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어렵습니다. UX
저는 디자인 전문 대학 시각디자인과에서 UX(User Experience)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 중 종종 ‘UX는 왜 이렇게 어려울 수밖에 없을까요?’ 라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학생들은 보통 디자인은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분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UX는 감성 표현보다 논리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생각하던 것과 상당히 다릅니다. 그래서 생소하고 어려워 상당수의 학생이 시작 전부터 겁을 먹고 포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지금까지 했던 그 어떤 것보다 재미있어합니다.
연애를 글로 배웠다는 오래전 광고의 한 장면처럼, UX 디자인 분야는 책으로만 학습하기 쉽지 않은 분야입니다. 디자인 프로세스의 전 과정을 경험하기 전까지 UX 디자인을 쉽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작은 프로젝트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 경험을 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디자인 전체과정을 경험을 해보기’가 가장 쉽고 빠른 학습방법이기 때문입니다.
UX 디자인을 처음으로 접하는 학생은 생소한 용어와 여러 단계의 프로세스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겁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용자 조사, 분석, 인사이트 도출 과정을 진행하다 보면 조사하고 이해할 것들이 많아 어려워 보이지만, UI(User Interface) 설계, 인터랙션(Interaction) 디자인, 프로토타입(Prototype) 제작, GUI(Graphic User Interface) 디자인, 프로그래밍(Programming) 등의 제작 과정을 거치다 보면 앞단의 과정이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UX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분석 방법을 통해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경험은 행동과 감정을 포함하고 있으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은 것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각각의 스텝에 맞는 방법으로 내용을 표현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결과를 만들기 전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며, 각 과정의 결과는 지속해서 검증해야 합니다.
최근 디자인 트렌드는 시각, 제품, 공간디자인 등의 전통적인 디자인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프로젝트가 많아졌습니다. 디자이너의 새로운 분야에 대한 빠른 학습이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UX 디자인 분야는 인문학에서부터 프로그래밍, 인지과학에서 엔지니어링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이 팀을 이루어 공동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덕분에 기존의 디자인보다 복잡한 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UX 디자인 분야는 단순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사람의 행동, 습관, 업무, 제도, 사회 문화를 넘나드는 범위의 프로젝트로 확장되었습니다. UX 디자인 분야가 어려운 것은 단순히 스마트폰의 앱의 비주얼이나 프로그래밍 문제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근본적인 문제를 이해하고 사용자도 생각하지 못했던 숨겨진 니즈(needs)까지 찾아내 적합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버스 앱을 디자인할 때, 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만이 아니라 마을버스, 지선, 간선, 광역 버스의 운영체계, 정류장의 구성 위치와 같은 버스운영 시스템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버스를 타는 사람들의 상황과 맥락을 조사하여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사용자의 필요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합니다.
UX프로젝트는 사용자의 문제를 연구하여 사용자가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맥락에 맞는 정보를 전달하며, 그 정보에 기반한 행동을 유도함으로써 사용자의 단순한 니즈(needs)를 충족시켜 주는 것만이 아니라 숨겨진 니즈(needs)를 발굴해 가시화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좋은 UX 프로젝트는 사용자의 기존 경험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기존의 것보다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와 같이 UX디자인 프로젝트는 어려운 용어와 복잡한 프로세스만이 아니라 다학제적 특성 때문에 더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UX 교육과정을 진행하면서 경험한 초보자들이 어려워하는 몇 가지 문제와 해결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이즈음이 수업에서 사용자조사 단계를 지나 전략도출을 위한 다양한 분석 방법을 학습하는 단계였습니다. 생소한 용어와 전체적인 맥락을 모르는 상태에서 어려운 내용을 학습하다 보니 학생들은 많이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처음 만들어진 커리큘럼을 운영하다 보니 어디서부터 문제이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l 더블다이아몬드
(출처: http://www.designcouncil.org.uk/news-opinion/design-process-what-double-diamond)
초기 교육과정에서 더블다이아몬드와 같은 방법론을 학생들에게 소개했지만, 내용이 포괄적이고 개념적으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학생들을 위한 UX 디자인의 용어 정리와 초급 과정 교육을 위한 체계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2012년 여름, 트랙을 같이 운영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자체적인 UX 디자인 프로세스와 표준 교육과정을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세스는 프로젝트에서 지도와 같은 역할을 하므로 처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이 전체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준 교육 프로세스를 제작하였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모르는 용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용어 정리와 UX 프로세스 포스터를 제작하였습니다.
단계별 프로세스에서 도출된 내용의 판단 근거는 UX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사용자의 경험은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예외 상황과 변수가 많이 발생합니다. 판단이 어려운 것은 여러 가지 상황에 맞는 근거를 명확하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의 요구가 제대로 분석되지 않으면 정확한 해결책을 판단하기 어렵고, 정량적인 데이터가 부족하면 결과에 대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동일한 문제의 해결책도 다양할 수 있으므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적절한 근거를 바탕으로 설득해야 합니다.
프로세스의 재미있는 점은 앞 단계의 과정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의 진행이 어려운 것입니다. 현재 단계의 문제가 발생하면 이전 단계의 오류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앞 단계의 과정을 반복해야 하지만 처음 UX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 자주 발생하는 일이므로 너무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학생들과 진행한 프로젝트를 주차 별로 나열한 제작 진행상황표입니다. 4~5주 사이 진행하는 분석 통찰의 과정에 문제가 발생한 팀이 6팀 중 3팀입니다. 6팀 중 반복 없이 처음부터 제작 이전 단계의 문제가 없었던 팀은 한 개의 팀뿐입니다. 이해•관찰 단계에서 수집된 자료가 부족할 경우 분석이 어렵기도 하지만 분석•통찰의 단계를 진행하다 보면 관찰의 단계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자료가 필요한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앞 단계의 자료를 보강해야 합니다.
이처럼 UX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과정의 반복은 있을 수 있으므로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프로세스는 프로젝트의 가이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처음 의도와 달라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도 하게 됩니다.
포스트잇도 UX 프로젝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보통 포스트잇은 키워드나 내용을 빠르게 적을 수 있고 무작위로 나온 아이디어를 빠르게 정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포스트잇은 아이디어 생성과정이나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등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용합니다.
여러 가지 키워드나 내용을 포스트잇에 표기하여 빠르게 그룹으로 나누고 배열할 수 있습니다. 이번 학기부터 교실에 설치된 대형 칠판은 포스트잇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포스트잇에 적은 내용의 연결고리를 칠판에 쓰면서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학생이 서로의 프로젝트에 대해 피드백을 할 수 있습니다.
도표나 다이어그램으로 그려진 자료는 내용만이 아니라 내용의 전후 과정이나 맥락, 흐름을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내용을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각화 과정은 개념을 구체화 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에 한 번에 완성될 수 없습니다. 여러 가지 자료를 지속해서 볼 수 있어야 하고, 각각의 프로세스에서 도출된 내용을 지속적으로 반영해야 합니다. 시각화의 장점은 전체적인 맥락을 한 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생각하지 못한 숨겨진 니즈(needs)를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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