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너마저…’
마이크로소프트(MS)가 12월 초 발표한 소식에 여러 개발자가 위와 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 같습니다. 혹은 ‘MS, 너도 드디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분도 계시겠네요. MS가 밝힌 내용은 이렇습니다.
l 크로미움 로고 (출처: 크로미움 프로젝트 공식 홈페이지 https://www.chromium.org/)
‘엣지 기술에 크로미움을 넣겠다.’ 엣지란 웹 브라우저인데요. 인터넷 익스플로러(IE)의 후속 버전으로 윈도우10 그리고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기술입니다. 아무튼 엣지에 크로미움을 도입하겠다는 소식은 웹 업계에서 큰 관심을 받았는데요. 여기에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요? 오늘은 웹 브라우저 기술 업계를 평정하고 있는 ‘크로미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크로미움(Chromium) 1은 구글이 만든 오픈소스 기술입니다. 웹 브라우저에 필요한 여러 기술을 이 ‘크로미움 프로젝트’ 안에서 개발하고 있습니다. 크로미움에서 만든 여러 기술을 모아 개발한 것이 ‘크롬’ 브라우저입니다. 크로미움은 브라우저 기반 기술 총칭하고, 크롬은 웹 브라우저 이름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MS는 그동안 자체 브라우저를 개발해왔습니다. 오픈소스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기술력을 쌓아왔습니다. 하지만 근래 5년 동안은 브라우저 점유율 싸움에서 많이 뒤처져 있었습니다. 크롬이 등장했기 때문인데요.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2015년 공개한 것이 엣지였습니다. 과거 기술이었던 ‘액티브 X’ 기술을 버리고 좀 더 빠르고 가볍고 보안성을 강화하는데 집중한 제품이었죠.
l 크롬이 출시된 이후 전 세계 웹 브라우저 점유율 변화. 2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Usage_share_of_web_browsers#cite_note-1)
그렇다면 MS는 왜 기껏 개발한 엣지의 핵심 기술을 버리는 걸까요? 그것도 경쟁사가 개발한 기술로 대체하면서 말이죠. MS의 공식 발표문을 보면 일단 이번 결정은 친(親) 오픈소스 정책의 하나로 보입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취임한 이후부터 MS는 다양한 오픈소스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MS 기술에 타사 제품을 이용할 수 있게 열어주었습니다. 깃허브 같은 오픈소스 기업을 인수하거나 MS 자사 기술을 오픈소스로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조 벨피오르(Joe Belfiore) MS 부사장은 “MS는 몇 년 전부터 브라우저 기술과 관련된 여러 오픈소스에 기여해왔다.”라고 강조했는데요. 예를 들어, 모바일 기기용 브라우저는 오픈소스 기술 위에서 개발했습니다. 그래픽 엔진, 오디오 기술, 압축 기술과 관련한 기술도 외부 오픈소스를 사용하며 기술 발전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크로미움 프로젝트에도 관여하고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ARM 기반 윈도우 기기 개발 과정에서 크로미움 기술을 활용하고 기여도 했습니다. MS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웹 분야에서 오픈소스 활동을 늘려갈 것을 공표했습니다.
조 벨피오르 MS 부사장은 크로미움을 도입하면서 얻는 장점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바로 호환성이 높아지는 부분입니다. 웹 브라우저 이용자 그리고 웹 개발자 모두에게 말입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서핑을 하는 사용자가 있다고 칩시다. 이들은 웹 개발자가 만든 사이트를 토대로 웹 사이트를 이용합니다.
다른 브라우저에선 웹 사이트가 잘 보이다가 엣지 브라우저에서는 유독 홈페이지가 깨져 보일 수 있습니다. 혹은 아예 열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웹 개발자는 엣지 브라우저에서만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용자가 불편을 겪게 됩니다.
작은 회사의 경우, 크롬, 엣지, 인터넷 익스플로러, 모바일 브라우저 같은 다양한 환경을 일일이 테스트하면서 고치기도 어려운데요. MS가 크로미움을 이용하면 그동안 엣지에서만 보이던 오류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럼 사용자도 모든 페이지를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개발자도 웹 사이트를 보다 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호환성이 높아지면 MS는 엣지를 다양한 플랫폼에 쉽게 지원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맥 OS 같은 엣지 설치가 어려웠던 플랫폼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최근엔 기업용 컴퓨터나 터치 기반 기기 등에서 웹 브라우저를 지원하는데요. MS는 크로미움을 도입하면, 보다 다양한 기기에서 일관된 웹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주 뒤 발표문과는 조금 다른 결의 소식이 나옵니다. 엣지 개발팀 전 인턴이었다고 밝힌 이 인물은 한 커뮤니티에 “MS가 크로미움으로 바꾼 또 다른 이유가 있다.”라며 “구글이 만든 웹 사이트는 타사 브라우저에서 끊임없이 깨졌고, 이를 따라갈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관련 링크
https://news.ycombinator.com/item?id=18697824
이후 언론에서 조슈아 바키나(Joshua Bakita)라고 이름을 공개한 이 개발자는 “확실하지 않지만, 구글 직원이 고의로 엣지 브라우저 환경을 느리게 만들었다.”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일례로 구글은 유튜브 사이트에 <div> 코드 구절을 만들고, 그 안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무런 작동을 하지 않는 의미 없는 코드를 넣은 것이죠. 흥미로운 건 이 코드가 들어간 타이밍입니다. 이 코드가 들어간 이후 엣지 성능이 저하됩니다. 구체적으로 하드웨어 가속 기술에 악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조슈아 바키나가 주장하길 엣지는 원래 기기 배터리에 영향을 가장 적게 주는 브라우저였다고 합니다. 동영상을 볼 때 특히 더 그랬죠. 하지만 <div> 코드가 추가되고 구글은 갑자기 “동영상 시청 시, 배터리 소모량은 엣지보다 크롬이 더 적다.”라고 홍보를 했다고 합니다.
이후 엣지 팀이 직접 구글에 유튜브 코드를 고쳐 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조슈아 개발자 말에 따르면 구글이 자사 서비스가 돋보이도록 타사 기술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l 뒷 배경 Designed by Cosmo-Studio
(출처 : https://www.freepik.com/free-psd/browser-screen-mock-up_1153574.htm)
MS는 이 주장에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습니다. 대신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구글은 MS에게 도움을 주는 파트너이며, 앞으로 다양한 일을 함께할 것을 기대한다.”라는 식으로 밝혔습니다. 구글은 보다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혔는데요.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div> 코드는 단순한 오류였고, 이를 확인한 후 수정했다고 합니다.
유튜브 대변인은 “구글은 코드를 작성할 때 다른 브라우저 최적화를 방해하지 않는다.”라며 “브라우저 호환성을 높이는 자체 프로젝트를 통해 다른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관련 링크
https://www.theverge.com/2018/12/19/18148736/google-youtube-microsoft-edge-intern-claims
과연 MS가 크로미움을 선택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그 이유와 별개로 크로미움의 인기 자체는 MS가 무시 못 할 만큼 매우 큽니다. 오래전부터 많은 기업이 웹 브라우저를 만들 때 크로미움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엣지 안에는 ‘엣지 HTML’이란 브라우저 엔진 기술이 있습니다. MS가 버리겠다고 한 게 바로 엣지 HTML입니다. 대신 크로미움(정확히 말하면 블링크 엔진)을 안에 대체하는 것이지요. 원래 MS에게는 여러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오픈소스 브라우저 엔진은 크로미움 말고도 몇 개 더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브라우저 엔진 역할을 먼저 살펴보죠. 브라우저 엔진은 html로 작성된 코드를 우리가 실제 보는 웹 사이트 화면으로 바꿔줍니다. 따라서 엔진은 브라우저 기술의 가장 핵심입니다. 크로미움 프로젝트에서 개발하는 엔진은 ‘블링크’입니다. 블링크는 업계에서는 많이 쓰이는 엔진 3개 중 하나입니다.
나머지는 웹킷과 겟코가 있습니다. 웹킷은 애플이 만든 엔진이며, 겟코는 모질라 재단에서 만들었습니다. 모두 오픈소스 기술입니다. 각 엔진을 탑재한 대표 웹 브라우저가 애플의 사파리, 구글의 크롬, 모질라의 파이어폭스인 셈이죠. MS는 이런 여러 오픈소스 엔진 중 크로미움을 선택한 것입니다. 3
l 엔진 별 대표 브라우저 로고 (출처: 각 브라우저 공식 홈페이지)
엔진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떤 엔진이 기술적으로 우수하다고 표현하긴 어렵습니다. 서로 영향을 주는 기술도 있죠. 대신 어떤 엔진이 더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그 1위는 당연히 크로미움입니다. 4
이건 구글 서비스의 인기, 크롬 브라우저의 인기 덕을 어느 정도 본 듯합니다. 거기다 요즘 새롭게 개발되는 웹 브라우저는 크로미움을 많이들 활용합니다. 대표적으로 오페라, 비발디, 브레이브, 삼성 인터넷, 네이버 웨일, 얀덱스 브라우저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비발디: https://vivaldi.com/
브레이브: https://brave.com/
삼성 인터넷: https://bit.ly/2SIsxub
네이버 웨일: https://whale.naver.com/ko
얀덱스 브라우저: https://browser.yandex.com/
이런 브라우저들은 내부 기술은 오픈소스로 사용하고 외부 기능이나 디자인에 차별화를 두고 새로운 사용자를 공략합니다. 예를 들어 브레이브는 광고 기술을 없애는 것에 집중하고, 비발디는 전문가를 위한 다양한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MS 덕분에 앞으로 크로미움의 입지는 더욱 단단해질 듯합니다. 그런데 여기 MS의 결정을 조금 반기지 않은 단체가 있습니다. 웹 브라우저의 또 다른 강자 모질라 재단입니다.
모질라 재단은 MS의 이번 결정에 대해 유일하게 공식 입장을 낸 곳입니다. 모질라 재단은 한때 MS의 라이벌 기업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익스플로러(IE)가 점유율 1위였을 때, 2위는 파이어폭스였으니까요.
모질라 재단도 크롬 시대 이후 그 영향력이 많이 꺾이게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비영리단체 위치로 새로운 웹 기술을 만들며, 웹 개방성을 지키고 있습니다. 또한 모질라재단은 오픈소스 기술을 전파하고 지원하는 곳으로 유명하죠. 그런데 크리스 비어드 모질라 재단 CEO는 MS의 이번 결정에 경고 메시지를 보냅니다. 다음과 같이 말이죠.
“사업적 측면에서 MS는 꽤 이치에 맞는 결정을 한 것처럼 보입니다. 구글은 온라인 관련 인프라 분야에서 거의 절대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MS 입장에서 이런 구글과 싸우는 것은 이득이 되지 않았을 겁니다. 인터넷이 주었던 자유를 포기하면 MS 주주에게 더 많은 이익을 줄 수 있었겠죠.
구글은 뛰어난 인재들과 특별한 자산에 대한 독점권을 가집니다. 검색, 광고, 스마트폰, 데이터 수집 분야 등 구글의 영향력이 엄청납니다. 이런 영향력은 크나큰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든다. 그 반대에서 일하는 나머지 사람들에게 말이죠.
사회적 측면 그리고 개인의 권한에 대해 보자면, 인터넷 기반 기술을 하나의 회사에서 넘기는 건 끔찍한 일입니다. 이것이 모질라가 존재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우리는 구글과 싸웁니다. 좋은 사업 기회를 얻고자 하는 일이 아닙니다. 건강한 인터넷과 건강한 온라인 세상은 경쟁과 선택권이 있느냐 마느냐에 따라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크리스 비어드 모질라 재단 CEO 글 중 발췌
l 크리스 비어드 CEO (출처: 모질라 로고 _ https://mozilla.design/mlogo , 크리스 비어드 CEO _ https://www.mozilla.org/en-US/about/leadership/)
모질라는 평소 인터넷을 공공재 성격의 기술로 간주해왔습니다. 다른 기술도 아니고 인터넷의 기술만큼은 한 기업이 독점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따라서 모질라 재단 입장에선 브라우저 기술이 모두 크로미움으로 수렴하는 이 상태가 조금 우려스러운 것입니다. 사실 모질라는 비슷한 광경을 이미 목격했다고 하는군요. 5
“크로미움 같은 하나의 기술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면, 개발자나 기업은 크로미움 외 다른 기술을 신경 쓰지 않게 됩니다. 크로미움 기술만 테스트하면 되니깐요. 이러한 상황은 정확히 2000년대에도 있었습니다. MS가 브라우저 기술을 독점했을 때도 비슷했습니다. 똑같은 현상은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크리스 비어드 CEO의 비유가 정확히 맞는 것이 아닙니다. 당시 MS 기술은 내부 기술이었고, 크로미움은 오픈소스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크로미움 기술은 구글 직원들만 만드는 기술이 아닙니다. 다른 외부 개발자들도 충분히 참여할 수 있고, 서로 의견 교환을 하면서 기술이 발전합니다. 개발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개발 방향은 여전히 구글에서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때문에 크리스 비어드 CEO가 지적하는 부분이 영 터무니없는 말은 아닙니다.
여기에 주목할 만한 사례가 하나 더 있습니다. 구글이 애플과 함께 브라우저 엔진을 만들다가 서로 갈라진 사연입니다. 2008년 구글이 크로미움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엔진은 따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대신 애플이 만들어 놓은 오픈소스 엔진 ‘웹킷’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몇 년 후 애플 주도 웹킷과 구글 크로미움은 서로 개발 방향이 부딪힙니다.
구글은 2013년 “웹킷과 크로미움 모두 복잡성이 늘어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혁신 속도가 느려졌다.”라고 설명하며 새로운 오픈소스 엔진을 만들 것을 밝힙니다. 그 결과 태어난 것이 블링크입니다. 그렇다고 아주 처음부터 다신 만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구글은 블링크 기본 토대는 웹킷을 활용했고, 필요한 구조나 기능을 일부 추가했습니다. 오픈소스 기술이기에 이렇게 기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던 것이었죠. 6
여러분은 앞으로 크로미움의 미래를 어떻게 보시나요? 지금처럼 대세가 이어질까요? 아니면 블링크가 나왔던 것처럼 MS만의 오픈소스 브라우저를 볼 수 있을까요? 혹 모질라 재단이 지적한 것처럼 브라우저 기술이 구글에 휘둘리게 될까요? 웹 그리고 오픈소스 기술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크로미움의 새로운 변화를 유심히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글 l 이지현 l 테크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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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로는 크로미엄, 크로미움, 크로뮴 등으로 표기되고 있다. [본문으로]
- 전 세계 200만 사이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라고 한다. http://gs.statcounter.com/faq#methodology [본문으로]
- 모질라 재단은 최근엔 겟코 외에 서보(Servo)라는 차세대 엔진을 개발 중이다. [본문으로]
- 블링크는 웹킷을 활용해서 새롭게 만든 기술이다. [본문으로]
- 모질라 재단은 인터넷이 전 세계적인 공공재로 남고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고 접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활동하고 있다. https://www.mozilla.org/ko/mission/ [본문으로]
- https://blog.chromium.org/2013/04/blink-rendering-engine-for-chromium.html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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