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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I와 AI의 미래를 논하다'_ ① 컴퓨터와 삶이 공존하는 방식을 고민하자.

2017.11.22 09:30

안녕하세요,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컴패노이드 랩스(Companoid Labs) 디렉터 장진규 박사입니다. LG CNS 블로그를 통해 <HCI와 AI의 미래를 논하다> 시리즈 연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본 시리즈는 인간과 컴퓨터 상호작용(HCI)과 인공지능(AI) 분야의 관점에서 우리가 앞으로 준비하고 맞이해야 할 새로운 시대에 대한 의미 있는 통찰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 연재 기획: HCI와 AI의 미래를 논하다 ]

  • 제 1편: 컴퓨터와 삶을 공존하는 방식을 고민하자.  
  • 제 2편 예고: 도구, 매개, 동반자로서의 컴퓨터.  


바야흐로 인간과 컴퓨터와의 공존을 진지하게 논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왔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는 순간 인간의 시대가 끝이 나고 AI를 지닌 컴퓨터의 시대가 왔다고 했지만, 이는 컴퓨터의 발전 역사를 몰라도 한참 모르고 한 이야기다. 사실 알파고의 구현은 이론적으로 1960년대에도 이미 가능했으나, 기술적으로 컴퓨팅 파워가 부족하고 단지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하지 않았던 짓(?)이다. 


l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 번째 대결 결과. 이세돌은 대국을 두는데 2시간 이상을 소모했지만,

알파고는 불과 1시간 51분을 사용했다는 점이 인상적인 대목이다. 이것이 인간의 패배를 의미할까?

(출처: ChessBase[각주:1])


사실 인간은 아주 조금씩 컴퓨터와 공존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처음 삐삐가 나오자 사람들은 그 몇 글자 들어가지 않는 작은 디스플레이로 번호를 통해 간단히 메시지를 보내면서 즐거워했고 설렘을 느꼈다. 


그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이하 UX)의 축적은 인간 특유의 애착감(attachment)을 불러일으키면서 삐삐를 곧 자기 자신의 일상생활의 일부처럼 취급하도록 만들었다. 삐삐가 없으면 불안했고, 왠지 연락해야 할 것만 같았다. ‘만지작만지작’ 인간은 이렇게 컴퓨터와 공존하는 법을 심플하게 배워갔다. 


새로운 도구들이 등장하면 인간의 호기심이 발동하는 것은 본능적이다. 현재는 어떠한가? 필자는 이 글을 쓰는 중간중간에도 끊임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이제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이 없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삐삐 시대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스마트폰이 생겨나면서부터 HCI 분야에서 중독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을 정도로 이 디바이스는 빠르게 우리 일상에 공존하고 있다.



공존의 의미는 단순히 ‘함께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존은 일상생활에서 어떤 역할(role)을 수행하는 존재로서, 상호 간의 존재 방식이 부여되어야 비로소 그 의미를 갖는다. 이것이 인간이 갖는 특유의 정체성(identity)을, 지구상의 그 어떤 것들도 흉내 낼 수 없는 고유의 속성이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따라서 스마트폰과 공존한다는 의미는 우리가 이미 스마트폰에게 어떠한 역할을 부여하고 이에 따라 정체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나에게 OO이다.”라는 문장에서 OO에 해당하는 부분에 써보라고 하면, 친구, 선생님, 비서 등 다양한 역할을 쓰는 것도 그 이유이다.


더 이상 컴퓨터는 단순 계산을 하는 도구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알파고를 컴퓨터 특유의 단순 계산 능력을 극대화한 것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한편으론 인간이 가진 지적 능력 가운데 데이터를 통한 예측과 이를 통해 의사 결정을 하는 프로세스가 기존의 어떠한 존재도 가지지 못한 계산 능력이라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알파고는 컴퓨터가 ‘생각한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계산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인간이 두려움까지 느낄 수 있는 AI의 존재감을 확인한 사례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컴퓨터는 공존의 의미에 맞게 점차 그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여전히 대부분 영역에서 컴퓨터는 프로그래밍 된, 즉 정해진 작동을 하고 있지만, 알파고와 같이 특정 분야에서 작동 방식이 정교화되고 복잡해지면서 인간이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작동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인간의 일을 보조하는 수단으로써 도구적인 관점에서 컴퓨터를 바라봤다면, 이제는 인간과 함께, 혹은 인간 대신 주된 역할을 하는 동반자로서 컴퓨터가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삶 속에서 공존하는 주체로써 컴퓨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까?



 공존의 출발, 매개를 논하다

인간 사회에서 서로 공존하는데 가장 큰 존재감을 발휘하는 요소는 바로 ‘대화’이다. ‘대화가 잘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공존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가름하는 척도로 생각할 만큼 대화는 중요하다. 작게는 부부관계에서의 유지에서부터 크게는 회사나 국가의 존속에 이르기까지 대화는 공존의 틀을 유지하는 힘이다.

재미있게도 이 대화의 측면에서 우리는 컴퓨터와 공존하기 위한 적응 과정을 겪고 있다. 과거에 인간은 컴퓨터의 버튼을 누르고 다이얼을 돌리는 행위를 통해 상호작용을 처음 경험했는데, 이것은 인간이 말하는 것 이외에 비언어적(non-verbal) 수단으로 대화하는 방식을 기계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만지고, 잡고, 당기는 등의 행위는 인간 사이에서도 벌어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대화 방식이다. 기술적 한계와 더불어 외관상 인간처럼 생기지 않은 초기 컴퓨터는 지극히 도구적 관점에서 쉽고, 편리하고, 유용한 차원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인간과 공존하는 대상체(entity)로써 인식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퓨터가 공존의 가능성을 내포하며 발전해온 이유는 컴퓨터가 타인과 연락의 매개로써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직접 공존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어려운 컴퓨터가 우리 일상생활에서 연락의 매개 역할을 함으로써 인간과 컴퓨터 간의 상호작용 횟수를 늘려주었다. 

우리는 카카오톡으로 주변인들과 텍스트 메시징을 한다거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좋아요’와 ‘댓글’을 통해 교류하는 것은 물론, 인스타그램으로 사진을 편집해 올려서 타인들의 호응을 얻는다. 이처럼 컴퓨터는 다양한 형태로 인간들 간의 소통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컴퓨터를 통한 사용자와의 인터랙션은 당연히 증가할 수 밖에 없다.

l 페이스북의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 중에 등장하는 좋아요 버튼들. 

사용자들은 시청 중에 손쉽게 방송에 대해 상호작용을 시도할 수 있다. 

기존의 TV나 다른 매체에서는 볼 수 없는 상호작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인간들간의 매개의 역할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혁신적인 인터페이스와 인터랙션 방식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의 좋아요(like) 버튼은 필자가 생각하기에 21세기 최고의 인터페이스이다. 


고작 가상의 버튼에 해당하는 ‘좋아요’ 버튼이 가져다 준 파급 효과는 HCI 분야의 여러 연구들에서도 다루었는데, 이를 통해 사용자들 간의 상호작용 빈도가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 지지 효과가 나타나고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등 기존에는 일어나기 힘든 현상들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컴퓨터와 인간과의 공존 가능성을 높여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컴퓨터가 인간 간의 공존을 보다 공고하게 도와주는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발전했기 때문이다. 전화, 문자, 이메일, 소셜 미디어로 이어지는 컴퓨터의 주된 기술이나 제품 및 서비스의 UX는 모두 인간과의 매개를 위한 인터페이스와 인터랙션, 인포메이션으로 가득하다. 사용자로서의 인간은 컴퓨터의 발전 과정에서 컴퓨터를 일상생활로 자꾸 끌어당겨 적응하고 있다.



 공존의 시작, 동반자를 논하다.

l 인간은 더 이상 인간 만을 동반자로 여기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지 않더라도 우리는 더 중요한 대상과 함께하기를 원하고 있다.

단순히 ‘중독’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출처: University of Pensilvenia[각주:2])


인간은 홀로 존재하지만, 또 혼자 존재하기 어려운 존재이다. 존재의 의미를 스스로 부여할 수 있지만 이름이 존재하고 언어가 발달한 이유는 타인과 함께 공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HCI 분야의 연구에서는 스마트폰이 일상생활에서 인간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면서 발생하는 여러 부정적 측면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중독과 관련한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게 다뤄지고 있다. 

그런데 중독의 원인을 살펴보면 게임과 같이 중독적인 요소가 다분히 포함되어 실제 문제가 되는 경우들도 있지만, 때로는 앞서 언급한 소셜 미디어와 같이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집중하게 되거나 혹은 스마트폰을 만지는 행위 자체에서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우리와 같은 HCI 연구자들은 이것이 진짜 ‘문제’인가 에 대해서 여전히 갑론을박 중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이제는 일반화된 정전 방식의 터치 디스플레이는 인간을 닮은 상호작용 방식을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이 아닌 사물과 말 그대로 스킨십(?)을 이렇게 많이 한 전례가 없다. 우리는 끊임 없이 스마트폰 화면에 터치하고, 드래그하고, 두 손가락으로 오므리거나 펴고, 손바닥으로 슬라이딩을 시도한다. 

컴퓨터 마우스에서 하던 마우스 포인터 기반의 포인팅을 인간의 손으로 하도록 설계된 이 인터랙션 방식은 컴퓨터가 사용자와 직접 소통하고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중독으로 치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간이 컴퓨터와 직접 소통하기 위한 행위, 그러니까 터치하고 드래그하는 행위 자체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 앞서 필자가 언급한 ‘컴퓨터와 공존하기 위한 준비’를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사용자들은 이미 컴퓨터와 소통하기 위해 촉각적 측면에서 준비가 되어 있다. 

BBC 드라마 휴먼스(HUMANS)의 미아(Mia)처럼 완전히 인간과 같은 로봇과의 스킨십은 몰라도, 현재의 디스플레이와 유사한 형태의 터치 인터랙션이 어떤 식으로 나오더라도 인간은 쉽게 적응할 것이다.

l 구글의 음성비서 콜 네임 “Okay, Google”. 

사용자는 컴퓨터와 대화하기 위해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공존의 출발은 여기서부터일지도 모른다.

(출처: GeoMarketing[각주:3])


최근 메신저 시장을 중심으로 AI 기반의 챗봇(chatbot)과 음성인식 스피커가 열풍이다. AI가 모방하기를 기대하는 인간의 여러 가지 지적 능력 중 앞서 언급한 ‘계산 능력’은 사실 나와 같은 HCI나 AI 분야의 전공자들이 구현해내기에 가장 쉬운 부분이다(그렇다고 절대 ‘쉽게’ 구현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개념상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특정 영역에서 기존에 만들어진 알고리즘이 있다면 컴퓨터로 이를 구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다. 바둑을 두기 위한 기존의 알고리즘(바둑의 기보)이 존재한 덕분에 알파고는 AI 기반의 컴퓨터 시대를 알린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었다.


반면 챗봇이나 음성인식 스피커에서 핵심적인 능력이라 할 수 있는 ‘대화 능력’은 단순히 데이터로 수치화하여 판단할 수 없는 변수들이 너무 많다. 대화는 단편적이기 어렵고 많은 맥락을 내포하기 때문에 이를 구현해낸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맥락적 고려가 선행되어야 하는 대화를 구현하겠다고 나선 챗봇이나 음성인식 스피커의 UX가 좋지 못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의 HCI, AI 관련 연구자나 UX 아키텍트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그래서 기존의 컴퓨터 명령어 입출력 패턴처럼 대화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컴퓨터를 더 이상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위한 매개체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는 컴퓨터를 일상 생활의 동반자(Companion)로 대하기 시작했다. 컴퓨터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지, 언제 상호작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자들마다 용어는 다르지만 필자는 이를 동반자 경험(Companoid Experience)을 제공하는 디지털 컴패니언(Digital Companion)으로써 컴퓨터의 새로운 인터랙션 방식을 설계하고 있다. 이제 컴퓨터를 새로운 삶의 동반자로써 받아들이고 공존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공존하는 방식을 고민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성을 논해보도록 하겠다.


글 | 장진규 박사 |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장진규 박사는 학부 시절 로보틱스와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석/박사 시절 인지과학 기반의 인간과 컴퓨터 상호작용(HCI) 분야를 수학하였다. 현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컴패노이드 랩스에서 HCI 관점에서 인간과 컴퓨터가 공존하는 방식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디지털 헬스케어, 로봇, AI 등 혁신 기술 분야에서 인터랙션 설계 전문가이다. 과거 스타트업 CEO로 3년간 회사를 키워 매각한 경험을 살려 스타트업에 대한 엔젤 투자 및 자문을 겸하고 있으며,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국내 최초 엑셀러레이터인 DHP의 파트너로도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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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ttp://en.chessbase.com/post/alphago-vs-lee-sedol-history-in-the-making [본문으로]
  2. http://knowledge.wharton.upenn.edu/article/break-smartphone-addiction/ [본문으로]
  3. http://www.geomarketing.com/why-cmos-need-to-shift-ad-budgets-to-connected-intelligence-now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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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T로 만드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갑니다 LG 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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