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아마존이 계산원과 계산대가 없는 무인점포 '아마존 고(Amazon Go)'를 공식 오픈한 데 이어 가을쯤 시애틀에 2호점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컴퓨터 비전 등 첨단 기술을 동원한 무인점포 아마존 고가 등장한 이후 미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소매 유통 실험들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들 신유통 실험은 우리에게 미래의 상점 모습을 미리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 물류센터에서 가동되는 반송 로봇(AGV)처럼 일사불란하게 음식들을 고객 테이블로 가져다줍니다. 식당이라기보다는 공장 컨베이어 벨트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이 레스토랑의 로봇 시스템은 스마트폰 앱, QR 코드, 로봇 서버, 컨베이어 벨트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자리를 배정받습니다. 이어 고객은 신선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먹고 싶은 해산물 등 식재료를 골라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조리실에 보냅니다. 잠시 기다리면 먹음직한 요리가 만들어져 고객의 테이블 앞으로 배달됩니다.
허마셴성은 올해 중에 2호점을 열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테이블에 ‘회수’ 버튼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고객이 식사를 마친 후 회수 버튼을 누르면 로봇이 그릇을 치워간다는 것이죠.
알리바바의 경쟁사인 징둥닷컴 역시 2020년까지 1,000개의 로봇 레스토랑을 오픈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이 앞으로 로봇 레스토랑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l 빙고박스 매장 (출처: www.bingobox.com)
중국은 무인점포 확산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설립된 ‘빙고박스(BingoBox)’는 콘테이너 박스 형태의 무인 편의점을 2016년 처음으로 오픈한 데 이어 현재 중국 전역에서 300개 이상의 무인점포를 운영하면서 세를 불려가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5천 개 이상 무인점포를 오픈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데 일각에선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이 회사는 작년 7월 실시한 시리즈 A 투자 라운드에서도 1천 500만 달러의 자금을 투자받은 데 이어 올 초 진행된 시리즈 B 투자 라운드에서 8천만 달러의 자금을 투자받으면서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아마존 고가 컴퓨터 비전과 인공지능 등 첨단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무인 매장을 관리하는 데 반해 빙고박스는 RFID 태그와 같은 ‘로우 파이(low-fi)’ 기술을 활용합니다. 고객은 빙고박스 매장 입구에서 QR 코드를 스캔하고 매장으로 들어갑니다.
매장 안에 들어가면 모든 상품에 RFID 태그가 부착되어 있으며 고객들은 원하는 물건의 RFID 태그를 스캔하고 위챗으로 결제합니다. 빙고박스는 점차 RFID 태그 기술을 없애고 아마존 고와 유사한 이미지 인식 기술을 적극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비록 아마존 고보다는 저급의 기술을 채택하고 있지만, 중국 전역을 저인망식으로 훑어가면서 소매 유통의 혁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빙고박스보다 훨씬 단순한 상품 구색과 시스템으로 무인 상점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유통업체가 바로 광저우에 본사를 두고 있는 무인 판매점 ‘F5 미래 상점’입니다. F5 미래 상점은 간단한 스낵이나 식사 등을 무인 판매하고 있는데 자동판매기 설치 매장과 외양이 비슷합니다.
터치스크린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위챗으로 결제하면 음식이 자동으로 나옵니다. F5 미래 상점은 구글 중국 법인의 대표를 맡았던 인공지능 전문가 ‘카이프 리(Kaifu Lee)’가 설립한 벤처 캐피털인 ‘시노베이션 벤처스(Sinovation Ventures)의 투자를 받으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l F5 미래 상점의 전경 (출처: https://youtu.be/1wivt9rg9OY)
중국 유통업체인 쑤닝(Sunning)은 지난해 8월 난징에 스포츠용품 무인 매장인 ‘스포츠 뷰(Biu)를 오픈했으며 올해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도 선보였습니다. 이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선 먼저 쑤닝 앱을 통해 계좌번호와 얼굴을 등록해야 합니다. 이후에는 얼굴인식을 통해 매장 안으로 진입할 수 있고 제품을 고른 후 매장을 나오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집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iResearch)는 중국의 무인 유통시장 규모는 2017년 약 200억 위안에서 2020년이면 650억 위안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펜리지아, 이지고(EasyGo), 테이크고(TakeGo) 등 수많은 소매 유통 업체들이 등장해 무인 상점 분야에서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입니다.
l 쑤닝의 스포츠용품 무인 매장 (출처: 쑤닝 보도자료)
로봇 자동화 열풍은 중국 금융권에도 불어닥치고 있습니다. 자산 규모 중국 2위 금융기관인 ‘중국건설은행(CCB: China Construction Bank)’은 올해 상반기 상하이 황푸구에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운영되는 자동화 점포를 개설했습니다. 아직 완전한 무인점포는 아닙니다. 복잡한 금융 업무의 처리는 은행원이 수행합니다.
165평방 미터의 이 지점은 자동화 텔러 시스템이 구축돼 계좌 개설, 송금, 외환 거래, 금 투자, 재산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고객이 처음으로 지점을 방문하면 고객들의 ID카드를 스캔하고 안내 로봇의 지원을 받아 대기표를 받습니다.
이후부터는 얼굴 인식 시스템이 고객의 방문을 인지하고 고객 정보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통한 고객 응대가 가능해집니다.
l 레지-로보를 이용해 쇼핑하는 모습 (출처: https://news.panasonic.com/global/topics/2017/46190.html)
얼마 전 소프트뱅크 주최로 열린 ‘소프트뱅크 월드 2018’에선 ICT 기술을 활용한 무인점포 솔루션 ‘스마트 스토어(smart store)’가 선을 보였습니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와 선반에서 과자와 음료 등 상품을 꺼내 계산대로 가면 자동으로 계산이 이뤄집니다. TOF 센서(Time of Flight: 거리 화상 센서)와 중량 센서를 결합해 기술을 구현했다고 합니다.
고객이 선반 앞으로 다가오면 TOF 센서가 고객을 감지하며, 선반에서 상품을 꺼내면 중량센서가 무게 변화를 인식해 선택한 상품을 인지하는 것이죠. 선택한 상품 정보는 계산대 쪽으로 전송되며 고객이 변심해 물건을 제자리에 갖다 놓는 것도 바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구입한 상품 정보는 계산대에서 집계되고 고객은 수이카(Suica) 카드로 결제합니다.
l 소프트뱅크의 인공지능 무인점포 솔루션 (출처: https://robotstart.info/)
일본 건자재 공구 전문 판매업체인 ‘모노타로(MonotaRO)’는 올해 4월 사가현에 위치한 국립대학인 사가대에 인공지능 무인점포 1호점을 개설해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모노타로는 공업용 자재의 통신판매 전문 기업으로 2018년 3월 현재 업무용 공구, 공사용품, 사무용품 등 취급 상품이 1,500만 종에 달하고 약 282만 명의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매출액은 883억 엔에 달합니다.
100평방미터 규모의 이 무인점포는 절삭 공구, 연마제, 작업복, 테이프 등 2,000여 종의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데 ‘모노타로닷컴’을 통해 등록한 고객들은 QR코드로 만들어진 입점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받은 후 출입 게이트에서 인식한 후 점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상품을 고른 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결제를 완료하고 출구를 빠져나올 수 있는데요. 매장 내에 설치된 5대의 카메라가 고객들의 동선을 관리하고, 스마트 매장 관리시스템을 이용해 집객 분석, 공석 감지, 방범 활동, POS 연계 등이 가능합니다.
이 인공지능 무인점포는 일본 IT 솔루션 개발 및 플랫폼 제공 기업인 ‘옵팀(OPTiM)’이 사가대 연구진이 공동으로 개발했습니다. 옵팀은 인공지능 및 IoT 서비스 플랫폼인 ‘옵팀 클라우드 IoT OS’를 제공하고, 사가대 측은 매장관리 지원 서비스인 ‘스마트 리테일 매니지먼트’를 개발해 공급했습니다.
상품의 보충 및 정렬 직원, 청소 담당 직원, 시스템 관리자 외에는 전부 자동화되어 있습니다. 모노타로는 인공지능 무인점포의 도입을 통해 인건비 상승, 직원들의 장시간 노동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l 사가대에 입주한 모노타로의 인공지능 무인 스토어 (출처: https://www.optim.co.jp/news-detail/34888)
일본은 로봇 강국답게 다양한 업종에서 무인 로봇 자동화 시스템이 속속 도입되고 있습니다. 무인 로봇 서비스를 도입한 ‘헨나 호텔’ 운영사인 H.I.S.는 최근 도쿄 시부야 본사의 구내 상점에 로봇 팔과 자동 커피 메이커를 갖춘 로봇 카페를 마련하고 운영에 들어갔으며 하우스텐보스에선 로봇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하우스텐보스에 로봇 다코야키 점포를 개점했습니다. 인간과 로봇의 공동 작업을 통해 평소 4명 정도로 운영하는 점포를 한 명으로 축소할 수 있다고 합니다.
l 헨나 로봇 카페 (출처: https://youtu.be/ssvktoDcFco)
대만도 무인점포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세븐 일레븐이 무인점포를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패밀리마트가 올해 또는 내년 중에 무인점포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대만의 연구 기관인 ITRI(Industrial Technology Research Institute)는 무인 슈퍼마켓 솔루션을 개발해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매장 천정과 선반에 설치된 카메라들과 센서들이 고객의 동선과 상품 선택을 트래킹하며 고객들은 스마트폰 앱으로 가격과 품목을 확인한 후에 결제할 수 있습니다. 딥러닝 기술을 채택, 상품 스캐닝 속도와 정확도가 갈수록 높아집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무인 상점 개설 움직임은 소매 유통 분야에서 머지않은 미래에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가 일어날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를 구현하려는 테크놀로지업계의 물밑 경쟁도 갈수록 첨예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글 l 장길수 l 로봇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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