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nsight

비즈니스 툴로써 함께 움직이는 디자인

2018.04.12 09:30

관성의 법칙이 있습니다. 물리학 시간에 배웠던 것인데 물체가 운동 상태를 지속해서 유지하려는 힘을 말합니다. 비즈니스에서도 관성은 큰 힘으로 작용합니다. 관성은 하던 일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새로운 환경의 적응이나 혁신을 어렵게 합니다. 그래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일은 더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기술이 더욱 고도화되면서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융합이 일어나고 있으며, 지금까지 생각해 보지 못한 새로운 영역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디자인 분야도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디자인과 비즈니스는 함께 움직이고 있으며, 성장하는 스타트업은 디자인에 집중하고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외부 환경에서 비즈니스가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하여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으며 디자인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보았으면 합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디자인이 무엇인지 가끔은 혼란스럽습니다. 관성적으로 가르치던 것을 가르치면 좋겠지만, 기술의 변화가 워낙 빨리 진행되다 보니 어디서부터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만 잘 해도 취업을 하는 데 큰 무리가 없었지만, 이제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리서치, 코딩, 3D 프린팅 등 배워야 할 새로운 기술이 너무나 많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가까이에서도 엄청난 기술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신문에 전단지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종이로 된 신문을 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 많던 전단지가 사라지는 동안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배달통’ 같은 배달 앱이 전단지의 역할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 등장 이전만 해도 플래시(Adobe Flash)를 다룰 수 있는 디자이너는 가장 좋은 대우를 받았습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디자인, 영상, 인터랙션을 구현할 수 있으므로 웹사이트를 만드는 최고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모바일 환경에서는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에서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으면서 급격히 사라지게 되었는데요. 이렇게 디자인 분야도 비즈니스 환경만큼이나 기술 발전에 의한 엄청난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디자인 내부의 변화


l 바우하우스 커리큘럼 구조 

(출처: https://www.bauhaus100.de/en/past/works/education/schema-zum-aufbau-der-lehre-am-bauhaus/index.html)


아직도 디자인은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것으로 감각적인 스타일만 만드는 한정된 분야로 이해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우하우스 시대부터 디자인은 다양한 분야의 장인들과 협업을 중시했으며,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그래픽디자인, 제품, 가구,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장식이 없는 기능주의 디자인은 2차 대전 이후 폐허가 된 도시를 빠르게 복구할 수 있는 근간이 되었습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에서는 대량 생산 기반의 슬릭(slick)하고 모던한 디자인 스타일로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양산성이 높고, 아름답고 저렴한 디자인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l 1920년대 오토 도르프터의 프린팅 공방

(출처: https://www.bauhaus100.de/en/past/works/education/druckerei/index.html)


인터넷의 시대를 지나 모바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또 한 번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표준화 된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디자인이 등장했고,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UX 디자인 방법론을 사용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복잡한 매뉴얼 없이도 처음 사용하는 사람도 쉽게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인공지능,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5G 네트워크 등의 신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디자인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디자인은 외형적인 형태를 멋지게 디자인하는 스타일링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서비스 디자인, UX 디자인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분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기술의 발전이 디자인의 역할과 디자이너의 역량이 빠르게 바꾸고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나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시각화는 문제를 구체화해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졸업한 아트센터 디자인 대학(Art Center College of Design)은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위한 디자이너의 역할을 무척이나 강조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요청하는 스폰서 스튜디오에서 실무 담당자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환경이나 시장 변화와 같은 실제 문제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디자인이 기업을 성장시킨 다양한 실제 사례를 접할 수 있었고, 변화의 시기에 디자인이 왜 중요한지, 왜 학교의 젊은 디자이너들과 함께 그들의 문제를 풀어가고자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디자이너는 기업, 소비자(사용자) 등의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기업과 소비자(사용자)를 연결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l 인공지능 기반 로고 디자인 서비스



 새로운 디자이너들의 출현


지난여름에 현장 실습으로 학생을 보낸 한 기업의 대표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현장 실습에 갔던 학생을 방학 직후부터 채용하고 싶다는 연락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명의 디자이너를 만나봤지만, 이번에 만난 학생이 가장 마음에 들고 같이 일을 할 수 있어 좋다고 했습니다.


이 기업은 의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디자이너가 브랜드 아이덴티티부터 서비스 디자인, 앱의 UI 구조 설계까지 디자인해야 하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디자인 역량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학생은 제품의 유저 플로우(User-flow)와 UI의 관계는 물론, 그 안에서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녹여내야 하는지 등을 사장님이 판단하기 쉽게 몇 가지 안으로 제안하고, 디자인 문제에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코딩, 영상, 프로토타입 등과 같은 제품 개발에서 홍보 프로모션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적인 역량도 갖춰져 있는 점을 크게 칭찬하였습니다. 이처럼 스타트업은 다양한 기술과 프로세스를 선택해 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디자이너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 기업 대표들은 디자이너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업무와 역할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디자인은 비즈니스 환경이 변화하면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디자인의 영역과 업무는 기술 환경의 변화와 함께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얼굴인 로고를 만드는 일에서부터 제품, 홍보,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디자인의 업무영역은 더욱 넓어지고 있습니다.


l 애자일 방법론 기반의 UI 디자인 프로세스


기술의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디자인 업무도 외부의 에이전시에서 기업 내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애자일(Agile)이나 스프린트(Sprint)와 같은 기획, 디자인, 개발이 함께 움직이는 빠른 제품 개발 방법론과 프로세스를 통해 다양한 시도와 빠른 결정이 다양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시행착오와 비용을 함께 줄이고 있습니다.


또 한 명의 졸업생은 판교에 있는 미용 관련 스타트업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제 2년 차 디자이너지만, 디자이너로서 중요한 업무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처음 입사하면서 제품 홍보물 제작과 웹사이트 관리 등의 비주얼 부분으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제는 제품의 디자인 과정에서 로고의 위치, 색상, 크기와 같은 그래픽 디자인에 관련한 디테일부터 형태, 색상 등의 제품 디자인의 영역까지 관여하다 보니 제품이 자기 자식같이 느껴졌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빠르게 시각화해 커뮤니케이션 속도를 높이고, 이견을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제품이 개발된 후에도 패키지 디자인을 담당해 디자인만이 아니라 외주 관리도 하게 되었고, 심지어는 배송을 위한 포장 작업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너무 좋았던 것은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던 부분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제품에 반영되는 과정에 재미와 보람을 느꼈다고 합니다. 또한, 회사 내에서도 디자이너로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있었다고 합니다.


 자동화된 디자인 서비스와 디자이너의 역할


기술이 발전할수록 한 명의 디자이너가 기업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로고, 포스터, 명함 등을 디자인해주는 저렴한 서비스도 많아지고 있으며, 인공지능은 다양한 디자인을 사용자의 목적에 맞게 더욱 정교한 제작을 가능하게 합니다.


무료로 배포되는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의 목업, 웹이나 앱 디자인 템플릿, 영상 제작 템플릿이나 온라인 서비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었던 디자인 작업은 템플릿과 인공지능 기반의 자동화 기술로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 사람의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특히 디자인 분야의 기술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교육에서도 기술적인 측면보다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는 디자이너의 역량에 더욱 집중하고 있습니다. 상황과 목표에 맞는 적절한 방향을 설정하면 시행착오와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효율적인 방법론과 프로세스를 적절히 사용하여 목표에 도달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 판단으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은 문제를 정의하고, 시각화할 수 있으며, 구체적 해결 방법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사람의 욕망의 문제일 수도, 시각적인 문제일 수도, 비용의 절감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기업은 항상 어렵고 부족한 상황에서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은 기업의 목표에 달성할 수 있는 중요한 툴이 될 수 있으며, 변화하는 환경에 맞는 최적화된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디자인이 실제로 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어떻게 성과를 내고 있는지 이야기하겠습니다.


글 l 박진현 교수 l 계원예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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