대(Medicare age)로 바뀌면서 의료 및 헬스 분야를 중심으로 간병 로봇과 커뮤니케이션 로봇 등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l 도요타의 HSR (출처: 도요타)


실제로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는 연구개발 실험실에서 가장 빨리 거실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로봇으로 자사가 개발한 ‘인간 지원 로봇(HSR:Human Support Robot)’을 꼽고 있습니다. 집안에서 거동에 불편한 노약자를 도와주기 위해 개발된 HSR은 바퀴 위에 로봇 팔을 갖추고 있으며 1.2kg 정도의 물건을 집어 올릴 수 있습니다.


몸체 윗부분에 비디오 스크린과 2개의 카메라 눈을 갖고 있으며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선반에 있는 물건(책, 펜 등)들의 위치를 기억하고 어지럽게 놓여 있어도 정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도요타는 HSR이 2~3년 내 병원이나 일반 가정에서 사용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로봇 기업 ‘인튜이션 로보틱스(Intuition Robotics)’도 노인들과 대화하는 로봇 ‘엘리큐(Elli.Q)’를 개발해 조만간 출시할 예정입니다. 동반자 로봇인 엘리큐는 노인들이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대화하고 약 먹을 시간을 챙기거나 적극적인 신체 활동을 유도하도록 고안됐습니다. 노인들을 외부와 가급적 많이 소통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죠.


l 노인들의 행동을 유도하는 동반자 로봇 ‘엘리큐’ (출처: 인튜이션 로보틱스)


가족들의 건강 지킴이를 자처하는 '필로(Pillo)'라는 로봇도 등장했습니다. 로봇 스타트업인 '필로 헬스(Pillo Health)'가 개발한 '필로‘는 의학적인 궁금증을 풀어주고 노약자나 가족 구성원들의 약을 관리해줍니다. 약 먹을 시간을 잊어버리면 가족들에게 통보하고 의사와 직접 연결해주기도 합니다.


l 필로 헬스가 개발한 지능형 건강 관리 로봇 '필로’ (출처: 필로 헬스)


 미래에는 어떤 로봇들이 가정 안으로 파고들까?


그렇다면 앞으로 의료 헬스용 로봇 말고 미래에는 어떤 로봇들이 가정 안으로 파고들까요? 최근 업체들이 속속 내놓고 있는 가정용 로봇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음성 인식 인공지능 기술이 가정용 로봇의 핵심 기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로봇 스타트업 로보테미(Robotemi)는 지난 1월 초 열린 ‘CES 2019’에서 가정용 로봇 '테미(Temi)'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선보였습니다. 기존의 테미와 달라진 점은 아마존의 음성 지원 인공지능인 알렉사를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알렉사와의 결합을 통해 테미는 다양한 알렉사 스킬들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바퀴 달린 로봇은 텔레프레전스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집안을 돌아다니며 일상 업무를 도울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10.1인치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탑재하고 있어 정보 검색, 유튜브 실행, 음악 감상 등에 유용합니다. 로보테미는 올해 3월께부터 이 로봇을 판매할 계획입니다.


l 텔레프레전스 기능과 알렉사를 지원하는 가정용 로봇 ‘테미’ (출처: 로보테미 트위터 계정)


중국 로봇 스타트업인 치한(Qihan)도 아마존 알렉사 지원 장치를 내장한 휴머노이드형 로봇 '산봇 나노(Sanbot Nano)'를 내놓았습니다.


아마존도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에 있는 하드웨어 연구개발 부문인 ‘랩(lab) 126’을 중심으로 가정용 로봇 개발 프로젝트인 ‘베스타(Vesta)’를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중에 제품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일종의 ‘모바일 알렉사‘ 제품인 이 로봇은 아마존이 탄탄하게 구축해 놓은 알렉사 생태계와 융합해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로봇 과학자들은 집안의 온갖 궂은일을 대신해주는 로봇을 현실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 산하 방위 고등 연구 계획국(DARPA)가 주최한 DRC(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 결승전에서 팀카이스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던 '플로리다 인간 기계 인지 연구소(IHMC:The Florida Institute for Human and Machine Cognition)'팀은 지난 2016년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틀라스가 진공청소기를 잡고 바닥 청소하기, 사다리 접기, 페트병 줍기, 빗자루로 바닥 청소 등 집안일을 하는 로봇 기술에 관한 동영상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로봇이 상품화돼 출시된다면 공상과학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묘사했던 만능 로봇, 집사 로봇의 구현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셈입니다.


l 아틀라스 로봇이 진공 청소기로 바닥 청소를 하고 있다 (출처: IHMC 홈페이지)


그래픽 프로세서 전문 업체인 엔비디아는 얼마 전 미국 시애틀에 로봇 연구소를 개소하면서 인공지능을 탑재한 주방 보조 로봇 ‘키친 매니퓰레이터(Kitchen manipulator)’를 공개했습니다.


이 로봇은 머신러닝 기술을 채택하고 있으며 직접 요리를 하기보다는 주방용품이 있는 서랍을 열어주거나 요리하는 것을 도와줍니다. 주방기구나 식재료의 위치를 기억하고 있다가 서랍을 열고 꺼내 주부에게 건네주는 미션을 수행하는 것은 만능 일꾼으로서의 가정용 로봇의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l 엔비디아의 주방보조 로봇 ‘키친 매니퓰레이터’ (출처: 엔비디아)


앞으로 가정용 로봇은 사람과 감성을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기술적인 발전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일본 ‘그루브 X(Groove X) ‘가 개발한 차세대 가정용 로봇 ‘러봇(Lovot)’은 매우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루브 X는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의 개발자인 '하야시 가나메(林要)'가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생명은 아니지만 따뜻하다.”는 컨셉을 러봇에 담았습니다.


실제로 러봇은 40도 정도로 온도를 설정할 수 있어 사람이 안고 있으면 따뜻한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습니다. 몸 전체에 20개 이상의 터치 센서를 갖추고 있어 사람이 만지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데, 부드럽게 배를 만져주면 기분이 좋아지거나 잠을 잡니다. 주인이 때리면 불안해한다고 합니다. 얼굴 인식 기능을 갖추고 있어 주인을 알아보기도 합니다.


l 그루브 X가 발표한 차세대 가정용 로봇 ‘러봇’ (출처: 그루브 X)


가정용 로봇 시장은 아직 미지의 영역입니다. 그동안 많은 업체가 첨단 기능을 갖춘 가정용 로봇을 개발해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습니다. 소니의 애완견 로봇 ‘아이보(Aibo)’가 비교적 두꺼운 마니아층을 형성하면서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지만, 아직 일반 소비자층에까지 다가가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가정용 로봇이 로봇 기업의 연구 개발 현장을 떠나 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로봇 업계와 일반 소비자 간 인식의 틈을 좁히는 게 무엇보다 시급해 보입니다. 더욱 많은 소통과 인식의 공유가 필요합니다. 


글 l 장길수 l 로봇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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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T로 만드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갑니다 LG 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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