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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기술의 미래, 군집 로봇

2018.03.07 10:00

이탈리아 국가연구위원회(Italian National Research Council) 산하 인지과학기술연구소(Institute of Cognitive Sciences and Technologies)는 EU 자금지원을 받아 ‘SAGA(Swarm Robotics for Agricultural Applications)’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SAGA는 꿀벌들의 군집 행동에서 착안해 군집 로봇 기술을 농업 분야에 적용하려는 시도입니다. 사탕무(Sugar Beet)를 키우는 농장의 경우, 자생 감자의 무분별한 확산으로 고민하고 있는데 잡초를 제거해주면 사탕무의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고 합니다. SAGA 연구팀은 비전 시스템을 갖춘 다수의 농업용 드론을 투입해 공중에서 잡초에 관한 맵을 만들고 군집 로봇이 잡초를 제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l SAGA 개념도 (출처: http://laral.istc.cnr.it/saga/)


로봇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꿀벌의 집단적인 폐사를 의미하는 ‘집단적 벌집 붕괴 현상(CCD: Colony Collapse Disorder)’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인 해법을 고민해왔습니다. 아직 CCD의 명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로봇 과학자들은 꿀벌의 실종이 미래 농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로봇벌(RoboBee)’을 집단으로 투입하는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하버드 대학은 10여 년 이상 로봇벌 연구를 진행했고 일본의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 연구진은 작년 초 꿀벌 대신 꽃가루를 수정할 수 있는 초소형 드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과학자들은 로봇벌이 미래의 농업을 살릴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믿고 있습니다.


실제 지리정보시스템 분야 저명한 학자인 미네소타 대학 ‘샤쉬 샤카르(Shashi Shekhar)’ 교수는 지난 2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회(AAAS: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연례 회의에서 향후 2년 이내 로봇벌이 실제 수분 활동을 하는 연구 개발 프로젝트가 미국에서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백 마리에서 수천 마리에 달하는 로봇벌을 농업 현장에 투입하고 GPS 위치 추적 기술을 이용해 개별 로봇벌들에게 어떤 농작물에 수분 활동을 하라고 명령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라고 합니다.


 l 꽃가루를 수분하는 비행 로봇 

(출처: http://www.cell.com/chem/fulltext/S2451-9294(17)30032-3)


군집 로봇 기술을 가장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바로 국방 분야입니다. 그중 군집 드론 기술이 가장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대형 전투기나 수송기에서 다수의 드론을 발진하고, 수송기로 공중에서 회수하는 ‘그렘린(Gremlin)’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보병 소대가 고층 수직 구조물이나 좁은 공간에서 반자율 군집 드론으로 적을 탐지하고 공습을 지원하는 기술인 ‘공격형 군집 비행 전술(OFFSET:Offensive Swarm-Enabled Tactics)’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방부 ‘전략능력국(SCO: Strategic Capabilities Office)’은 지난 2016년 다목적 전투기인 F/A-18 수퍼 호넷(Super Hornets)으로부터 103대의 마이크론 드론을 발진해 목표물을 습격하는 작전을 테스트하기도 했습니다.



 

군집 로봇 기술은 축제의 현장도 바꿔놓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 기조연설에서 인텔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크르자니크’는 “미래에는 축제 현장에서 불꽃놀이가 사라지고, 대신 수많은 드론이 밤하늘을 수놓을 것입니다”라고 예측했습니다.


그의 이 같은 주장이 결코 허황한 얘기가 아니라는 게 지난 2월 열린 평창 동계 스포츠 축제에서 증명됐습니다. 비록 녹화 영상이기는 했지만, 인텔은 평창 동계 스포츠 축제 개막식에서 무려 1,218대의 드론을 띄어 올려 오륜기를 만드는 이벤트를 시연,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이 놀라운 이벤트를 단 한 명의 엔지니어가 원격 조정해, 군집 로봇 기술의 핵심을 잘 보여줬습니다.

 

 l 인텔이 평창 동계 스포츠 축제에서 선보인 드론쇼 (출처: 인텔 홈페이지)


군집 드론 기술을 공연이나 축제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어느덧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디즈니는 지난 2014년 LED를 활용한 드론 공연 기술에 관한 특허를 획득한 바 있는데, 불꽃놀이나 축제 현장에서 드론을 띄어 환상적인 공연을 펼치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마이크로애드(MicroAd)'라는 기업은 공연에 활용할 수 있는 군집 드론 기술인 ‘스카이 매직’을 발표했는데요.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일본 전통 악기인 사미센 연주에 맞춰 LED를 탑재한 군집 드론이 후지산을 배경으로 매력적인 안무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군집 로봇 기술은 제조 현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멘스가 추진하고 있는 연구 개발 프로젝트인 ‘지멘스 민첩성 매뉴펙처링 시스템즈: SiAMS)는 군집 로봇 기술이 어떻게 생산 현장에 접목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에 있는 지멘스 ‘제품 설계 및 모델링•시뮬레이션 연구그룹’은 공장 노동자를 대신해 항공기나 자동차 제조 공정에 투입할 수 있는 ‘스파이더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이 로봇은 3D 프린터와 모바일 로봇을 결합한 제품으로 필요한 부품을 직접 3D 프린터로 만들고 다른 로봇과 협력해 항공기나 자동차를 조립하는 일을 담당하는 것입니다. 지멘스는 미래의 공장에선 ‘스파이더 로봇’과 같은 자율적인 이동 로봇들이 군집을 이뤄 협력 작업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l 지멘스가 SiAMS의 일환으로 개발한 스파이더 로봇 (출처: 지멘스 홈페이지)


군집 로봇 기술은 모빌리티와 물류 분야에서도 새로운 혁신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물류센터에 엄청난 수량의 물류 전문 로봇을 투입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들 물류 로봇들은 원격 조작자의 명령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이 군집 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 트럭이나 이동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독일 물류 업체인 DB 쉥커(DB Schenker)는 볼보의 사업 부문인 ‘만 트럭 앤드 버스(MAN Truck And Bus AG)’로부터 군집 주행이 가능한 트럭을 인도받아 올해 주행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최소 2대의 무인 트럭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선도 차량을 따라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것을 ‘군집(Platooning) 주행’이라 부르는데 이 같은 시스템이 현실화되면 물류 분야에 또 다른 혁신의 물결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군집 주행 기술을 연구 중인 기업은 이미 여럿입니다. 다임러, 테슬라, 페덱스 등이 군집 주행 트럭 기술에 착수했으며, 볼보는 광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군집 트럭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군집 주행 기술 분야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 펠로톤 테크놀로지(Peloton Technology)는 지난해 3차 펀딩에서 6천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는데 이는 군집 주행 기술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 한 연구기관에 따르면 군집 주행 기술을 도입하면 연료 소비를 15% 이상 줄이고 교통 체증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합니다.


l 군집 주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펠로톤 테크놀로지’ 

(출처: 펠로톤 테크놀로지 페이스북)


최근에는 ‘모듈러 로봇(Modular Robot)’이라는 군집 로봇 기술도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 등 연구진이 개발한 모듈러 로봇은 개별 로봇인 ‘스와마노이드(Swarmanoid)’들이 자유롭게 병합 또는 분리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정 모듈이 뇌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모듈러 로봇이 병합 또는 분리하면서 뇌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를 ‘로봇 병합 신경 시스템(MNS: Mergeable Nervous Systems for Robots)’으로 칭하는데, 전체 신경망을 이루는 로봇의 특정 부분이 망가지더라도 다른 로봇으로 대체하는, ‘자가 치유 기능’을 특징으로 하는 로봇입니다.


 

l 로봇 병합 신경 시스템 (출처: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홈페이지)


해상 분야에서도 군집 로봇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포르투갈 리스본대학 로봇과학자들은 바다를 떠다니면서 집합, 분산 등 활동을 통해 환경 감시, 정찰, 수색 및 구조 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해상 군집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중앙에서 해상 군집 로봇들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로봇들이 이웃한 로봇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정해진 임무를 수행한다고 합니다. 


군집 로봇 기술은 미세한 크기의 로봇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일본 호카이도 대학과 간사이 대학 과학자들이 개발한 ‘분자 로봇(Molecular Robot)‘은 DNA의 지원을 받아 군집 행동을 할 수 있는데 직경 25나노미터, 길이 5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할 정도로 미세합니다. 하지만 DNA 컴퓨팅 기술에 힘입어 화학적 및 물리적 신호에 반응을 보이면서 한데 모이거나 흩어지는데, 향후 ‘나노 머신(Nano-Machine)’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l  일본 호카이도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분자 로봇 개념도 (출처: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홈페이지)


이처럼 로봇 분야에선 최근 영역을 가리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군집 로봇 기술 개발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구글에서 군집 로봇에 관한 연구를 하는 군집 로봇 전문가인 ‘제임스 맥러킨(James McLurkin)' 박사는 로봇의 미래는 '군집'에 있다며 군집 로봇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의 말처럼 군집 로봇에 관한 로봇 과학자들의 연구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글 | 장길수 | 로봇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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