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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이 컴퓨팅의 미래인 이유

2018.10.25 09:30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은 단순히 미래 기술이 아닙니다. 인간과 컴퓨터의 새로운 상호작용이자 컴퓨터 역사의 계보를 잇는 컴퓨팅의 미래입니다.


지금까지 AR은 스크린에 갇혀 있었습니다. 현실에 반영된 AR 객체를 스마트폰 스크린을 통하지 않으면 볼 수 없었고, 사람의 시선도 스크린을 벗어날 수 없었죠. 다른 각도에 존재하는 AR 객체를 찾으려면 시선을 돌리는 게 아니라 카메라가 객체를 비출 수 있도록 스마트폰의 위치를 변경하고, 스마트폰 스크린이 고정된 곳으로 시선도 이동해야 합니다.


l 스마트폰 AR (출처: https://developers.google.com/ar/develop/)


이런 상호작용은 AR뿐만 아니라 수십 년 전 CRT 모니터가 컴퓨팅에 도입된 이후 이어진 것입니다. 인간은 컴퓨터와 상호작용하기 위해서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인터페이스는 스크린을 바라보는 시선을 기준으로 발전하면서 오늘날 컴퓨팅을 정립했습니다.


마우스와 키보드로 입력하여 스크린에 출력하고, 터치 인터페이스로 스크린에 직접 입력하는 단계까지 왔죠. 그런 탓에 스크린에 갇힌 컴퓨팅은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성능은 계속 상승하겠으나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에서 스크린을 사이에 둔 인터페이스는 새로운 방법을 찾기 어려운 지점입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주목한 것이 바로 AR입니다. AR은 스크린 밖 현실 세계에 객체를 출력하고, 인간과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단지 위에서 말한 것처럼 AR도 스크린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출력을 스크린에, 입력을 터치 인터페이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AR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만, 담을 인터페이스가 없었던 것입니다. 상호작용에 변화가 없으니 AR을 다음 컴퓨팅으로 인지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기업들이 AR 연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AR의 독립적인 컴퓨팅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매직 리프(Magic Leap)는 2010년에 설립된 AR 장치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입니다. 구글, 알리바바 등 기업이 매직 리프에 투자했으며, 지난 8월, 설립 8년 만에 마침내 첫 하드웨어이자 개발자 버전인 AR 헤드셋 '매직 리프 원(Magic Leap One)'의 크리에이티브 에디션을 출시했습니다. 이전까지 매직 리프는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않아서 유명무실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매직 리프 원은 매직 리프의 실체를 증명한 제품이면서 AR이 독립적인 컴퓨팅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l 매직 리프 원 (출처: https://www.magicleap.com/magic-leap-one)


매직 리프 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립니다. 아직 일반 소비자용 제품이 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고, 가격이 비싸다는 부정적인 의견과 시야가 좁고, 킬러 앱은 없으나 착용이 편하고, 잘 구현된 AR 객체와 폭넓게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으로 말이죠.


매셔블은 나뉜 의견에 대해 '문제의 핵심은 매직 리프 원이 실패작이 아니라는 거다.'라면서 '판매나 성능, 전반적인 경험 측면에서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본 것 중 최고의 AR이며,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홀로렌즈(HoloLens)가 소프트웨어 경험이 없다면 사용하기 어렵지만, 매직 리프 원은 그래픽 성능이 부족해도 더 큰 캔버스와 좋은 붓을 쥔 예술가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라고 말했습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으나 어쨌든 AR의 가능성을 엿봤다는 것입니다.


이는 스마트폰 AR의 가치와는 다릅니다. AR 객체의 활용 방안을 스크린과 터치 인터페이스를 제거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AR 컴퓨팅은 휴대가 아닌 착용하는 웨어러블 컴퓨팅의 일종이므로 착용한 상태에서 AR 경험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매셔블의 평가는 매직 리프 원이 상기한 조건을 충족하는 기기, AR 컴퓨팅의 실현 단계까지 올려놓았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매직 리프 원은 독립적인 컴퓨팅으로서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입니다. 매직 리프 원은 미션 컨트롤(Mission Control)이라는 작은 리모컨으로 조작합니다. 모든 입력이 리모컨을 거쳐야 하죠.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의 조작 방식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AR과 VR의 UI/UX를 비슷한 것으로 묶어서 얘기할 수 있는데,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터치 인터페이스로 마우스 포인트를 조작할 수 있지만, 마우스를 쓰는 것과는 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VR은 객체뿐만 아니라 공간까지 가상입니다. AR은 가상의 객체가 현실에 반영되는 겁니다. 즉, VR은 객체부터 공간까지 모든 것이 상호작용할 점이지만, AR은 현실에 반영한 AR 객체만 점입니다. 그래서 현실에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디자인해야만 합니다. 특정 공간에서만 사용하고자 한다면 AR보다는 VR이 더 적합할 테니까요. AR은 끝내 모바일이어야 하고, 그랬을 때 본격적으로 AR 컴퓨팅이 확장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호텔 객실의 잠금장치는 고객이 객실 문 앞에 서면, 모바일 기기로 1차 인증을 진행합니다. 1차 인증을 완료한 고객에게만 AR로 만들어진 숫자 키패드가 나타나며,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문이 열리는 구조입니다. 해당 경험을 스마트폰으로 구현한다고 해보면 굳이 ‘AR’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1차 인증 후 스마트폰 스크린에 키패드를 나타내면 되니까요. 매직 리프 원은 어떨까요? 먼저 헤드셋을 착용한 채로 돌아다닌다는 부분을 지적하겠지만, 헤드셋을 경량화했다는 가정이라도 소지한 리모컨이 매개체가 되어야 하므로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항상 리모컨을 소지해야 하고, 한 손 또는 양손에 꼭 리모컨을 쥐고 있어야 합니다. 마치 트랙패드나 트랙볼이 없어서 마우스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랩톱과 같습니다.


무엇보다 자연스럽지 못한 이유는 주변 환경이 모두 상호작용할 스크린이 되었는데, 현실 객체는 손을 이용하면서 AR 객체는 리모컨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UX가 일관적이지 않죠. 비밀번호는 리모컨으로 입력하고, 문은 손으로 열게 될 겁니다. 손으로 AR 객체와 상호작용하여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현실 객체인 문까지 여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여기에는 세 가지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 번째는 AR 헤드셋이 손을 인식해야 합니다. 손의 형태와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야 AR 객체와 상호작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세 번째는 AR을 조작할 걸맞은 제스처 인터페이스가 필요합니다. AR 객체를 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주변 환경과 사물을 인식해야 합니다. 손이 AR 객체가 아닌 현실 객체를 만진다고 걸 인식해야 제스처가 오작동하지 않을 것입니다.


모션 트래킹 기술 업체 리프 모션(Leap Motion)은 위에서 말한 세 가지를 컴퓨팅에 도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립 모션이 개발한 센서는 손의 움직임을 정확히 인식합니다. 움직임뿐만 아니라 3차원 공간에서 서로 다른 곳에 있는 양손을 감지하고, AR 객체와 현실 객체를 분리하되 하나의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합니다. 객체를 손으로 집어서 던지거나 멀리 있는 객체를 당겨오는 등 제스처도 함께 개발합니다.


l 리프 모션 트래킹 기술 (출처: http://blog.leapmotion.com/summoning-superpowers-designing-vr-interactions-distance/)


리프 모션의 디자인 및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부사장인 게이이치 마츠다(Keiichi Matsuda)는 리프 모션 블로그를 통해 '미러월드(Mirrorworlds)'라는 현실의 대안 차원 개념을 설명했습니다. VR은 현실의 세계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그러나 육체가 물리적인 세계를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움직이더라도 좁은 공간이라면 벽에 부딪히거나 바닥의 물건을 밟을까 염려합니다. 모바일 경험을 제공할 수도 없죠. VR 헤드셋이 선으로부터 해방되는 지점은 되었으나 착용한 상태로 밖을 거닌다면 착용자의 컴퓨팅 상호작용 환경은 가상 세계, 육체적인 상호작용 환경은 현실 세계로 분리되어 어떤 행동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겁니다.


미러월드는 AR의 다음 단계로 가상 현실이 물리적 환경에 변화를 줍니다. 연필을 마술 지팡이로 사용하거나 테이블을 터치스크린으로 사용하는 거죠. 마츠다는 '미러월드가 주변 세상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기술'이라면서 '물리적 세계를 새로운 경험으로 변환할 미러월드를 실현하려면 가상 환경을 설계하는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VR은 오직 가상 환경을 조작하는 것, 현실과 분리된 공간을 만드는 거에 중점을 두어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합니다. AR도 매직 리프 원의 사례를 보면, AR 객체를 보여주고, 조작하는 방법만 구현했습니다. 미러월드는 현실 객체와 가상 객체에 관계없이 통합한 것으로 종이에 글을 쓸 때는 연필의 본래 능력이 현실에 나타나고, 가상에서는 마법 지팡이로 가상 객체와 상호작용하되 결과물이 현실의 변환된 공간에 반영하는 개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결코, 가상 객체를 리모컨으로 조작해선 안 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AR 단계에서의 리모컨 조작도 UX에 일관성이 부족합니다.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합친다는 개념에서 두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방법이 분리되어 있다면, 완벽한 통합이라고 볼 수 없겠죠.


l 미러월드 (출처: Leap Motion _ Mirrorworlds Concept: The Architect)


뒤집어 얘기해서 미러월드의 개념처럼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UI와 UX를 통합할 수 있다면, 스크린을 통해서만 상호작용한 기존의 컴퓨팅을 물리적인 세계로 확장하여 현실에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됩니다. 마츠다는 이것을 '진정한 모바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모든 주변 환경이 컴퓨팅으로 연결되어 있고, 현실과 디지털의 경계가 허물어진 채로 상호작용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마츠다는 미러월드가 AR 과는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R이 객체의 추가라면 미러월드는 객체의 변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러월드로 나아가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게 AR 인터페이스이고, 리프 모션은 미래 컴퓨팅을 위해 연구 중인 것입니다.


고로 AR이 미래 컴퓨팅인 이유는 첫 번째 '스크린에 갇힌 컴퓨팅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는 것', 두 번째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현실과 가상을 통합하여 확장할 수 있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매직 리프 원과 리프 모션 외 애플, 구글, MS, 아마존, 페이스북 등 유수 기업들이 AR에 주목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차세대 컴퓨팅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그러므로 AR에 대한 관점도 스마트폰 스크린과 터치 인터페이스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컴퓨팅 환경과 유기적인 상호작용에 대한 고민을 포함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 l 맥갤러리 l IT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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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T로 만드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갑니다 LG 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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