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nsight

AR 전략으로 가까워지는 현실 세계와 컴퓨팅 세계

2017.06.14 09:30

현실 세계와 컴퓨팅 세계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서로 떨어져 있던 세계 곳곳의 컴퓨터들을 연결해 주었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디지털 형태로 대화하거나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사람들은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를 끊임없이 연결하는 접점을 갖게 되었는데요. 항상 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길가에서 택시를 기다릴 필요 없이 내가 있는 곳으로 바로 차를 부를 수 있고, 미리 전단지를 챙기지 않아도 근처 맛집 쿠폰을 받을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IT 산업의 흐름은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를 접점으로 삼는 것을 넘어 현실과 디지털 세계의 혼합과 통합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가상현실(VR) 또는 증강현실(AR)에 대한 관심은 현실과 디지털 세계가 합쳐지는 큰 흐름을 실제 기술과 제품, 서비스와 콘텐츠로 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l 디지털과 현실 세계를 결합하는 AR이 새로운 컴퓨팅 환경으로 부상하고 있다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홈페이지)


IT 시장을 주도하는 주요 글로벌 기업들 역시 최근 분주합니다. 매년 4~6월은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이 잇달아 자체 개발자 행사를 열어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 미래 기술의 변화 등을 제시하는 시기인데, 올해에는 약속이나 한 듯 VR과 AR에 대해 좀 더 진전된 이야기를 들고 나왔습니다. 특히, 현실 세계 위에 디지털 정보나 콘텐츠를 올려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AR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AR은 별도의 고성능 기기가 필요한 VR보다 앞서 시장에 안착하며 현실과 디지털의 만남을 앞당길 것으로 전망됩니다. 각사의 개발자 행사에서 나온 발표들을 중심으로 이들이 어떻게 AR을 풀어나갈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카메라로 AR 실마리 풀어가는 페이스북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 기업답게 친구들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카메라 필터 및 꾸미기 효과를 중심으로 AR을 풀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미국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서 열린 개발자 행사 F8의 최대 이슈는 AR 카메라 기능이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커피잔을 촬영하면 잔에서 하트 모양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효과를 보여준다거나, 체육복을 입고 운동한 후 셀카를 촬영할 때 머리에 헤어밴드 이미지를 씌워주고 운동한 시간을 화면에 함께 표시해 주는 식입니다.

l 실제 커피잔에 페이스북 카메라 이펙트를 적용해 필터를 적용한 모습(출처: 페이스북 홈페이지)


친구들과의 날 것 그대로의 순간을 담은 사진 공유를 앞세워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로 우뚝 선 페이스북은 이제 AR 기술을 담은 카메라로 사용자들을 붙잡아 두려 하고 있습니다. 셀카에 우스꽝스러운 효과를 입히는 '엔터테인먼트형 AR'은 이미 스냅챗과 스노우의 성공으로 그 가능성이 검증되었습니다.


페이스북은 카메라를 접점으로 디지털 세계의 콘텐츠를 현실로, 현실을 디지털 세계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그들은 현실 세계를 페이스북의 확장판으로 만들고 싶어 합니다. 세계 모든 사람을 연결하는 커뮤니티의 꿈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것입니다. 


l 페이스북 카메라 이펙트를 적용해 사람을 촬영한 모습(출처: 페이스북 홈페이지)


페이스북은 카메라 필터를 직접 만드는 도구를 제공하고, 개발자들이 만든 필터를 공유해 누구나 함께 쓸 수 있게 할 계획입니다. 또 카메라 필터 효과를 페이스북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자사의 다른 서비스로도 확대, 물량 공세를 벌일 예정입니다. 



 창작과 생산성 중심으로 접근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엑셀, 파워포인트 등 생산성 소프트웨어를 장악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역시나 창작과 생산 중심으로 AR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MS는 2년 전 자사 개발자 행사 '빌드' (Build)에서 MR 헤드셋 기기 '홀로렌즈'를 처음 공개했습니다. 작업 현장에서 홀로렌즈를 끼고 화면에 뜬 디지털 정보를 참고하며 시선과 제스처만으로 업무를 처리하거나,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실제 세계와 구별되는 완전한 가상 세계로 이끄는 기존 VR 헤드셋과 달리 홀로렌즈는 실제 세계를 보여주며 그 위에 디지털 정보를 올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l 마이크로소프트의 MR 헤드셋 홀로렌즈(출처: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


지난 2년간 꾸준히 MR 기술을 개발해 온 MS는 지난 5월 빌드 2017에서 홀로렌즈로 인기 공연 '태양의 서커스'를 기획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제작진이 직접 나와 홀로렌즈를 낀 채 무대의 크기와 모양을 검토하고, 무대 미술과 디자인 시안을 비교하며 원하는 대로 크기와 색상, 외양을 변경했습니다. 가상 배우들의 공연 장면을 무대 위에 삽입해 동선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l 태양의 서커스 제작진이 마이크로소프트 빌드 행사에 참여, 홀로렌즈로 무대를 기획하는 모습 

(출처: CNET 홈페이지)


엘리베이터 기업 티센크루프는 건물 안 엘리베이터의 위치를 정하고 입주자의 필요와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설계를 변경하며 적절한 설계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홀로렌즈는 위에 언급된 실제 작업 현장이나 디자인 등의 작업 외에도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분야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2년이 지난 현재 MS는 우선 업무 현장에서의 창의적 작업에 AR을 접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들이 강점을 지닌 생산성 분야를 창의와 창작이라는 영역으로 확장하며 새로운 컴퓨팅 환경의 판을 그리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MS가 AR이나 VR이란 용어보다는 혼합현실(MR, Mixed Reality)라는 용어를 고집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AR과 VR 모두 정도의 차이일 뿐 현실과 디지털 정보의 혼합이란 점에서 같다는 이유인데요. 모바일 플랫폼의 주도권을 놓친 MS가 차세대 컴퓨팅 환경에서는 앞서간다는 의지의 표시인 셈입니다. 

MS는 지난 1년간 2만 2,000명의 개발자의 손에서 7만 가지 이상의 콘셉트가 개발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빌드 컨퍼런스에서 HP와 델, 에이수스 등이 MS의 기준에 맞춘 VR 기기를 선보였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모든 정보를 당신 앞에, 구글

MS 빌드가 끝난 다음 주, 구글은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본사에서 개발자 콘퍼런스 I/O를 개최했습니다. 인공지능, 인공지능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 새 버전의 안드로이드, 가정용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 홈 업그레이드 등 수많은 소식을 쏟아냈지만 가장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구글 렌즈'였습니다.

구글 렌즈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물이나 건물에 비추면 관련된 정보를 화면에 띄워주는 AR 서비스입니다. 길을 가다 건물을 비추면 건물 정보와 리뷰를 보여주고,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을 촬영하면 이름을 알려주는데요. 카페에 붙어 있는 와이파이 이름과 암호에 카메라를 들이대면 자동으로 와이파이에 연결해 주기도 합니다. 

l 구글의 인공지능 AR 서비스 구글 렌즈 실행 모습. 카메라에 비친 가게 정보를 찾아준다

(출처: 구글 공식 블로그)


구글 렌즈는 정보 검색 및 제공을 본업으로 하는 구글의 색깔을 잘 보여줍니다. 과거 구글이 선보였던 스마트폰 앱 '구글 고글'도 생각나게 합니다. 구글 고글 역시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 안의 글자나 이미지 등을 인식해 관련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구글 렌즈는 여기에 인공지능을 결합해 훨씬 강력하고 정교한 정보와 서비스를 전해줍니다. 구글은 인공지능에 자사 사진 서비스 '구글 포토'에 올라온 수많은 사진 이미지를 기계학습 방식으로 학습시켰습니다. 사진과 동영상 속 사물을 인식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의 대가인데요. 구글이 그간 검색 사업을 하며 쌓아온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 인공지능 기술을 덧붙여 구글 렌즈는 모든 정보를, 잘 정리해서 빠르고 정확하게 알려준다는 구글의 미션에 한 걸음 더 다가섰습니다. 


이 외에도 I/O에서 구글은 AR 플랫폼 '탱고'의 새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GPS 신호가 닿지 않는 실내 공간을 컴퓨터 비전으로 학습, 스마트폰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VPS(Vision Positioning System)을 선보였는데요. 실내 공간에서 현실의 사물에 대한 디지털 정보를 결합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조용히 AR 영역 확장하는 애플

애플은 지난 6월 5일 새너제이에서 자사 개발자 행사 WWDC 2017을 개최했습니다. 아이패드와 아이맥 새 모델, iOS 새 버전, 애플 TV와 워치 OS 업그레이드, 인공지능 스피커 '홈팟' 등 수많은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애플이 홍보에 큰 힘을 쓰지 않은 AR 관련 기능들에 현장 참석자들은 더 관심을 보였다고 평했는데요. 

WWDC에서 애플은 AR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프레임워크 'AR 키트'를 선보였습니다. 아이폰 카메라를 들이대면 화면에 디지털 정보가 나타나는 앱을 외부 개발자들이 만들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아이폰의 카메라와 동작 센서, 프로세서 등을 이용해 AR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l 애플은 외부 개발자들이 애플 기기로 이용할 수 있는 AR 앱을 개발하도록 AR키트를 제공한다. 

(출처: 애플 홈페이지)


운영체계(OS) 차원에서도 VR 기능을 지원합니다. 애플은 맥 OS를 '하이 시에라'로 업데이트하면서 그래픽처리유닛(GPU)을 지원하는 '메탈' 기능 역시 '메탈2'로 개선했습니다. VR 콘텐츠까지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도록 그래픽 처리 성능을 높인 것입니다. 


애플은 과거 구글이 개발했다 포기한 안경 형태의 AR 기기 개발도 진행 중이라는 외신 보도도 흘러나옵니다. 팀 쿡 애플 CEO 역시 그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수시로 AR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 왔습니다. 


l 주요 글로벌 IT 기업들이 최근 선보인 AR 전략


스마트폰과 컴퓨터, 태블릿PC, 워치 등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관련 앱 및 콘텐츠 유통 시장을 함께 운용하는 애플은 자체 플랫폼 안에서 통일된 컴퓨팅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과 차별점을 가집니다. 물론, 그 점은 애플의 약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주요 글로벌 IT 기업들의 AR 전략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IT 트렌드에서 선두주자가 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가장 중요한 점은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를 가지고 있느냐가 관건일 것 같습니다. AR 기능을 통해 본 비전이 그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향후 기업이 만들어내는 서비스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글 | 한세희 |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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