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Life

우울한 그림자가 길어지고 있는 PC의 내일

2013.06.19 10:07

 

지난 6월 4일부터 8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된 전시회 ‘컴퓨텍스’가 폐막했습니다. 컴퓨텍스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PC 전시회로 통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PC 업계에 서서히 드리워진 먹구름들이 그 빛을 약화시키고 있었는데요. 조립 시장의 쇠퇴와 부품 업체의 몰락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PC 제조 업체의 혁신적인 완제품과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전통적인 PC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의 시선 끌기가 컴퓨텍스에서 성공을 거두며 PC 업계의 위기감을 수면 아래로 잠재우는 데 톡톡한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하지만 94%의 노트북과 80%의 태블릿이 생산되는 대만에서 다시 한번 열린 컴퓨텍스 2013은 이제 PC 경쟁력의 약화를 더는 숨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인텔은 이번 컴퓨텍스 기조연설을 통해 PC 시장에 필요한 새로운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그것이 바로 투인원(2-IN-1) 장치인데요. 투인원 장치란 휴대가 쉬운 울트라북을 단순히 노트북으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태블릿처럼 쓸 수 있도록 두 가지 기능을 가진 제품을 뜻합니다. 어떤 때는 PC의 모든 기능을 수행하는 노트북이 되고 어떤 때는 휴대하기 편하고 터치로 쉽게 조작하는 태블릿이 되는 것이 투인원 제품이지요.

그러나 이러한 제품은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텔이 이 메시지를 내놓기에 앞서 윈도8을 비롯하여 터치를 기반으로 한 운영체제의 제품을 만들고 있는 PC 제조사들이 한발 앞서 투인원 제품을 내놓은 터라 인텔이 이야기하는 제품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PC 기능을 제대로 쓰기 위한 하드웨어 키보드를 갖고 있으면서도 화면을 뒤집거나 본체만 떼어내 태블릿으로 쓸 수 있는 제품들을 보는 것은 더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화면을 세우면 노트북으로, 화면을 접으면 태블릿으로 쓰는 LG전자의 탭북도 인텔이 말하는 투인원 제품군 중 하나입니다.

이 같은 형태의 장치들은 컴퓨텍스가 개최되기 이전에도 뚜렷하게 나타난 현상이지만, 컴퓨텍스에선 더 기발한 제품이 전시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대만의 에이수스와 에이서는 이번 컴퓨텍스에서 투인원 제품에서 조금 더 진화한 제품으로 화면을 회전시키는 컨버터블 또는 상황에 따라 떼었다 붙이는 식으로 쓰는 여러 하이브리드형 제품을 전시했습니다. 특히 에이수스의 트랜스포머 트리오는 두 개의 프로세서와 두 개의 운영체제가 담긴 매우 독특한 제품으로 시선을 끌었는데요. 키보드가 있는 본체에는 강력한 성능의 인텔 코어 i7 프로세서를 넣고, 화면 쪽에는 저전력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해 화면을 꽂았을 때는 윈도8 노트북으로, 화면을 떼면 안드로이드 태블릿으로 작동하게 하였습니다. 또한, 본체만 모니터에 연결하면 데스크톱 PC처럼 쓸 수도 있습니다. 에이서 아스파이어 R7은 화면 아래에 경첩이 있는 일반적인 노트북이 아니라 화면 뒤쪽 가운데에 스탠드 형태의 경첩을 써서 화면의 위치를 자유자재로 바꾸어 가며 태블릿과 노트북을 쓸 수 있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에이수스 트랜스포머 트리오나 에이서 아스파이어 R7이 기존의 투인원 제품보다 조금 더 특이한 형태로 만들어졌을 뿐, 매우 새로운 형태라 말할 수도 없습니다. 또한, 기기 사용이 복잡하며 구매와 제조 비용을 증가시키는 불필요한 요소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품들을 투인원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데요. 단순한 PC가 아니라 여러 환경에서 다양한 이용자에게 경험을 줄 수 있는 제품의 의미를 담는 표본으로 볼 수 있고 이러한 제품이 PC를 구매하려는 이용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에서 의미 있는 시도로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투인원의 개념은 이미 시장에서 먼저 형성되고 있던 개념인데다 인텔도 별다른 기준을 제시한 것이 없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인텔과 더불어 컴퓨텍스의 또 다른 축은 마이크로소프트(MS)입니다. 지난해에도 MS의 윈도8 공식 발표에 앞서 공개된 윈도8 프리뷰 버전을 이용하여 정말 많은 윈도8 PC와 태블릿이 공개되었을 정도로 컴퓨텍스의 기업들은 인텔만큼 MS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요. 하지만 윈도8이 출시되고 난 뒤 PC 업계의 위기는 계속 이어졌고 윈도8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MS와 윈도8은 PC 시장의 침체를 불러온 원흉으로 낙인을 찍어야만 했습니다.

사실 새로운 윈도가 불러오는 잠재적 기대 수요가 있기는 해도 윈도 새 버전의 출시가 PC 시장의 성장을 큰 폭으로 이끈 전례는 거의 없었습니다. 단지 윈도8이 출시될 시기에 PC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윈도8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를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는 터라 급해진 MS는 컴퓨텍스에서 윈도 8을 개선한 윈도 8.1을 공개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린 것이지요.

컴퓨텍스에서 세부 내용이 공개된 윈도 8.1은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가장 큰 불만이던 데스크톱 모드로 시작하는 옵션을 추가했고, 작업 표시줄로 돌아온 시작 버튼을 누르면 설치된 앱을 찾을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되었습니다. 창 분할 기능도 훨씬 강력해졌을 뿐만 아니라 검색 기능을 강화해 다양한 정보와 미디어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도록 했지요. 또한, 윈도 스토어의 분류 기능 강화와 여러 장치에서 하나의 계정으로 로그인한 스카이 드라이브의 관리 기능 향상, 자동 완성과 숫자 입력 보강한 키보드 등 터치와 키보드 환경에서 불편함으로 꼽히던 것들을 상당 부분 해결했습니다.

하지만 26분 동안 이어진 윈도 8.1의 개선점보다 더 큰 환호를 얻어낸 것은 소형 윈도 태블릿에 기본 탑재하는 오피스였습니다. 많은 직장과 학교에서 쓰고 있는 오피스는 윈도 RT에는 번들로 들어가고 있으나 일반 x86 계열의 PC에는 패키지를 구매하거나 따로 이용 계약을 맺고 쓰는 상품이었는데요. 아웃룩이 제거된 20만 원짜리 홈앤스튜던트 버전을 8인치 이하 x86 태블릿에 무료 번들링 한다는 발표는 매우 획기적입니다. 게다가 8인치 이하 윈도8 태블릿이 50만 원 안팎의 가격으로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 오피스를 포함한 하드웨어 가격을 고려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결정이지요. 이를 두고 오피스까지 번들링해야 할 정도로 위기를 맞은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며 비판하는 이도 있지만, 그보다 PC의 이용자 경험을 유지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결정이라는 쪽에 무게를 더 실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 좋은 PC를 만들 수 있는 인텔의 새로운 프로세서와 그동안 불만으로 제기된 점을 고친 MS의 윈도8이 만났다면 이제 더 나은 PC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안에서 곪고 있는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인텔과 MS가 강력한 PC 정책에 대한 메시지를 내보내긴 했지만, 두 기업 모두 답하지 못한 것이 있는데요. 바로 ‘왜 PC를 쓰는가’에 대한 답입니다.

과거 PC는 생산과 소비를 모두 겸했던 장치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소비 부문의 경쟁력을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빼앗기고 있습니다. PC 업계는 소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터치를 넣은 쉬운 PC를 내놓으려 애를 쓰고 있지만, 그것은 소비에 최적화해 가격을 낮춘 제품들과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운영체제나 부품의 비용적 결함을 제거하지 않고 소비를 겸한 비싼 장치라는 인식 속에서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요? 무엇을 위해 고성능 프로세서가 들어간 PC를 사야 하고 비싼 운영체제를 써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늘어나기 시작한 이때 PC 업계의 두 공룡은 컴퓨텍스에서 이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이는 PC를 사야 할 이유를 대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컴퓨텍스의 PC, 특히 노트북은 가볍고 날렵해진 만듦새를 지니고 있었으며, 다른 태블릿과 비교될 만한 기능과 터치를 통한 편의성까지 갖췄습니다. 배터리 성능도 좋아졌고, 화면마저 뛰어나지요. 그러나 노트북 한 대만 사면 태블릿까지 다 쓸 수 있다는 주장에서 값싼 태블릿이 아닌 비싼 노트북을 사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습니다. 모바일 장치처럼 가볍게 들고 다니며 손쉽게 다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더 값싼 모바일 장치를 구매하여 해결할 수 있는 기능을 비싼 노트북 위에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지요. 분명히 종전 PC에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했으므로 그것이 PC를 사야 할 충분한 이유여야 하는 데도 하드웨어와 운영체제가 예전의 문제를 고치는 사이 이용자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것입니다. 즉, 원하는 일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더 쉽고 값싼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넓어지면서 PC에 대한 종속성에서 벗어나는 이용자가 점점 늘고 있는 것입니다.

PC에서만 할 수 있던 꼭 필요한 일들이 사라지는 이 순간에 인텔과 MS는 더 강력하고 쉬운 하드웨어와 운영체제를 써야 할 합당한 이유를 만들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음악이나 영상의 미디어 변환이나 게임처럼 하드웨어와 운영체제의 성능을 꼭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의 사용 등의 이유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스트리밍 영상 서비스와 모바일이나 가정용 비디오 게임에 빼앗기고 있는데요. 그나마 유일하게 남은 오피스와 고화질 사진, 영상 편집 같은 전문적 작업을 제외하면 일반 이용자에게 PC만이 줄 수 있던 장점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즉, 과거의 사용 경험은 빼앗기고 새로운 사용 경험을 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PC의 위기를 부르고 있는데요. 컴퓨텍스에서 품질은 뛰어나고 쇼맨십까지 넘치는 터치 노트북은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했지만, 비효율적인 동작과 넘치는 성능, 비싼 몸값의 PC들을 과연 사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담고 있었습니다. 왜 PC를 사야 하나? 앞으로 PC 업계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를 남긴 채 컴퓨텍스는 막을 내렸습니다.

 

l 글 최필식 (www.chitsol.com, 필명 ‘칫솔’)

 

Posted by IT로 만드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갑니다 LG 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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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기태 2013.06.19 11: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 주제 정말 관심있던부분인데... 스마트기기에 더 편리한 입출력장치가 나오는날을 저는 컴퓨터의 마지막이라 생각했는데ㅎㅎ 마지막이라보단 두 종류의 융합시점.. 그리고 어쩌면 피씨와 스마트기기를 나누는거 조차도 가끔은 구시대적 발상같다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냥 어쩌면 인텔과 마소같은 업체가 동등해져가는 스마트기기들의 발전을 인정못하고 자꾸 다른 시장으로보는 데에도 문제가있을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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