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뽑습니다”
IT업계 채용공고처럼 보이나요? 아닙니다. 글로벌 투자자문사인 골드만삭스의 채용공고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고객 재무포트폴리오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구인 광고를 냈습니다. 게다가 ‘자동화된 디지털 자문 플랫폼(Automated Digital Advice Platform)이라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대형시장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채용요건을 적기도 했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란 로봇을 의미하는 로보(Robo)와 자산관리전문가를 의미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입니다.
즉, 알고리즘이 투자의 중심인 로봇 기반 인공지능 투자 플랫폼을 의미합니다. 과거, 이미 많은 증권사와 펀드 운용사에서는 트레이딩에 컴퓨터 기반 알고리즘을 사용해 왔지만, 최근 딥러닝(Deep Learning)의 출현은 판도를 바꿔놨습니다.
딥러닝은 기계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하여, 시장 상황에 맞게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수정하고 실수를 자체 분석합니다. 이를 통해 자산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이죠.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의 위험 감수 성향, 목표 수익률, 자금의 성격 등을 진단해, 그에 적합한 자산 배분 전략을 결정합니다.
이때, 자산군별 ETF(지수연동형펀드)를 주로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데요. 수익은 극대화 시키고 위험요소는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리밸런싱(rebalancing)을 수행합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컴퓨터 공학 기반 퀀트와는 구분됩니다. 퀀트 공학이 과거 데이터를 추종해 미래를 예측하는 반면, 로보어드바이저는 스스로 데이터를 조합하여 익히고 학습하는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 분석모형은 거시경제 지표를 비롯해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 장기 수익률을 분석한 뒤 미래 수익구조를 예측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탄생한 로보어드바이저는 저렴한 수수료와 높은 수익률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AT Kearny에 따르면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AUM 규모는 2009년 40억 달러에서 2015년 510억 달러로 연평균 53%라는 어마어마한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로보어드바이저는 탄생지인 미국에서 영국, 독일 등 유럽지역을 거쳐 호주, 홍콩 등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미국 Betterment, Wealth front 등 기존 로보어드바이저 강자들은 다양한 상품 영역을 시도 중입니다. 자문 및 일임 시장에서 학자금저축플랜(529 plan), B2B 시장, 직장인 은퇴플랜인 401(k) 운용사 참여 등으로 시장 및 상품 범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BBVA, Vanguard, UBS, Wells Fargo 등 글로벌 대형 금융사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l Fidelity Go(출처: https://www.fidelity.com/managed-accounts/fidelity-go/overview)
미국 골드만삭스는 금융시장 분석을 위해 인공지능 업체 ‘켄쇼(Kensho)’에 약 1,5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실제 업무에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켄쇼는 방대한 금융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투자자의 질문에 응답하는 기능을 보유한 업체입니다.
2013년 설립된 크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켄쇼는 인공지능 기술인 ‘딥러닝’을 이용해 기업 실적, 정치 이벤트, 경제 데이터, 정책 변화 등 9만 개 이상의 변수를 분석해 6,500만 개 이상의 금융시장 관련 예상 질문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시베리아 내전 발생에 따른 에너지 관련 주가 및 원자재 가격의 변화는?’ 등과 같은 질문에 응답하며, 주로 금융사 직원들이 고액 투자가들에게 투자관련 질문을 받았을 때 신속하고 정확한 답변을 위해 사용됩니다.
골드만삭스 외에도 많은 금융기관이 경제지표, 기업 실적, 주가 동향 등을 분석해 자연어(인간이 사용하는 언어) 기반의 문서로 자동 생성하는 소프트웨어를 적용 중입니다. 이밖에 ‘Lending Club’, ‘Prosper Marketplace’ 등 실시간으로 나오는 대출 매물을 자산으로 하는 포트폴리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Lending Robot’ 모바일 앱을 론칭했습니다.
l 손 쉬운 자산관리가 가능한 Lending Robot (출처: https://www.lendingrobot.com/#/)
모바일 앱은 기존에 웹에서만 모니터링했던 투자현황을 고객이 모바일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용자는 ‘Lending Club’이나 ‘Prosper’ 계정 등을 Lending Robot에 등록하기만 해도 각 플랫폼에서의 P2P 대출 채권 투자현황을 편리하게 모바일로 조회할 수 있습니다.
특히, 로보어드바이저는 예상 밖 상황을 예측하는데 뛰어났습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당선인으로 확정된 2016년 11월 9일(한국시각 기준). 국내 코스피 지수는 2% 넘게, 코스닥은 4% 가깝게 급락했습니다. 그러나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성능•효과 시험)에 참여 중인 인공지능 기반 로보어드바이저는 달랐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 참여 중인 35개 알고리즘의 수익률 하락 폭은 같은 기간 0.2~0.6%에 그쳤습니다.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업체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예측 불허의 ‘트럼패닉(트럼프+패닉)’ 상황에서 로보어드바이저의 운용 성과가 인간을 앞선 것입니다.
앞으로 로보어드바이저가 인간의 영역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환경이 크게 변화될 전망입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금융사 창구직원, 펀드매니저, 기타 일반 자문인력 등 인간을 대신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자산운용과 자문업 등 자산관리시장에 대한 구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영국 RBS가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하는 대신 창구 자문인력을 대폭 감축한 것은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앞으로 주 고객층이 될 젊은 세대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금융자문사 입장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 활용을 확대하는 편이 효율성과 경쟁 측면에서 유리할 겁니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기존 인력을 상당 부분 대체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다만, 전자책이 나왔다고 해서 종이책이 사라지지 않은 것처럼, 로보어드바이저와 영업점이 앞으로 각자의 장점을 살려 당분간 공존할 가능성이 큽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가 입력한 투자 성향 정보를 토대로 알고리즘을 활용해 자산 운용을 관리하는 서비스로, 빅데이터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술적인 정량 분석에 특화돼 있을 뿐, 정성적인 부분까지 헤아리기는 쉽지 않다는 약점도 있습니다.
증권사에서 로보어드바이저를 펀드나 랩 등과 같은 신규 투자 상품의 하나로 인식하고, 로보어드바이저와 PB 역할에 대한 적절한 리밸런싱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글 l 김지혜 l 전자신문 금융 IT 전문기자 (저서: 로보 파이낸스가 만드는 미래 금융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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