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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로봇 수트를 입고 일한다.

2018.09.05 09:30

지난 1965년 GE는 미 육군과 해군의 재정 지원을 받아 ‘하디맨(Hardiman)’이라는 외골격 로봇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무거운 물건을 쉽게 들어 올릴 수 있는 용도로 개발되었는데, 최대 1,500파운드의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 보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지만 어쨌든 외골격 로봇에 관한 연구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하디맨이 미 육군과 해군의 재정 지원을 통해 개발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처음에는 군사용 로봇을 염두에 두고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l GE가 개발한 외골격 로봇 ‘하디맨’

(출처: https://www.ge.com/reports/do-you-even-lift-bro-hardiman-and-the-human-machine-interface/)


그만큼 군사용 외골격 로봇의 개발 역사는 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군사용 외골격 로봇은 수십 년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실제 병사들에게 지급되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 외골격 로봇 시장의 주류는 의료 및 재활 훈련용 제품입니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 6,000여 대의 외골격 로봇이 판매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대부분 재활 훈련이나 장애인들의 보행 보조용으로 팔려나갈 것으로 예측됩니다.


시장 조사업체인 ‘ABI 리서치’에 따르면 외골격 로봇(Robotic Exoskeleton) 시장은 지난 2014년 6,800만 달러에서 오는 2025년 18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렇다면 주요 수요처는 어느 곳일까요. 군사용이나 재활 훈련용보다는 산업용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과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산업 현장에서 외골격 로봇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는 것이죠. 굳이 노동력 부족이 아니더라도 3D 직종을 피하는 현상이 심해지면서 제조산업 등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와 피로도를 줄여줄 수 있는 외골격 로봇의 도입 필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에서 외골격 로봇을 도입하려면 착용성이 중요한 쟁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자들의 옷을 입고 벗듯이 쉽게 탈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최근 산업 현장에선 비교적 쉽게 착용할 수 있는 로봇 수트(Robot Suit)의 개발 및 보급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옷처럼 편한 착용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외골격 로봇보다는 로봇 수트라는 말이 훨씬 어울리는 용어인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포드자동차가 자동차 조립라인에 로봇 수트를 도입키로 한 것은 상징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포드자동차는 지난해 미시건주 자동차 조립라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도입한 로봇 수트 ‘엑소베스트(Eksovest)’를 앞으로 전 세계 7개국 15개 공장에 확대 적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들 공장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자동차 차체 밑에서 무거운 전동동구를 들고 온 종일 나사 체결 등 조립 작업을 해왔는데, 앞으로 로봇 수트를 착용하면 장시간 근무에 따른 피로를 상당 부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엑소베스트는 엑소바이오닉스(Ekso Bionics)가 개발한 로봇 수트로 배터리나 모터 없이 기계적인 메커니즘과 유압장치를 활용해 설계됐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쉽게 착용할 수 있고 몸을 움직이는 데도 큰 불편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제품 가격은 대당 4~5천 달러 정도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외골격 로봇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어서 대량 보급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l 포드 자동차 생산 라인에 있는 노동자가 엑소베스트를 착용하고 조립작업을 하고 있다.

(출처: https://media.ford.com)


포드는 엑소바이오닉스로부터 75대의 로봇 수트를 구입해 미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루마니아, 중국, 태국 등 7개국 공장 노동자들에게 지급할 예정입니다. 구입 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전 세계 공장에 로봇 수트를 보급하는 데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포드가 로봇 수트를 도입키로 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산업 현장에서 로봇 수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습니다.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의 연구개발 법인 ‘보잉 리서치 & 테크놀로지(BR&T)’도 작년 10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미주리주 등의 항공기 제조 공정에 로봇 수트를 6개월간 시범적으로 도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보잉이 도입하려는 로봇 수트 역시 포드의 엑소베스트와 비슷한 제품입니다.


l 수트X의 맥스 (출처: https://www.suitx.com/)


포드자동차와 같은 자동차 업체인 피아트 크라이슬러도 로봇 수트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현재 UC 버클리 ‘로보틱스 & 휴먼엔지니어링연구소’ 출신들이 설립한 ‘수트X(SuitX)’의 로봇 수트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트X가 개발한 로봇 수트인 ‘맥스(MAX:Modular Agile eXoskeleton)’는 모듈러 방식입니다.


등, 어깨, 다리에 각각 착용하는 3가지 외골격(backX, legX, shoulderX)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필요에 따라 개별적으로 착용하거나 전부를 조합해서 착용할 수 있습니다. 레그X를 착용하면 다리나 무릎에 힘을 받쳐줘 장시간 쪼그리고 앉아서 작업을 할 수 있고, '백X'를 착용하면 허리 부분의 부담을 감소시켜 줍니다. 숄더X를 착용하면 손을 머리 위로 들고 작업하는 노동자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습니다.


아우디는 스위스 스타트업인 '누니(Noonee)'와 공동으로 웨어러블 형태의 외골격 로봇인 '체어리스 체어(Chairless Chair)'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이 로봇은 마치 노동자들이 의자에 앉은 것 같은 자세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자동차 조립 라인 등에서 장시간 서 있거나 구부리고 웅크린 상태에서 작업하면 등과 허리 등에 큰 무리를 줄 수 있는데 ‘체어리스 체어’를 착용하면 장시간 웅크린 자세에서 일하더라도 무리가 따르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l 아우디 노동자가 체어리스 체어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

(출처: 아우디 https://robohub.org/noonee-testing-chairless-chair-exoskeleton-at-audi-production-plants/)


올 1분기 BMW, GE, 캐터필러, 벡텔, 델타항공, 슐룸버거(Schlumberger) 등 글로벌 기업들은 외골격 로봇 전문업체인 ‘사코스 로보틱스(Sarcos Robotics)’와 공동으로 ‘외골격 기술자문그룹(X-TAG:Exoskeleton Technical Advisory group)’을 결성했습니다.


l 사코스 로보틱스의 외골격 로봇 (출처: https://www.sarcos.com/)


X-TAG 결성을 주도한 기업들은 작업 현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에게 수퍼 파워를 제공할 수 있는 전신형 외골격 로봇(Full Body Exoskeleton) 개발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사코스 로보틱스와 X-TAG가 구상하고 있는 외골격 로봇은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이 착용한 것과 비슷한 형태의 웨어러블 로봇입니다. 상반신에 간단하게 걸치는 포드의 엑소베스트 보다는 다소 큰 제품이죠.


사코스 로보틱스는 현재 가디언 XO, 가디언 XO 맥스(Max) 등 로봇 수트를 개발한 상태입니다. 이들 로봇 수트는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으며, 각각 최대 36kg과 90kg의 물건을 반복적으로 들어 올리는 작업을 지원합니다.


사코스가 오는 2019년 말 이들 로봇을 출시하면 X-TAG에 참여한 기업들이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코스 로보틱스는 지난 2016년 MS, GE, 캐터필러 등 글로벌 업체로부터 1천만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 받은 상태여서 향후 이들 기업과의 협력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외골격 로봇의 주요 수요처는 제조 분야와 건설 분야라는 게 중론입니다. 이에 따라 건설업에 적합한 외골격 로봇의 개발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엑소바이오닉스는 로봇 수트 뿐 아니라 무거운 장비를 들고 굴착 작업 등 고된 작업을 해야 하는 건설 노동자들을 위해 로봇 수트 응용 제품인 ‘엑소제로G(EksoZeroG)’도 공급하고 있습니다.


엑소제로G는 몸에 착용하는 제품이 아니라 건설 노동자들이 다루는 무거운 장비들을 작업하기 쉽도록 지탱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건설 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가운데 대략 20%는 거친 노동 환경 때문에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현장에 근무하는 건설업 노동자들에게 엑소제로G는 매우 편리한 작업 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l 엑소바이오닉스의 엑소제로G (출처: https://eksobionics.com)


외골격 로봇 ‘HAL’로 유명한 일본의 사이버다인은 재활 훈련용뿐 아니라 산업용으로 일찌감치 외골격 로봇을 내놓고 있습니다. 사이버다인의 HAL은 지난 7월 서일본 지역에서 발생한 호우 복구 현장에서도 큰 활약을 했다고 합니다. 호우로 무너진 주택과 공공시설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HAL을 착용하고 복구 작업을 해 화제가 됐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HAL과 같은 로봇 수트의 유용성이 앞으로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l 수해 복구 현장에 투입된 복구요원들이 HAL을 착용하고 작업을 하고 있다.

(출처: http://www.itmedia.co.jp, 사이버다인 제공)


옷처럼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외골격 로봇의 개발은 요즘 로봇산업계의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난 2016년 5월 비영리 연구개발 조직 SR I인터내셔널의 로봇사업부문이 분사돼 설립된  ‘수퍼플렉스(Superflex)'는 옷처럼 쉽게 착용할 수 있는 로봇 수트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SRI는 원래 미 국방성 산하 연구개발 조직인 방위고등 연구 계획국(DARPA)의 자금 지원을 받아 부상 위험이 적고 병사들의 근력을 증강할 수 있는 군사용 로봇 수트를 개발해왔는데, 수퍼플렉스로 분사하면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용도로 사람들의 근력을 증강할 수 있는 의류 형태의 로봇 수트 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수퍼플렉스는 최근 회사 이름을 ‘사이즈믹(Seismic)’으로 변경하고 체형을 교정해주는 특허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루모 보디테크(Lumo Bodytech)’의 지식재산권을 인수해 의류 플랫폼의 로봇 수트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l 슈퍼플렉스(사이즈믹)는 착용이 용이한 로봇 수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AZFghvIFnWw)


도쿄 이공대학에서 분사한 스타트업인 ‘이노피스(Innophys)’는 최근 머슬 수트(Muscle Suit)라는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l 이노피스의 머슬 수트 (출처: https://innophys.jp/case/)


공기압 방식 인공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배터리나 센서, 모터가 필요 없습니다.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 시간에 제한이 없으며 동작 센서나 스위치 등 조작을 하지 않아도 돼 고장 걱정 없이 업무에 전념할 수 있다고 합니다. 건설, 물류, 병원 등 현장에 적합한 제품입니다.


LG전자도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8’ 전시회에서 ‘LG 클로이 수트봇(LG CLOi SuitBot)’을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클로이 수트봇은 제조업, 건설업 등 산업 현장은 물론 일상생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하체 근력 지원용 웨어러블 로봇입니다. 기존 웨어러블 로봇의 부자연스럽고 불편한 착용감을 대폭 개선했으며 전용 거치대를 이용해 간단한 동작만으로 쉽고 편하게 입고 벗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LG전자는 착용자의 움직임과 주변 환경의 데이터를 학습, 분석해 위험을 예측하고 회피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클로이 수트봇에 적용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착용자가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작업 수행을 위해 올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LG전자는 이와 함께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 ‘에스지로보틱스(SG Robotics)’에도 지분 투자, 공동 연구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산업 현장에서 로봇 수트, 외골격 로봇의 보급이 시작되면서 이 시장이 로봇 업체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으며 제품 개발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고령화 사회의 진전으로 3D 업종을 중심으로 로봇 수트의 도입은 앞으로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아젠다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글 l 장길수 l 로봇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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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T로 만드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갑니다 LG 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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