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는 A씨는 결혼자금을 위해 시중은행에서 1,000만 원 신용대출을 받았다. 금리 7%로 연이자 70만 원을 낸다. 한편, 중소기업에 갓 취업한 B씨는 저축은행에서 학자금대출을 받은 이력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거절을 받았다. 결국, 저축은행에서 금리 20%로 연이자 200만 원을 책정받았다.”
집 마련, 경•조사 등 누구나 살아가면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대출금리는 A씨와 B씨처럼 사람마다 크게 차이가 납니다. 이유가 뭘까요? 바로 신용등급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나이스신용평가 등에서 신용평가사(CB)가 개인 신용등급을 책정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은 이에 따라 대출 가능 여부와 금리산정을 진행하는데요. 이 때, 개인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곤 합니다. 기존 신용평가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얘기입니다.
제1금융권인 시중은행에서는 신용평가사의 획일적인 신용등급을 산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금융거래내역이 없는 사회초년생이나 대출을 갚을 의지는 있지만, 자산이 많지 않은 대출자들에게는 매우 불리하죠.
신용평가사는 보통 대출희망자의 자산과 소득, 상환 이력 정보, 현재 부채 수준, 신용거래 기간, 신용형태정보 등만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대출을 갚을 의지가 충분히 있는 사람들도 제1금융권에서 거절당하면서, 저축은행이나 대부업 등 고금리 대출로 빠지게 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다행히 최근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신용평가 시스템에 대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데이터 처리 기술 발달로 신용평가기술이 고도화되고 있는데요. 그간 평가할 수 없었던 항목을 추가로 평가할 수 있게 되면서 신용평가 사각지대가 점차 해소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은행에서 거절당한 대출희망자들도 보다 낮은 금리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입니다.
빅데이터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대출신청자의 신용도 판단과 채무 불이행 가능성을 예측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 신용평가사와는 달리 비금융적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문자, 이메일, 통신기록, 인성검사 등을 분석해 개인의 비금융적 특성과 비물리적 특성 등을 분석해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을 만드는 기업들이 국내외에서 늘고 있습니다.
l 트러스팅 소셜의 ‘Credit Score 2.0’(출처: https://trustingsocial.com/)
이들은 SNS(페이스북, 링크드인, 트위터, 웨이보), 인터넷 등에 공개된 대량 샘플 데이터를 이용한 딥러닝 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미국에서 탄생한 스타트업 ‘제스트파이낸스(Zest Finance)’는 구글과 비슷한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 신용을 평가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기업은 구글의 CIO였던 Douglas Merrill이 설립했습니다.
‘제스트 파이낸스’는 머신러닝을 신용 평가에 접목해 1만 개 이상의 변수로 신용도를 분석하고 대출 여부를 결정합니다. 신용을 평가하는 시간은 10초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다른 개인 간(P2P) 대출업체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일반 신용등급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주 고객으로 합니다.
미국 기존 은행들이 15~20개의 정형화된 변수를 사용해 신용평가를 하는 것과 달리 제스트파이낸스는 대출 실행 전 인터넷 체류 시간, SNS 포스팅 주제 등의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수집한 1만여 개의 변수 데이터를 10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해 개인의 신용도를 분석합니다. 소비성향이나 대출 신청 페이지에 머무른 시간도 데이터에 포함됩니다.
제스트 파이낸스의 경우, 기존 신용거래 실적이 없더라도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Baxisloan.com’을 이용하면, 실제 신용거래 실적이 없는 사용자라도 최대 5,000달러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기업은 현재 미국에서 신용도가 평균보다 약간 낮은(near prime) 고객들을 위한 Basic loan과 저신용(sub-prime) 고객들을 위한 ZestCash 신용서비스 대출을 운영 중입니다. 2015년 중국 전자 상거래 업체 JD닷컴과 함께 조인트벤처 ‘JD-제스트파이낸스가이아(JD-ZestFinance Gaia)’를 설립, 중국에서도 고객 신용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JD-제스트파이낸스가이아’는 초기 신용위험평가와 JD닷컴 고객을 상대로 할부대출 서비스를 합니다. JD닷컴은 이러한 신용평가를 기반으로 TV나 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구매할 때 최대 수천 달러를 빌려주는 대출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처럼 제조사로부터 제품을 미리 사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출하하는 방식입니다.
고객이 어떤 제품을 언제 사는지, 어떤 브랜드를 고르는지, 사는 지역은 어디인지 등 기존 거래 정보를 활용해 리스크 관리 모델도 구축했습니다. 이를테면 온라인에서 명품을 매우 많이 구매하는 사람은 신용도가 높다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이는 과소비나 사기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다른 데이터와 혼합해 분석합니다. JD닷컴 대출 결과와 이를 대조해 알고리즘의 정확성을 입증했습니다.
미국 소상공인 대출회사 ‘캐비지(Kabbage)’는 Data Context Engine이라는 독자적인 시스템 이용해 대출자의 각종 데이터 등을 분석하고 이를 활용해 7분 만에 간편 대출을 제공합니다. 미국 신용평가기관 FICO에서 산출하는 전통적 신용등급에 캐비지의 빅데이터 기반 평가 방식을 접목했습니다. 개인사업자의 신용평가를 위해 이베이, 페이팔 등 전자상거래의 이용 현황, 발송 내용, 고객의 반응, SNS 등을 대출 심사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l 렌도 홈페이지(출처: https://www.lenddo.com/index.html)
이어 “저신용•저소득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신용평가 방안을 고민하다가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 신기술을 활용한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렌도는 전통적으로 신용평가사가 사용하던 금융거래 이력 외에 통신사용 이력, 소셜 데이터, 소액결제 데이터, 공공 데이터, 위치 정보 데이터, 구매 내역 데이터, 모바일을 통한 고객 행동정보, 성향정보 등을 활용합니다.
예를 들면 최근 7일간 받은 메시지(통화)대비 발송한 메시지(통화)의 비율을 분석합니다. 문자길이, 건수, 이름이 등록된 연락처 개수 등도 모두 활용 가능한 데이터입니다. 핸드폰에서 주요 사용 애플리케이션 종류와 유•무상 프로그램 사용 여부도 평가항목에 들어갑니다.
수•발신 빈도, 닉네임, 연락 리스트 등 이메일 데이터도 신용평가에 가치 있는 정보로 변환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서 관계성, 적극성도 빅데이터로 사용합니다. 통상 신용평가를 위해 250억 개가 넘는 정보를 수집합니다. 그중 차별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300개의 정보를 다시 추려내고 이중 고객사(금융기관)가 원하는 정보를 고려해 새롭게 책정된 신용평가 정보를 제공합니다. 단, 모든 정보는 고객 동의를 받아 활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 결과 ‘주간 통화량이 심야 통화량보다 많은 사람이 대출상환율이 높다.’ ‘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첫 통화•검색•이메일 확인 등을 하는 사람은 불규칙한 사람에 비해 신용도가 높다.’ 등 증명 가능한 결과값을 도출했습니다.
글 l 김지혜 l 전자신문 금융 IT 전문기자 (저서: 로보 파이낸스가 만드는 미래 금융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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