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nsight

실리콘밸리 큰손이 교육 시장에 미친 파장 #2

2018.12.05 09:30

지난 시간에는 실리콘밸리의 큰손, 코드닷오알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서 코드닷오알지가 만들어낸 3가지 변화와 미국 정부는 코딩 교육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코드닷오알지가 만들어낸 3가지 변화


전 세계에서 많은 코딩 교육 업체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 코드닷오알지는 다른 나라에선 볼 수 없는 여러 독특한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크게 3가지입니다.


먼저 코딩 교육 수요를 데이터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새로운 교육을 도입할 때는 여러 가지 논쟁이 생깁니다. 관계자들은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코딩 교육을 공교육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쪽에선 나름의 논리와 근거로 반대합니다. ‘기존 과목에서 추가로 가르치면 된다.’ 같은 반박이나 ‘사교육 시장 확대’ 같은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말이죠.



코드닷오알지는 영상의 조회 수(1,200만 회), 청원(55만 명 서명)과 크라우드 펀딩[각주:1](코드닷오알지를 지지하기 위해 약 3억 원이 모였다.)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했습니다. 코드닷오알지 파트너인 구글은 아예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과 함께 코딩 교육 여론 조사도 진행합니다.[각주:2] 코드닷오알지는 이에 대해 가장 앞장서서 데이터를 공유하고 컴퓨터 교육 필요성을 강조했고, 이는 정부 및 국회, 학교 등을 설득하는데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었습니다.


두 번째 막대한 민간 지원금을 모은 점입니다. 새로운 교육을 진행하는 데는 예산이 필요합니다. 크게 교사 연수와 교육 커리큘럼 제작, 인프라나 교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는데요. 코드닷오알지는 후원금을 모으고 이를 공교육 교육에 투자했습니다.


2017년 기준으로 6천만 달러(약 677억 원) 이상 후원금을 모았으며, 2018년에도 기업의 후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MS,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은 물론 월트 디즈니, 메이시스 백화점, 웰스 파고 등 130개 넘는 기업, 단체, 창업자, 개인이 참여했습니다. 파르토비 형제 스스로도 여기에 300만 달러(약 33억 원) 이상 후원했습니다. 이 역시 파르토비 형제가 가진 특수한 경력과 네트워크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코딩 교육 활동의 구심점을 만들어냈습니다. 사교육 업계와 달리 공교육에선 교사나 학생이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은 학교나 정부 기관입니다. 코드닷오알지는 교사와 정부의 중간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교사 누구나 원하면 코드닷오알지에서 연수를 받거나 직접 연수를 주최할 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콘텐츠 모두는 비상업적인 목적만 아니라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습니다. 자체적으로 콘텐츠 내용을 변경하고 공유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코드닷오알지에서 쌓인 데이터들은 대학에서 연구용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MS, 페이스북, 구글 같은 기존 업계들이 원하는 역량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교사들과 연결하는 일도 합니다. 미국 대학 입시인 SAT를 주관하는 컬리지보드와도 협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교사 단체, IT 기업, 대학 입시 출제기관, 정부 기관 등 64개 기관 및 단체는 함께 연합을 이루고 정치권에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따로 컴퓨터 과학 교육 전용 청원 페이지(https://advocacy.code.org/)도 만들었는데요. 이 사이트에선 컴퓨터 과학 교육과 관련된 데이터를 한눈에 보여줍니다. 또 자신이 사는 지역 주지사 및 국회의원에게 청원을 쉽게 보낼 수 있도록 구축했습니다. 또 각 정부가 어떤 정책을 도입해야 하는지 9가지 나눠서[각주:3] 요구하고 있습니다.


l 자신이 거주하는 주에 어떤 컴퓨터 교육 정책이 이뤄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정책 입안자에게 쉽게 탄원서를 보낼 수 있게 지원해 두었다. (출처: https://advocacy.code.org/)


 국가 예산을 직접 지원하는 IT 기업들, 공교육에 득 vs 실?


코드닷오알지는 2013년부터 오바마 정부라는 든든한 후원군이 있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누구나 코딩을 배워야 한다.’고 지지해주었는데요. 2016년에는 정부 차원에 ‘Computer Science For All(모두를 위한 컴퓨터 과학)’이라는 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여기엔 컴퓨터 과학 교육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과 행정 활동이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교육부에 40억 달러 (약 4.5조 원) 예산을 투입하고 추가로 1억 달러(약 1,100억 원)는 각 지역 교사를 훈련할 것이라고 밝혔죠.[각주:4] 제법 큰 예산 덕에 당시 많은 언론사가 이 소식을 앞다투어 다뤘습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제대로 실행할 수 없었습니다.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인데요. 하디 파르토비 CEO는 IT 언론사 더버지 인터뷰[각주:5]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예산에 대해 적극적으로 요청했지만, 국회는 이에 대해 반응하지 않았다.”라며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컴퓨터 과학을 강조했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을 크게 올릴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결과 오바마 정부는 국립 과학 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NSF)을 통해 예상보다 적은 예산으로 규모를 축소해 교사를 지원했습니다. 혹은 기업이나 교육 단체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간접적으로 컴퓨터 과학 교육을 확대했습니다. 대학 입시 과정에 활용되는 AP 시험에 컴퓨터 과학 과목을 추가하는 성과도 있었습니다. [각주:6]


그럼 트럼프 정부에선 어떨까요?

일단 트럼프 정부는 2017년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교육 그리고 컴퓨터 과학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합니다. 이때 예산은 매년 2억 달러(약 2,254억 원)가 쓰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필요한 국가 예산을 IT 기업들이 일부 지원하겠다고 나섭니다.


구체적으론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스프, 세일즈 포스가 각각 5천만 달러(약 566억 원)를 기여하고, 방산 업체인 록히드마틴이 2,500만 달러(약 283억 원), 엑센츄어, 제너럴 모터스, 플라러사이트가 1천만 달러(약 113억 원)를 기부했습니다. 총 3억 달러(약 3,397억 원) 규모라고 합니다. 금융 기업 퀵큰론즈는 디트로이트 내 공립학교 1만 5천 개에 컴퓨터 과학 수업에 필요한 재정을 지급하겠고 발표합니다.



특정 공교육에 필요한 예산에 이렇게 민간 기업이 돈을 지원하는 건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좋은 결과를 나올 것인지는 여러 평가가 가능합니다. 일단 이 3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한 곳이 ‘인터넷 어소시에이션(Internet Association)’입니다.


이곳은 구글, 아마존, 페이팔 같은 인터넷 기업이 속한 민간 협회이면서 IT 기업들의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곳입니다. 동시에 대표적인 로비 기업입니다. IT 언론사 리코드는 “이번 투자에 참여한 기업이 그동안 트럼프 정부와 계속 부딪혔었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발표 이전에 좀 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아직 국민적 인식이 확실히 쌓여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IT 기업이 공립 학교들을 장악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코드닷오알지는 아이다호주에서 코딩 교육 관련 법안이 통과되도록 도와줬다. 여러 교육 연구자들은 이런 과정에 우려를 표했다. 학생에게 필요한 것보다 기업 요구 사항이 먼저 고려될까 걱정한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에 유리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학교에서 가르칠 가능성이 있다. 문제 해결 방법같이 실제 배워야 하는 것을 다루지 않고 말이다.”


● 2017년 6월 27일 뉴욕타임스 기사 중:

출처: https://www.nytimes.com/2017/06/27/technology/education-partovi-computer-science-coding-apple-microsoft.html


물론 MS와 코드닷오알지는 위에서 언급한 가능성에 대해 극구 부인했습니다. 브래드퍼드 스미스 MS 부사장은 “공교육은 어떤 경우에도 특정 기업의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면 안 된다.”라고 밝혔습니다. 하디 파르토비 CEO는 “오히려 특정 산업에서만 필요한 인증 과정을 가르치는 코딩 교육은 반대한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IT 기업들이 정확히 어떤 협의를 거쳐 이번 투자를 정해줬는지는 밝혀진 바 없습니다. 다만 오바마 정부 시절 보았듯이 새로운 교육을 위해 예산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많은 정치적인 결정이 모여야 하기 때문이겠죠.


그러한 까닭에 IT 기업이 직접 나서고 변화를 더 빨리 만들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비슷한 논조로 최근 여러 IT 기업들은 국가가 기술 시대에 대비해 교육 문제에 관심 가져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l 팀 쿡 애플 CEO는 백악관에서 열린 2017년 ‘미국기술협의회’에서 트럼프에게 “코딩은 모든 공립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라고 밝혔다. MS, 아마존 CEO가 기술이 중요해지는 시기에 맞는 능력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The White House 홈페이지)


 코딩 교육 관련 미국 정부의 활동들


트럼프 정부가 말했던 연 2억 달러 예산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요? 트럼프가 말한 예산은 정확히 말하면 ‘보조금 예산’입니다. 실제로 2018년 교사 연수 프로그램(SEED)[각주:7]에 7500만 달러를, 학생 교육 프로그램[각주:8]에 1억 2천만 달러를 투입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보조금은 누구나 받을 수 있게 기회를 열어 두었습니다. 학교, 교사 단체, 비영리 단체, 기업, 대학, 기관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자격 요건을 갖춘 곳이 좋은 교육 또는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평가하고 보조금을 주겠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제출한 제안서와 평가 과정과 점수도 구체적으로 공개했습니다.


예를 들어 텍사스 주립 대학은 2018년 SEED 수상자로 선정돼 연 28억 원을 받았습니다. 제안서를 보면 한 해 120명 교사에게 STEM 및 컴퓨터 과학을 가르치고 160명 교사에게는 컴퓨터 과학 입시교육을 제공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교사 연수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50페이지 분량의 계획이 쓰여 있습니다. 하모니 공립 대안학교는 2018년 EIR 수상자로 연 88억 원을 지원받았습니다. 교사들에게 STEM에 최적화된 새로운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7천여 명 학생이 STEM 관련 교육을 받게 됩니다. 


연방정부의 노력 외에도 각 지방 교육청, 주 정부, 시청을 중심으로도 컴퓨터 교육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플로리다 주지사는 중, 고등학생들이 컴퓨터 교육을 배울 수 있도록 1,500만 달러를 플로리다 주에 투자했습니다.[각주:9]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캘리포니아를 위한 컴퓨터 사이언스’라는 캠페인을 시작하고 2025년까지 110만 학생에게 컴퓨터 과학을 가르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이다호주 '아이다호 디지털 러닝 아카데미'라는 온라인 연수 시스템을 지원하고 '아이다호 STEM 액션 센터'를 컴퓨터 과학 교육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해주고 있습니다.


빌 드 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2025년까지 컴퓨터 과학 교육을 초중고 공립학교 1,700여 개에 제공하기로 발표합니다. 빌 드 블라지오 뉴욕 시장이 사비 2천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외부 벤처캐피털, 자선 단체 등의 투자도 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교육청에 근무하던 공무원과 학교 교사가 직접 CSNYC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해 뉴욕 공립학교의 컴퓨터 과학 교육을 돕고 있습니다.


2013년에는 14개 주가 컴퓨터 과학 관련 정책을 준비했던 것에 반해 2017년에는 그 수가 44개가 넘게 되었습니다. 2016년 갤럽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인터뷰를 진행한 40% 학교가 컴퓨터 과학 수업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2014년 같은 조사에서 25%라고 집계됐던 것보다 오른 수치입니다. [각주:10]



전 세계적으로 코딩 교육은 여전히 새로운 분야이고 논의해야 하는 사항이 아직 많습니다. 어떤 식으로 가르쳐야 할지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몇 시간을 가르쳐야 할지 의견이 다릅니다. 그런 가운데 코드닷오알지는 많은 관계자를 함께 모여 토론의 장을 만들고, 방향을 정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자본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말입니다. 또한 코드닷오알지가 교사 연수와 커리큘럼 개발에 많은 자금을 투입한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각주:11] 한국도 SW 교육 생태계가 커지고 있습니다. 꼭 코드닷오알지같은 단체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지나왔던 길을 살펴보면서 좋은 점은 한국 SW 교육 현장에도 적용되길 바라봅니다.


글 l 이지현 l 테크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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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코드닷오알지는 2014년에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이때 모금액은 500만 달러. 이때 일반 국민에게 약 29만 달러(약 3억원)가 모금이 됐고, 이후 IT계 인사들이 추가로 후원금을 내면서 500만 달러를 모으는데 성공했다. 참고 링크 https://techcrunch.com/2014/10/29/mark-zuckerberg-and-john-doerr-donate-1m-to-expand-the-hour-of-code-campaign/ [본문으로]
  2. 설문조사 결과 목록 https://csedu.gallup.com/home.aspx [본문으로]
  3. 참고 자료 : https://code.org/files/2018_state_of_cs.pdf [본문으로]
  4. https://obamawhitehouse.archives.gov/the-press-office/2016/01/30/weekly-address-giving-every-student-opportunity-learn-through-computer [본문으로]
  5. https://www.theverge.com/2016/12/11/13849766/obama-computer-science-for-all-funding [본문으로]
  6. 구체적인 내용은 이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obamawhitehouse.archives.gov/the-press-office/2016/12/05/fact-sheet-year-action-supporting-computer-science-all [본문으로]
  7. 정확한 명칭은 Supporting Effective Educator Development (SEED) Program이다. [본문으로]
  8. 정확한 명칭은 Education Innovation and Research (EIR) Program이다. [본문으로]
  9. 자세한 내용: ① https://innovation.ed.gov/what-we-do/teacher-quality/supporting-effective-educator-development-grant-program/awards/ ② https://innovation.ed.gov/what-we-do/innovation/education-innovation-and-research-eir/awards/ [본문으로]
  10. 대신 이 수치는 미국 모든 학교가 아니라 설문조사에 참여한 1만 8천여 개 학교에 한해서다. 코드닷오알지도 이를 밝히고 있으며, 전체 통계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참고 링크: https://medium.com/@codeorg/the-k-12-computer-science-access-report-charting-a-path-to-our-vision-28c6e32d86a2 [본문으로]
  11. 코드닷오알지는 2017년 대략 2,140만 달러(약 241억 원)을 지출. 이 중 52%는 교사 교육 및 학교 지원, 22%는 커리큘럼 개발에 쓰였다. 출처 :https://code.org/about/2017 [본문으로]
Posted by IT로 만드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갑니다 LG 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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