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nsight

인터넷전문은행, 초반 돌풍 원인과 극복 과제

2017.09.13 09:30

요즘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가 새겨진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를 소셜미디어에 올려 자랑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돈 쓸 일이 있을 때 은근히 꺼내 보이기도 하지요.


소비자들이 이렇게 은행의 활동에 애정을 드러내는 것은 보기 드문 일입니다. 명품도, 마니아 제품도 아닌데 말이죠. 은행이나 통신사는 많은 사람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일반 소비자 대상 마케팅을 가장 많이 하지만 여전히 고객들은 거리를 느낍니다.


새롭게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의 돌풍을 보며 은행의 혁신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7월 27일 영업을 시작, 8시간 만에 10만 계좌를 돌파하고 한 달 만에 300만 계좌를 넘어섰습니다. 출범 한 달 만에 체크카드 신청이 210만 건에 이르렀습니다.



카카오뱅크 돌풍에 약간 빛이 바랬습니다만, 또 다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역시 4월 출범하면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현재 계좌 수가 50만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 은행의 연간 전체 신규 계좌 수가 18만 개 정도임을 생각하면 굉장한 성과임을 알 수 있습니다.


I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뒤늦게 시작하게 된 인터넷전문은행, 초반 돌풍의 원인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과제를 극복해 가야 할까요?



 소비자 중심 인터넷 기업의 노하우가 은행 시장을 뒤흔들었다.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의 초반 성공 원인에 대해선 이미 여러 분석이 나왔습니다. 은행 소비자 관점에서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편의성입니다. 그리고 이 편의성은 은행업이 아니라 IT 서비스로 소비자들을 상대하며 쌓아 온 노하우에서 나온 것입니다.

l 케이뱅크 체크카드 (출처: 케이뱅크 홈페이지)


보통 주거래은행 모바일 앱을 열면 일단 특수문자와 숫자가 섞인 12자리 이상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부터 입력해야 하는데, 이미 이 시점에서부터 사용자는 짜증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무사히 로그인해 앱을 열면, 마치 은행의 모든 금융 상품을 5인치 스마트폰 화면 안에 모아 놓은 듯한 첫 화면이 나타납니다. 사용자는 앱 안에서 길을 잃습니다.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사용자 환경을 제공합니다. 사람들이 제일 많이 쓰는 송금, 계좌조회 등의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쉽고 간편하게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있게 했죠. 공인인증서 로그인 같은 번거로운 과정은 최대한 자제했습니다. 은행 앱이 시키는 과정들을 충실히 따르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온 사용자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에서 앱을 만들고 서비스를 운영하고, 고객의 요구에 대응해오며 얻은 경험과 지식이 빛을 발한 것이죠. 전문 은행이 앱을 만들면서 생각하지 못한 것을 파고들며 시장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었습니다. 자산 규모로 보면 시중 은행에 비교가 되지 않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 산업에 ‘메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l 카카오뱅크 가입절차 (출처: 카카오뱅크 홈페이지)


인터넷전문은행의 선전은 비대면 서비스에 능한 IT 업계의 강점이 요즘 2030 젊은이들의 성향과 맞아 떨어진 결과이기도 합니다. 최근 인기 있는 인터넷 및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중에는 다른 사람을 직접 만나거나 대화할 필요 없이 원하는 정보나 서비스를 얻게 해 주는 것이 많습니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카카오톡으로 서로 나누곤 하며, 음식을 시켜 먹을 때도 가게에 전화하는 것보다 배달 앱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매장에 안 나가고 쇼핑 앱으로 물건을 사고, 길가에 나가서 택시를 잡기보다는 우버나 카카오택시로 차를 부르죠.


카카오 등 인터넷전문은행에 참가한 회사 중 상당수는 많은 사람이 동시에 쓸 수 있는 포털이나 메신저 등 대규모 비대면 서비스들을 만드는 일을 해 온 곳들입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나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사용자 요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잘 압니다. 100년 가까이 창구에서 상담하는 일을 주로 해 온 전통 은행과는 DNA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뱅크 열풍의 일등 공신이라 할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도 이렇게 소비자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케이뱅크 역시 네이버와 제휴, 카카오 프렌즈 못지않게 인기인 라인 캐릭터를 활용한 카드를 발급할 예정입니다.


l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출처: 카카오뱅크 홈페이지)


초기의 금리 우대나 해외 송금 수수료 할인도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적금 금리는 각각 2.2%와 2.5%에 이릅니다. 두 은행은 결국 판매를 중단하긴 했습니다만, 2% 중반대 금리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상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은행 시스템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카카오뱅크 같은 경우 기존 은행권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오던 고가의 유닉스 운영체계(OS)와 오라클 데이터베이스(DB) 대신 리눅스와 MySQL 등 오픈소스 제품을 채택했습니다. 오픈소스를 선택함으로써 시스템 구축 비용을 줄이고, 그만큼 고객에게 혜택을 돌려줄 여지를 만들었습니다. 카카오뱅크 시스템은 LG CNS가 구축하였죠. 



 초기 열풍,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새내기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선전에 기존 은행들도 앱을 전면 개편하고 해외 송금 비용을 낮추는 등 바짝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메기 효과’가 확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가 시중 은행들이 곧 따라 할 수 있는 금리 우대나 송금 수수료 혜택만으로 은행 시장의 판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가치를 소비자에게 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나 사용자 경험은 당분간 경쟁력이 있겠지만, 이제 모범 답안이 나온 만큼 다른 금융기관들도 곧 학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 인터넷전문은행을 기획할 당시 정부는 기존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신용등급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기대했습니다.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잘 분석해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대출하면서도 은행 수익성도 지키는 사업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얘기죠.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사업계획서에도 이러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케이뱅크는 비교적 이런 목적에 충실합니다. 주주인 KT 이용자의 통신요금 납부 실적을 분석해 자체적인 신용평가등급 모형을 만들었습니다. 영업을 시작한 4월부터 3개월간 4~6등급 사이 중간등급 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전체의 40%인 2,140억 원을 차지합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대출이 신용등급이 높은 고객에게 집중돼 있습니다. 박용진 의원이 카카오뱅크에 받은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7월 27일에서 8월 3일까지 대출금액의 64%가 1~2등급에, 26%가 3~4등급에 돌아갔습니다. 다른 은행에서도 대출 잘 받았을 1~4등급 고객들이 전체 대출의 90%를 차지했습니다.

l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비교


중국의 국민 메신저 위챗이 사용자의 이용 행태를 분석하고, 송금 및 결제 사용자들이 예치한 금액을 바탕으로 금융 상품을 개발한 것처럼 새롭게 금융 가치를 창출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물론 인터넷전문은행이 주어야 하는 가치란 반드시 이런 것이어야 한다고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소비자에게 무엇이건 가치를 주고,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 좋은 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 우위가 대부분 곧 따라 잡힐 수 있는 것들이라면, 결국 조만간 레드오션에서 함께 재미없는 경쟁을 해야 할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해외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어떻게 활로를 찾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을 듯합니다. 특히 일본의 사례가 눈에 띄는데요. 일본의 대표 인터넷전문은행 라쿠텐뱅크는 모회사인 일본 1등 전자상거래 기업 라쿠텐과의 시너지가 핵심 경쟁력입니다. 인터넷 쇼핑 주 고객인 젊은 층을 대상으로 신용대출을 확대하고, 페이스북이나 이메일을 통한 송금 등의 기능으로 차별화했습니다.


세븐뱅크는 전국에 2만 개 가까이 있는 모기업 세븐일레븐의 편의점 유통망을 통해 사업을 펼쳐가고 있습니다. 편의점에 깔린 ATM 기기들이 힘이 되어줍니다. 통신사 KDDI와 일본 거대 은행 UFJ가 합작 설립한 지분 은행은 통신사 고객에게 금리 우대를 제공하는 등 통신사 고객과 연계한 영업을 펼칩니다. 전통 은행인 UFJ에서 이탈한 고객을 인터넷전문은행인 지분 은행이 흡수하는 구조입니다.


일본은 산업자본의 은행 산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참여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형태입니다. 위에 언급한 일본의 성공 사례들처럼 우리나라 인터넷 은행도 GS25 같은 편의점, KT 같은 통신사, 한국투자금융지주 같은 금융사, 이베이코리아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 등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초기라 그런지 이들 기업과의 시너지가 느껴지는 부분은 아직 보이지 않는데요. 앞으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고객의 채워지지 못한 수요를 만족하게 하고, 새 시장을 만들어내는 근원적 혁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 향후 행보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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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세희 |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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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T로 만드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갑니다 LG 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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