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공짜로 사용한다면?”
냉장고 속 식품 정보를 정확히 수집하고, 아마존과 같은 유통 기업이 소비자의 구매 이력을 분석해 필요한 식품을 주문도 하기 전에 알아서 배송해준다고 생각해봅시다. 게다가 냉장고도 공짜로 제공하면서 말입니다. 시장 조사 기관인 가트너의 짐 툴리(Jim Tully) 부사장은 ‘IoT 시대 하드웨어 업체들의 생존 전략’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하드웨어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냉장고를 공짜로 제공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냉장고 문을 여닫는 시간•횟수, 사용자의 식료품 구매 이력 등과 같은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냉장고를 판매하는 것보다 최대 5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렇게 되면 냉장고를 제조하던 기존 가전 기업들은 아마존, 월마트와 같은 유통 기업을 상대로 새로운 경쟁을 시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양한 사물들에 센서, 통신 기능을 탑재한 IoT 디바이스들이 출시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그 영역도 이제는 IT 산업을 넘어 스마트홈, 에너지, 교통 등 실생활에 밀접한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 범위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의 IoT 디바이스들은 대부분 센서와 네트워크 기능을 단순히 활용한 모니터링 및 제어 수준에서 구현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형태로 구현된 IoT 디바이스들은 결국 모니터링한 상황과 제어할 대상에 대한 판단, 명령을 사람의 몫으로 남기게 되고 결국 고도화된 서비스로 구현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사물에 센서를 부착하고 네트워크로 연결하는데 그치지 않고 IoT를 더욱 지능화된 형태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IoT를 통해 이러한 기업들은 각 산업 내 기존 기업들의 전략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가치를 구현하여 새로운 형태로 경쟁을 시작하게 됩니다.
l 항공기 엔진 시장 점유율(출처: Airclaims Case Database, '13)
이로 인해 엔진 제조 시장은 기존 ‘판매’를 통한 시장 경쟁에서 IoT 기술 적용으로 ‘리스&서비스’ 로 엔진 제조사들의 경쟁 방식이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즉, 과거 정교한 설계에 기반한 엔진 제조가 중심이 되었다면, 이제는 엔진이 가동되는 동안 관련 정보를 누가 더 다양하게, 정밀하게 확보하고 분석하여 서비스로 구현하는가가 경쟁의 핵심으로 작용하게 된 것입니다.
l IBM Watson 홈페이지(출처: https://www.ibm.com/watson/)
예를 들어 CT, MRI 등 영상 이미지를 판독해 특정 질병의 발병 여부를 판단하거나, 환자의 혈당, 혈압, 심박 수 등 다양한 생체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병을 진단합니다. IBM은 의료 산업에 특화 개발된 Watson을 통해 인간이 진단하는 것에 비해 질병 발생 징후를 더욱 사전에 발견하고 오진을 혁신적으로 줄 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의료 기관들은 의료 산업의 핵심 경쟁 요소 중 하나인 질병의 진단을 인공지능 서비스가 대체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IBM은 이를 위해 수년간에 걸쳐서 Watson을 의학 분야에 특화해 개발해 왔습니다. 유명 퀴즈쇼인 ‘제퍼디 쇼’에서 인간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며 Watson의 가능성을 검증 후 IBM은 2012년 미국 캐터링 암 센터로부터 진단, 치료와 관련된 엄청난 양의 정보를 받아 Watson 개발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약 60만 건 이상의 진단서, 200만 페이지의 의료 전문 서적, 150만 건의 환자 기록을 통해 Watson은 의학 관련 전문 지식을 습득합니다. 또한, IBM은 1조 원을 들여 의학 영상 솔루션 기업, 머지 헬스케어(Merge Healthcare)를 인수하는 등 의료 산업 내 다양한 기업을 인수하며 그 전문성을 높여 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출시되었던 다양한 헬스케어 디바이스들이 Watson의 지능형 의료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단순한 건강 정보의 수집 및 모니터링이 아닌 질병의 진단과 처방에 이르는 고차원적인 의료 서비스로 구현될 수 있습니다.
실제 IBM은 이를 위해 Watson 생태계를 구축 중이며, ‘Point of Care’, ‘genineMD’ 등과 같은 헬스케어 기업들이 참여해 Watson을 활용한 의료 서비스를 출시 중입니다. 따라서 향후 의료 산업은 기존 의료 기관이 중심이 된 사후적 질병 치료 중심에서 다양한 IoT 디바이스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건강 상태가 모니터링되고 고도화된 인공지능 의료 서비스를 통해 이상 징후를 즉각적으로 발견해 병을 예방하는 사전적 건강 관리 방식으로 변화될 수도 있습니다.
제조 현장에 적용될 IoT 기술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통신 기능을 갖는 다양한 센서들이 제조 설비에 탑재되고 제조 공정 전반에 걸쳐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합니다. 사람의 개입이 없이도 제조 설비들은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자율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작업을 수행합니다. 생산 라인에 매번 다른 작업 과정이 필요할지라도, 설비들이 자동으로 상황에 맞게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IoT 기술 적용은 단순한 제조 공정 최적화에만 국한되지 않고 제조 라인의 예측 정비, 자제•제고 관리, 물류 최적화 등 제조 시설 전반에 걸쳐 활용되며 제조 산업을 혁신합니다. 이와 같은 제조 산업의 IoT 기술을 적용한 혁신은 Industry 4.0, Industrial Internet이라 불리며 Siemens, Bosch, GE 등 기업들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습니다.
IoT 기술을 통한 제조 공정의 혁신은 단순히 생산 비용 절감 및 품질 향상과 같은 수준을 넘어 기존 대량 생산 중심의 제조산업을 맞춤형 대량 생산(Mass Customization)으로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이 있습니다.
즉, IoT를 통해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다품종 제품 생산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제조 산업의 혁신은 그동안 시간과 금전적 비용을 고려해 대량 생산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소비해 왔던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를 획기적으로 동시에 변화시키며 향후 제조와 소비 산업 모두를 혁신시킬 것으로 전망됩니다.
둘째, 경쟁의 강도가 심화하여 매우 빠르게 진행됩니다. 기업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빠르게 IoT 기술을 활용해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시장에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빠른 의사 결정을 통해 구현해 내는 Startup 기업들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들 Startup 기업들은 각 산업 내 기존 기업들과 직접 경쟁하기도 하지만, 기존 기업들과 제휴, M&A 등으로 연합해 기존 기업들의 경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새롭게 변화하는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혁신 속도와 그것으로 인한 경쟁이 더욱 심화하는 것입니다.
셋째, 경쟁의 범위가 급격히 확대됩니다. 산업 내 기업들은 기존 경쟁자가 아닌 IoT 기술을 활용한 전혀 새로운 경쟁자를 맞이하게 됩니다. 아마존, 월마트 같은 유통 기업이 냉장고를 무료로 제공하며 유통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거나, 구글•애플과 같은 IT 산업의 기업이 무인 자동차 기술을 개발해 자동차 산업으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가전 제조사 및 자동차 제조사들은 유통, IT 산업이라는 새로운 영역의 기업들과도 경쟁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글 | 이승훈 책임연구원(shlee@lgeri.com) |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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