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Life

디지털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아날로그 사람

2013. 7. 1. 09:51

“What is beautiful is usable.” (Tractinsky, Katz and Ikar, 2000)
이는 제품 사용 시 나타나는 일종의 후광효과에 관한 연구 제목입니다. 꽤 도발적으로 보이는 이 제목은 여러 토론거리를 제공하였고 이에 대한 논의는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제품의 외관이 예쁘다고 생각하면 그 제품의 기능이나 내부 속성도 좋을 것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고, 그 반대도 역시 성립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명제는 그리 단순하게 설명될 만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관련 후속 연구가 여러 방면으로 진행되기도 하였습니다. 현재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너무나도 많은 환경적, 상황적 변수들에 대한 적절한 고려는 필수적이고 이러한 측면에서 어떠한 사실도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이 연구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이런 도발적 논란거리가 아니라 제품의 외관과 기능/내부속성의 관계에 대한 일종의 통찰이었을 것입니다.


<그림 1> SBS 프로그램 “짝”의 한 장면

“짝”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 연구가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프로그램을 보신 분들이면 아시겠지만, 출연자들은 결혼을 최우선의 목표로 두고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 며칠을 함께 보내게 됩니다. 이들은 사전에 서로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각자의 소개가 있기 전까지 이러한 상태는 일정 시간 지속됩니다. 짧다면 짧은 이 시간 동안 출연자들은 서로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지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외모가 가지는 역할은 자못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잠깐의 대화가 오고 가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방의 외모에 근거해 그 사람의 이미지를 갖는 그 과정이 더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다가옵니다. ‘이 사람은 이렇다.’ 혹은 ‘저 사람은 저럴 것이다.’라고 단정 짓거나 섣불리 예측하는 모습이 종종 보이지요. 하지만 초기 탐색 시간이 지난 뒤 서로의 정보를 알게 된 후에는, 이러한 판단이 바뀌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상대방의 소위 스펙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 어떤 사람의 이미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재편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건, 남자와 여자의 판단 과정이 사뭇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일반화시키기는 어렵지만, 남자 출연자는 이성의 외모에, 여자 출연자는 이성의 능력/성격에 좀 더 의미를 두는 경향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제품에 대한 구매 결정을 내릴 때에도 그대로 나타날까요? 이 또한 일반화시키기는 어렵지만, 남자는 제품의 기능에, 여자는 제품의 외관에 상대적인 비중을 더 높게 두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성 상대방을 대할 때와 제품을 대할 때, 남녀의 판단 기준은 다시 한 번 바뀌는 모양새가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남자는 이성의 외모에 좀 더 치중하지만, 제품의 외관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관심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림 2> 영화 “모던 타임스”의 한 장면

잠시 산업 현장의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사회와 경제 구조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게 됩니다. 특히 산업 현장은 수공업적 소규모 생산에서 공장제 대량 생산의 형태로 전환되는 계기가 마련됩니다. 당시 풍부한 노동력은 기술의 발전과 맞물리게 되고 이는 생산성이라는 양적 지표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게 되는 계기로 나타나는데, 이때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바로 ‘사람의 부속품화’입니다. 찰리 채플린 주연의 “모던 타임스”(1936)라는 영화는 이러한 부조리한 현상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습니다. 공장에서 온종일 나사못 조이는 일과 같은 단순 작업을 하는 주인공은 나중에 강박 관념에 빠져 정신이 이상해지기도 합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생산력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부품으로 보았기 때문에 나타난 부작용이었지요.

사람에 대한 이러한 관점은 꽤 오랜 시간 지속됩니다. 물론 중간마다 사람다운 노동력에 대한 저항이 있기는 하지만 그 파급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흘러 점차 양적 지표와 더불어 질적 지표를 중요하게 고민하게 되지만, 이도 어디까지나 완성품으로서의 제품에 좀 더 초점을 맞춘 시각이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단순히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을 넘어서 그 속에 포함된 온전한 것들의 비중을 좀 더 고려하게 된 것입니다. 이는 현재 우리가 이야기하는 질(Quality)과는 그 태생적 출발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통계적 방법론에 근거한 불량률 재고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더디기는 하였지만 당연한 화두로서 산업 현장에서의 사람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결국 컴퓨터의 개발과 비약적 발전이 산업 현장의 전면에 등장하게 됩니다. 물론 컴퓨터와 사람의 직접적 관계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컴퓨터 혹은 이와 관련된 기술이 반세기에 걸쳐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였고 이제는 우리의 일상에 완벽히 자리 잡음에 따라 우리의 생활방식 또한 엄청나게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입니다. 개발 초기 거추장스럽고 성능 또한 그리 뛰어나지 못했던 컴퓨터는 이제 데스크탑, 노트북, 랩북,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속에서 없어서는 안 될 도구로 인식되게 됩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사람은 더는 생산 현장에서의 부속품으로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를 디지털 세상이라고 부르는 데에 거리낌이 없습니다. 데이터 또한 더욱 넘쳐나게 되었습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차치하더라도 어떤 종류의 데이터가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단지 제품의 소비자가 아닌, 소비자와 생산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제품은 공장에서 만들어진다는 명제는 이제 참이 아닐 수 있습니다. 생산 현장에서 부품으로 여겨지던, 그리고 제품의 피동적 소비자로만 인식되던 사람은, 생산과 소비의 경계 구분이 무의미해지면서 그 패러다임 또한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3의 물결』이라는 책에서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결합을 ‘생산소비자(Prosumer)’라는 용어로 처음 소개한 앨빈 토플러의 혜안이 돋보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림 3> 웨어러블 컴퓨터의 한 예인 구글 글래스

지난 과거의 흐름과 현재 상황을 통해 예측해 봤을 때, 컴퓨터 관련 기기들은 점점 더 우리의 생활에 파고들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침대에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거울을 보면서도, 신발 끈을 묶으면서도 컴퓨터에 노출될 것입니다. 이는 자연스레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의 출현으로 연결될 수 있으며, 사실 ‘구글 글래스(Google Glasses)’의 예와 같이 상당 부분 진행이 이루어진 상태이기도 합니다. 물론 구글 글래스의 성공에 대해서는 아직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기는 하나, 이러한 의견이 전체의 흐름을 역행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인간과 컴퓨터 기반 기기들과의 상호작용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아마도 사람과 기기 사이의 끊임없는 정보 교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효과적 정보 교환은 비단 기술에 근거한 이야기를 넘어서 서로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에 대한 문제로 연결됩니다. ‘사람처럼 생각하는 기기’... 우리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쉽게 컴퓨터 기기와 소통하기를 원하고 이미 그러한 방향으로 기술, 제품, 서비스는 개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역으로 보면 기기처럼 사고하는 사람을 의미할 수도 있지요. 0과 1로 표현되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점차 그 환경에 익숙해져 갈 것입니다. 과거, 환경과 사람의 끊임없는 상호영향 관계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람들 또한 점차 디지털화된 세상의 여러 요소에 익숙해지고 적응해 나갈 것입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사람을 디지털화하려는 시도, 이는 사람의 정성적 내부 속성에 대한 정량화 시도로 바꿔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즉, 사람들이 사물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그 속에서 어떠한 주관적 판단을 내리는지, 최종적으로 사람의 내부 속성이 어떤 상태로 표출되는지 등과 같은 것들을 수치적이고 논리적으로 풀어내고자 시도할 것입니다. 이는 고도의 컴퓨팅 기술이 외적으로 표출화되어 사람과 소통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합니다. 기기가 사람을 이해하는 일종의 논리라고 볼 수 있지요. 때로는 기술의 부족함이 문제가 아니라 넘치는 정보에 대한 해석이 더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흐름은 이미 우리 일상생활 속에 꽤 잘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러 정성적 요소 중에서, 사람의 감정은 중요한 지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감성 디자인’이라는 화두와의 관련성을 차치하더라도, 여러 실례를 통해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의 감정은 특정 상황 속에서 어떠한 제품이나 시스템을 사용할 때 혹은 그러한 것들에 노출되었을 때 사람이 가지는 총체적 반응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감정은 사람이 제품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최종적으로 나타내는 결과물로서의 가치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감정이 제품이나 시스템에 대한 최초 인식부터 최종 사용이나 노출까지의 모든 단계를 한꺼번에 총괄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제품이나 시스템에 대한 사람들의 주관적 판단의 바로미터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의 감정에 관한 연구는 여러모로 진행되고 있는데, 연구의 범위는 흔히 사람들의 최종 반응으로 종종 사용되는 사용자만족도(User Satisfaction)라는 개념을 포함하는, 더욱 광범위한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감정은 뇌파나 생체신호 등과 맞물려 다양한 방법으로 수치화될 수 있음을 곳곳에서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량화된 감정 데이터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혹은 퍼베이시브(Pervasive) 컴퓨팅기법과 결합하여, 우리 일상생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을 때, 사람의 감정 상태에 따라 적절한 음악이 자동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상상할 수도 있겠지요.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엄연히 다릅니다. 적어도 아직은 그렇다고 보는 게 맞을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디지털은 아날로그의 속성을 그대로 간직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개발될 것입니다. 모든 아날로그적 속성들이 디지털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아날로그 상태로 남아 있는 속성들과 이미 디지털화가 상당 부분 진행된 속성들의 혼재가 과도기적 현상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문제는 사람마저 0과 1로 표현하고자 하는 이 시도가 어떠한 문제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해 나갑니다. 사람의 사고와 상상은 기술의 발전을 이끌었고 그에 따라 발전된 기술은 실제로 우리 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변화된 세상 속에서 사람들의 사고 체계는 다시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세상 속에서 하나의 부속품처럼 인식되는 현상은 앞서 언급한 “모던 타임스”에서 찰리 채플린의 모습과 많은 점에서 유사합니다. 물론 디지털화된 세상 속에서 나사못을 조이는 일을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행동을 피동적 사고의 결과물로 이해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이제 더는 사람이 수동적 정보 수취자가 아니기는 하지만, 하나의 디지털 세상이 되어 버린 이 환경 속에서 우리는 부속품이 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생각의 입력과 출력이 디지털 시대에 맞게 변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요. 아마도 생산량을 중요시했던 그 과거처럼 디지털 세상에서의 자신의 적합함을 주장하기 위한 변신을 스스로 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인지하던 그렇지 못하든 간에 말입니다.

다시 “짝”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만약 온전히 디지털화된 세상이 가능하다면, 다시 말해 모든 인간과 주변 환경의 아날로그적 속성의 디지털화가 가능하다면, 그때에도 우리는 지금처럼 사고하고 판단할까요? 다소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제품 같은 사람, 사람 같은 제품이 혼재하는 그러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어디에 가치를 두고 있을까요? 이성의 외모와 제품의 기능에 좀 더 의미를 두던 남자의 모습, 그리고 이성의 능력/성격과 제품의 외관에 좀 더 치중하던 여자의 모습은 더는 유효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남녀 사고 체계의 구분조차 불필요할지도 모를 입니다. 세상은 디지털화되더라도, 사람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아날로그로 남겨 두는 게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최소한 표면상으로라도 말이죠.

급속한 디지털화가 진행되는 현 상황 속에서, 우리는 기술을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 사람을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의 제품과 시스템 개발에 대한 답은 그 고민 끝에 있지 않을까요?

 

참고문헌
N. Tractinsky, A. S. Katz, D. Ikar (2000), “What is beautiful is usable”, Interacting with Computers, 13(2), 127-145.

 

 

l 글 이상원 교수 l 한양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에서 학사를 마쳤으며,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에서 산업공학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 후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하였다.
현재 한양대학교 ERICA 산업경영공학과 조교수로 재직중이며,
관심분야는 UI/UX 디자인, 감성 디자인, 서비스 설계 및 평가 등이다.

 

● 제품 설계 속성과 사용자 특성 간 관계에 근거한 동적 인간 행동 모델의 개발
(
http://www.entrue.com/Knowledge/PapersList)

Posted by IT로 만드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갑니다 LG 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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