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nsight

AR, 스마트폰이 사라질 세계를 예언하다.

2018.03.14 09:30

5년 전, 지인들과 대화에서 '스마트폰의 다음이 있을까?'라는 주제가 다뤄진 적이 있습니다. 스마트폰 비즈니스가 급성장 중이었던 것만큼 Next big thing도 큰 화두였죠. 당시 스마트폰은 어찌 보면 궁극의 기기와 같았습니다. 이동성, 확장성, 범용성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상기한 대화에서 ‘스마트폰의 다음은 없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그리고 ‘만약 스마트폰의 다음이 있다면 무엇일까?’ 이견을 좁히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공통적인 의견이 있었다면, 착용하는 웨어러블이 성장할 가능성은 크다는 것인데요. 웨어러블이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것까지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건 다른 문제였죠. 하지만 그런 고민의 연속은 작은 대화뿐만 아니라 기술 업계 전반에 걸쳐 있었고, 거듭한 발전으로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바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입니다.


 컴퓨팅 기술의 발전


기존의 모든 컴퓨팅 기술은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에 대한 고민' '컴퓨팅 인터페이스의 발전'으로 더 나은 형태를 추구했습니다. 키보드와 마우스가 그랬고, 터치스크린이 그랬죠.


웨어러블이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걸 쉽게 상상하지 못한 이유는 '화면(Screen)'이었습니다. CRT 스크린이 등장한 이후 컴퓨팅은 사람이 화면을 응시하는 걸 전제로 개선되었고,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용도의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이 되어 컴퓨팅 영역에 들어서자 바뀐 것도 많은 객체를 포함할 수 있는 정도의 화면 크기였습니다. 인간과 컴퓨터가 상호작용할 정도의 화면은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웨어러블 분야에서 디스플레이를 자연스럽게 탑재할 수 있는 건 손목이라는 한정된 부위였습니다. 조작할 손과 밀접하고, 착용하여 응시하기에 목이나 팔꿈치보다 적합하죠. 그래서 ‘스마트 워치’라는 분야가 형성되었지만, 화면 크기가 작아서 스마트폰보다 상호작용을 위한 객체를 더 많이 표시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 워치의 화면 크기가 작아서 스마트폰을 대체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에는 핵심이 빠져 있습니다. 정확히는 스마트폰의 터치 인터페이스를 손목에 그대로 옮긴 탓이기 때문입니다.


터치스크린이 본격적으로 탑재되기 전 스마트폰은 그보다 이전 컴퓨팅 인터페이스인 키보드와 마우스를 그대로 채용하고자 했습니다. 물리 버튼의 추가나 트랙볼, 스타일러스 펜 등의 장치가 필요했던 겁니다. 그래서 스마트 워치와 같이 한계가 나타났고,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이를 바꿔 놓은 것이 화면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터치 인터페이스로 물리 버튼을 제거하고, 사람이 컴퓨터와 새롭게 상호작용할 방법이 등장한 것이었습니다. 


AR은 이런 컴퓨팅의 발전과 맥락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호주의 기업가이자 발명가, 작가인 마크 페스케(Mark Pesce)는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은 'AR이 스마트폰의 다음이라는 걸 알고 있다.'라고 하면서 ABC와의 인터뷰에서 '화면을 내려다보는 것은 자연적인 한계에 도달했다. 다음 화면은 우리가 절대로 내려다보지 않는다. 세상이 곧 화면이고, 우리가 보고 있는 것과 완벽하게 통합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AR의 특징을 얘기한 동시에 스마트폰의 다음으로 이어질 기기에 대한 귀띔이기도 합니다.



현재 스마트폰의 객체는 화면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즉, 스마트폰의 인터페이스는 터치스크린 안에서 작동하므로, 사람과 스마트폰의 상호작용도 화면 안에 갇혀 있게 됩니다. 따라서 컴퓨팅의 발전, 즉, 인터페이스의 확장에 한계가 생겼다는 것이 페스케의 주장입니다.


화면을 벗어나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컴퓨터 그래픽의 선구자인 이반 서덜랜드(Ivan Sutherland)는 60년대에 최초의 가상현실(VR)을 위한 HMD(Head-Mounted Display)를 창안했고, 2012년에 구글은 가장 유명한 안경형 AR 기기인 구글 글래스(Google Glass)를 선보였습니다. 


다만, 이런 시도들은 AR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구글 글래스는 양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앱을 사용하는 웨어러블에 중점을 둔 하드웨어의 실현이 목적에 가까웠죠. 결국, 구글 글래스는 패러다임을 바꾸지 못한 채 실패작으로 인식되었습니다.


 AR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


하지만 구글 글래스 이후 안경형 AR 기기와 AR을 바라보는 시각은 변화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디자이너 겸 영화 제작자인 케이이치 마츠다(Keiichi Matsuda)의 단편 영화 '하이퍼 리얼리티(HYPER-REALITY)'입니다. 2016년 공개된 하이퍼 리얼리티는 물리적 현실과 가상 현실이 융합되어 미디어 포화 상태에 이른 도시를 표현했습니다.


상당히 복잡하고, 과연 사람이 가상 현실을 구분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던지지만, 페스케가 말한 '세상이 곧 화면'이라는 표현을 잘 보여주면서 객체들과 상호작용하는 방법, 인터페이스의 변화 등을 세부적으로 나타냈습니다. AR 객체가 나타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터치 인터페이스처럼 상호작용할 방법을 다양하게 찾아야 한다는 견지와 같았죠.


l 구글 글래스(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4EvNxWhskf8)


모션 트래킹 기술 업체인 리프 모션(Leap Motion)은 AR을 적용하여 가상 현실을 융합하는 데에 상상력을 더하고자 지난해 마츠다를 디자인 및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부사장으로 영입했습니다. 또한, 런던에 새로운 디자인 연구 스튜디오를 개설하여 컴퓨터와의 상호작용 및 아키텍처, 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담당하도록 했습니다.


리프 모션은 핵심 디자인 철학으로 '직관적이고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내세우며, 별도 컨트롤러 없이 맨손으로 가상 현실을 조작하는 기술을 개발합니다. 헤드셋도 개발 중이지만, 그것보다 여러 상황에서도 AR 객체와 상호작용할 방법이 먼저 필요하고, 사람이 쉽게 인지할 수 있게 디자인하는 과정이 요구되므로 AR을 구현할 하드웨어보다는 사용자 경험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설계를 위해 마츠다를 영입한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 마츠다는 AR 객체를 신체와 융합한 결과물을 공개했는데요. 놀라운 트래킹 품질로 이목을 끌었습니다.


당장 스마트폰을 놓아두고 휴대할 만큼 강력한 기기는 없지만, AR을 통한 상호작용과 인터페이스의 변화에 디자인 역량이 포함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디지털과 인간'의 저자이자 소비자 행동 전문가 스티븐 판 벨레험(Steven Van Belleghem)은 '2021년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스마트폰 개념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AR이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인터페이스로 통합될 것'이라면서 '오늘날 스마트폰은 AR의 가장 중요한 유통 경로지만, AR의 획기적인 발전이 스마트폰을 잠식하리라 믿으며, 향후 5년에서 10년 이내에 완전히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개발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가 스마트폰 개념이 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새로운 인터페이스의 발현으로 기존 스마트폰의 인터페이스를 AR로 확장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반드시 스마트폰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스마트폰 이후 PC가 사라지지 않은 것처럼 스마트폰은 존재할 가능성이 큽니다. 단지 스마트폰의 한계로 국한된 컴퓨터와의 상호작용이 AR로 빗장이 풀리게 되므로 컴퓨팅의 다음 세대에는 상호 통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1년이라는 때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영국의 일간지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도 '2018년은 AR이 더 많은 사람을 게임에 끌어들일 중요한 해이지만, 즉각적인 성공은 보장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실질적인 발전은 2021년에 더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실질적인 발전이라는 것은 그때까지 축적한 AR 인터페이스의 개발이 하드웨어와 시너지를 낼 거라는 뜻입니다. 


애플, 구글, MS, 페이스북 등 기업이 2020~2021년 사이 독자적인 AR 헤드셋의 출시를 목표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그래서 그 전까지 AR은 스마트폰을 매개로 유통되기만 하는 상태를 유지할 거라는 것입니다. 대신 올해는 상호작용과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대한 성과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는 예상합니다.


이는 지난해 출시된 '트윗리얼리티(TweetReality)'라는 앱이 증명합니다. 트윗리얼리티는 AR 트위터 모바일 앱입니다. 트위터의 트윗을 AR 객체로 보여주는 것인데요. 이 또한 스마트폰에 객체가 갇힌 상태이므로 AR로 상호작용하는 것보다 불편합니다. 그러나 많은 언론이 트윗리얼리티에 주목한 이유는 헤드셋을 통해 양손이 자유로워지고, 스마트폰의 화면을 주시할 필요가 없을 때 트위터를 하기 매우 적합한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l 트윗리얼리티 (출처: https://itunes.apple.com/us/app/tweetreality/id1295207318?mt=8)


분명 스마트폰 AR은 양손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전제를 품고 있지만, 트윗리얼리티는 그런 단계에서도 양손이 자유로울 때, 그러니까 온전히 AR만으로 상호작용할 인터페이스의 연구가 스마트폰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그래서 벨레험은 인터페이스가 통합될 것이라고 말한 것인데요. 통합의 다음으로 초기 터치 인터페이스 스마트폰이 물리 버튼을 터치 버튼으로 대체했고, 이후 아예 버튼이 없는 인터페이스로 발전한 것처럼 AR이 중심인 새로운 인터페이스의 개발을 예견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AR이 차세대 컴퓨팅으로 남으면서 스마트폰은 사라질 거라는 것이죠.


지난달, 데이터 분석 업체 싱크넘(Thinknum)에 따르면, 애플이 하드웨어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의 채용을 대폭 늘린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여기에는 AR과 연관된 3D 공간 인식, 컴퓨터 비전 알고리즘, 모션 트래킹 엔지니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AR 헤드셋과 함께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가속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애플 CEO 팀 쿡은 2016년 ABC와의 인터뷰에서 'VR과 AR 모두 흥미롭지만, 개인적으로는 AR이 훨씬 유망하다고 판단한다.'라면서 AR에 관한 관심을 보였고, 지난해 애플은 iOS용 AR 플랫폼인 'AR 킷(AR Kit)'을 출시했습니다. 이에 분석가 진 먼스터(Gene Munster)는 'AR은 미래의 운영체제이며, 아이폰은 5년 동안 AR 기기로 존재하겠지만, 웨어러블이 궁극의 AR 기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의 아이폰은 AR을 알리면서 상호작용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서두이고, 구축한 AR 경험이 스마트폰을 벗어나 헤드셋으로 이어진다는 전망입니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비슷한 전략을 세웠습니다. 구글은 애플처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작동하는 AR 플랫폼인 'AR 코어(AR Core)'를 출시했고, AR 헤드셋 개발 스타트업인 '매직 리프(Magic Leap)'에 투자했습니다. 최근에는 구글 글래스 프로젝트도 다시 진행 중입니다.


l 페이스북 라이브 코어 2.0 (출처: https://www.oculus.com/blog/welcome-to-rift-core-beta-now-available/)


페이스북은 사업 궤도에 오른 VR 플랫폼인 오큘러스(Oculus)를 기반으로 가상 사용자 인터페이스인 '리프트 코어 2.0 (Rift Core 2.0)'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작년 F8에서 스마트폰과 VR이 같은 선에 놓여있으며, 다음 컴퓨팅이 AR이므로 안경형 AR 기기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현재 AR은 스마트폰에서 구현하는 방법에 치중했고, VR은 가상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페이스북이 말하는 안경형 AR 기기는 스마트폰을 통해 구현한 AR 객체와 VR에서 구축한 인터페이스가 결합한 형태를 얘기한다고 할 수 있죠. 결국, AR 인터페이스의 발전에 핵심을 둔 기업들의 위와 같은 행보는 스마트폰이 사라질 세계를 예언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2018년은 AR 인터페이스가 가장 분주하게 발전하는 해가 될 것입니다. 단지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통해 간접적인 경험만 할 수 있기에 가까운 미래로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현재 스마트폰을 대체할 명확한 하드웨어가 존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스마트폰이 사라질 세계를 상상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스마트폰 다음의 컴퓨팅이 존재하고, 인터페이스의 발전이 맥락으로 증명하고 있으며, 그리 멀지 않다는 점입니다.


글 | 맥갤러리 |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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