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nsight

텔레파시로 대화하고, 명령할 수 있을까?

2018.04.25 09:30

오감을 사용하지 않고, 의사 전달하는 것을 '텔레파시(Telepathy)'라고 합니다. 텔레파시는 많은 미디어에서 초능력의 존재로 표현되었습니다. 인간의 의사 전달은 오감의 입력과 출력에서 발생하므로 침묵 속에서 소통하는 건 미지의 능력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텔레파시는 미래에 보편적인 컴퓨팅 인터페이스가 될 것입니다.


지난 4월 4일(현지 시간),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는 대학원생인 아르나브 카푸르(Arnav Kapur)가 개발한 '알터이고'(Alter Ego)'를 소개했습니다. 알터이고의 역할은 착용자의 머릿속에 있는 말을 읽는 것입니다. 귀와 턱을 연결한 헤드셋은 전극을 통해 얼굴의 신경근 신호를 포착하고, 이를 명령으로 전환합니다. 컴퓨터는 전환한 명령대로 작동하죠. 쉽게 말하면 머리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것입니다.



MIT에 따르면, 10개 주제를 토대로 알터이고를 실험한 결과, 92%의 인식 정확도를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음성을 글로 옮기는 구글 보이스 트랜스크립션(Google Voice Transcription)의 95%에 근접하는 정확도인데요. 카푸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확도가 더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카푸르는 'IA(Intelligence Augmentation; 지능 증강)' 기기를 개발하기 위해서 알터이고를 고안했다고 밝혔습니다. AI가 인간의 지능을 모방한 인공지능이라면, IA는 인간의 지능을 강화하는 방법에 대한 인지 컴퓨팅의 한 분야입니다. 컴퓨터가 직접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판단과 의사 결정은 인간이 내리는 것이며, 컴퓨터는 보조적인 역할만 수행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인간이 도달할 수 없었던 영역을 기술적으로 확장하여 가능하게 만드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l 알터이고 (출처: https://youtu.be/RuUSc53Xpeg)


알터이고 개발팀의 궁극인 목표는 이 기술이 구글의 어시스턴트(Assistant)나 아마존의 알렉사(Alexa), 애플의 시리(Siri) 등 AI 가상 비서들을 이용할 때 덜 민망하도록 외부에서 볼 때는 컴퓨팅이 아닌 침묵한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현재 가상 비서를 사용하려면 음성을 입력해야 하고, 음성의 크기, 주변 환경 등 요소는 음성을 입력하는 데 걸림돌이 됩니다. 


주변 사람들이 볼 때는 스마트폰에 소리 지르는 것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머리로 컴퓨터에 명령을 내리는 것이 보편적인 인터페이스가 된다면 음성을 통한 가상 비서 활용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발팀은 전적으로 가능한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텔레파시로는 컴퓨터에 명령만 내릴 수 있을까요? 사람과 사람의 소통에 텔레파시를 적용할 수 있진 않을까요? 


2015년,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나는 언젠가 기술을 이용하여 생각한 것 자체를 상대방에게 보낼 수 있게 되리라고 믿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 소통의 방식이 미래에는 텔레파시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죠. 공상적인 얘기라서 미래라는 게 아닙니다. 텔레파시를 이용한 소통은 현재 소통 방식에서 불편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할 가치를 지녔죠. 메시지를 보내고자 타이핑을 위해 손을 쓰지 않아도 되고, 전화 내용이 주변에 들릴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이런 걱정은 생길 수 있죠. 


'내 생각이 모조리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건 아닐까?'


지난해, 페이스북은 자사 개발자 행사인 F8에서 텔레파시에 대한 몇 가지 실마리를 보여줬는데요. 페이스북은 전 미국 국방고등연구기획청(DARPA) 디렉터이자 구글의 선진 기술 개발팀을 이끌었던 레지나 듀건(Regina Dugan)을 영입하여 설립한 내부 연구소인 '빌딩 8(Building 8)'에서 텔레파시 기술 개발을 준비 중입니다.


60명이 넘는 과학자와 개발자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빌딩8’은 페이스북의 10년 뒤 미래 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았는데요. 듀건은 빌딩8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인간의 감각을 확장할 기술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IA(Intelligence Augmentation)’입니다. 그리고 지난 F8 2017에서 인간의 감각을 확장할 기술의 일부를 공개했습니다.


l 레지나 듀건 (출처: https://youtu.be/_aQVHubXoDo)


'사일런트 스피치 커뮤니케이션(Silent Speech Communication)'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첫 번째는 뇌를 이용하여 컴퓨터에 문자를 입력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듀건은 '2년 이내 스피치를 담당하는 신경을 해독하여 분당 100 단어를 입력하는 기능을 시연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분당 100단어를 입력한다는 건 스마트폰에서 가상 키보드로 입력하는 것보다 5배나 속도가 빠릅니다. 또한, 입력하기로 한 단어만 해독한다는 전제가 포함되어 있어서 모든 생각을 드러낼 염려가 적고, 만약 문장에 담기더라도 메시지 형태라면 따로 확인 후 보내는 과정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실현되었을 때 스마트폰에서 키보드를 제거해버릴 수 있다는 것이죠.


두 번째 기술은 '피부로 듣는 기술'입니다. 듀건은 '인간의 몸은 2제곱미터의 피부라는 거대한 센서를 가졌다.'라면서 '인공 달팽이관으로 햅틱 어휘(Haptic Vocabulary)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피부로 듣는 기술은 모든 소리를 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단어나 문장을 촉각으로 전달하여 피부를 통해 듣는 것처럼 전환하는 기술입니다. 그래서 전달하는 소리가 새어나갈 일이 없습니다. 


이 두 가지 기술을 결합하면 텔레파시를 구현할 수 있는데요. 뇌로 입력한 문장을 햅틱 어휘로 전환한 후에 피부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대화 내용은 외부와 차단되고, 기기를 착용하거나 접촉한 사람만 소통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을 비롯하여 구글, 바이두 등 IT 기업에서는 딥러닝을 활용하여 인간의 목소리를 복제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기 때문에 개인의 목소리를 텔레파시로 전달하는 기술도 함께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텔레파시 기술은 신경 과학뿐만 아니라 AI와 웨어러블 등 IT기술까지 복합적으로 융합된 기술입니다. 


l 사일런트 스피치 (출처: https://newsroom.fb.com/news/2017/04/f8-2017-day-2/)


IA를 통한 텔레파시, 사일런트 스피치를 개발 중인 곳은 페이스북만이 아닙니다.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항공 우주 장비 제조 업체인 스페이스 X의 창립자이자 CEO인 일론 머스크도 작년에 두바이의 한 회의에서 텔레파시를 언급했고, 자신이 설립한 뇌 연구 스타트업인 뉴럴링크(Neuralink)에서 사일런트 스피치를 개발 중이라는 걸 확인해줬습니다. 


머스크는 ‘사일런트 스피치를 활용하여 뇌 손상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을 치료하기 위한 응용프로그램은 향후 4년 이내에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텔레파시 및 비의학적 용도의 인터페이스는 규제 승인 시기에 따라 8~10년 이내에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밖에 미국항공우주국(NASA), 구글 등도 사일런트 스피치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F 거장 아서 C. 클라크(Arthur C. Clarke)는 '고도로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양한 기술이 결합하면서 더 새로운 기술로 고도화되고, 이전에는 공상의 영역이었던 곳에 발을 들일 수 있게 되면서 텔레파시를 더는 초능력이나 마법이 아닌 현실 속의 기술로 받아들일 단계가 온 것이죠.


엄청 가까운 미래는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리 먼 미래인 것도 아니죠. 페이스북은 텔레파시와 같은 IA 분야의 컴퓨팅 방식을 '뇌 인터페이스'로 부르고 있습니다. 인터페이스 전문가들은 컴퓨팅의 발전이 스마트폰을 넘어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그 다음으로 ‘뇌 인터페이스’가 다가올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러므로 뇌 인터페이스로 진입하는 단계인 텔레파시는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 삶에 녹아들 수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글 l 맥갤러리 l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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